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삼국지 릴레이 - 노식전 (끝에 유비측과 주유 물밑교섭)모바일에서 작성

어롱타임어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4.20 14:04:14
조회 358 추천 10 댓글 7
														
"허허, 바둑 두는 사람 어디갔을꼬? 어떤가, 차라리 패배를 인정하고 지금 몸을 푸는 게 낫지 않겠나?"

노식은 맞은편의 상대방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지었다. 머리 좋은 사람이라고 꼭 바둑을 잘 두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관련은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 면에서 제자(=유비) 휘하의 현사들은 둘 맛 나는 상대였다. 특히 내기바둑이라면 더더욱.

사실 노식은 내기에서 이겨도 져도 즐거웠지만 말이다. 지면 자신의 경험으로 체화된 학문, 병법을 전수해주고, 이기면 스승으로써 그들을 계도하니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제갈량에게 땀에 절여질 정도의 아침 운동이나 보고 청취조차 없는 하루 휴가를 강요한다거나, 법정에게 하루 세 번 용서하고 보고서를 제출하게 시킨다거나 등등.


아! 참으로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 지는구나!

야근 빌런에 엄격한 상관인 그들에게 시달리던 휘하 문관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어차피 일 쌓이는 건 똑같으니 조삼모사지만,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게 범부가 아닌가!

여튼 노식은 최근 살 맛이 났다. 원래는 못난 제자 백규(=공손찬)가 명망높은 유우와 대립하는 등 마음고생을 하며 북방에서 은둔하다 병에 걸려 사망했지만 지금은 한 4, 5년은 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주도 험지이긴 하지만 제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우로 모시고 있고, 한실의 맥을 끊기지 않게 이은 게 현덕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마음도 여유를 찾았다.

"군사, 급보입니다, 급보!"

다 이겨가는 내기를 방해받았다는 생각에 노식의 미간이 살풋 찌그러졌다.

"이보게, 공형(=황권)! 내 오늘은 기필코 공명이 반 시진 간 마보자세를 취하는 걸 보려고 했는데 초를 치면 어떡하나?"

"한번만 봐주십쇼, 노야. 사실 노야 덕에 들어온 기쁜 소식이기도 합니다. 노야께서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는 소식에 하내태수 왕광, 하동 호족들을 대표해서 가습(=가규의 조부)이 손가의 마수를 피해 귀부를 청해왔습니다."

그 말에 제갈량과 노식 모두 크게 표정이 밝아졌다. 하동과 하내가 모두 손에 들어오면 황하가 경계선이 된다. 방어하기 압도적으로 유리해진 것이다. 더구나 하동은 소금으로 유명하고, 하내는 낙양의 바로 위에 위치한 곳. 2만 병력도 유지가 어려워 5천 정도를 해산할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이제 3만 정도는 넉넉히 유지가 가능해진 것이다.

"일전에 여기 소년 군사가 세웠다는 계책은 흥미롭게 읽었네만, 이러면 순서가 바뀌기는 했어도 자네 계획을 다시 실행할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노식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제갈량에게 물었다. 본래 상당 하나의 힘으로 장연을 토벌해 병주를 평정하고, 그 위엄으로 하내와 하동을 얻을 계획이었으니 도리어 더 나은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던 차였다. 그러나 제갈량은 고개를 저었다.

"당장은 편해졌지만 향후가 더 골치아프게 되었습니다. 병주는 본래 호구가 많은 주가 아닙니다. 강한 병사들이 나온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좋은 무기와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 말에 눈을 반짝이는 황권이었다. 전생의 기억에서 그의 의도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소금 전매를 계획하셨군요? 익주에서 하시던 것처럼 말입니다."

공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문제는 한이 성립한 내내 시끄러운 문제였다. 염철론이란 책까지 나올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공명의 태도는 확고했다. 소금 사업은 마땅히 나라에서 관리해야 했다.

전한의 무제가 소금과 철의 전매로 전쟁비용을 보태며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게 과연 전매 때문인가? 이들 사업에 관여한 호족들 역시 폭리를 취하긴 마찬가지 아니던가?

"이곳의 사정은 익주와는 또 다르다네. 하동 호족들이 암묵적으로 계를 형성해 자기들끼리 소금 사업을 오로지하며 소규모로 밀매하는 이들조차 쥐잡듯 한지 오래지. 병주도 다 못 취한 상황에 섣불리 건드렸다간..."

기재이지만 하북 사정에 어두운 제갈량이 제자 유비를 생각하는 마음이 앞서 실수할까 싶어 조언하는 노식이었지만, 처음보는 제갈량의 타오르는 듯한 눈빛에 흠칫할 수 밖에 없었다.

