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이 고프다. 점심은 주로 햄버거를 먹는다. 집 코앞에 버거킹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맥도날드를 먹기 위해 5km를 버스 타고 떠난다.


버스 맨 앞자리에 자연스럽게 앉는다. '나의 전용석'에 누가 앉아 있으면 속으로 짜증나고 재수 없는 날인 셈이다.


늘 가는 위치의 같은 경로를 마치 출퇴근하듯 움직인다.


키오스크에서 늘 시키는 메뉴를 조건 반사마냥 누른다. 이미 버튼 위치를 외워서 10초컷을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햄버거는 늘 피클과 토마토를 빼고 시킨다. 반드시 햄버거를 먹고 나서 감튀를 먹는다. 어릴 때부터 반대로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저녁은 고기를 먹기로 한 날이다. 나는 고기나 생선을 곁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쌀밥에 나물 김치만 있으면 꾸역꾸역 먹다 토한다.


엄마가 맛있는 한우를 사준다 해도 그따위거 필요 없고 늘 먹던 목살을 먹고 싶다고 떼를 쓴다.


목살이 두툼하게 잘 익었다. 고기 질감에도 까다로워 내가 고기 구우면 다들 맛있다고 칭찬한다. 달달한 양파를 제외한 마늘과 김치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이정도는 되어야 퍼거 소리 듣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