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대한국의 민간 역량은 호락호락한 수준이 아님.

2부 에필로그부터 면포공장에 증기기관 이용해서 면포를 짤 생각하는 기업가들 튀어나오고, 그 기업가들이 당장 3부에서 중추원에 들어가서 세율에 대한 의견을 듣고, 국채 조기상환건에 대해서도 태황과 대립할 정도로 목소리 내고 있는 상황임. 조기상환 추진한 호부 관리들이나 문관 출신 중추원 의관들은 청산 찬성할때, 송방을 비롯한 9개 상단 대표로 중추원 입성한 의관들은 호부와 대립하면서 태황한테 자신들 요구사항 관철시킬 정도로 발전했음. 저정도면 3~4부 사이 시점의 삼부회 부르주아는 따위로 취급할 정도의 발언권임.

그리고 3부에서는 서학당에서 서양쪽 대학처럼 이학/과학/공학쪽 인재들 찍혀나오고, 일부 분야에 한정되지만 이렇게 배출된 인재들은 세계 선도하는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

한마디로 문과충 이재석이 뭔가를 "발명"해 오라고 시키는건 너무 매끄럽지 못한 전개가 이어질거 같다는 말임. 예를들어 갑자기 뜬금없이 "내연기관을 만들어와라. 석탄 대신 석유로도 기관을 만들면 되는게 아니냐?" 라고 태자가 입털면 얼마나 어이 없겠냐. 구체적으로 어떤식으로 제어하는지, 아니면 카르노 사이클을 예시로 들지도 못하고 그냥 만들어 오라고 해서 진짜 만들어 오는 전개가 얼마나 매끄럽고 소구력이 있는지는 난 잘 모르겠음. 이미 2부에서 증기기관 방직공장 세울 생각 하고 던 조선인들이 4부쯤 되면 민간 학자들도 석유 태우면 에너지 나온다는걸 모를리가 없잖아.

차라리 대한국 사람들이 스스로 돈맛보고 눈돌아가서 기술도 개발하고 새로운 기물을 발명하고, 그걸 토대로 창업해서 떼돈을 벌수 있는 환경이나 문화를 이재석이 조성해주면 더 좋을거 같다는 생각임. 동시대 영국같은 국가들 벨 에포크때 빅토리아 여왕이 시켜서 기술개발한건 아니잖아?

예를 들면 이제 영국 왕립학회처럼 기술 발전을 촉진시킬수 있게 뒤에서 후원해줄수도 있음. 이재석도 잔인한거 좋아하는 싸패지만 21C 살다온 현대인이니깐 이제 민간에서 신문 읽다가 "이거다!" 싶은 기술 만든 기업들이 있을거 아님? 그런 기업들을 내수사 움직여서 투자하는 식으로 후원해줄수도 있지. 어차피 만드는건 이재석보다 대한인들이 더 잘만들텐데 말이야.

국내 대자본들이 이득볼수 있게 판깔아주는 역할도 좋음. 그래서 예전에 급한 나폴레옹 상대로 자원 채굴권 얻어오는 식으로 이재석이 협상해온거 난 진짜 좋은 전개라고 생각했음. 청한테 시추 기술도 협상해서 얻어온 판인데 신프랑스에 석유가 있고 이게 돈이 된다고 하면 미주 사람들이 Go East 하러 안가겠음?

유럽국가들 눈치봐야해서 더이상 남반구로 확장하기 어려운 대한 본국 대신 휘하 번국들한테 소제국주의 심어줘서 제국주의 아웃소싱 시키는 방법도 있음. 이미 술루국은 성전이라는 명목하에 영토확장 하려고 하고 있고, 하와국은 남반구 폴리네시아 제도들 상대로 노예무역 등등 좆간질 하는 중임. 악행들은 짬때리고, 시장도 늘리고, 원료도 수입하고, 번국한테 떡도 잔뜩 먹여주고, 혹시 번국들이 확장하다가 영프랑 마찰 생기면 큰형님답게 번국들 서포트도 해줘서 재조지은 뽕맛도 먹여주는거지.

본격적으로 중앙은행 세워서 통화정책을 바탕으로 경기 과열을 조정하고 침체를 막는 역할을 하도록 할수도 있음. 중앙은행 세워도 예전 1,2,3부때 흉작이었던것처럼 경기도 몇번 꼬라박아보겠지. 그런데 그러면서 금융 관련으로 대한국 사람들이 배우는게 없겠음? 그리고 미국이 트러스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록펠러 가문같은 독과점 기업들 대가리 부셔버린것처럼 송상도 ㅅㅗㅇㅅㅏㅇ 만들어서 기업간, 개인간의 경쟁을 유발시킬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포디즘과 같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자본주의를 세우면 가장 좋겠지.

이런식으로 경쟁을 촉진시켜서 기존처럼 관이 이끌고 민이 따라가는게 아니라 민간이 알아서 치고받으면서 발전할수 있게 하는게 이번 생애의 이재석이 할 역할이 아닌가 싶다. 문과충 공시생이 갑자기 교류전원으로 발전소를 만들라고 시키는것보단 그게 훨씬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