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소설] 어쌔신 크리드 : 포세이큰 -4 (파트 2)

ㅇㅇ(45.67) 2024.05.22 01:16:39
조회 46 추천 1 댓글 0
														

파트 2

12년 후, 1747년

1747년 6월 10일


1

오늘 그 배신자가 시장 거리 주변을 돌아다니는 걸 지켜봤다. 깃털 장식이 달린 모자를 쓰고 색깔 있는 버클과 가 터를 입은 그는 점잔을 빼며 이곳저곳의 가판대를 돌아다녔고, 밝고 하얀 스페인의 태양 아래에서 반짝거렸다. 그는 가판대의 몇몇 상인들과 농담을 던지며 웃었고, 어떤 사람들과는 말다툼을 했다. 그는 친구도 폭군도 아닌 것처럼 보였고, 비록 먼 거리에서 본 것이긴 하지만 내가 그에 대해 받은 인상은 그가 공정할 뿐 아니라 심지어 자비로워 보이기까지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배신한 것은 그 사람들이 아니다. 그가 배신한 것은 그의 기사단이다. 바 로 우리 말이다.

그의 경호원들은 그가 돌아다니는 동안 근처에 머물렀는데, 자기 일에 성실한 자들임에 틀림없었다. 그들은 시장 주변을 끊임없이 둘러보았다. 가판대의 상인 한 명이 다정한 손뼉과 함께 빵을 하나 내밀자 그는 두 경호원 중 키가 더 큰 자에게 손짓했고, 그 경호원은 칼을 쓰는 손이 비어 있도록 왼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템플러 방식의 훈련을 받은 뛰어난 사람이었다..

잠시 후 사람들 틈에서 작은 소년이 뛰쳐나왔을 때 즉시 내 눈은 경호원들에게로 향했고, 그들이 긴장한 채 위험이 있는지 살핀 다음...

안심할까?

깜짝 놀란 자기들이 우습다고 여길까?

아니었다. 그들은 긴장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었고, 그 소년이 주의를 돌리기 위한 미끼일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출중한 자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변절한 이유가 그들을 고용한 자, 하나의 대의에 충성을 맹세하고도 다른 이상을 추구한 자의 가르침 때문인지 궁금했다. 그런 것이 아니길 바란 이유는 내가 이미 경호원들을 살려 주기로 결정했 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그들을 살려두기로 결정한 것이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 싸움에 능한 두 명의 남자 와의 대결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건 잘못된 판단이다. 그들은 빈틈없는 자들일지 모른다. 의심할 여지없 이 그들은 노련한 검술가들일 것이고, 죽이는 임무에 숙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빈틈없는 노련한 검술가다. 그리고 나는 죽이는 임무에 숙련되어 있다. 내겐 그 일에 타고난 소질이 있다. 신학과 철학, 고전과 언어에서 느끼는 것과는 달리 과묵하기는 하지만 나는 스페인어를 특히 잘 해서 이곳 알테아에서는 스페인 사람으로 행세할 수도 있다. 나는 남을 죽이는 기술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않는다. 단지 그 일을 잘 할 뿐이다.

만약 내 목표가 딕위드였다면-그랬다면 내 손으로 그자를 죽인다는 것에 작은 희열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다.


2


런던을 떠나고 5년 동안 레지널드와 나는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고 생사를 넘나들며 유럽을 샅샅이 뒤졌다. 우리와 함께한 수행원들 및 동료 기사단들은 자주 바뀌었지만 우리 둘만은 변함없이 같이 다녔다. 가끔은 제니를 잡고 있다고 생각되는 터키 노예상들의 흔적을 쫓았고, 때때로 브래독이 맡고 있는 딕위드에 대한 정보를 따라 몇 달 동 안 말을 달리기도 했지만 우리는 매번 빈 손으로 돌아왔다.

레지널드는 내 개인 교사였고, 그 점에 있어서 내 아버지와 유사한 데가 있었다. 첫째, 그는 책에서 배울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에는 코웃음을 쳤고 오래된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이 있다고 항상 주장했는데, 시간이 지난 후 나는 그것이 템플러의 지식임을 알게 되었다. 둘째로, 그 역시 내가 혼자서 생각하도록 했다.

아버지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아버지는 내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는 점이다. 내가 알게 된 바로는, 레지널드는 세상을 보다 절대적인 관점에서 보았다. 아버지와 나는 가끔 생각하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생각이 그 자체로 수단이며, 내가 도달한 결론이 어떻든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아버지와 함께 했을 때와 지난 일기들을 되돌아보면 진실이라는 개념조차도 가변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레지널드에게는 그런 모호함이 없었고, 초기의 몇 년 동안은 내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그는 웃으며 내가 아버지처럼 말한다고 했다. 그는 내 아버지가 위대하고 다방면으로 현명한 사람이었으며, 자기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뛰어난 검사(劍士)였지만 배움에 있어서는 학구적이지 않은 태도를 가졌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가 레지널드의 방식인 더 엄격한 템플러의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걸 인정한다면 수치스러운 일일까? 레지널드는 항상 온화했고 농담과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아버지가 가진 자연스러운 즐거움이나 장난기가 없었다. 예를 들어 그는 항상 단추를 꼭 채운 단정한 차림이었고, 광적으로 시간을 엄수했다. 그는 모든 것이 언제나 정돈된 상태여야 한다고 했다. 레지널드에 대해 어떤 고정관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적인 면과 외적인 면 모두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확실성은 해가 갈수록 내게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나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것은 의심의 부재였고, 따라서 혼란, 망설임, 불확실함도 없었다. 이 느낌- 레지널드가 내게 채워준, 무언가를 "안다"는 느낌은 소년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나를 이끌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한 번도 잊지 않았다. 내가 아버지의 이상에 의문을 제기했으므로 그는 나를 자랑스럽게 여겼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이상을 택했다.

