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이 먹고싶은 새벽이다. - 중세게임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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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일반] 국밥이 먹고싶은 새벽이다.앱에서 작성

ㅇㅇ(211.57) 2020.10.02 04:22:58

조회 40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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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새벽 4시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잠들 시간이지만 나는 잠에 들지 못한다.

한적한 시골의 차가운 새벽공기 때문일까,

옆방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시끄러운 코골이 때문일까.

오랜만에 올라온 시골이다.

새벽 우수에 젖어 옛 추억이 스며든다

어머니를 따라 시골에 가서 찬거리를 잔뜩 사서 오는 길에

항상 먹었던 뜨끈한 돼지국밥.

어릴 적이지만 아직도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정겨운 이모님이 스테인리스 쟁반에 한가득 가져오시는 밑반찬들. 하나하나 테이블에 올려 둘 때마다 각기 다른 냄새가 풍긴다.

적당히 익은 김치의 산미 느껴지는 냄새와,

갓 무쳐 아직 채 숨이 죽지도 않은 부추무침의 고소함과,

한입 베어물면 알싸한 매운맛이 코끝까지 찡하게 만드는 청양고추의 매운 향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침내, 안경을 뿌옇게 흐리는,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끈한 국밥이 나오면,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미처 할 생각도 못하고 숟가락부터 들게 된다.

아직도 펄펄 끓는 뜨거운 국물을 한 숟갈 떠 후후 분다.

그래도 항상 입천장을 데곤 했었지.

아무것도 넣지 않은 뽀얀 국물을 적당히 먹고서는,

기호에 맞춰 새우젓과 다데기를 풀어 넣고 휘휘 저어 섞는다.

이때쯤이면 이미 입 안은 군침으로 가득해 당장이라도 국밥을 입에 우겨넣고 싶어지는 때가 온다.

고기 두어 점과, 뽀얀 국물을 숟가락으로 퍼 입에 넣는다.

고기의 쫄깃함과 사골국물의 고소함, 그리고 다데기의 얼큰함이 입안 한가득 퍼진다.

때가 왔다. 밥을 한가득 퍼 국물에 말기 시작한다.

나는 이 때 부추를 넣는걸 좋아했다.

부추를 한가득 넣고 부추의 향과 국밥의 국물이

밥알 사이사이에 배어들도록 잘 섞는다.

국밥 한번, 깍두기 한입.

국밥 한번, 김치 한입..

정신없이 먹다 보면 어느새 국물밖에 남지 않는다.

이 때에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았다.

다시 시장을 오기 전에는 먹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만족스러웠던 한 끼가 끝났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국밥이라는 음식의 완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면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에 기쁨으로 찰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뚝배기를 들어 국물을 마시기 시작한다.

국물과 함께 몸 속까지 따뜻함이 내려간다.

그것이 국물의 따뜻함이었는지, 어머니가 주시는 사랑의 따뜻함이었는지, 시골 인심의 따뜻함이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따뜻함이 내 몸 속으로 퍼지고 나면,

식사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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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자소머리국밥_(1)_woooo__jung2_님_인스타그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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