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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ㄴㄷㅆ 2머전 이야기)트립한국에서 함선들이 영혼을 얻어 버렸습니다-26

ㅇㅇ(49.174) 2022.01.18 17:40:09
조회 2522 추천 41 댓글 35
														

ㄴㄷㅆ 2머전 이야기 링크 모음 - 대체역사 갤러리 (dcinside.com)


충격적인 보고에 예정되었던 발표는 당연하게도 취소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21세기 문명의 힘을 빌린 정상간 화상회의였다. 덕분에 소집되었던 인원들은 회의실 바깥으로 밀려나 궁상을 떨게 되었지만, 그들이 얼마나 궁상을 떤들 상황의 시급함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화면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각국 정상들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세 개의 화면으로 분할된 거대 LED 패널이 각각 미국 백악관, 영국 수상벙커, 소련 크렘린의 회의실과 사람들을 비췄다. 연락요청을 받지 못한 장제스를 제외한 모든 연합국 정상간의 만남이었다. 유럽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은 유일한 연합국인 중화민국이 나치 문제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으므로 그가 보이지 않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자들은 없었다.

 

화면을 둘러보던 대통령은 백악관 쪽 영상에 FDR 대신 익히 아는 인물이 있는 것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당장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기색이던 처칠과 다를랑, 그 포커페이스가 흔들리는 게 보이는 스탈린도 마찬가지였다. 곧 세 정상의 주목을 받던 미측 인물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현재 루즈벨트 각하께서 건강 문제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십니다. 따라서 제가 각하께서 복귀하시기 전까지는 미합중국 대통령직 대행이 됩니다. 잘 부탁합니다, 여러분.”

 

대통령도 차분한 얼굴로 화답했다.

 

중대한 상황에 불행한 일이군요. 허나 부통령님께서 굳건하시니 안심이 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대통령께서 빨리 쾌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트루먼 부통령님.”

 

대통령 실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자들의 뻔뻔한 태도에 속으로 혀를 차던 트루먼이 겉으로 노련하게 감사를 표했다. 생각해보면 그것만으로 FDR이 넘어간 것도 아니었고, 문제의 정보를 달라고 한 것도 자신들이었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속 한구석을 찌르던 차였다.

 

감사합니다.”

 

이어 처칠이 뭐라고 하려다 결국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고난은 겹쳐 온다더니 그 꼴이군.”

 

무례한 말임에도 다른 셋은 그의 무례를 지적하지 않았다. 포츠머스가 날아가고 런던의 위성도시 하나가 소멸한 상황에서 그의 심정이 어떨지는 차마 짐작할 수 없었다. 이어 의례적이지만 예외적으로 가득한 동정의 마음이 담긴 유감표명의 시간이 끝나자 처칠이 입을 열었다.

 

우리 대영제국은, 결단코 저 인간을 버린 악마들에게 항복하지 않을 거요.”

 

악마라니, 대영제국이 말하기에는 좀 스스로 찔리는 단어 아닌가?’

 

제국주의자가..악마 운운?’

 

맞긴 한데 틀리기도 한 오묘한 단어선택이군.’

 

다행이군. 우리 소련이 유럽의 유일한 연합국이 되는 줄 알고 가슴을 졸이고 있었소.”

 

“..”

 

살짝 심기가 뒤틀린 스탈린의 도발에 처칠의 눈초리가 뒤틀렸다.

 

지금 독일의 야만적인 공격에 희생당한 우리 시민들에 대한 조의는 없는 게요?”

 

, 그런 식으로 하면 우리 소련은 지금까지 물경 천만이 넘는 인민들이 죽었소. 빌어먹을 폭탄 한 발에 죽은 시민 수가 수십만인들 천만 인민을 잃은 내 속에 비하겠소?”

 

열이 오르려는 분위기에 트루먼과 윤 대통령이 서로 눈초리를 주고받더니 입을 열었다.

 

영국으로 향하는 랜드리스 물량에 건설물자와 구호물자를 추가하지요.”

