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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수정)동로마 황녀를 임신시켰다 - 23화+정식연재 공지!

열이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14 21:25:41
조회 1949 추천 36 댓글 44
														


정말 죄송합니다!!!! 모종의 서식 오류로 내용이 본문 내용이 잔뜩 짤리고 이상한 상태였습니다!!! 곧바로 수정했으니 용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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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마 황녀를 임신시켰다 23화 + 정식연재 공지







안녕하세요! 열이틀입니다! 동롬황녀임신의 대역갤 마지막 화를 시작하기 전에, 문피아 정식연재 공지를 짧게 드리려고 합니다!

대역갤 여러분의 응원에 힘입어, <동로마 황녀를 임신시켰다>가 드디어 문피아 정식 연재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23화를 마지막으로, 동로마 황녀를 임신시켰다는 문피아 일반연재란에서 연재될 예정입니다.

그간 많이 부족하고 모자란 글을 즐겁게 읽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부터 전부 여러분 덕분입니다ㅠㅠ

불규칙한 연재 시간과 들쑥날쑥한 필력으로 많이 실망시켜드려 죄송했습니다…정식 연재에서는 결코 그럴 일이 없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분량 비축은 물론이거니와 글 쓰는데에 집중할 수 있게 주변 환경을 좀 정돈했습니다!)

아울러 바빴던 일들과 스케쥴이 이번 주 금요일을 끝으로 정리되는지라, 3월 말 정도까지는 정말 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료 연재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4월달 이후의 일들도 미루고 제대로 연재에 매달릴 생각입니다!

부디 금태양 바이킹 친위대장과 역경을 딛는 황녀의 동로마 생존기가 마지막까지 계속될 수 있도록 꾸준한 성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대역갤 연재분을 전부 읽어주신 독자님들도 즐겁게 다시 읽으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 불만족스러운 부분 수정 - 시간이 없어서 필력이 떨어지거나 불만족스러웠던 묘사를 대폭 수정할 예정입니다!

2. 주석 - 2화 이후로는 제대로 달지 못했던 주석을 자료 조사를 통해 매 화 제대로 적어볼 예 정입니다!

생소한 시대와 배경의 소설임에도, 극초반부 이후 매일 급하게 올리느라 간단한 주석도 채 제대로 적지 못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독자님들이 보다 즐겁게 읽으실 수 있도록 다양한 주석들로 보완하겠습니다

3. 지도 - 글을 보시면서 지형이 상상이 안 되어 많이 답답하셨죠. 그림쟁이 동생의 도움을 받아, 독자분들의 이해를 도울 지도를 필요한 회차마다 게시할 생각입니다!

각 군대의 진군로나 키예프 루스로 향하는 주인공의 행군. 전장의 지형 및 군대의 배치부터 전투의 과정까지 일목요연한 지도로 표현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주일에 최소 한 개 이상의 지도를 첨부하여 구글맵 검색 없이도 원활하게 읽히는 글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4. 소제목 - 매 화 재밌고도 적절한 소제목을 달아볼 예정입니다! 매 회차마다 소제목을 다는 갤 창작은 없길래 좀 아쉽지만 포기했는데, 피식 웃음이 나올 수 소제목들을 이리저리 준비 중입니다.

5. 분량 추가&빠른 전개: 스토리의 진행이 크게 없었던 회차는 이전/이후 회차와 통합하여 전개 속도를 빠르게 하고, 시간 이슈로 분량이 풍성하지 못했던 회차는 공을 들여 가필을 할 예정입니다!

갤 연재 중~후반부에 들어 계획했던 것보다 묘사는 힘이 빠지고 진행은 루즈해졌습니다. 부끄러워서 갤 연재분을 다시 보는 것도 힘들어졌는데 제가 전부 갈아엎습니다 진짜…!

