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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ㄴㄷㅆ 2머전 이야기)트립한국에서 함선들이 영혼을 얻어 버렸습니다25-1

ㅇㅇ(49.174) 2022.01.17 21:44:39
조회 1885 추천 31 댓글 13
														

ㄴㄷㅆ 2머전 이야기 링크 모음 - 대체역사 갤러리 (dcinside.com)


얼마 전까지 미국은 한국에 대한 전후 처우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갑자기 80년 후에서 떨어진 미래국가는 지금으로서는 든든한 동맹이었지만, 그들이 가진 치명적인 위력의 무기들을 목격한 이상 미 정부로서는 내심 한국을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저들이 함딸이 없는 미래라고는 하나 이 세상과 극히 유사한 세상의 미래에서 왔음은 명백했다. 다른 말로 하면 저놈들은 앞으로 80년간 유효할 이 세상의 정답을 손에 쥐고 있다는 이야기였고, 앞으로 80년 동안이나 대부분의 정답을 아는데다 기술력마저 아득하게 높은 상대와 반강제로 놀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 불공평한 게임이었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지휘권을 정식으로 인수했음에도 주한미군들 중 많은 이들이 2차 대전의 향후 전개와 미래에 대해 미국 정부에 말하기를 꺼린 탓에 그 긴장감은 더했다. 시간이동 전 먹고 살 길이 없어 미군에 입대했던 수많은 병사들 대부분이 조국을 위해 미래의 정보를 기꺼이 제공하기보다는 그들의 특권이 된 미래정보를 활용해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랴, 역사책은 거의 없는 주한미군 기지의 도서관을 탈탈 턴 것으론 터무니없이 부족했기에-와중에 80년 후의 전공서적을 획득한 다수의 학자들은 뒷목을 잡고 뒤로 넘어갔다-한국 국내에서 구해오기 시작한 각종 서적과 문서에 이르면 문제는 배로 불어났다.

 

우선, 이 별천지 같은 나라의 서점에 널려있는 그들이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괴상한 문자-한글-로 작성된 문서들과 영어로 되어있긴 한데 원어민-1940년대 기준-도 못 풀 정도로 기괴한 사어(死語)들이 잔뜩 수록된 불가사의한 문서들-각종 영어시험 문제집- OSS에 있어 돌파가 불가능한 난국이었다. 물론 다급히 한국 이민자들을 찾아 인력충원을 하고야 있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그만큼 기다려주지 않을 것임은 명확했다.

 

다음으로 시간적 간격으로 인한 문화쇼크였다. 일단 옐로 몽키들이 저런 나라를 만들어놓은 거야 대충 미래라고 하니 뒤에 제껴 둔다고 해도 1940년대와 20XX년대의 문화적 간극, 그것도 동서양의 차이라는 점까지 감안할 때의 간극은 너무나도 아득하기 그지없었다.

 

비단 한국에 파견된 태평양함대 군인들뿐만이 아니라 서울공항에 내린 외교관들, 미래 자사 지사와 이야기를 하러 온 사업가들, 공동연구라는 명목으로 초청된 학자들 모두가 눈이 뒤집어질 정도의 충격을 느꼈다. 하지만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심각한 충격을 받은 자들은 따로 있었다.

 

OSS 요원들이었다. 이전까지는 대충 준-야만의 땅인 일본 빼고 순수 야만이라고 생각했던 아시아에 파견을 가라길래 대체 무슨 뜬구름잡는 소리냐는 생각으로 온 장소에서, 그들은 대체 이 동네에서 어떻게 스파이질을 해야 할지에 대한 아득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휴민트? 그래, 그럴 수 있다. 난수표? 신뢰가 되지. 그런데 공식일정으로 와서 공식일정만 수행하면 되는 다른 놈들이야 편하다만, 자신들은 대체 여기서 어떻게 정보를 주워담아야 하는가? 영자신문? 영문잡지? 대체 80년 후의 미래에서 어떻게 정보를 수집해 본국으로 어떻게 보내야 한단 말인가?

 

장고 끝에 그들이 결정한 컨셉은 반반이었는데, 반은 세상물정 모르는 1940년대 미국인 사업가요, 나머지 반은 21세기의 컨셉을 필사적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한 끝에 나온 21세기 영어학원 원어민강사였다. 문제라면 이 빌어먹을 나라에서 원어민강사라는 건 극한의 레드오션이었다는 점이었고, 다시 한번 한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는 점이었다.

