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계단

고양이와 손

사람의 손이란게 싫었다.

손은 뭔가를 망가뜨리기 위해 있는 것이다.

때리거나 조르거나 도구를 쥐면 찌를 수도 자를 수도 있지.

정말 싫었다. 그런 짓을 당하는 것도, 그런 짓이 가능한 것도.

어느 날 아침이었다.

입안 가득 쇠 맛이 물씬 나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깜짝 놀라 세면대 거울로 향해 입안을 살펴봤더니 이빨이 자라있었다.

동물 송곳니라고하나? 사람도 그야 뾰족하다면 뾰족하지만 그런 정도가 아니라. 

명확하게 다른 이빨보다 크고 날카롭다.

그야말로 입안이 찔려서 피가 흥건해질만큼.

원인은 모른다. 과학적인 근거같은거라면 말이지.

왜그렇게 됐나는 어느정도 짐작가는게 있다.

처음에는 이빨이 날카로워지고, 다음은 손톱이 딱딱해지더니

귀 모양이 변하기 시작했다.

혓바닥이 까슬까슬한 사포처럼 변했다.

체모가 말도안되게 진해졌다.

색을 알 수 없게 된 대신 깜깜한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들이 잘 보이게 됐다.

꼬리가 자랄 때 쯤에는 똑바로 서 있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렇다. 난 사람이 아니게 된 것이다.

아아, 물론 도망쳤지.

학교는 커녕 집에 있을 수도 없었으니.

인간이 먹는 음식을 못받아들이게 됐다. 특히 야채나 과일같은 것들

음식점 쓰레기 버리는 곳같은데서 쥐를 발견했다.

나는 그걸 한입 물었다.

....맛의 감상이 듣고싶어? 아니, 그런거 상상하고 싶지도 않겠지.

그렇지만 사람이 아니게 된 시점에는 그렇게까지 끔찍하지 않았어.

겨우 난 그런 생물과는 다른 생물이 된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침을 뱉고싶을 만큼 싫은 생물. 그것과 내가 같은 종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것을 비난하는 만큼, 스스로도 비난 당하는 감촉. 내가 간 칼을 삼키는 듯이.

나는 건전한 소년이었으니까 말이지. 자해는 기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등교길에 본 길고양이가 부러웠다.

저렇게, 볕드는 곳에 웅크려있는 고양이처럼 순수한 생물이 되고싶다고.

몸이 변하기 시작한 건 그렇게 생각한 다음 날이었다.

사람의 손이란게 싫었다.

손은 뭔가를 망가뜨리기 위해 있는 것이다.

때리거나 조르거나 도구를 쥐면 찌를 수도 자를 수도 있지.

정말 싫었다. 그런 짓을 당하는 것도, 그런 짓이 가능한 것도.

싫다고. 지금도 여전히 협오스럽게 느낀다. 정말 싫다.

그렇지만 그런 손이라도 없었다면 우린 아무것도 도울 수 없을것이다.

왜 그 날 봤던 것이  고양이였담. 호랑이나 사자였으면 좀 나았을텐데

이런 송곳니로 물어봤자 벽이나 바닥에 휙 떨쳐 내팽개쳐지면 그걸로 끝이다.

어떻게도 저항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얘길 들어줘서 고마워

그런데 넌 내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귀 기울이고 기다려주는 것 같은데,

흔한 고양이가 야옹야옹 우는 소리에 명확한 의미를 도출해내려는 것 같은데.

너는 도대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