이런 수정사항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티가 많이 날 겁니다! 아무래도 제 준비부족으로 갤 연재가 흐지부지된 면이 있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연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 7일 연재에 연참도 있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대역갤 분량을 따라잡고 준비해 온 스토리를 전개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중요!!) 글의 성적이나 추이가 좋을 경우, 감사의 의미로 대역갤에 동롬황녀임신의 외전들을 주기적으로 연재하도록 공약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생각해둔 소재만 해도 주인공과 조이의 첫날밤, 시체 밭에서 살던 시절의 주인공과 기묘한 까마귀의 이야기, 바랑인 친위대가 되기 전- 흰 까마귀 용병대의 첫 번째 의뢰, 토르켈과 주인공의 첫만남과 결투, 황제의 어린시절 등등으로 다양합니다.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한데요, 투데이 베스트에 들게 되면 외전의 폭풍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물론 설령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갤 창작 분량을 따라잡을 때까지 1주일에 한 편 이상은 무조건 올릴 생각입니다. 외전 시리즈 역시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재 극초반에는 최대한 많은 유입을 위하여 업로드 시간을 바꿔가며 연재를 할 예정인데요, 매 회차의 작가의 말에 다음 회차의 연재 시간을 미리 공지하겠습니다!

+정식 연재공지를 겸하는 이 글을 제외하고, 동롬황녀임신의 프롤로그~22화는 내일 중으로 삭제됩니다.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잘부탁드립니다!!!

(혹시 1화부터 22화까지를 읽지 않으신 독자분이 있다면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다음의 내용을 읽지 마시고 문피아 연재분을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3화===



뜬금없이 튀어나온 여동생과 더 뜬금없이 튀어나온 혼담은 내 뒤통수를 땡기게 만들기 중분했다.

“결혼? 누가? 너랑? 보리스가? 여기 콘스탄티노플에서?”

“응응. 아버님이 날 여기로 보내셨어.”

천하태평한 라그닐드의 말투에 저절로 내 말투가 격해졌다.

노르웨이에 있을 때부터 보통 또라이 같은 게 아닌 동생이었지만, 아니 최소한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는 진지할 줄 알아야지!

“너가 언제부터 아버지를 아버님이라고 불렀…설마, 블라디미르 대공 말하는 거야?”

“엉.”

아, 머리가 급격하게 띵해진다. 나는 격하게 몰려오는 피로에 관자놀이를 마사지했다.

그래. 내가 너무 물렀다.

정확히 말하면 잊고 있었다.

‘원래 중세의 모략이란 건 절반이 결혼이고 나머지 절반이 암살인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중세의 혼담과 결혼은 가문 사이의 비즈니스다. 가문과 가문의 결합. 동맹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계기가 바로 혼인이었다.

사회적 안전망이 아마존 정글 수준으로 수렴하는 이 시대에서는, 가족처럼 자신의 편인 것이 확실한 사람이 아니라면 와인으로 식초를 만든다고 해도 의심부터 하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믿을 수 있는 가족을 늘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 뭘까? 당연히 혼인이다. 정략결혼을 통해 유력자들을 아군으로 만드는 것은 어느 시대에서나 모략의 표준이었다.

황녀랑 원나잇했다가 애 생겨서 결혼까지 하게 된 누구의 이야기는 잠시 잊어주길 바란다.

아무튼 블라디미르 대공은 바로 이 허점을 노렸겠지. 굉장히 똑똑한 한 수였다.

황제의 사위가 된 나는 분명 우리 가문 전체에서 가장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2013년도의 비트코인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난 가주가 아니었다.

가문의 중요한 일들, 특히 딸들의 혼처에 대한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가주의 권한. 아버지를 공략해서 라그닐드와 보리스를 결혼시키는 건 내가 대처할 수 없는 일격이었다.

‘대응 방법이 없네. 당했어.’

더군다나 하필 나랑 제일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 친한 여동생을 골라버렸다.

이제 보리스가 후계 다툼에서 패배하면 라그닐드도 죽은 목숨이었다.

내가 아무리 사람 같지도 않은 인성의 소유자라고 해도, 제일 가까웠던 여동생이 죽어버리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저 반응을 보면, 적어도 보리스는 이 상황을 진짜로 몰랐던 것일 테고.’

내 뒤에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결혼을 통보 당한 보리스는 당황한 얼굴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표정 하나 못 감추는 모습을 보아하니 이 계획을 알고 있었다면 저 저번 달쯤 나한테 실수로 불어버렸을 터.

이렇게 된 이상 보리스를 대공으로 만들면서 최대한의 이득을 빨아먹고 동로마를 감히 넘보지 못하게 할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했다.

“하아…그래서, 콘스탄티노플 음식은 좀 어떠냐? 입맛에 좀 맞고? 친구는 사귀었어?”

