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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롬연시)미연시에서 돌아와도 할 일이 많은 건에 대하여 -17-

이엠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26 00: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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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시에서 돌아왔는데 꿈이 아닌 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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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시에서 돌아와도 할 일이 많은 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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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로운 오랜 역사만큼이나 넓은 크기를 자랑하는 명가, 칸타쿠제노스 가문의 저택이 고요에 잠길 일은 그다지 없다. 해군참모총장인 안드레아스 제독을 찾아오는 부관이라던가, 포르피로옌니티인 마리아를 찾아오는 손님들이라던가. 게다가 요즈음은 웬 젊은 남녀 둘이 나누는 웃음소리가 추가되기까지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요함은 이 저택에선 그다지 친숙한 묘사는 아니었다. 적어도 현역 황제가 갑자기 저녁식사 시간에 찾아오기 전까지.


평소보다도 오가는 말이 확연히 줄어든 칸타쿠제노스 저택의 식탁에서 황제의 손윗누이인 마리아는 머리를 짚었으며, 황제의 매부인 안드레아스는 간간히 뒷목을 잡았고, 황제의 조카인 요안니나는 당직근무 때문에 집에 돌아오지 않은 애꿎은 디미트리오스를 원망하며 복수하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칸타쿠제노스 가문의 사람들의 고뇌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와 황제는 간간히 대화까지 나누며 식사를 만끽하고 있었다.


"당사자 앞에서 이런 질문하기 좀 뭣하기도 하지만, 요안니나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조카딸을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 질문이니 편하게 답해주게. 아, 이 피데 맛있군. 궁정요리사보다 나은걸."


"요안니나의 모든 면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중에서 돋보이는 건 올곧은 마음이겠군요. 요안니나를 보고 있으면 제 삶의 기준이 명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요안니나, 역시 열이 덜 내린건 아닌가요? 왜 그렇게 빨..."


아무렇지도 않게 메뉴를 품평하고 있는 황제나, 요안니나가 식탁 아래에서 발을 밟기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낯뜨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그놈이 그놈이라는 불경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품던 안드레아스는, 어떻게 해보라는 듯한 눈치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는 아내 마리아의 압박에 결국 앞장서서 총대를 메기로 하였다.


"크흠, 폐하. 슬슬 오늘 이렇게 제 저택에 와주신 이유를 말씀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른채 식사를 마친 안드레아스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야 입을 열자, 커피를 마시던 황제는 그제서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대답했다.


"아니, 제가 황제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가족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제독.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능글맞게 말하는 황제를 보며, 안드레아스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황제와 군인, 민회의 의원과 시민, 제국해군학교 교육생과 교관, 처남과 매부, 촌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형제. 그외에도 세기 귀찮을만큼 많은 사이이지요. 하지만 온 수도가 다가올 성탄절을 가족들과 맞이할 준비할 때에 말씀도 없이 찾아올 정도는..."


어딘가 울컥한 건지,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오는 안드레아스의 말은 옆구리를 쿡쿡 찌른 아내, 마리아의 말에 잠시 끊기더니 이내 몇번째일지 모르는 한숨과 함께 다시 이어졌다.


"...맞지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습니다, 제독."


그렇게 말한 황제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어려있었지만, 이내 쓴웃음으로 바뀌었다.


"말씀대로 약속도 없이 이런 때에 갑작스레 찾아온 것은 무례했지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제독. 하지만 저도 오늘 밤밖에 시간을 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황제는 창밖을 흘낏 쳐다보면서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민국 친구들도 갑작스런 제 억지에 불평만 안했지 거의 비명을 지르더군요. 당장 내일부터 성탄미사를 앞두고 교회들을 순례해야하니 한창 바쁠텐데 말이죠."


황제의 시선을 쫓으며, 그는 한국에서 만났던 스프란체스라는 이름의 이민국 요원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시선을 눈치챈 건지, 황제는 씨익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도 이민국 친구들은 만나봤겠지. 어느 스프란체스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어쨌든 분명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 미리 일러둔 보람이 있던 것 같아서 다행일세."


"...그때는 덕분에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하는 그에게 황제는 손사래를 치더니,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니 그렇게 인사받을 만한 건은 아니었네만...그럼, 보답으로 단 둘이서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나? 괜찮겠죠, 형님?"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는 황제에게, 안드레아스는 짐작한대로였다며 중얼거리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곤란할 때만 형님이라고 부르는 거, 정말 치사한 거 알고 계십니까? 폐하."