 

이 아득한 미래의 세상에서 누가 봐도 수상하기 그지없는 이시국 외국인강사 희망인구 증가는 이미 다 알고 낄낄거리던 국정원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게슴츠레한 눈초리까지 보너스로 불렀고, 반대로 이미 한국에 터를 잡고 있던 기존 강사들은 이 엮여서 좋을 것 없어 보이는 수상한 인간들에게 대한 의구심과 한없는 경계를 표했다. 그것만으로도 문제인데, 사고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바로 겁이나 뇌 둘 중 하나는 집구석에 버려둔 게 확실한 블랙요원 하나가 외국인 강사 컨셉을 잡으며 고색창연한 필름카메라로 군부대 사진을 찍다 국정원에 끌려간 소위 미국간첩사건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동맹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정부에 의해 이 사건이 뉴스를 타지는 않았지만, 요원의 연락이 끊어져 당황하던 OSS는 국정원에서 날아온 협조공문 한 장을 받고 수치스러움과 굴욕감으로 벌벌 떨어야 했다. 문제의 문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했다.

 

-아측 군부대를 무단으로 촬영하다 검거된 자칭 존 도우 요원의 귀국 송환에 대해 협조를 부탁드리며..

 

그나마 OSS에게 위안이 될 만한 점이 있었다면, 사고는 한국에서만 터지지 아니하였다는 점이다. 미국에 파견된 한국인 기술자 한 명과 접촉한 1940년대 미국인 기술자 몇몇이 뭔가 스페인독감 비슷한 정체불명의 괴질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뭔가 시덥잖은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난 사고의 시작이었다. 의문스러운 표정을 띈 1940년대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 검사를 끝낸 한국 의사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뇌까렸다.

 

, 시발. 코로나네.”

 

“Ssibal Corona? What?”

 

“COVID-19....뭐라고 하지...”

 

“?”

 

“Chinese Spanish flu.”

 

“Spanish..flu?”

 

“Pandemic from 21st century.”

 

“@!#!$%#%!@#@”

 

국가 최고연구시설을 덮친 21세기 중국산 대역병의 출현에 놈의 정체와 출처를 전달받은 미 보건국이 홀라당 뒤집히는 사태가 벌어진 지 어언 48시간이 지나고 미친 듯이 날아온 시그너스가 코로나 백신과 검사키트를 뿌리고 간 지 다시 3일이 지난 후, 기적적으로 감염자가 그 둘만으로 끝나지 않았더라면 미합중국은 이 막중한 전쟁의 와중에 치명적인 중국산 바이러스마저 마주할 뻔했다.

 

이 때문에 졸지에 한국으로 파견된 미 태평양함대 대원들은 한국에 상륙하는 즉시 각종 백신의 세례를 받게 되었다. 강제접종을 당하는 그들 대부분은 영 죽을 상이었다만, 다행스럽게도 반지성주의 역병이 창궐한 21세기와는 달리 백신이라는 놈은 다분히 과학만능주의가 팽배한 20세기에서는 인식이 달랐기에 그나마 접종은 순순히 받아들여졌다.

 

이외에 한영 친선을 위해서 부산항을 방문한 함딸 타이타닉의 자태를 보러 전국에서 영화팬들이 미친 듯이 몰려들거나, 이 세상에서는 살아있을 각종 유명인들 이야기를 들은 방송국이 뒤집어져서 난리를 치거나, 북쪽에서 암약하던 소련 지하당이 발견되어 한국 정부가 소련에 뒤로 불만을 툴툴거리거나 하는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미 정부는 기어이 주한 미 대사관의 인맥과 협력을 얻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미래의 대사라는 작자들과 요원들은 하필 절대다수가 동양계였다는 것이 다시 한 번 그들의 환성을 우울과 경멸로 바꿔냈다. 시대적 고정관념에 속박될 수밖에 없는 슬픈 숙명의 20세기 중반 미국 관료들에 있어 주한 미 대사관 인력들은 미래의 미국인이기보다는 우리 편이라고 주장하기는 하는데 대충 짱깨 비슷한 수준으로 믿기 어려운 2등 국민 노랭이 정도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CIA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아쉽게도 CIA 한국지부는 CIA의 자금사정에 따른 경영난으로 날아간 지 오래였다. 오죽하면 당시 CIA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미 정부를 대상으로 부당해고고소를 했다가 한국 대법원에 각하당하는 일까지 벌어졌겠나. 신냉전기 CIA는 인재들이 죄다 민간으로 빠져나가 요원들 질이 수직으로 낙하하고 달달한 자금운용은 줄어든 우울한 조직이었다.

 

와중에 애먼 나라들이 미래정보 때문에 피를 보는 일도 일어났는데, 대표적으로 중국이었다. 입수한 단편적인 자료들에서 미래 통일중국의 폐해를 어렴풋이나마 알아버린 미국이 내부적으로 중국 대륙의 운명을 토막토막으로 결정해 버린 덕이었다. 미래자료와 주한미군 출신들이 입을 모아 증언하는 소련 빨갱이들보다도 양심이 없고 추잡한 놈들이 감히 미합중국에 대항하지 못하게 하려는 각료들의 의지는 참으로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결과적으로, 미 정부가 이 문서를 입수한 지 채 수 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마오 쩌둥은 비밀리에 미국에서 나온 요원에게 무기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활짝 웃고 있었다. 물론 그 뒤에서 만주에 뿌려진 OSS와 검은 손을 맞잡은 국정원이 중국 공산당을 재료로 중원을 갈기갈기 찢긴 누더기로 만들어버릴 계획을 짜고 있는지 몰랐으니 나오는 반응이었지만.