빠르게 머릿속에서 체념을 결론 지은 나는, 기왕 이렇게 된 거 몇 년 만에 만난 여동생의 건강이나 살펴볼까 싶어 질문을 던졌다.

“그건 제가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대답이 돌아온 것은 복도 건너편에서 부터였다.

원정 내내 수십 번도 더 마음 속에서 그렸던 목소리. 나는 빛보다 빠르게 목소리가 들린 장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 새언니!”

내가 없는 사이에 친해지기라도 한 것인지 라그닐드가 반색한다.

조이, 부끄러운 듯 만삭의 배를 살포시 가린 그녀가 복도 저쪽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 이렇게 되면 여동생이고 뭐고 다 필요 없지.

나는 한 달음에 달려나가 환하게 웃는 조이를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



-당신이 아이를 낳기 전에 와 주길 바랬지만, 정작 숨어버리고 싶기도 하네요.

-왜요? 나는 행복하기만 한데.

-살쪘잖아요, 살찐 모습 보여주기 싫어요.

-내 눈에는 똑같이 날씬하고 아름다워요.

-아니 임신 마지막 달인데 어떻게 날씬할 수 있겠어요!

세 개의 계절을 건너 마침내 조이와의 해후를 즐긴 나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밤 늦게 사무실로 돌아왔다.

만삭의 몸인 조이는 체력이 떨어져서 일찍 잠에 들었다.

나 역시 그녀의 냄새를 맡으며 잠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먼저 콘스탄티노플로 귀향한다는 것을 이유로 황제가 나에게 던져 높은 업무를 건드리기라도 해야했다.

역시 비인간적인 것만큼은 참으로 한결 같은 황제였다.

‘그냥 오늘처럼 하루종일 조이나 부둥부둥하면서 평생 살고 싶다.’

복도에서 부터 키스를 퍼붓자 조이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화를 냈다. 시종들이 다 보는 와중에 뭐 하는 짓이냐는 이유였다. 온갖 연대기와 역사서에 남을 거라면서.

내 입장에서는 알 바가 아니었다. 열정적인 사랑꾼으로 역사에 남으면 오히려 좋은 일 아닌가?

행복감으로 터져버릴 것 같은 재회였다.

…하지만 이곳, 어두운 막사 안에서 나는 다시금 혼자였다.

촛불을 켜놓고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하는데, 아까 전 라그닐드가 가져왔던 소식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잠깐, 큰형님이 너를 보냈다고? 아버지께서는?

-아버지 돌아가셨어. 잘됐지? 원래 오빠 아버지 엄청 싫어했잖아.

호콘 시구르손. 노르웨이 라데의 야를이었던 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

-아, 그리고 보니까 지금 전해주면 되겠네. 받아!

대수롭지 않게 아버지의 사망을 알린 라그닐드는, 아버지가 내게 특별히 남겼다는 유품을 전해줬다.

야를 시절의 그가 노르웨이를 통치하고 욤 전사단을 분쇄했을 때 썼던 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던 검을 천천히 뽑았다. 촛불을 받아 검신의 물결무늬가 일렁인다.

짧디 짧은 핸드가드와 손잡이. 직선으로 이어지다 급하게 좁아지는 칼날.

슬슬 전통적인 바이킹 소드는 모습을 감추고 아밍 소드가 하나 둘 등장하는 중이었지만. 아버지의 검은 꿋꿋이 전통적인 바이킹 소드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 검은 백 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물건이었으니까.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검신에 명각된 문자들을 어루만졌다.

+VLFBERH+

울프베르트. 유럽의 시대를 풍미한 바이킹 소드 중 현대까지도 가장 유명한 도검류.

오파츠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비밀리에 전승되는 공법을 이용한 이 검의 철은 현대에 겨우 등장한 고탄소강과 맞먹는 정도의 순도와 탄소 함유량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아버지조차 한 자루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명검.

‘그 검을 나에게 남긴 건가.’

큰형도, 작은형도 아니고 나에게. 나이를 먹자 마자 그의 곁을 떠나려고 한 말썽쟁이 아들인 나에게.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검은 살아있는 것에 휘둘러야 그 예기가 살아난다고 말했었다.