 

우리 군의 요격미사일 포대를 조속히 브리튼 섬, 특히 주요 전략시설에 전개하지요. 그리고 해군 의 방공구축함 6척을 48시간 이내에 항공기편으로 긴급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본심과는 별개로 즉각 나오는 적절한 지원의사에 서기장은 침묵했고, 반대로 총리는 감사를 표했다. 역시 저들은 대 나치 전선에서 대영제국이 가지는 이점을 모르는 이들은 아니었다. 그때 침묵하고 있던 스탈린이 말했다.

 

헌데, 저것들이 우리 소련을 상대로 사용되면 어떻게 하실 게요?”

 

모두가 말을 잃었다. 잠시 네 중늙은이들을 코웃음치며 보고 있던 서기장이 말을 이었다.

 

걱정 마시오. 우리 소련 또한 항복할 일은 없을 테니. 하지만 이 사건으로 나치 자살병기에 동부전선의 어려움이 가중된 바,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해주시기 바라오. 그리고 되도록이면 한국 당신네들의 그 요격 미사일이라는 놈이 지원물자에 들어간다면 좋겠군.”

 

트루먼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윤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살짝 화난 얼굴을 연기하는-필시 본심도 들어가 있을 터였다-서기장에게 대통령이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국내에 들어와 장비교육부터 받으시죠. 전력화에 최소 4년은 걸리는 장비라 말입니다.”

 

“4?”

 

저희 기준으로도 매우 정교하고 다루기 어려운 장비입니다. 아무리 급하게 교육한다고 해도 연 단위 일정입니다.”

 

그럼 나치 놈들이 날리는 자살로켓을 얻어맞고만 있어야 한다는 말이오?”

 

대한민국은 혈맹(血盟) 소련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공군 소속의 요격미사일 포대를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 동부전선 주요 전략거점에 배치할 용의가 있습니다.”

 

“..”

 

요격미사일 부대의 파견을 원하신다면 회의가 끝나는 대로 일정 조율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하오.”

 

미사일 공여 요구를 한순간에 방공미사일 부대의 동부전선파견으로 바꿔 서기장의 동의를 얻어낸 대통령의 모습에 각료들이 속으로 조용히 감탄했다. 그때 다를랑이 조용히 대통령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들도 몰랐소?”

 

윤 대통령의 표정이 착잡해졌다.

 

. 저희 세상에서는 함딸이라는 존재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하아.”

 

다를랑이 한숨을 쉬었다. 히틀러의 멍청한 자폭으로 대서양이 완전히 깔끔해져 버린 것과는 별개로,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항만 중 하나인 브레스트가 초토화되면서 입은 손실이 얼마일지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때 벙커로 달려들어온 기술자가 문서를 건네자 종이를 받은 다를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다시 분노로 새빨개졌다. 중요한 순간에 감정조절에 실패한 자유프랑스 총사령관의 얼굴을 보던 처칠의 표정이 다를랑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에 치떠졌다.

 

포츠머스에..떨어진 여자는 전 프랑스 해군 소속 노르망디급 미완공함 플랑드르, 다트포드에 떨어지여자는 동급 가스코뉴였다고 하는군.”

 

각하께서 이 이야기를 듣지 못하신 것이 다행이군.’

 

트루먼이 생각했다. 그는 화면 속의 처칠이 대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며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프랑스 전함을 개조한 질량탄으로 포츠머스와 다트포드가 초토화되다니, 이미 이건 독일과 영국 사이의 일뿐만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화면 속에서, 처칠이 다를랑을 노려보자 다를랑이 눈을 마주보았다. 윤 대통령은 저들의 눈만 봐도 대충 어떤 말이 오고 가고 있을지 알 것 같았다.

 

-네녀석들은 자기들 함딸 관리도 못해서 이딴 사단을 만드나?

 

-그러는 네놈들은 나치 새끼들이 저딴 짓을 하는 줄도 모르고 얻어 처맞았고?

 

-이 전쟁만 끝나면 이 일에 대한 대가를 묻겠다.

 

-남이사?