유감스럽게도 제독에게 거부의 여지는 없었다.



세 칸타쿠제노스가 황제와 예비사위에게 내준 방은 식당 곁에 붙은 자그마한 응접실이었다. 요안니나가 자기도 있겠다며 소극적으로나마 의견을 제시하긴 했지만, 금세 마리아에게 끌려나갔다. 그렇게 멀어져가는 요안니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황제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굳이 명가가 아니더라도, 콘스탄티노플에서 요안니나만큼이나 활달한 아가씨는 별로 없지."


"요안니나의 많은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황제의 감상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언뜻 바라본 창밖에서 눈송이가 하나둘씩 내리는 걸 보며, 그는 커피잔의 따스함을 느끼며 눈앞의 황제에게 물었다.


"알고 계시겠지만, 폐하께서 저를 이렇게 사적으로 만났다는 얘기가 흘러나가면 칸타쿠제노스에, 무엇보다 황실에도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겠지요."


몇 백년 전처럼 황제가 관료의 채용 여부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황제라는 위치는 엄연히 제국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다. 말 부풀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장안의 화제인 이방인과 황제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충분히 흥미진진한 소설조차 쓸 수 있으리라.


때문에 그의 말투는 어딘가 책망하는 느낌이 섞여 있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요안니나를 비롯한 칸타쿠제노스 가문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황제에게도 피해가 가겠지만 적어도 지금 그에게는 우선순위에서 상당히 밀려나 있었다. 그런 그의 느낌을 읽은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자네 말대로, 황제이자 의회의 일원이라는 사람이 제국관료 시험을 한창 치르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지극히 부적절한 일이지. 하지만 아까 제독에게도 말했듯, 나는 오늘 밤에만 간신히 이렇게 시간을 낼 수 있었다네. 새해가 밝아오면 또 몇 달간은 온갖 일정으로 눈코 뜰 새조차 없겠지. 내 사정 때문에 자네나 요안니나에게 이런 위험을 부담하게 한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보통 제국인이었다면 궁색은 커녕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으리라-이었다. 하지만 그는 황제를 더 탓할 수 없었다. 당장 지난 가을 소피야의 결혼식에서 명가들에게 폭탄을 던진 황제인만큼, 가급적이면 어떤 정치적 공격의 빌미도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찾아온 황제에게 언젠가 본 적 있는 고집을 엿볼 수 있었던 그는, 더 이상 황제를 탓하는 대신 한숨을 내쉬며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그럼 이제 저를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들을 수 있겠습니까?"


질문보다는 추궁에 가까운 기색이 말에 묻어나왔지만 황제는 개의치 않았다. 대신 황제는 어깨를 으쓱이며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네. 황제라는 자리에 있으면 자네 같이 비밀을 지켜줄 수 있는 외국인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없기 때문이지. 자네도 알다시피 누굴 만나도 산더미 같은 소설을 쏟아낼 수 있는게 의회와 언론이니 말일세."


"밖에 흘러나가면 곤란한 이야기인가 보군요."


"곤란하고 말고."


황제의 표정에 여전히 장난기가 어려있는 반면, 그의 표정은 반대로 딱딱해져 있었다. 어느새 손으로 감싸고 있던 커피잔의 온기가 희미해진 것을 느끼며, 그는 황제에게 다시금 물었다.


"제가, 폐하께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이제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도 않는 그에게, 황제는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회생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예?"


분명 귀에 들어왔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질문에, 그는 무심코 되물었다. 그런 그의 반응이 처음은 아니었는지, 황제는 대답 대신 말을 자연스레 이어나갔다.


"그래, 회생제 말일세. 콘스탄티노스 11세 드라가시스. 천년을 훌쩍 넘는제국 역사에서도 가장 기적적이었던 그분 말하는 거 맞네."


600년 가까이 뒤의 후손에게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은 분명 어렵기 짝이 없는 난제였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누구도 이 난제에 대답하려고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 답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버린 황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사람들을 위해 쉴새없이 달려나가던 그때, 주위에 있던 이들은 그가 이룬 업적에 주목했다. 원래라면 멸망했을 나라가, 모두가 마지막이 찾아왔음을 직감했을 때, 오롯이 그만이 앞장서서 기적과도 같은 길을 걸어나갔다며 칭송하곤 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너무 늦게 나타났다며 진심으로 원망한 이도 있었으며, 그 스스로 불태운 도시도 있었다. 구하고자 했지만 끝내 구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영영토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그 모든 선택들을 기억했기에, 그는 자신이 이룬 것만큼이나 잃은 것들에 대해 종종 떠올리곤 했다.