내 곁에 둔다면 두 형님들에게 물려주는 것보다 검이 피를 많이 볼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 말 대로였다. 내가 역사를 바꾼 덕분에 불가리아는 9년이나 빨리 무너져버렸고, 끊겨야 했던 마케도니아 황실의 핏줄은 이어져 버렸다.

앞으로 내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피를 가져올 것인지는 나 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다.

망설임이 깊어질수록 관찰은 집요해진다. 새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흑단 손잡이에는, 아버지가 검에 붙인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람-Gramr’’

고대 노르드 어로 ‘분노’. 볼숭 사가에서 영웅 시구르드가 휘둘렀던 검과 같은 이름이었다.

신화 속 시그루드의 최후를 감안하자면, 이보다 더 재수없고 거지 같은 이름이 없다.

‘영감탱이 진짜 죽을 때까지..!’

문득 가슴이 답답해진 나는 사무실에서 나와 후원으로 향했다.

일찍이 내가 콘스탄티노스 8세에게 습격당했었던 정원은 달빛에 젖어 호젓하게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흐르는 달빛을 재료 삼아 검무를 췄다.

차가운 강철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아래 밤은 깊어져 갔다.



##



같은 시각 콘스탄티노플 시내 어딘가의 저택.

어두운 방 안, 세 명의 사내는 흐릿한 촛불 하나만을 사이에 둔 채 서로를 마주봤다. 응접실이라고 불러주기도 어려운 작은 방에서 사내들은

그러나 이윽고 저택의 주인, 염소 수염을 길게 꼰 남자가 과일 바구니에서 포도알을 하나 입에 넣고 입을 열었다.

“…자, 그 야만인이 돌아왔소. 믿기지 않는 전공을 이룬 채. 작위도 곧 받아내고야 말겠지.”

“조치를 취해야 할 날이 오고 있다는 뜻이군요.”

그렇게 말을 이어받은 것은 팔짱을 낀 대머리의 남자였다.

단단히 각오한 채 무겁게 꺼낸 말이었으나, 깡마른 얼굴의 세 번째 남자는 즉시 반론을 해왔다.

“비상한 조치를 취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소? 시민들과 귀족들이 야만인 출신의 황제를 받아들일 리가 없지 않나.”

“글쎄, 귀족들이라면 몰라도 시민들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 같은데. 황녀의 인기가 심상치가 않소. 천것들이 경마 따위에 환장해서는…”

큰 결심을 하고 말을 꺼냈는데 여지없이 태클이 걸린다. 기분이 상한 대머리의 남자는 저도 모르게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대답했으나, 깡마른 남자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고작 시민들의 지지밖에 없어서야 똑같지. 귀족들이 눈을 부라리는데 제위를 어찌 노리겠소? 생각 좀 하고 말하시구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염소수염의 남자가 갑자기 끼어들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내가 모은 정보에 따르면, 황녀와 야만인은 귀족들의 도움 없이도 제위를 차지할 방법을 찾은 것 같던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근거가 있는 것인가?”

“귀족들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나? 황제조차도 귀족들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권위의 원천이 어디냔 말이오?"

“그야 당연히 원로원 아니겠소.”

원로원. 고대 로마로부터 내려오는 신성한 의결기구. 제정이 천 년을 넘긴 지금 상황 속에서도 로마의 황제들은 원로원을 없애지 못했다.

최근에는 장식 정도로 취급받기도 했지만, 귀족들의 협의체로써 원로원이 가진 권한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지적한 염소수염의 남자가 입술을 뒤틀며 말했다.

“맞네. 황녀와 야만인이 황제를 설득해 원로원 개방을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더군. 상공업자 조합장들 하나하나에게 원로원의 의석을 주겠다는 것이네.”

“그것이 정말이요?!”

“맙소사…상상도 못했군.”

대머리의 남자와 깡마른 남자가 동시에 경악했다.

원로원 개방이라니, 이건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일이다. 거대한 기득권의 해체를 실감한 두 남자는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뒤 재개된 논의는 이전보다 훨씬 눅진한 열기를 띄고 있었다.

“…일단 공작께서는 확실히 참가의 의사를 밝히셨소이다.”

“의원들 사이에 소문을 퍼뜨릴 필요도 있겠구려. 원로원 개방이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아주 경기를 일으킬거요.”