우리는 제니를 찾지 못했다. 해가 지날수록 그녀에 대한 기억은 무던해져 갔다. 지난 일기들을 읽어보면 어린 시절의 나는 제니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나는 성인이고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그떄의 내가 부끄러웠다. 그녀에 대한 유년기의 반감이 그녀를 추적하는 일을 지연되게 만든 것은 아니다. 그 임무에 있어 버치는 우리 둘 모두에게 충분한 것 이상의 열성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런던의 심프킨으로부터 받는 자금은 상당했지만 끝없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 트르와 근처에 숨겨져 있던 성을 찾았고 그곳에 우리 근거지를 만들었다. 거기서 버치는 내게 가르침을 이어갔고, 삼 년 전 기사단의 모든 자격을 갖춘 일원으로 나를 받아들였다.

제니나 딕위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날이 몇 주씩, 그리고 몇 달씩 이어졌다. 우리는 다른 템플러 활동에 참여했다.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이 전 유럽을 집어삼켰고, 우리는 템플러의 세력을 보호하는 데 힘을 보태야 했다. 내 '소질', 죽음을 가져오는 나의 기술은 점점 두드러졌고 레지널드는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빨리 알아차렸다. 가장 먼저 죽은 자-물론 내 최초의 '살인'이 아니라, 말하자면 첫 암살-는 리버풀에 사는 탐욕스러운 상인이었다. 두 번째는 오스트리아의 왕자였다.

2년 전 그 상인을 죽인 후 나는 런던으로 돌아갔었지만 퀸 앤 광장의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어머니는... 그 날 어머니는 나를 만나기에는 너무 피곤했고,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내 편지에 답하기에도 너무 피곤하시다고?" 사과하며 눈을 피하는 데비에게 내가 물었다. 그 후에는 딕위드의 가족을 찾아낼 수 있길 바라며 헤리퍼드셔로 말을 달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우리 가족의 배신자는 결코 찾아낼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지금도 그를 찾아낼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 안에서 타오르던 복수의 불길은 덜 맹렬해졌는데, 그건 어쩌면 단순히 내가 자랐기 때문이거나 레지널드가 내게 가르쳤던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 감정의 제어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미해졌을지는 몰라도, 그 불길은 내 안에서 계속 타오르고 있다.


3


여관 주인의 부인이 방금 나를 찾아왔었고, 들어와 문을 닫기 전 나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연락이 도착했다고 말하며 편지를 건넸고, 나에게 신경써야 할 다른 일이 없었다면 혹했을지도 모르는 음탕한 시선을 던졌다. 예컨대, 어젯밤의 그 일 같은 것 말이다.

그 대신 나는 그녀를 방에서 내보내고 자리에 앉아 서신을 해독했다. 거기에는 알테아에서의 일을 끝내는 즉시 프랑스의 집이 아닌 프라하로 가, 템플러 사령부인 셀레트나 거리의 저택 지하실에서 레지널드를 만나라고 적혀 있었다. 그가 나와 상의해야 할 긴급한 일이 있다고 한다.

어쨌든 나에겐 치즈가 준비되어 있다. 오늘 밤, 그 배신자는 최후를 맞을 것이다.



1747년 6월 11일


끝났다. 암살 말이다. 문제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 자는 죽었고 나는 발각되지 않았으므로 처형은 깔끔했고, 임무를 완수한 것에 대해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이름은 후안 베도미어였고, 추측하건대 그의 임무는 알테아에서의 우리의 지배력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가 이 임무를 자기만의 왕국을 만드는 기회로 이용한 것은 눈감아줄만 했다. 우리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그자는 항구와 시장을 온건하게 통제했고, 전날 살펴본 증거들로 판단할 때 그는 분명 남에게 지지받는 것을 즐기는 걸로 보 였다. 지속적으로 경호원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모두가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가 지나치게 온건했던 것일까? 레지널드는 그렇다고 생각해 조사에 들어갔고, 결국 베도미어가 배반으로 간주 될 만큼 완전하게 템플러의 이념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는 기사단의 배신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나는 알테아로 파견되었다. 나는 그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지난 밤, 나는 치즈를 가지고 여관을 떠났고 자갈길을 따라 그의 저택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오?” 문을 열어 준 경비병이 물었다.

"치즈를 가지고 왔습니다." 내가 말했다.

"여기까지 냄새가 나는구먼." 그가 답했다.