"자간 선생님께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분명 난세에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소금과 철은 곧 나라의 근본이 되는 사업입니다.
이를 놓아두면 지방에선 호족, 중앙에선 환관과 외척이 활개를 치는 작금의 세태가 그대로 반복될 터.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그런 천하를 위해 주공을 따르는 게 아닙니다."


제갈량의 결의에 노식은 옷깃을 다시 여미고 자세를 바로 고쳐앉으며 정중히 말했다.

"처음 자네를 만났을 때 기재라고 생각했네만, 내 사과하겠네. 자네를 너무 작게 보았어. 관이오(=관중)를 넘은 왕좌지재였다니. 불초 제자를 다시 한 번 잘 부탁하네."

"황숙을 모시지 않았다면 허풍 심한 남양 땅 촌부로 스러졌을 제가 어찌 그 은혜를 있겠습니까? 마땅히 충심을 다할 뿐이니 노야께선 과례를 거두시지요."

이후 제갈량이 생각 중인 계획을 들은 노식은 찬탄을 터뜨렸다.

"내정만 관중에 비길 만 한가 싶더니, 군략도 악의에 비길 만 하구나! 내 제자가 자네와 인연이 닿은 것은 실로 하늘의 인도하심이렸다!"

"이를 어찌 이룰지는 효직(=법정)이나 원직(=서서), 여기 공형(=황권) 등과도 상의해야 하니, 찬사를 듣기에는 이릅니다. 바둑은 다녀와서 마저 두도록 하지요."

공명은 마지막으로 한 수를 둔 후 그대로 황권과 자리를 떠났다.

"이런 묘수가 있었다니? 다 이긴 줄 알았는데 백중세였다니, 참으로 틈이 없는 기재로구나!"

노식은 찬탄했다. 그는 이후 유비 휘하의 현사들이 내놓은 대책에 다시 한번 무릎을 쳤다.

- 관우와 서서가 하동으로 향한다.
- 장비와 황권이 하내로 향한다.
- 조운은 장연 쪽을 경계한다.
- 원소 쪽은 유비가 직접 살피며 나머지는 필요한 곳을 적절히 지원한다.
- 손견이 생각하는 바를 확인하고, 이쪽이 최우선이 아니라면 이 또한이용한다.

이런 계획에 따라 달변 손건 선생과 미남 맹달 선생은 노식이 주준과 손견에게 서찰을 전하기 위해 장안으로 향했다. 물론, 그 전에 만날 이가 있었지만.

"오랫만입니다, 공근 공. 많이 초췌해지셨군요."

"빈말은 필요없소. 무엇을 원하시오?"

"손견 공이 이쪽을 역적으로 보지 않게 도와 주시지요. 그리 되면 이쪽도 노자간 선생의 명망을 앞세워 사생결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역적을 멸하기 전에 우리끼리 양패구상하면 이 무슨 비웃음거리입니까?"

"진정한 역적이라 하심은?"


"유우 공을 자기 손에서 좌지우지하려는 원소, 유표 공을 내세워 대행천자니 뭐니 해괴한 소리를 늘어놓는 조조! 어느 쪽을 원하십니까?"

"너무 이쪽 형편에 좋은 제안이라 되려 의심이 듭니다만?"

"그들을 벤다 한들, 문대 공과 장안 조정이 그 땅을 전부 소화시키실 수 있겠습니까?"

주유는 생기가 돌아온 눈을 반짝였다. 손견이 초래한 고립을 탈피할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다. 일단 외교적 고립을 타파하고 불신을 벗을 수만 있다면, 유비가 군국 몇 곳을 더 집어먹는 정도는 눈감아 줄만 했다. 그만큼 손가는 절실한 처지였으니.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0