 

반대로 스틸웰이 일찌감치 잘리고 조기에 파견된 웨드마이어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장제스의 핵심 지배지역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고 이놈의 군벌놈들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병력만을 골라내 중국의 1/4 정도를 먹기 딱 좋은 정예로 벼려내는 작업에 매진하는 과업이었는데, 장제스 본인에게는 믿을 놈만 골라내고 칠 놈은 쳐내야 한다는 핑계로 벌이는 일이었다.

 

장제스야 자기 직속군이 강화된다니 좋아할 일이었지만, 군벌 중 싹수가 보이는 작자들에게까지 은밀한 꽌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전달받은 총통의 입장에서는 이건 참 열받는 일이었다. 저 놈들은 겉으로는 그를 중국의 지도자로 인정한다면서 뒤로는 호박씨와 호박씨와 호박씨를 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어쩌겠나. 중화민국은 당장 쓸 제대로 된 군대가 필요했는걸. 그는 미국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놈들로 단정하는 것으로 이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기로 결심했다. 그 시점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의 합의 하에 결정된 중국 대륙의 토막토막이 결정된 것도 모른 채 말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처럼 추잡하고 더러운 일들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적지 않은 장병들이 기꺼이 미 정부를 위해 미래의 정보를 제공할 의향을 표명했던 덕이다. 하지만 처참한 미국의 공교육 상황과 역사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그들의 정보는 대부분 부정확하기 그지없었다. 기대에 찬 눈으로 정보수집을 시작한 OSS에게 병사들에게서 나오는 상반된 역사 이야기는 항공기 편으로 파견된 대선배들의 머리를 잡게 했다.

 

하아..그러니까, 이 대전쟁에서 우리가 이기긴 한다는 말이 맞나, 윌포드 중사?”

 

띠꺼운 눈치를 감추지 못하는 백인 요원을 앞에 둔 건장한 흑인 중사가 자기도 띠껍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대답했다.

 

, 이 전쟁에서는 우리가 이깁니다.”

 

그럼 자네들 깜..아프리카계-미국인들..미안, 미안하네..”

 

인종차별 발언(21세기 기준)을 들은 중사의 눈에 화르륵-하고 불이 타오르자 자기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떤 요원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하며 옆을 보자, 혼돈이 그곳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하트 이병. 우리 미국이 이라크? 라는 곳에서 죽을 쒔다는 말이 확실한가?”

 

? 아뇨, 이라크가 아니라 아프간 아니었습니까?”

 

병신아, 둘 다잖아. 둘 다.”

 

에미시 이 등신새끼야. 애당초 너 아프간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는 아냐?”

 

아프리카 아냐?”

 

..그런가..?”

 

, 그런데 아프간은 20년 전에 빈라덴 새끼가 사고친 다음 일이고, 진짜 중요한 건 베트남 아니었어?”

 

베트남? , 베트남 전쟁?”

 

베트남 전쟁?! 그게 뭔가?!”

 

..그러니까..”

 

그나마 웨스트포인트 출신의 고급장교들이라면 믿을 만 했지만, 고급교육을 받은 장교들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들 이외에는 잘 아는 것이 없었기에 그들에게서 얻은 주효한 정보라고는 그저 미국이 태평양과 유럽과 베트남과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이러이러하게 싸웠다 정도의 전훈과 피드백뿐이었다. 중요한 정보였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세계 정세나 경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니었다.

 

거기에 그뿐만이랴, 이 미래의 미군이라는 군대에서는 인종분리가 없는 것도 모자라 함딸도 아닌 여자들까지 총을 들고 빵야빵야를 하고 PT를 뛰며 뺑이를 치고 있었다. 히스패닉계 상병과 백인 중사와 아시아계 여자 소위가 흑인 중령의 지휘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초월적인 광경은 함딸 문제로 오래 전부터 여군(함딸)이 익숙해져 있던 해군을 제외한 20세기 중반 미군 장성들 대부분의 어이를 하늘 멀리 날려보내 버렸다.