"시뇨르 베도미어에게 시장에서 거래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고 싶습니다.”

그는 코를 더욱 찡그렸다. "시뇨르 베도미어는 시장의 후원할 사람을 모으려고 하시지. 도망가게 하려는 게 아니라.”

“세련된 입맛을 가진 분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텐데요, 시뇨르?"

그 경비병은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 억양 말이오. 어디 출신이오?"

그는 내가 스페인이 아닐 거라는 데 의심을 가진 첫 번째 사람이었다. "원래 제노바 공화국 출신입니다." 웃으며 내가 말했다. 치즈가 최고의 수출품 중 하나인 곳이지요."

"당신이 가져온 치즈가 바넬라 치즈를 이기려면 갈 길이 멀겠군."

나는 미소를 유지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뇨르 베도미어도 그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그는 여전히 의심스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현관 안의 홀로 들어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저녁 날씨가 따 뜻했음에도 그곳은 거의 추울 정도인 데다, 두 개의 의자와 카드가 놓여 있는 테이블을 제외하면 가구가 거의 없었다. 나는 카드를 힐끔거렸다. 기쁘게도 그건 피켓 게임중인 카드였는데, 피켓은 두 명이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다른 방에 감춰진 경비병들은 더 없다는 걸 의미했다.

첫 번째 경비병이 내게 포장된 치즈를 카드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라고 했고,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두 번째 경비병은 뒤에 선 채 동료가 내 옷을 두드리고, 든 거라곤 동전 몇 개와 일기뿐인 가방을 살피며 무기가 있는지 수색 하는 동안 한 손을 칼 손잡이에 올리고 있었다. 나는 검을 가져오지 않았다.

"무기는 없군." 첫 번째 경비병이 말했고, 두 번째 경비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경비병이 치즈를 가리켰다. "시뇨르 베도미어가 이걸 맛보길 원하시오?"

나는 열성적으로 끄덕였다.

“내가 먼저 맛봐도 괜찮겠지?" 나를 주의깊게 바라보며 첫 번째 경비병이 말했다.

"시뇨르 베도미어를 위해 온전하게 남겨 두려고 했습니다만." 아첨하는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말했다.

그가 코웃음을 쳤다. “충분할 만큼 있잖소. 아무래도 당신이 먼저 먹어봐야 할 것 같군."

나는 항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전히 남겨 두려고—"

그가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먹어 봐." 그가 강요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시뇨르." 내가 말하며 포장을 벗기고, 한 조각을 집어 들어 먹었다. 그러자 그는 내게 다른 조각을 먹어 보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을 따르며 환상적인 맛이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 포장을 열어 버렸군요." 포장지 째로 내밀며 내가 말했다. "그쪽도 맛을 한 번 보시지요."

두 경비병은 눈빛을 교환했고, 마침내 첫 번째 경비병이 미소지으며 복도 끝에 있는 두꺼운 나무 문으로 다가가 노크를 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나타나 베도미어의 방으로 들어가도록 내게 손짓했다.

내부는 어두웠고 진한 향수 냄새가 났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낮은 천장에서 비단이 부드럽게 나부꼈다. 베도미어는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잠옷을 입은 채, 우리를 등지고 앉아 책상에 놓인 촛불 아래에서 글을 쓰고 있 었다.

"제가 남아 있을까요, 시뇨르 베도미어?" 경비병이 물었다.

베도미어는 돌아보지 않았다. "우리 손님께서 무장을 하진 않았겠지?"

"그렇습니다, 시뇨르." 경비병이 말했다. "치즈 냄새로는 부대 하나도 기절시킬 수 있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그 냄새가 내게는 향수 같다네, 크리스티앙." 베도미어가 웃었다. "우리 손님에게 의자를 내어 드리게. 곧 끝나네."

나는 빈 난로 옆의 낮은 의자에 앉았고 그는 책에 묻은 잉크 얼룩을 닦고 다가오다가, 잠시 멈춰 서 사이드 테이블 에서 작은 칼을 집어들었다.

"그래, 치즈라고?" 그가 잠옷을 여미며 맞은편의 의자에 앉았고, 얇은 콧수염 사이로 미소지었다.

"그렇습니다, 시뇨르." 내가 말했다.

그가 나를 쳐다봤다. "오? 자네가 제노바 공화국 출신이라고 들었네만, 억양을 보니 영국인이군."

나는 깜짝 놀랐지만 그가 활짝 웃고 있는 것으로 보아 걱정할 바는 아닌 것 같았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말이다. "지금까지 제 국적을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감탄한 듯 내가 말했다. "알아채고 마셨군요, 시뇨르."

“그런 사람은 분명 내가 처음인 것 같은데, 그러니 자네 목이 아직 어깨 위에 붙어 있겠지. 두 국가는 지금 전쟁 중이지 않은가?"