“녹색당과 청색당은 아직도 그 조직이 견고하지 않소. 내가 앞장서서 간자들을 뿌리도록 하지.”

군대는 이렇게, 여론은 저렇게.

떨어지는 촛농에 비례하여 반란의 계획이 정교해진다.

반역자들의 낮은 웃음 소리 아래 밤은 깊어져갔다.

##



다시 한번 같은 시각 멀고 먼 북방, 덴마크 왕 갈고리수염 스벤의 궁성.

중년의 왕은 타닥거리는 모닥불 앞에서 자신의 아들과 마주했다. 벽 너머에서 몰아치는 눈보라도 두 사람의 작은 ‘회의’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대공의 셋째 아들이 어지간히도 쫄리나보구나.

왕은 저 멀리 루스의 땅에서 온 편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편지의 발신인은 야로슬라프 블라디미로비치.

블라디미르 대공의 유력한 아들이자 로스토프의 공작인 그는, 머나먼 덴마크의 궁성에까지 동맹을 제안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초조할 수밖에 없죠. 자신을 제외한 모든 형제들이 후계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일 테니.”

다리를 꼬고 앉은 왕자는 그렇게 말하며 와인을 홀짝였다. 아직 수염조차 없이 매끈한 얼굴이었지만, 날카로운 눈가에서부터 지성과 교활함이 엿보였다.

“보리스와 글룸이 뒷배를 얻으며 기세를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쯔, 하필이면 노르웨이라니.”

“둘째 형 스뱌톨코프도 문제죠. 최근 폴란드와 심각하게 가까워지고 있단 이야기가 있습니다.”

허, 어이가 없어진 스벤은 짧은 탄식을 뱉었다. 폴란드에 노르웨이에 동로마, 거기다가 이제는 덴마크마저 끌어들인다고?

이건 숫제 루스 땅에서 유럽 전체가 전쟁을 벌일 판 아닌가.

“네 첫 출진을 생각보다 빠르게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늙은 블라디미르가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 루스가 불타오르게 생겼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는 스벤 왕. 그러나 왕자는 흔쾌하게 왕의 제안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런 큰 전쟁이라면 배울 것도 많겠군요. 고대하는 바입니다.”

크누트, 북해 제국의 건설자로 기억될 소년은 나지막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는 불가리아를 무너뜨린 한 명의 바이킹을 떠올리고 있었다.

‘황제의 흰 까마귀, 미클라가르드의 시구르드라.’

노르웨이와 동로마가 동시에 엮이는 판에 그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는 없으리라.

과연 어느 정도의 걸물일까?

역사의 승리자로 예정된 소년은 티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새로운 만남에 기대를 품었다.

크누트는 눈앞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는 전쟁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



복귀 일주일 뒤 아침, 콘스탄티노플 부콜레온 궁전의 삼엄한 내궁.

‘제발, 제발, 제발.’

나는 조이가 들어간 산실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벽 너머에서 조이의 비명과 신음이 계속 들려왔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문을 열어 제끼고 들어가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저 산실은 금남의 구역. 남편조차도 감히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산파와 의사들을 믿고, 어떻게든 조이가 괜찮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조이는 지금으로 8시간 전, 잠자리에 들려고 했을 때 갑자기 진통을 시작했다.

급히 시종을 깨운 내가 눈을 부라리며 으르렁거리자, 대기 중이던 산파들이 쏟아져 나와 조이의 출산을 준비했다.

우리는 황제 부부가 아니었음으로 그 유명한 자줏빛 산실을 쓸 수는 없었다. 그래도 부콜레온 궁에 설치된 산실은 세계 어느 나라의 것보다 훌륭할 것이 분명했다.

출산은 길고 지난한 과정이었다. 조이가 출산의 단계 앞에서 괴로워 하는 동안 나 역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괜찮을 거다, 괜찮을 거다, 괜찮을 거다…”

게다가 나는 지금 인생에서 최대로 긴장을 한 상태였다. 차라리 불가리아를 한 번 더 멸망시키는 게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을 정도.

그저 필사적으로 조이가 괜찮을 거라고 되뇌일 수밖에 없었다. 조이가 괜찮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남편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조이의 골반은 완벽한 순산형의 그것이었다. 그래, 그런 훌륭한 골반을 통해 출산을 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가 없지.