"마치 그분께서 남기신 글을 읽고 온 듯한 평이군."


지금까지 몇번이고 해온 질문에 처음으로 돌아온 신선한 평에 황제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짓자, 그는 쓰게 웃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들어봤을지 모르겠네만, 황실에는 회생제께서 남기신 글이 있다네. 선대 황제들께서 어느 보물보다도 애지중지하시며 세간에 보이길 꺼리신 물건이지."


"회생제의 회고록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짤막하게 대답하는 그에게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회생제께서 세상을 떠나신지 6백여 년. 선대 황제들께서는 그분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며 제국을 이끄셨네. 내 조상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네만, 그분들은 언제나 그 시대에 걸맞는 나름의 최선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하네. 덕분에 내가 제위에 오를 무렵에는 제국은 이미 반석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지."


뒤바뀐 역사 속에서도 20세기는 원래 역사와 마찬가지로 격동의 시기였다. 이념이, 민족이, 문화가, 경제가, 혹은 그 모든 것들이 뒤엉키면서 인류는 원래 역사만큼이나 많은 피를 흩뿌렸다. 그리고 제국은 그 20세기 동안 원래 역사의 팍스 아메리카나, 아니 그 원형인 고대의 팍스 로마나에 비견할만 한 질서를 세우는데 성공했다. 때문에 황제의 평가는 과장보다는 오히려 겸손에 가까운 것이었다.


"내 아버지께서는 주의 품에 안기시기 3년 전에 나에게 제위를 물려주셨지만, 회생제의 회고록은 돌아가시기 직전에야 물려주셨지. 그래, 그제서야 나는 그분의 수기를 읽어볼 수 있었다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린 것인지 창밖에 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황제는 작게 미소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회생제께서는 정말 위대한 분이셨지. 6백여 년 전 분이라고는 생각도 못할 식견으로 수많은 문제를 내다보셨더군. 일요일 아침 TV쇼에서 만약 이걸 알았다면 회생제께서 사실은 15세기에 떨어진 21세기 사람이었다는 미스터리를 만들어냈을 거야."


머릿속에서 TV쇼의 장면을 상상까지 했는지, 황제는 어느새 쿡쿡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약간은 착잡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이 남겼던 회고록은 어디까지나 평생의 선택들을 회고하고 설명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후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남기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알기 쉽게 원래 역사의 6백여 년이 겪었던 문제들에 대해 주의한 것이 문제였을까. 어쩌면 그 가벼운 경고는 예언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후손들은 그 예언과 같은 문장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황제는 씁쓸하기 짝이 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제위에 오를 때는 제국뿐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새로운 세계로 거듭나는 느낌이었다네. 자네 나이라면 한창 소년이었겠군."


"...그때는, 정말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요."


영원히 세상을 향유할 것만 같았던 이념들이, 세상의 구조들이 하룻밤만에 끝을 맞이하거나 새로이 태어나던 20세기의 끝을 떠올린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즉위하기 직전까지도, 나는 항상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내가 선조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국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 내가 선대 황제들보다 유능해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었다네."


그리고 황제는 가슴 속에 응어리진 무언가를 토해내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자신의 후손이 언젠가는 그런 문제에 맞닥뜨릴 것마저 예상하셨었지...그래. 그분은 정말로 그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황제셨던 것 같더군."


짜내는 듯한 그 말투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얽혀있었다. 존경, 경외, 자랑스러움.

그리고 한 가닥의 원망까지도.


"내 재위기간은 회생제 그분이 예상했던 미래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었지. 그분이 남겼던 과제와 경각심들. 처음에는 아무리 그래도 15세기의 조상님을 6백여 년은 지난 뒤의 후손이 뛰어넘지 못할까 싶었지만, 그거참 쉽지 않았다네. 처음에는 불경하기까지한 약간의 반항심마저 담아 일부러 거꾸로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그분이 옳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렇게 말하는 황제는 오히려 뭔가 속시원하다는 듯한 말투와는 거꾸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황제를 마주한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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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두번째 롬연시 팬픽.

1년 3개월하고도 19일만에 다시 뵙습니다.

적어도 작중 날짜는 맞췄네요...

드릴 말씀은 많지만, 잠시 뒤로 미뤄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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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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