"전 유럽이 전쟁 중이지요, 시뇨르. 저도 가끔 누가 누구와 싸우는 중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베도미어는 껄껄 웃었고 그의 눈은 빛났다. "솔직하지 못하군, 친구. 우리 둘 다 조지 왕의 야망만큼이나 그에 대한 자네의 충성심을 잘 알고 있는 것 같군. 영국 해군이 자칭 세계 최고라고 하던데. 스웨덴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나 스페인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말이네. 스페인에 들어와 있는 영국인은 목숨을 내놓고 다니는 셈이지."

"이제 제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겁니까, 시뇨르?"

"나와 있으면서 말인가?" 그가 손을 펼쳐 보이더니 비뚤어지고 빈정대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왕들의 사소한 관심사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네, 친구."

"그럼 당신은 누구를 섬기십니까, 시뇨르?"

"물론 이 도시의 사람들이지."

"페르디난드 왕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충성을 서약하신 겁니까?"

"더 높은 차원의 힘이라네, 시뇨르." 베도미어가 미소지으며 단호하게 주제를 바꿨고, 내가 난롯가에 올려둔 치즈 꾸러미로 주의를 돌렸다. "자아." 그가 말을 이었다. "내 정신없음을 용서하게. 이 치즈. 제노바 공화국 산인가, 아니면 영국산인가?"

"이건 제가 만든 치즈입니다, 시뇨르. 제 치즈는 어느 나라의 것이라 이름붙이더라도 최고이지요."

"바넬라의 자리를 흔들 정도인가?"

"그 옆에서 거래할 정도는 되겠지요?"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 바넬라가 불행해지겠군."

"그렇습니다, 시뇨르."

"그렇게 되더라도 자네는 신경 쓸 바가 아니겠지만, 시뇨르, 나는 매일같이 그런 일들로 성가시다네. 자, 이제 치즈가 녹기 전에 맛을 보세나, 응?"

더위를 느끼는 척하며 나는 목에 맨 스카프를 풀었다. 그리고 은밀히 어깨에 맨 가방에 손을 넣어 금화 하나를 쥐었다. 그가 치즈로 주의를 돌렸을 때 나는 금화를 스카프 안으로 떨어트렸다.

베도미어가 치즈 덩어리를 잘라낼 때 나이프가 촛불에 번쩍거렸고, 그는 치즈 조각을 든 채 냄새를 맡은 다음- 거의 쓸데없는 짓이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도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입에 털어넣었다. 그는 신중하게 그것을 음미했고, 나를 바라보더니 두 번째 조각을 잘랐다.

“흠,”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자네가 틀렸네, 시뇨르. 이건 바넬라 치즈보다 낫지 않아. 사실 바넬라 치즈와 아주 똑같군." 그에게서 미소가 사라졌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는 발각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이건 바넬라 치즈군."

그가 도움을 청하려 소리치기 위해 입을 벌리자 나는 재빨리 비단 스카프를 고리 모양으로 만든 다음 팔을 교차한 채 앞으로 뛰어올라 그의 목 주변에 그것을 씌웠다.

그가 칼을 쥔 손을 휘둘렀지만 너무 느린데다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했기 때문에, 칼은 우리의 머리 위로 크게 휘둘러졌고 내 스카프는 무사했다. 동전이 그의 기도를 눌러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게 막았다. 한 손으로 고리를 붙든 채 나는 그의 무장을 해제했고, 칼을 쿠션 위로 던진 다음 양 손으로 스카프를 죄었다.

"내 이름은 헤이담 켄웨이다." 부릅뜬 채 불거져 나온 그의 눈을 바라보기 위해 몸을 숙이고 냉정하게 내가 말했다. "그대는 템플 기사단을 배신했다. 이에 그대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바이다.”

그는 팔을 들어 내 눈을 할퀴려 했지만 나는 머리를 움직여 피했고, 그의 숨이 끊어지는 동안 천장에 매달린 비단 이 부드럽게 팔랑거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일이 끝나자 나는 그의 시신을 침대로 옮겼고, 지시받은 대로 그의 일지를 챙기기 위해 책상으로 다가갔다. 일지는 펼쳐져 있었고, 어떤 문장이 내 눈에 띄었다. ”Para ver de manera diferente, primero debemos pensar diferente.”

나는 마치 언어를 새로 배우는 것처럼 그 문장을 다시 읽으며 조심스럽게 해석했다. "다르게 보기 위해서는 먼저 다르게 생각해야만 한다."

나는 깊은 생각에 빠진 채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음을 상기하고는 일지를 낚아채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베도미어의 죽음은 아침까지는 발견되지 않을 것이고 그때쯤이면 나는 이미 멀리 떠나 프라하로 향하는 중일 것이다. 이제 레지널드에게 물어야 할 것이 생겼다.


1747년 6월 18일


1


"자네 어머니 이야길세, 헤이담."

그는 셀레트나 거리 사령부의 지하실에서 내 앞에 섰다. 그는 프라하의 복식은 입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영국식 특징을 명예의 훈장인 것처럼 여겼다. 깔끔하고 단정한 흰 스타킹, 검은 바지, 그리고 프록코트의 어 깨에 내려앉을 만큼 파우더를 뿌린 흰색 가발까지. 그는 맞은편 벽에 걸린, 기다란 철제 횃불에서 타오르는 불빛을 받고 있었고, 횃불이 걸려 있는 석벽은 거의 검은색으로 보일 만큼 어두워서 횃불이 거의 후광까지 일으키며 빛나 는 것처럼 보였다. 평소의 그는 등 뒤로 손을 돌린 채 지팡이에 기대 선 편안한 자세로 서 있었지만, 오늘의 그에게는 무언가 딱딱한 느낌이 있었다.