괜찮을 거다, 괜찮을 거다, 괜찮을 거다…

그 순간, 갑자기 산실의 문이 열리더니 주름진 얼굴의 산파가 튀어나왔다.

“출산하셨습니다. 황녀님도 아기도 건강하십니다.”

나는 즉시 문을 박차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단 1초도 참을 수가 없었다.

땀에 푹 절어서 침대 위에 기진맥진한 조이가 보였다. 눈물자국이 말라붙은 그녀는 내 모습을 보고 간신히 웃음을 지어 보였다.

“테…오…”

“괜찮습니까? 너무 잘해줬습니다. 고생하고 또 고생했어요.”

바람처럼 그녀의 곁에 앉아 손을 잡아주는데, 조이는 말없이 침대 건너편을 턱짓하며 희미한 목소리로

“봐봐요…우리의 첫 아기예요.”

수석 산파가 들고 있는 하얀 포대기. 그 안의 모습을 본 나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씨익 웃음지은 산파가 그 포대기를 나에게 전해줬다. 나도 모르게 식겁을 할 뻔했다. 안아도 되는 건가? 다치게 하면 어떡하지?

덜덜 떨면서 아이를 품에 안았다. 도저히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

울고 싶은 건지 웃고 싶은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조이가 피식피식 웃는 걸 보니 퍽이나 웃긴 표정을 짓고 있었나보다.

“그렇게 이상한 표정만 짓지 말고 이름을 불러주세요.”

아 그래,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아빠인 내가 할 일이었다.

여자아이일 경우와 남자아이일 경우를 생각해서 이름을 두 개 지어놨지.

아기의 성별을 확인한 나는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은…”



-뒷이야기는 문피아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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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432 공지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 시트(23.08.04) [6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5.20 1661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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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689 일반 폴프메 떴다 없는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3 16 0
1021688 일반 ㄱㅇㄷ)만반도 핵심은 그 이후라고 생각함 [6] i핀iz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58 0
1021687 일반 ㅋㄷㅌ)적백내전 참전하진 않겠지?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29 0
1021686 일반 경제연산)고작 지진따위에 주인공 해놓은게 도루묵되려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85 3
1021685 일반 ㄱㅇㄷㄴㄷㅆ)도원결의 대붕이(124.111) 06.10 41 0
1021684 일반 1588)네모가 노래 부르면 다국어 구사자는 어떻게 들리려나 [4] 대붕이(58.227) 06.10 106 0
1021683 일반 경제연산) 한 10년 뒤에 한양에 큰 지진 나던데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140 0
1021682 일반 경제연산)시계열 좀 헛갈리는데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79 0
1021681 일반 대놓고 제목부터 인종떡밥이니 판결문 안 써도 되겠지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115 2
1021680 일반 여포효도) 나중에 한 황실이 일본 덴노화되지 않을까 [4] ㅇㅇ(180.65) 06.10 127 0
1021677 일반 ㄴㅅㅈ/ㄴㄷㅆ)여기 세계관 잔다르크는 [2] 스윙바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169 1
1021676 일반 동롬황녀) 이 정도에서만 끝내도 사후 군신 확정 아니냐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171 0
1021675 일반 여포 이거 맛도리인데 초선 빙의자 설정은 맛 좀 떨어지네 [1] 대붕이(223.57) 06.10 147 1
1021674 일반 스포) 편살 엔딩은 어떨지 궁금하네 [4] 따아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188 0
1021673 일반 1588) 뻘글 [1] 대붕이(59.27) 06.10 115 0
1021672 일반 편살) 이번화의 고증 코스믹호러 [1] 두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229 5
1021671 일반 1588) 오늘은 좀 아쉽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137 0
1021670 일반 ㄴㅅㅈ) 내 프랑스에 루이는 업다 [2] 베일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195 5
1021669 일반 폴프메 이틀 연속 휴재라니 C.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78 0
1021668 일반 19세기 만따먹 관련해서 개인적인 입장은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209 0
1021667 일반 ㄴㄷㅆ, ㅌㅌㅊ)장기덕후 쇼군이면 공략법은 정해진 거 아님? [3] ▩슈빠르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26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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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662 일반 노세종) "왕이 혁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67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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