 

-빌어먹을, 아가리 닥치고 너희 함딸들이랑 군인들, 우리 참사현장에 수습으로 보내기나 해. 더부살이를 하고 있으면 일하는 시늉이라도 하란 말이다.

 

-말씀 안 하셔도 보냈습니다. 이 빌어먹을 불독아.

 

-참으로 고마우시군, 집 잃은 개구리대장 선생..

 

잠시간의 대처 후, 결국 다를랑이 눈을 먼저 돌렸다. 툴롱 탈출로 상당수의 해군병력을 보유하게 되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자유 프랑스는 영국에 더부살이하는 신세였다. 소리없이 건방진 프랑스인을 향해 혀를 찬 처칠이 다시 화면을 보고 말했다. 굉장히 분노한 것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할 말은 많았다. 정말로.

 

전함 플랑드르는 700m 이하의 저고도에서 미상의 방법으로 실체화, 거의 온전한 상태로 지상에 격돌했다고 보고되었소. 그 때문에 일어난 인공 지진과 충돌에너지로 시내는 초토화, 해군 항만시설과 조선소가 완파되어 그쪽의 산업능력에 커다란 타격이 있었소.”

 

총리는 담담하게 화면 속의 인물들이 듣고 싶어할 사실만을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당장이라도 포츠머스와 다트포드에서 죽어나간 사상자만 15 3,000여 명이라며 울부짖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의 눈앞에 놓인 인간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될 일이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포츠머스에서 정비를 받던 로열네이비 해군 소속 KGV급 전함 하우와 재무장 중이던 홈플릿 소속 함딸 다수가 중상을 입었소. 이에 더해 전투함용 도크도 절반 이상이 사용 불능이 되어 버렸고. 앞으로 상당 기간 로열 네이비의 원활한 작전행동은 불가능할 게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미국 쪽에서 최대한 감당해 보겠습니다. 별도로 한국 쪽에 협조를 구하도록 하지요. 귀국에 우리 미국과 비견될 규모의 대규모 조선산업단지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답했다.

 

. 현재로서는 주요 철광석 수급처의 변동으로 원자재수급에 다소간의 차질이 있습니다만, 저희 전문가들은 단지의 70% 정도는 정상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군함 건조에 대해서는 특수선사업부의 업무량이 상당량 포화되어 있다는 점은 감안해 주십시오.”

 

뭔가 문제라도...”

 

뭔가 깨달은 다를랑을 향해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귀국 해군 전함 덩게르크와 스트라스부르의 복구공사, 전함 리슐리외의 단기 오버홀과 장 바르의 완공 이외에도 생포한 일본 연합함대 소속 함딸들의 응급정비 때문에 조선소 도크 상당 부분이 차 있습니다.”

 

동양에, 그런 규모의 조선소가 있단 말이오?”

 

의심하는 눈초리의 불독을 위해 대통령은 증거를 몸소 보여주기로 했다. 곧 청와대 회의실을 띄우던 화면이 옥포와 울산의 거대 조선소들과 한국 철강산업단지들의 정경을 띄웠다. 광대한 산업시설에 나머지 셋의 눈이 크게 치떠지는 것을 뭉근한 표정으로 즐기던 대통령이 말했다.

 

상선부터 전함과 항공모함까지 주문만 하십시오. 얼마든지 건조해 드리지요.”

 

윤 대통령은 스탈린의 콧수염이 전함이라는 말에 살짝 움직이는 광경을 놓치지 않았다.

 

**

 

회의실에서 21세기-리얼리티-쇼크로 연합국 지도자들을 경악시킨 윤 대통령이 이제는 함딸전력의 정비에 대한 대가를 두둑하게 뜯어내고 희희낙락한 지 2주 후, 일제 함딸들의 수용소 역할을 겸하고 있는 통영 조선소의 도크들에는 원래 잔뜩 놓여있었을 상선들 대신 시커먼 군함들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한둘도 아니고 무수히 올라간 배들의 정체는 항복하고 포로가 된 일제 함딸들이었다.