"어머니요?"

"그래, 헤이담."

어머니가 아프시군, 라는 것이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고 나는 곧바로 거의 아찔해질 정도의 강한 죄책감을 느꼈다. 몇 주 동안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녀에 대한 생각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돌아가셨다네, 헤이담.” 눈을 내리깔며 레지널드가 말했다. "일주일 전 쓰러지셨다는군. 허리를 크게 다치셨는 데, 부상을 이겨내지 못한 것 같아."

나는 그를 쳐다봤다. 강하게 몰려왔던 죄책감은 왔던만큼 빠르게 사라졌고, 그것이 있던 자리, 감정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공허하고 텅 비어버린 감각뿐이었다.

"유감이네, 헤이담." 그의 주름진 얼굴은 동정으로 찌푸려졌고 그의 눈빛은 상냥했다. "자네 어머니는 참 좋은 분 이셨어."

"괜찮습니다." 내가 말했다.

"곧장 영국으로 떠날 걸세. 추도식이 있다네."

"알겠습니다."

“만약 무엇이든... 필요하다면, 부디 망설이지 말고 청하게."

"감사합니다."

“이제 기사단이 자네 가족이네, 헤이담. 우리에게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그는 어색하게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만약 자네에게... 대화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내가 있네."

나는 그 말에 웃지 않으려 노력했다. “감사합니다, 레지널드.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그렇군."

긴 침묵이 있었다.

그는 시선을 돌렸다. "일은 끝냈나?"

“후안 베도미어는 죽었습니다. 이걸 물으신 거라면요."

"그의 일지는 가져왔나?"

"아닙니다."

잠시 동안 그는 실망한 얼굴을 했고, 곧 굳은 얼굴로 바뀌었다. 아주 단단하게. 그런 얼굴을 하는 것은 이전에도 그가 무방비한 순간에 본 적이 있었다.

"뭐라고?" 그가 평이하게 물었다.

"우리의 대의를 배신했기에 그를 죽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말했다.

"그렇지..." 레지널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제가 그의 일지를 가져와야 할 필요는 무엇입니까?"

"그의 글이 있지 않나. 그건 우리에게 득이 될 거야."

"왜죠?" 내가 물었다.

"헤이담, 내겐 후안 베도미어의 배신이 우리의 교리에 대한 충성의 문제를 넘어섰다고 볼 근거가 있었네. 나는 그 자가 암살자들과 일하게까지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제, 부디 사실대로 말해 보게. 그의 일지를 가져왔나?"

나는 가방을 열어 그것을 레지널드에게 넘겨주었고, 그는 촛대 하나를 가까이 옮기고는 일지를 열어 빠르게 넘겨 보더니 다시 덮었다.

"이걸 읽었나?" 그가 물었다.

"암호화되어 있습니다.” 내가 답했다.

"하지만 전부 그렇진 않잖나." 그가 차분히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맞습니다. 제가 읽을 수 있는 구절들이 일부 있더군요. 그의... 인생에 대한 생각들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읽히더군요. 사실 특별히 흥미가 동했습니다, 레지널드, 후안 베도미어의 철학이 한때 아버지가 제게 가르쳤던 것과 얼마나 유사한지 말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그런데도 저에게 그를 죽이라고 했단 말입니까?"

"난 자네에게 기사단의 배신자를 죽이라 했네. 그건 전혀 다른 문제야. 물론 기사단의 여러가지 아마 거의 모든- 교리들을 고려할 때, 자네 아버지는 나와 매우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그건 그분이 기사단의 교리에 동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분이 템플러가 아니라는 사실이 내가 그를 덜 존경하도록 만들지는 않았어."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를 의심한 것이 잘못된 것일까 궁금했다. "그럼, 왜 이 일지가 득이 된다는 겁니까?"

"인생에 관한 베도미어의 사색 때문은 아니야. 그건 확실해."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이며 레지널드가 말했 다. “자네 말대로 그건 자네 아버지의 것과 닮았고, 우리 둘 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고 있네. 내 관심사인 암호화된 구절들은, 만약 내가 옳다면, 열쇠를 가진 자에 대한 세부 사항을 담고 있을 거야."

"무엇을 여는 열쇠입니까?"

"때가 되면 모두 알게 될 걸세."

나는 실망에 찬 소리를 냈다.

"내가 그 일지의 암호를 해독하기만 한다면, 헤이담," 그가 강조했다. "그 때는 말이네, 내가 옳다면, 우리는 다음 단계의 작전을 시작할 수 있을 거야."

"그게 무엇일까요?"

그는 무어라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내가 그가 하려던 말을 대신 했다. "'때가 되면 말해주겠네, 헤이담', 그런 겁니 까? 더 많은 비밀을 만드는 겁니까, 레지널드?"

