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루이프의 말





재능있는 선수는 반드시 팀에 공헌한다. 젊음에서 오는 순진함, 솔직함, 대담함, 상상력, 건방짐 같은 요소는 동료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감독들은 젊은 선수를 하위 카테고리에서 뛰게 한다. 그러나 선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재능이지 나이가 아니다.


예를 들어 12살 소년이 또래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소년은 나이를 초월하는 기술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이 소년은 나이와 상관 없이 상위 카테고리로 올려야 한다. 그래야 소년의 축구 이해력이 높아지고 축구 인생에 자극도 된다. 지금까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던 것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니까. 그러면 다른 선수에게 배워야 할 점을 새로 익힐 기회도 생긴다.


나 역시 또래 카테고리에 속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마음대로 드리블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나에게 공이 오는 순간 한 명, 두 명을 제치고 급기야는 다섯, 여섯을 제치고 슛을 했다. 그러자 감독이 나한테 와서 충고를 시작했다.


"좋지 않아 요한. 넌 드리블로 제치는 것보다 패스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니 드리블로 제치고 득점할 수 있는데 왜 하지 말라는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고 나는 상위 카테고리에 올라갔다. 거기서도 나는 언제나처럼 여유있게 드리블을 치면서 두세 명을 제치려고 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상대에게 멋지게 공만 빼앗겨 버렸다. 그런 일이 한 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됐다. 난 그때 처음 깨달았다. 아 공을 가졌으면 공의 경로를 생각하는 게 옳은가? 감독 말이 이런 것이었나?


펠레는 17살에 월드컵에 출전했다. 불행하게도 현 시대엔 그 나이에 클럽에 데뷔하는 것조차 매우 힘들다. 그러나 재능과 실력만 있다면 나이에 관계 없이 가장 높은 카테고리에서 경기를 경험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엔 여러 장애물이 있다. 특히 스페인처럼 외국인이 점점 늘어나는 곳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젊은 선수를 일선에 내놓기만 하고 결과엔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한다. 이러한 세태는 감독뿐 아니라 경영진, 코치진, 팬들, 언론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나는 젊고 신선한 선수가 그라운드에 등장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이 새로운 얼굴이 과연 뭘 보여줄까 싶은 설렘. 젊고 재능있으며 즉시 전력이 될 수 있는 선수는 팀에 무조건 기여한다는 법칙. 많은 감독들은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젊은 선수 기용을 꺼린다. 하지만 그들은 경기에 출장하지 않으면 경험을 쌓을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잊곤 한다.


만약 어느 용기있는 감독이 젊은 선수를 중요한 경기에 데뷔시켰다고 가정하자. 이때 감독은 젊은 선수에게 어떤 부담도 줘선 안 된다. 경기의 중요성에서 오는 중압감은 베테랑 선수들이 전부 떠안아야 한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선수에게 그라운드 위 시험지를 계속 내주는 건 좋다. 하지만 중요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서서히 주고, 분위기에 서서히 녹게 만드는 것.


내가 바르셀로나 감독일 때 이반 데 라 페냐라는 훌륭한 젊은이가 있었다. 나는 그를 바르셀로나 B팀에서 A팀으로 올렸을 뿐 계속해서 기용하지는 않았다. 난 이반이 흐트러지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언론은 나를 비판했고 그 비판은 내가 감독을 그만둘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반은 확실히 뛰어난 선수였다. 매우 스펙타클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였다. 그러나 언론을 필두로 클럽 수뇌부,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모든 팬들이 나타내는 관심은 그에게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사람들은 그가 공을 만지는 순간부터 그가 패스를 해야 하는 순간까지 그에게 뛰어난 발기술을 기대했다. 이반 또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능력 이상의 플레이를 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한 경기에서 10번 이상 화려하게 제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작 4-5번 정도나 될까.


내가 그에게 해줄 일은 그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언론, 수뇌부, 그에게 기대를 심어준 바르셀로니스타들로부터 그를 보호해야만 했다. 그리고 여러 능력을 길러주는 일도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어떤 때는 바르셀로나B에서 어떤 때는 벤치에서 어떤 때는 선발로 출장시키곤 했다. 긴 시간 동안 조금씩 분위기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비극은 데뷔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한 플레이를 기대하게 만든 것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은 모든 동작 모든 패스가 마치 역사에 남을 듯이 기대했다. 이반은 그 기대감을 분명 인식했다. 그 기대감에 부응하려고 하니 많은 실수를 초래하게 되었다.


그 후 일은 너무 뻔하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예상과 다른 젊은 선수에게 가혹한 비판을 한다. 선수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 그에게 공이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선수가 한 명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감독은 어느새 그를 벤치에만 앉혀 놓는다. 서서히 그를 소집하지 않는다.


아주 슬픈 이야기다. 정말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반은 고작 18살에 데뷔했을 뿐이다.


이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반과 비슷한 나이에 데뷔한 사비올라 이야기도 해야겠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아직 그가 19살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열아홉은 아직 공부해야 할 나이다. 나는 보통 선수라면 26세까지는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비올라는 보통 선수가 아니다. 23살이라도 된 것마냥 매우 완성된 선수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23살이 되려면 아직 4년이나 남았다. 만약 사비올라가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는데 3연패라도 당한다면 그는 엄청난 압박감을 받을 것이다. 나는 많은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이 부담감으로 타락하는 일을 수없이 목격했다. 감독들은 젊은 선수를 소중히 다루길 바란다.

꾸갤놈들이 봐야하는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