 

극소수 온전히 항복한 자들을 제외하면 해군의 공격으로 최소 중파 이상의 피해를 입은 여자들을 원래대로 수리하기 위해서 조선소는 오늘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전함의 현측에서 산소용접기가 철판 위에 시퍼런 불꽃을 뿜어냈고, 내부에서는 망가진 배관들을 교체하고 기왕 하는 김에 조선소 일감유지용 및 전함 건조기술 획득을 위해 마실을 나온 기술자들이 일본 연합함대 함선들의 내부를 제집 돌아다니듯 돌아다녔다.

 

원래라면 이 거대한 시설이 게걸스럽게 퍼먹을 원자재에 대한 수급문제가 있을 법 했다만, 만주를 접수하고 북한의 무산철광을 접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원채굴에 들어간 대한민국은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은 양의 자원들을 조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여기에 마침 두둑하게 들어온 주문 덕분에 기초산업이 원활하게 가동하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처음에는 이 광대한 시설에 경악하던 일본 함딸들은 항복 후 3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어느새 이 장소의 가장 열렬한 찬양자들이자 극도의 친한파들이 되어 있었다. 그 이유를 각각에게 물어보자면 의외로 참으로 간단했다.

 

당신들에게 잡혀왔다고 해도, 제네바 조약에 의거하여 당신들에게 기밀정보는 하나도 드릴 수 없습니다!.., 수리를 해 준다고요? 진짜? 방치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럼 제 보일러를 좀..신형 디젤기관? 진짜요?”

 

“Oh, 저는 절대 당신들에게 협조하지 않을 겁니DA. 뭣하시면 제 Sister을 찾..오버홀? 거짓말 아니죠? 그런데 돈은 누가..자이바츠들 배때지를 뜯어서 청구하면 된다? Deal! Deal!”

 

제 장갑 수리를 해 드리면 당신들한테 제 설계가 유출될 거 아닙니까!..강판? 신형 강판이요? 강도는..어머나. 그럼 비밀로 할 테니 여기 어서 알아가세요. 제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어서..”

 

정강된 대일본제국 해군은 비록 항복했을지망정 명예를 잃지는.., . 냄새..그거 뭐에요? 카레라이스? 에이, 거짓말. 무슨 카레라이스가 그렇게 고급스러ㅇ..인도 정통이니 먹어 보라고요? 독 안 탔어요? 뭣하면 시음하고 드리겠다? 아뇨, 됐어요. 주세요. 빨리!..”

 

지금 저한테 그렇고 그런 짓을 하시려는 거죠?! 육군 놈들처럼!... 아니라고요. 옷 사이즈 측정, 여군이 오신다고요. 죄송합니다아..”

 

이 분탕들 꼬라지 좀 봐! , 내가 함딸 맞다니까? 인증해 줘?! 인증해 줘?! ?!”

 

“..진짜요? 진짜? 우리 제국이 진짜요..? ? ..아아..”

 

쉽게 말해서, 일본 제국보다 압도적인 품질의 강판 및 부속들로 망가진 부위들을 수리해 주고, 일본제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제네바 조약에 의거한 포로대우에 충격을 받고, 21세기 정보화문명이 인간을 홀리기 위해 만든 마물들에 물들고, 마지막으로 슬쩍 건넨 일본제국 범죄목록에 학을 떼면서 마음이 스르르 녹아 버렸다.

 

선원들도 반응은 대충 대동소이했는데, 비극적인 부분이 있다면 이들은 함딸들처럼 개인당 특별대우를 받지 못했음에도 일반 포로수용소의 밥이 해군 식사보다 더 낫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고 멘탈이 터지다 포로들에게 친한파 교육을 시키자는 한국 정부의 작당으로 보여준 21세기 걸그룹 및 영상매체들에 찌들면서 자연스럽게 녹아 버렸다는 면이었다.

 

..아니, 저 계집들은 무엇인가?! 뭐 저리 망측한..!”

 

병신아, 입에 침 흘리면서 개소리 지껄이지 마!”

 

해으응..”

