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잘 안 알려졌지만 실제 있었던 사건이야. 1396년 6월-1397년 4월까지 나온 이야기었음.

이성계는 즉위한 이후로 팽창정책을 계속 밀어붙여서 명나라랑 영 사이가 별로였음. 이 시점쯤 되면 이성계 니가 직접 못 오면 니 오른팔 정도전 내놔라 뒤질래 십새가 지랄하고있네 같은 훈훈한 관계가 된 상태.

이걸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된게 이방번의 왕세자빈이 없으니까(이 시점에는 현빈 심씨는 진작에 결혼하긴 했는데 공식적인 세자빈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지위였는 듯. 후궁에 가까웠던것 같따.) 결혼으로 혼맥 맺어보는게 어떰? 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주원장피셜에 따르면.

중국 주변에 인접한 사이(四夷)가 멀고 가까운 것이 같지 않는데, 오직 조선(朝鮮)이 동쪽 변경에 가까이 있어 다른 곳과 비교하면 심히 절근(切近)하다. 전자에 왕씨(王氏)가 정사를 게을리 하여 망하고 이씨(李氏)가 새로 일어났는데, 자주 변경에서 흔단(釁端)을 내므로 짐(朕)이 두세 번 말하였으나, 마침내 그치게 하지 못하였다. 오래되면 병화가 생길까 염려하여 실은 서로 혼인을 하여 두 나라의 생민을 편안히 하고자 했고, 이런 생각을 가진 지 여러해가 되었다. 그러므로 29년 6월에 다만 행인(行人)으로 이 뜻을 통하게 하였는데, 사자(使者)가 돌아오매, 왕이 나와 영접하였다는 말을 듣고, 짐(朕)이 장차 반드시 혼인의 일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하였다.

http://sillok.history.go.kr/id/kaa_10604017_001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음. 내용은 이렇게 내가 진심으로 사돈맺을라고 했는데 이성계 니가 좆같이 굴어서 못해먹겠다는 식이지만... 실제로 바로 전 해 실록의 6월 기사를 보면

황제가 혼사 맺자고 했다는 것을 종묘에 고유하였다.

http://sillok.history.go.kr/id/kaa_10506013_001

이런 내용이 나와. 다음달 기사를 보면 이 때의 중국사신이 

"황제의 명령을 받들고 온 일을 아직 끝내지 못했는데, 한갓 술에만 취하면 무어라고 복명(復命)하겠는가? 정한 계책만 말해 준다면야 연일 취한들 어찌 싫어하겠는가?"

근데 이렇게 잘 풀리는 듯 싶더니 1397년 4월에 가장 먼저 인용한 주원장이 "내가 이렇게 진지하개 사돈 맺으려고 했는데 니가 좆같이 굴어서 파토났다 씨발아!" 공문이 날아오면서 작살이 남.

그리고 거의 곧바로인 1397년 6월부터는 요동정벌 논의가 본격화되서 조준이 반대하니까 남은이 조준은 셈은 잘 세도 큰일을 도모할 수 없다며 디스한다거나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1397년 9월에 심씨를 공식적으로 현빈으로 삼으면서 완전히 끝이 남.

일단 태조실록은 곡필이 엄청 심해서 알아보기 힘들긴 한데(대표적으로 저렇게 사돈문제 이야기하러 온 사신이 개뜬금없이 이방원한테 몰래 고두례를 했다는 헛소리가 적혀 있다거나... http://sillok.history.go.kr/id/kaa_10506026_002 주원장이 인간백정질 죽어라 하던 중인데 목숨이 열개쯤 있는 놈이 아니면 진짜로 명을 대표하는 사신이 뒤지려고 조선의 일개 왕자한테 그랬을 리가...)

아마도 정황상 주원장은 결혼까지 하면 이성계가 지랄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했고 이성계는 결혼까지 할 정도면 요동정도는 지참금으로 챙겨먹을 수 있겠지 정도를 생각한 것 가따. 결혼 파토나자마자 이성계가 '그래? 그럼 요동은 직접 내손으로 가져오지 머ㅋㅋㅋ' 하는거 보면 말여. 이건 내 추측.

그런데 재미있는 건 주원장은 1398년 5월에 뒤진다는 거임. 저 때 저 결혼만 성사됐으면 주원장 뒤지자마자 8월에 터지는 정난의 변과, 마찬가지로 8월에 터지는 1차 왕자의 난에서 조선의 입장이 너무너무 재밌어 진다는 거다.

아무래도 처갓집이 명나라 황실이 되면 원래 막내였고 나발이고 세자 방석이의 위상이 존나게 높아질 테니 함부러 비비기도 힘들고, 공식적으로 명나라랑 척지고 요동정벌 하자는 것도 아니니 그거 핑계로 쿠데타도 무리니 1차 왕자의 난은 아무래도 불가능해질 것 같은데

대신 그렇게까지 명나라 황실이랑 가까워진 상태라면 아무래도 정난의 변에서는 조선이 건문제 편을 안 들수가 없단 말이지. 주원장도 말년에 번왕들 따로노는거 눈치 못챈것도 아니니 저 시점에 조선이랑 결혼동맹 했다 치면 당연히 건문제랑 가까운 혈연으로 맺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