그가 발끈했다. '비밀'이라고? 진심인가? 그게 자네 생각인가? 내가 자네에게 의심받을 짓을 한 게 정확히 뭔가 헤이담. 자네를 내 보호 하에 둔 것, 기사단에서 자네를 원조한 것, 자네에게 삶을 준 것 외에? 그래, 간혹 배은망덕 하다고 생각하는 정도는 용서받을 수 있겠지요, 나리."

"우리는 딕위드를 결코 찾지 못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지지 않으려 하며 내가 말했다. “제니의 몸값을 요구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그 습격의 주된 목적은 아버지의 죽음이었던 겁니다.”

“우리도 딕위드를 찾길 바라고 있네, 헤이담.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야. 우리는 그가 대가를 치르도록 하길 바라고 있어. 그 바람이 충족되지는 않았지만, 그게 우리가 태만했다는 뜻은 아니란 말일세. 게다가 내겐 자네를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었네, 헤이담, 이미 완수한 것이지. 자네는 성인이 되었고 조직의 존경받는 기사단원이 되어 내 앞에 서 있어. 그걸 간과하는 것 같군. 그리고 내가 제니와 결혼하길 바랬다는 것을 잊지 말게. 어쩌면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는 열망 때문에 딕위드를 놓친 것이 우리의 유일하게 큰 실패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만, 그렇 지 않네. 우리는 제니도 못 찾았잖나, 안 그런가? 물론 자네는 누이의 고통에 대해 생각할 여력이 없겠지만 말이야.”

"제가 냉혹하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무정하다고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내 결점을 찾기 이전에 자네 자신의 결점을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는 걸세."

나는 그를 찬찬히 살폈다. "수색에 관해서는 저를 신임한 적이 없으시죠."

"딕위드를 찾아내도록 브래독을 보냈네. 그가 정기적으로 내게 최신의 정보를 알려주고 있어."

"하지만 그 최신의 정보를 제게 넘겨주지는 않으셨잖습니까."

"자네는 어린 소년이었네."

"이젠 성장했지요."

그가 머리를 숙였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고려하지 못한 걸 사과해야겠군, 헤이담. 앞으로는 자네를 동등하게 대하도록 하지."

"그럼 지금부터 그렇게 하시죠 그 일지에 대해 말해주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되겠군요." 내가 말했다.

그는 마치 체스에서 체크메이크를 당했을 때처럼 소리내어 웃었다. "자네가 이겼네, 헤이담. 좋아, 그건 신전의 위치로 향하는 첫걸음을 나타낸다네- 초대 문명의 신전, 먼저 온 자들이 지었을 신전이지."

나는 그 얘기야? 라고 생각하느라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에 그는 충격받은 것처럼 보였고, 아마도 그가 처음으로 먼저 온 자들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를 기억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했었다. “먼저 온 자들이 어쨌다구요...?" 나는 그를 비웃었었다.

"우리 이전에" 그는 엄중하게 답했었다. "인류 이전에 온 자들. 초대 문명 말이네."

그는 이제 내게 인상을 쓰고 있었다. “여전히 그게 웃긴가 보군, 헤이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우습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단어를 고르느라 고심했다. "이해하기 어렵군요, 레지널드. 인간 이전에 존재했던 종족들이라니. 신들이나...."

"신들이 아니라네, 헤이담, 인간을 통제했던 초대 문명의 사람들이지. 그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힘을 가진 유물을 남겼다네, 헤이담, 우리가 꿈꾸기만 했던 그런 힘 말이야. 그 유물을 소유하는 자는 누구든 인간의 운명을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믿어."

그가 얼마나 진지해졌는지가 보이자 내 웃음은 사그라들었다. "굉장한 주장이군요, 레지널드."

"그렇다네. 대단치 않은 주장이었다면 우리가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을 거야, 안 그런가? 암살자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겠지." 그의 눈은 반짝였다. 횃불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그의 눈 안에서 빛나며 일렁였다. 그러한 눈 빛을 이전에도 몇 번, 드물게 본 적이 있었다. 그가 내게 언어, 철학, 고전이나 싸우는 법을 알려 줄 때에도 그렇지는 않았다. 심지어 내게 기사단의 교리를 가르칠 때조차 그렇지 않았다.

오직 먼저 온 자들에 대해 말할 때만 그러했다.

가끔 레지널드는 과도한 열정을 조롱하곤 했다. 그는 그것을 결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대 문명의 존재들에 대해 말할 때면, 그는 마치 광신도처럼 이야기했다.