 

여기에 처음에는 까마득한 대선배들을 만나 당황하다가 이 대선배란 놈들의 진면목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던 주한미군도 상황은 비슷했다. 백인계-라고 해도 아일랜드계라던지 이탈리아계 장병들은 차별을 받고 얼굴을 찌푸렸다-라면 몰라도 타 인종 계열의 장병들과 장교들은 21세기에서도 악명을 떨쳤지만 이 세상의 미군 장교들에게는 더욱 만연했던 인종차별에 학을 떼는 경우가 다수였으니까. 여기 더해서 보급 문제까지 합쳐지면 막강한 미8군 병력은 미 정부에 있어 당장 쓰고 싶지만 반대로 쓰기는 더럽게 꺼려지는 무언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미래를 가장 자세하게 아는 나라인 한국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한창 미래를 조작 중일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그 조작의 방향이 언제나 미국의 국익과 일치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바보가 아니라면 알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국이 한참 뒤틀어놓을 게 뻔한 전후에 이르면 그 정보의 대부분이 쓸모 없는 휴지더미로 변할 것은 확실했다. 그런 정황을 아는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이 미래에서 왔다는 걸 안 거의 모든 나라들은 최대한 빨리 미래의 정보들을 확보하고 싶어 이 전쟁 와중에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며 날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더한들 전문가들을 동원한 정부의 전문적인 분석보다는 못했으므로, 이 전쟁이 끝나기 전에 저 불법 미래정보이용자 놈들의 꿀단지를 열어 제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모든 연합국 관료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비록 지금은 그 미국으로서도 급한 탓에 대한민국에 대한 국가로서의 인정과 연합국 가입을 승인한 것도 모자라 전쟁수행과 맨해튼 프로젝트에 적잖은 도움까지 받고 있었지만, 그건 그거였고 이건 이거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을 대놓고 하기에는 영 문제가 많았다. 저들은 발전된 무기로 말미암아 적은 병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연합군 내에서 미국과 소련 다음으로 우수한 전력을 가진 국가였고, 동시에 양대 추축국 중 하나인 일본의 뒤통수에 자리하고 미국과 같이 열도봉쇄작전을 펴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자국의 해군 전력을 대서양 수송선단 호위를 위해 차출해 준 것도 모자라 동부전선에 병력을 파견해 소련의 심기를 달래거나, 유럽 내에서 여러 첩보작전을 벌여 굉장한 결과물들을 가져다 주는 등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활약들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놓고 한국의 목줄을 잡으려 시도하는 것은 추후 한국과의 관계에 악재일뿐더러 연합국간의 단결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하여 미국은 조용히 히틀러의 목을 꺾기 전까지는 되도록 전후 세계의 3대 세력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와 정보분야 일을 제외하면 굳이 분란거리를 만들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곧 미국의 고민은 필요가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한 한국 측 연구원들과 협업하던 중 술자리에서 자신의 미래를 알아버린 연구원 몇몇이 일언반구의 말도 없이 연구소를 탈출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 한국으로 도주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미래를 보니 맨해튼 프로젝트 방사능으로 죽었다는데 그 따위 짓은 하기 싫으니 다시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거나, 나를 개무시하고 한직으로 돌린 것도 모자라 빨갱이 타이틀까지 하사하셨다던데 매우 심각한 모욕감을 느꼈으니 지금부터는 이 동네에 눌러 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과학자들의 갑작스러운 탈주를 보고 경악하던 미국은 곧 자국의 주요 인재들을 말도 없이 빼돌리다니 무슨 짓을 한 것이냐며 대한민국을 매섭게 추궁했다. 그들은 이 동맹간의 신뢰에 대한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속한 연구인력 송환과 더불어 한국에게 한미동맹 차원에서의 대처를 위해그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정보를 미 측에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물론 미 정부 내부에서도 그 제안은 영 양심이라곤 없는 도둑놈 같은 제안이라는 의견이 꽤 있었다. 송환이야 당연한 거겠다만, 거기에 덤으로 요구한 사항을 한국이 들어준다면 그건 그것대로 멍청하기 그지없는 일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서로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국가 대 국가간의 외교에서 이런 막무가내식 막가파 협상은 추후 양국간 관계에 다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굉장히 지양되어야 할 행위 리스트의 맨 위에 올라 있는 행동양식이었다. 남미에서야 그러고도 문제가 없었겠지만 미래에서 떨어진 놈들이 도사린 동아시아에서는 이야기가 많이, 그것도 정말 많이 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렇게 요구했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미래에서 떨어졌다는 점이 확정된 후부터 쭉 자신들의 미래를 알고 싶어 목말라 있었던 탓이다.

 

당시 금단의 지식에 대한 갈증은 미 정부 관료들이 필사적으로 눌러쓰고 있던 예절과 교양이라는 이름의 가면을 지진이 난 것마냥 떨리게 하고 있었다. 그 노련한 FDR마저도 금단의 지식을 손에 쥐고 도래한 미래인들을 마주하고서는 이성의 끈을 다른 자들을 상대할 때처럼 단단하게 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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