 

아무리 조선이 미개하다고 받은 교육이 있으면 뭘 하는가. 2010~2020년대 초반까지 드리운 뒤틀린 특정 사상의 어두운 장막이 철저하게 분쇄당하면서 돌아온 21세기 걸그룹의 파괴적인 선제공격으로 말미암아 제국의 정강된 교육은 인간 본능에 연타펀치를 얻어맞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 버린 상태였는데 말이다.

 

초타가 제대로 들어간 상태에서 들어간 간략한 팩트의 연쇄폭격은 대부분 일본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 없던 일제 해군 장병들의 눈을 본의 아니게 강제로 열어젖혀 버렸다. 옆에서 아직 정강된 황국신민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소수가 아무리 발작한들, 21세기발 문화폭격 앞에서는 참으로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한편 병사들이 이 꼴이 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고급장교진과 제독진은 이 정신나간 별천지의 심문실로 잡혀와 이래저리 털리는 중이었다. 대부분은 구일제 해군답게 매우 비인간적인 정신머리를 장착한 비인간적인 수준의 인간말종들이었지만, 개중에도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새끼들 사람 줘패서 병신 만드는 걸 일반상식으로 알더라? 쌍팔년..아니, 일제놈들 수준이란;”

 

, 친구야. 우리 이번에 뉴스 안봤냐. 함딸화한 아줌마들이 자기들이 기억하는 역대 폭행사건에 병역비리 죄다 까발리면서 해군 뒤집어진 거. 우리 쌍팔년도가 쟤네보다 약간 순한맛이라 그렇지 미친 정도는 비슷하더라.”

 

“..시발.”

 

그런데 네 담당 아저씨 그룹은 병신 천국인가 보다? 내 담당 아저씨들은 반대던데.”

 

내가 사람이 여럿 붙으니 꿀 좀 빨 거라고 전함 고르는 게 아니었다니까..넌 구축함 골랐던가?”

 

. 후부키급 구축함 이카즈치라는 애랑 거기 승무원들.”

 

함장이 누군데?”

 

쿠도 슌샤쿠라는 양반인데, 그 아저씨는 아예 애들 때리는 거 금지해서 거기 애들은 잘 먹고 잘 살았다더라. 함딸이랑 병사들 증언도 일치했고.”

 

너 진짜 아저씨 잘 뽑았네. 내가 맡은 등신은 셋 다 팼다/안팼다/반만 팼다로 지들끼리 증언이 갈리던데 아무리 봐도 줘패던 거 카바치는 냄새가 나더라..”

 

그렇게 담당관들이 서로간의 고충을 나누는 사이, 80년 전 배들이라 딱히 비밀도 아니게 된 조선소는 어느새 전함을 보러 온 아이들과 동심이 발동한 남정네들의 초인기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뉴스에서 조선소 풍경이 담긴 영상이 공중파를 타던 때 조선소에서 점검을 받던 야마토급 야마토와 무사시가 집중적으로 비추어지는 모습을 보고 머릿속에 번개가 내달린 아저씨들과 아이들의 수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광란에 나치 함딸폭탄 뉴스에 불안해하는 민심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아예 퇴역 함딸을 비치해 본격적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결정한 정부에 의해 긴급하게 차출된 포항급 성남은 다시 한번 나라의 부름에 응답해(용돈벌이를 위해) 소집된 늙수그레한 옛 전우들이 능숙하게 기기들을 조작하는 감각을 느끼며 현측에 선 관광객들에게 배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현측난간에 너무 기대지 말아 주세요. 잘못하면 떨어지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설명 시작하겠습니다. 지금 우측으로 보이는 커다란 배는 일본제국 전함 공고 호입니다. 만재배수량 33,200톤의 거대한 순양전함으로 14인치 포를 주무장으로..”

 

, 배 엄청 크다. 우리가 타고 있는 이 아줌마랑은 비교가 안되네.”

 

빠직.

 

, 이 바보야! 함딸이 들어!’

 

아 들으라고 해. 내가 현역 시절에 세종대마왕 타면서 얼마나 개같이 굴렀는데 이 정도 자격은 있어야지.”