2


우리는 프라하에 있는 이곳 템플러 사령부에서 밤을 보냈는데, 회색 석벽으로 이루어진 이 보잘것없는 방에 앉아 있으니, 템플러의 수천 년 역사의 무게가 내려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수공사가 끝난 후 가족들이 돌아간 퀸 앤 광장이 생각난다. 심프킨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공사의 진전 상황을 알려주었다. 레지널드는 우리가 딕위드와 제니를 찾아 이 나라 저 나라로 다니는 동안에도 보수 작업을 감독했다. (그리고 레지널드가 옳았다. 딕위드를 찾는 데 실패했다는 것, 그 사실이 나를 초조하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제니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심프킨이 우리에게 가족들이 블룸스버리에서 퀸 앤 광장으로 돌아왔으며, 원래 지내던 그곳에서 다시 거주하고 있다는 전언을 보냈다. 그 날 나는 내가 자란 집의 나무가 덧대어진 벽을 생각했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역시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특히 내 어머니를. 하지만 나는 자라면서 알고 있던 어머니를, 태양처럼 밝게 빛나며 그보다 두 배는 더 따뜻하던 어머니를, 그 무릎 에서 완벽한 행복을 알게 해준 어머니를 그렸다. 아버지를 향한 나의 사랑은 맹렬했으며 더 강했을 테지만, 어머니를 향한 사랑은 더 순수했다. 아버지와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경외감은 너무나 거대해서 가끔 그의 앞에서는 왜소해 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며 그에 의해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 아래에서 자라야 한다는, 불 안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기저(基底)의 감정들이 뒤따랐다.

반면 어머니와 함께할 때에는 그런 불안함이 없었고, 오직 가슴 벅찬 안락함과 사랑과 보호의 느낌뿐이었다. 그리 고 그녀는 아름다웠다. 아버지는 굉장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이 나를 아버지와 견주는 것을 즐기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가 어머니와 닮았다고 말할 때는 그것이 수려하다는 의미로 하는 말임을 알고 있었다. 제니에 대해 사람들은 “여러 사람 심장 찢어지게 하겠군", "그녀를 두고 남자들이 결투라도 할 거야." 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들은 싸움이나 갈등에 관한 단어를 썼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온화했고, 모성적이었고, 양육적인 것이어서 제니의 외모가 떠올리게 만드는 것과는 다른 온기와 찬탄을 자아냈다.

물론 나는 제니의 어머니 캐롤라인 스콧을 알지 못하지만, 그녀에 대해 가지게 된 생각이 있었다. 그녀가 '제니'같은 사람이였으며 제니의 구혼자들이 그녀의 외모에 사로잡혔듯이 아버지도 그러했으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어머니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을 상상했다. 아버지를 만났을 때 그녀는 평범한 테사 스티븐슨- 오클리였다. 어머니가 항상 이야기하던 바로는 그랬다. '평범한 테사 스티븐슨 오클리', 비록 내게는 전혀 평범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버지는 가족도 없이, 하지만 집을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재산을 가지고 혼자 런던으로 이주했다. 그가 부유한 지주로부터 런던의 집을 잠시 빌렸을 때, 그 지주의 딸은 아버지가 영구히 거주할 주거지를 찾고 그곳을 관리할 사람들을 얻는 데 도움을 주었다. 물론 그 딸이 '평범한 테사 스티븐슨-오클리'였다...

그녀는 그 관계를 자신의 가족들이 좋아하지 않았다는 귀띔만 해 주었다. 실제로 우리는 외가의 가족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 끔찍한 밤이 오기까지 우리에게 힘을 쏟았고 그녀의 오롯한 관심과, 끝없는 보살핌과, 무조건 적인 사랑을 받았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보았을 때 그러했던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우리의 마지막 만남을 회상해보면 내게 떠오르는 건 그녀의 눈에 깃든 의혹이고, 나중에 깨닫기로는 그건 경멸이었다. 어머니를 죽이려던 자를 내가 죽였을 때, 그녀에게 있어 나는 달라졌던거다. 나는 더 이상 어머니의 무릎에 앉히던 소년이 아니었다.

나는 살인자였다.