고정닉 2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4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1018696 공지 신문고 [1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6.04 1529 26
881318 공지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 공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8 15251 32
1017257 공지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 갱신차단 목록 [6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6.01 1020 15
675324 공지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 소설/축약어 모음 [2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7 37027 20
728432 공지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 시트(23.08.04) [6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5.20 16563 31
675327 공지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 정보 모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7 28093 17
1021054 창작 조선에 트립한 햄타지 진영들 설정 게임지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51 0 0
1021053 일반 1머전 직후 독일 공산화는 어떠한 경우로도 불가능임 [1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32 128 3
1021052 일반 혁내취 재밌었다 [1] 녹색황사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30 35 0
1021051 창작 조선에 트립한 햄타지 진영들-1 [3] 게임지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2 84 0
1021050 일반 로마나 고대 배경 대역 추천 있나용 [3] ㅇㅇ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10 64 0
1021049 일반 (ㄱㅇㄷ)햄타지 세력들 모두가 중기 조선에 트립한다면? [3] 게임지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8 66 0
1021047 일반 여포효도)별꽃은 설정 차분하게 잡고가는게 좋을거같은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4 270 16
1021046 일반 매우 유명한 호이 유튜버가 총통미국을 홍보하네 [3] 냥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8 219 1
1021045 일반 트립대전)대전 안에 카이스트가 있으니 [1] 삽질공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5 84 1
1021044 일반 송나라 대역은없나 [5] 낙지탕탕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0 73 0
1021043 일반 불로불사 하나 들고 교황 빙의는 어떰? [4] ㅇㅇ(220.122) 13:48 95 0
1021042 일반 트립대전+ㄴㄷㅆ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떠올랐다 [7] SL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1 105 3
1021041 일반 ㄱㅇㄷ) 솔직히 일본이 만반열도 유지 못한다고 봄 ㅇㅇ(175.196) 13:40 76 0
1021040 일반 1588 네모 이놈 현대인 맞냐? 호날두우리흥갓전파고세구맨유르세라핌엘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36 110 0
1021039 일반 총통 미국 광고 뭐임? [3] 오이_비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32 296 12
1021038 일반 쿠데타)"아이고 여까지 왔는데 우야노 포병아"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25 188 0
1021037 일반 민주 소련이었으면 레닌 지역구가 어디였을까 [3] 헤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4 106 0
1021036 일반 프랑스가 조롱을 면하려면 6주가 아닌 몇주를 버텼어야? [9] ㅇㅇ(218.39) 13:12 235 0
1021035 일반 경제연산) 근데 연산군 시기가 배경인 건 확실히 좋은 선택인듯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8 242 11
1021034 일반 띵군) 근데 오늘 띵군 연재안함?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47 139 0
1021032 일반 제대로 맛탱이가 간 대역한국이 보고싶구나 [5] 대역조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42 225 1
1021031 일반 띵군) 현지 남자로 태어낫으면 동아시아 난리낫을듯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40 288 5
1021030 일반 띵군)폐주가 눈물의여왕 재밌게 본거같은데? [6] zexi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38 266 8
1021029 일반 ㄱㅇㄷ) 왜 멘셰비키는 계속 분열됐을까 [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36 162 0
1018701 일반 신문고 다시 열었습니다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4 602 1
1021028 일반 ㄱㅇㄷ)태평양 전쟁 발발 전 중일전쟁 종전은 어떰? [12] ㅇㅇ(218.39) 12:30 129 0
1021027 일반 ㄱㅇㄷ)만반도는 너무 넓어서 치안유지 못할 것 같음.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171 1
1021026 일반 ㄱㅇㄷ)30년대 시점의 일제 입장에서 최선은 뭐였음? [31] ㅇㅇ(218.39) 12:20 241 0
1016225 대회 트립대전, 버섯재벌, 트립사학도 대회를 개최합니다 [17] 정신세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792 23
1021025 일반 띵군)현관합체국에 국혼 맺을 애가 있긴 함?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 175 1
1021024 일반 유송 대역도 잘 쓰면 기깔날 것 같음 [2] 대붕이(121.159) 12:01 107 5
1021023 일반 바스크 에스파냐 관련 질문 ΟωΟ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56 58 0
1021022 일반 오인차단 판결문보니 새삼 떠오르네 [22] 카프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55 255 1
1021021 일반 지구-43256의 고흐 김치랜드에영광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52 85 0
1021020 일반 띵군) 현관합체국 조만간 국혼하자고 찾아올 것 같음 [2] 대붕이(121.159) 11:48 206 1
1021019 일반 아 념글 2일치 밀린거 언제 다보냐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46 29 0
1021018 일반 석유왕 대역 가능? [2] ㅇㅇ(49.143) 11:45 131 0
1021017 일반 ㄱㅇㄷ)로프솔트 기술 ㅆㅅㅌㅊ네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32 176 0
1021016 공지 판결문 [5] 정신세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9 201 3
1021015 일반 충무아들)주인공이 시가 홍보는 제대로 했는데 아버지가 금지시킴ㅋㅋ [3] AUS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7 202 2
1021013 일반 1588 주인공이 받은 치트는 대역물 통틀어서도 존나 쎈거같은데 [2] 호날두우리흥갓전파고세구맨유르세라핌엘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246 0
1021012 일반 초코마왕)저시기 알자스로렌에 독일계 많앗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9 121 1
1021011 창작 주공단이 되고 싶었던 수양군 [1] 대붕이(49.1) 11:05 168 3
1021010 일반 뉴비인데 찐 중세 영지개발딸물 추천해주세요오오옷 [2] 대붕이(182.231) 11:02 11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