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피드- 아나스타샤 고랴체바
제임스- 뱌체슬라브 로파틴

지난 금요일에는 오브라쵸바의 라 실피드 공연이 있었어.
바쁜 일이 겹치기도 했고 표 구하기도 힘들어서, 나의 요정 리스트 2번인 아나스타샤 고랴체바의 공연을 예매했지.
아나스타샤 고랴체바님은 개인적인 일로 여러번 만났던 분이야.
평소에 조용하고 차갑고 까칠하고 잘 웃지도 않는 분인데 알게 된 이후에 파리의 불꽃에서 아델린을 추는 걸 보고 지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는 댄서란 걸 알았어. 그래서 라 실피드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지.

예브게냐 오브라초바는 밝고 귀여운 이미지의 요정이라면
아나스타샤 고랴체바는 지적이고 내성적인 요정의 이미지야.
가볍고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너무 예쁜 요정이더라구.
이날 본 그녀는 인간과 사랑에 빠진, 굉장히 조심스러우면서도 사랑의 감정에 끌릴수 밖에 없는, 그래서 끝내는 그를 숲으로 가자 이끄는 실피드였어.
곧 다가올 불행을 미루어 본다면 아나스타샤의 비련미도 극에 잘 어울리는 요소였지.
제임스가 마녀에게 받은 스카프를 걸쳐주고 그녀를 안았을 때,
날개가 떨어져 버린 실피드는 슬픈 얼굴을 하며 죽어가.
갑작스런 감정 전환인데도 정말로 그녀가 울고 있나 확인할 정도로 표정 연기가 좋았어. 극이 이렇게 끝나는게 너무 안타까울 정도로...

볼쇼이의 라 실피드 1막 무대는 지금까지 봤던 작품들과 달리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 스코트랜드 전통의상을 입은 등장인물들과 저택 안의 풍경이 푸근하게 느껴져서 좋았어.
아나스타샤 고랴체바의 발목 부상에 대해 들었던 터라 조마조마했는데, 실수없이 좋은 공연을 보여줘서 고마운 마음으로 귀가~^^


마지막 사진은 지난 주말 작은 공연에 찬조출연한 아나스타샤 고랴체바와 아르테미 벨랴코프.
고랴체바는 부상에다 라 실피드 전막 앞두고 있어서 살살 파드듀에 솔로 베리에이션 생략함 ㅜㅜ
라 바야데르의 아다지오랑 코다만.
그리고 아르테미 벨랴코프는 작은 극장이어선지 내 눈 앞에서 훌쩍 뛰는데 심쿵함. 자세히 보니 외모도 잘생기고 얇은 의상위로 드러나는 탄탄한 몸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