1747년 6월 20일


런던으로 향하는 길에, 옛 일기들을 다시 읽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어떤 직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렴풋이 의식한 거슬리는 어떤 것... 이건 아마도 의심일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1735년 12월 10일의 일기 앞부분을 다시 읽고 나니 영국에 도착하면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 떠올랐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9 설문 가족과 완벽하게 손절해야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24 - -
2874 AD 현물 경품 획득 기회! 아키에이지 지역 점령전 업데이트 운영자 24/06/20 - -
2875 AD 호요버스 신작 <젠레스 존 제로> 7월 4일 오픈! 운영자 24/06/24 - -
179466 자유 오디세이 타격감 왜캐 구린것 같지 [6] 다르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7 215 0
179465 자유 근데 소울충은 진짜 병이 있는건가 [10] ㅇㅇ(112.187) 06.17 260 1
179464 자유 스팀 여름할인할때 어크도 하겠지? ㅇㅇ(223.39) 06.17 62 0
179463 자유 어크는 유니티때부터 고증 개판나기 시작했음 [2] ㅇㅇ(116.32) 06.17 132 0
179462 자유 어크 신작 pv ㄱㅊ던데 ㅇㅇ(211.235) 06.17 60 0
179460 자유 발할라 2시간하고 느낀 점 [1] ㅇㅇ(124.61) 06.17 157 0
179459 자유 혹시 오리진이 원래 gpu점유율이 높나요 ㅜㅜ [2] ㅇㅇ(116.34) 06.17 68 0
179457 ❗스포 스포)발할라 영입 가능한 동료 누구 있음? [1] ㅇㅇ(211.201) 06.17 115 0
179456 자유 유비는 개발 끝나면 인력들 살해해 버리는거 아님?? [16] ㅇㅇ(112.152) 06.17 923 24
179454 자유 이탈리아 베네치아 배경에 흑인이 주인공임ㅋㅋㅋ [4] ㅇㅇㅇ(218.155) 06.17 324 7
179453 자유 발할라 습격할때마다 튕김 호빗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7 54 0
179452 자유 오디세이 원래 정복전 하면 현상금 사라짐? [6] ㅇㅇ(1.235) 06.17 131 0
179451 자유 어크가 전통적으로 그 지역출신 주인공으로 세웠다는 것도 개소리인게 [9] ㅇㅇ(118.235) 06.17 290 0
179450 자유 흑무라이 영상 더 안나오나?? 95(121.169) 06.16 66 0
179449 자유 이거 존나 웃기네 ㅋㅋㅋㅋ [10] ㅇㅇ(118.235) 06.16 388 0
179448 질문❓ 스포잇음) 발할라 스토리 순서 질문좀 [2] ㅇㅇ(61.85) 06.16 110 0
179447 자유 발할라 적 엔듀가 있었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49 0
179446 자유 발할라 올dlc 네이버에서 샀는데 이거 맞음? [2] ㅇㅇ(124.61) 06.16 181 0
179445 자유 오디세이 신체절단 모드 없냐 [1] ㅇㅇ(211.202) 06.16 156 0
179444 자유 발할라 스토리 길어도 너무 길다... [2] ㅇㅇ(103.212) 06.16 156 2
179442 자유 신화 3부작중 스토리 가장 좋은게 뭐임? [7] ㅇㅇ(124.61) 06.16 197 0
179441 자유 오디세이 카산드라 가오갤 겜에서도 나옴. [1] ㅇㅇ(14.7) 06.16 173 0
179440 자유 너무 슬프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57 0
179439 자유 오디세이 카산드라 시발 실제 배우는 이쁘던데 [5] ㅇㅇ(185.54) 06.16 266 0
179438 자유 념글 패링 카메라 액션 볼때마다 이거 생각남 은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128 2
179436 ❗스포 스포)오리진 고대 기계장치 이거있자너 [7] ㅇㅇ(125.241) 06.16 165 0
179434 자유 발할라 대검 개좋네?? ㅇㅇ(112.186) 06.16 98 0
179433 자유 블프 존나 재밌노 [2] ㅇㅇ(118.38) 06.16 111 0
179432 질문❓ 유비 계정 아예 털렸는데 도와줄 수 있냐... [5] Vividr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141 0
179431 자유 오리진 gpu점유율이 원래 높나요? [2] ㅇㅇ(116.34) 06.16 78 0
179430 자유 유니티 씨발거 ㅇㅇ(39.115) 06.16 47 0
179429 자유 예수랑 하느님도 이수종족이라고 나옴?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162 0
179428 자유 유니티 파쿠르 개쩔었는데 갈수록 퇴보 하는건 왜임? [8] ㅇㅇ(175.200) 06.16 238 0
179425 자유 오디세이 큰뿔활 버그 질문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68 0
179424 자유 스타워즈 아웃로 갤은 왜없지 [3] ㅇㅇ(111.118) 06.16 114 0
179423 자유 발할라 빈랜드에 나오는 이수 유적 [5] 호빗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151 1
179422 자유 암살플레이 원하는데 신화3부작 별로임? [4] ㅇㅇ(118.41) 06.16 150 0
179421 자유 요즘 오리진 하기 딱좋은 날씨 [2] Jackda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87 0
179420 자유 어크 발할라 고수있냐? [2] ㅇㅇ(121.178) 06.16 101 0
179419 자유 형님들 발할라 에디션 질문좀급하게드립니다. [1] ㅇㅇ(115.22) 06.16 71 0
179418 자유 확실히 제작진들 감 다 잃었다 [14] ㅇㅇ(175.209) 06.16 1079 22
179417 구작1 북미암살단이 된 코너 [1] 크레타의흑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183 1
179416 자유 구작은 걍 연막탄 하나있으면 손잭스도 깨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67 0
179415 자유 발할라 npc인종 [1] 호빗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83 0
179414 자유 오리진 극초반부인데 시대상 질문좀요 흠... [13] ㅇㅇ(116.34) 06.16 199 0
179413 자유 어크2 에지오 시리즈 난이도 어느정도임?? [5] ㅇㅇ(118.103) 06.16 124 0
179412 자유 프랑스 혁명 시기 총알은 [1] ㅇㅇ(39.115) 06.16 93 0
179411 자유 오디세이 크레타의 황소 버그 못 고침? [4] ㅇㅇ(211.223) 06.16 141 0
179410 자유 어크3는 개인적으로 개그대사가 맘에듬 [3] ㅇㅇ(223.38) 06.16 158 3
179409 ❗스포 스포)스포) 라그나로크의 서막 이후에 뭔가 더 내려고 했었나 [2] ㅇㅇ(112.186) 06.16 170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