 

세종대마왕..?’

 

아직 기억나는 별명들만 읊어줄까? 세종대마왕, 통곡 이이, 노예 유성룡, 백범 킬구, 감금찬, 악마춘..”

 

납득.

 

성남이 누나! 저 할머니는 됐고 야마토 보여주세요 야마토!”

 

흐뭇..빠직.

 

에이, 야마토는 언제 나와요? 저 배는 크기만 하지 너무 낡아 보이는데..”

 

빠직.

 

참자, 참자, 참자, 성남아. 참을 인 세 개면 화를 면한..’

 

..우웩, 뱃멀미가..”

 

여기 우리 애 화장실 가야 하는데 화장실이 어디에요?”

 

음료수 없어요? 음료수 먹고 싶은데!”

 

!..”

 

성남, 성남아. 조금만 참자. 조금만..”

 

결국 욱 하고 폭발하려는 성남을 60대 중반이 넘은 전직 함장이 애써 달래며 생각했다.

 

일본 배만 해도 이렇게 난리인데, 울산에서 공개 중이라는 유럽 배들 앞은 난리도 아니겠구나..’

 

그리고 과연 그러했다. 졸지에 바덴뿐만이 아니라 한국에 배치된 미 태평양함대 함딸들, 자유프랑스 명의로 위탁된 자유프랑스 해군 전투함들, 여기에 포츠머스가 날아가면서 로열 네이비 소속 전투함들의 정비와 건조까지 맡게 된 울산시 삼성중공업 조선소는 졸지에 연합군 함딸들의 집합장소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도크들 앞에 뜬 유람선 수 척에 나눠 탄 목에 카메라를 건 시커먼 아저씨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KGV와 리슐리외급을 실제로 보다니 이제 죽어도 좋아..”

 

그것만 있냐? 저기 2번이랑 3번 도크, 앞뒤로 있는 배 2척 둘 다 덩게르크급이다! 씨발 덩게르크라고! 씨발!”

 

전함만 배라는 새끼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커여운 구축함들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려라.”

 

응 페도 죽어.”

 

저기 있는 배..타운, 타운급 아냐? 나 저 배 본 적이.., 저거 벨파스트야!”

 

, 씨이발 진짜네..? 저기 도크 안쪽에 있는 배, 1차 대전 배 아냐?”

 

진짜!? 어디..씨발.”

 

뭐야, 내가 잘못 본 거야?”

 

저거 바이에른급이다! 바이에른급이라고! 옆에는..저거 비스마르크급이다! 하나님!”

 

여긴 배박이들의 천국이었나 봐..”

 

! 저기 함수! KGV 함수에 여자! 전함 KGV!”

 

누나아아아!! 포즈!! 포즈 취해주세요오오!!!”

 

열광적으로 자신을 찬양하는 동양인들과 그 사이에 끼여 환호하는 몇몇 외국인 강사들을 보던 KGV가 우울한 와중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의장을 슬쩍 전개했다. 곧 그녀가 함수에 곧게 서서 그 상태로 오른팔을 앞으로 쭉 뻗더니 자신만만한 미소를 연출했다.

 

우와아아아아!! KGV! KGV! KGV!”

 

엄마 난 커서 함딸이 될래요! 엄마 난 커서 함딸이 될래요!”

 

대영제국이 맞다! 생각해 보니 혐성 섬추장국이 아니라 위대한 대영제국이었다아아아!! 로열네이비 만세! 만세! 만만세에에!!”

 

“Long live the Queen! Long live the Queen!”

 

멍청아! 지금 영국 왕은 남자야!”

 

그리고 광란이 숫제 실신 직전으로 치달았다. 그 미쳐 날뛰는 광란을 보던 다른 함딸들이 이구동성으로 생각했다.

 

저 미친놈들은 뭐지?’

 

..나도 포즈 잘 잡을 수 있는데!’

 

정정, 아마도 눈치없는 미국산 관심종자 전함이 하나 이상은 있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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