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머리가 빌드가 맞나 팁이 맞나 계속 고민하다가 빌드로 바꿈.
A. 초보가 빌드를 찾아보게 되는 이유
크게 두가지 루트가 있음.
1. 하고 싶은 직업이 있는데,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DnD가 5판에 와서 많이 대중화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시스템 난이도는 솔직히 높아.
그래서 초보 입장에서 하고 싶은 클래스에 대해 기본적인 가이드는 익히고
그런 다음에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다만, 그런 가이드를 볼 때도 '장비 파밍'까지 다 익히려고 들진 마.
장비 파밍 공략은 필연적으로 획득방법을 알려주게 되고,
이러면 대부분의 경우 중요한 컨텐츠/스토리의 스포일러로 동작하게 되거든.
내가 하고 싶은 클래스는 어떤 스탯, 어떤 피트가 효과가 좋고
동료의 조합은 대충 어떻게 맞추는 게 좋다. - 이 정도의 마일드한 지식만으로도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충분히 문제가 없어.
2. 배워야 할 게 많은 게임인데, 전투 난이도가 어려워서 괴롭다.
...전술가 난이도를 하고 있다면, 일반 난이도로 낮추면 되고
만약 2회차 이상으로 전술가 업적을 달성하고 싶다면, 계속 도전해보자.
이 게임이 DnD 5e 기준의 전투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고, 레벨 스케일링이 없기 때문에
특정 난이도의 전투를 이길 수 있는 역량은 캐릭터/플레이어 모두에게 필요해.
특히, 게임 초반 5레벨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구간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클래스들이 5렙 기준으로 확실히 강해지기 때문에, (ex. 위저드5LV -> 화염구 발싸!)
그 전까지 힘든 게 당연해.
단, 이 게임은 무지성으로 적들이랑 꽝하고 붙어서 패기만 하는 디아블로 같은 게임이 아냐.
어떻게 하면 위험해 보이는 적을 대화로 잘 협상할지
적과의 전투를 피할 수 없다면, 전투 전에 어떻게 적을 약화시킬지
전장은 어디로 잡고, 어떻게 아군이 유리한 상황에서 싸울지
전투에 돌입해 명중 주사위를 굴리기 전까지,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정말 많아.
(오죽하면, 초반 고블린 3보스를 전투 한 번 없이 모두 처치할 수도 있음)
경비병 + 로봇 수십이 지키고 있는 홀에서 적 보스와 100 대 4로 붙는다?
....이기는 게 이상한 거 아닐까?
그럼에도, 전투 난이도에서 허들이 걸려서 진행이 힘들다 그러면
링크된 빌드와 다양한 공략들이 큰 도움이 되어 줄거야.
B. 당부의 말
다만, 파워빌드 및 공략을 찾아보기에 앞서 알아두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몇 가지 있음.
1. 어차피 한 번에 다 못 먹는다.
CRPG 장르의 골수팬 입장에서도, 이 정도로 욱여넣은 고봉밥은 처음 본다.
솔직히 이걸 50$에 팔면 안 된다. 100$에 팔았어도 가성비 좋다고 사줬을거임.
특히 한국인 게이머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이 치명적으로 작용하는데,
"한 번에 효율적으로 모든 걸 다 하려고 드는 거" <-
나 또한 처음에 이 관점으로 접근했다가 1회차에 항복했음.
다 먹으려고 들다가는 1회차 엔딩을 보기 전에 배가 찢어질 거 같아서
1회차는 대충 마무리 했을 정도.
이 글을 읽는 초보분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어차피 한 번에 다 못 먹고, 너가 무능한 게 아니라, 그게 당연한 거임. "
그러니까
하고 싶은 대로,
놀고 싶은 대로,
거듭 되돌아가지 말고,
후회없이 놀아봐.
이 게임은 그 선택에 걸맞는 감동을 반드시 줄 거야.
2. 대사 연출을 스킵하지 말자.
CRPG 팬 입장에서 가장 감동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
이 미친 라리안 놈들이 모든 NPC의 대화를 풀더빙+액팅으로 만들어 놨음.
기존의 CRPG는 어땠냐고? 200단어짜리 텍스트 지문만 던져주고 끝냈음.
읽는 초보자가 지겨움에 깔려죽든 말든, 지 할 말만 일방적으로 던져댔거든.
특히, 레이젤 / 섀도하트 / 아스타리온의 액팅이 끝내주니까
그 모든 상황 / 대사 / 액팅을 충분히 감상해 봐.
어지간한 넷플릭스 드라마보다 나을 거임.
이 겜 별로 재미없던데? 하고 불평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대사를 스킵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임.
3. 주인공은 매력 캐릭터로 하는 게 좋다.
이건 내 개인적인 철학(?)에 가까운 물건이지만,
가급적 주인공은 매력을 높여서, 모든 대화를 주도하는 게 좋다.
게임 내 존재하는 수많은 상황과 NPC와의 상호 작용 및
동료와의 인터랙션 / 연애 등의 상황도 주인공으로 겪어야
진정한 롤(ROLE, 역할)플레잉의 맛이 남.
4. 레이젤(LV12 배틀마스터)은 초회차 동료로 써보는 게 좋다.
레이젤 디폴트 빌드 그대로 키우면 되고, 빌드도 간단하다.
피트 선택도 심플한데,
LV 4 - 중갑의 달인(Heavy Armor Master) : 힘+1
LV 6 - 대형 무기 전문가(Greater Weapon Master)
LV 8 - 야만 공격자(Savage Attacker)
LV 12 - 힘 20 or 아무거나
정밀공격 + 넘어뜨리기 / 위협의 일격 /무장 해제 등의 전술로 온갖 상태이상을 가할 수 있고
11레벨 이후부터는 한 턴에 3회 공격이 가능한 가장 든든한 전열 동료임.
전투가 어렵다면, 레이젤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은 건지 한 번 더 확인해보자.
5. 섀도우하트는 가급적 생명(Life) 클레릭으로 리스펙 해서 써보자.
든든한 힐러가 있을 때 전투의 난이도가 많이 내려간다.
너가 실수해서 피해를 받더라도, 손쉽게 회복이 가능함.
마찬가지로, 전투가 어렵다면 생명 클레릭을 기용해보자.
...솔직히 기만 클레릭은 나도 쓰기 힘들어.
6. 파워 빌드는 되도록 1개만 쓰는 게 좋다.
강력한 주인공으로 활약할 수 있는 멀티클래스를 포함해,
소위 파워빌드로 최적화된 동료 육성/진행이 많으면 많을수록
전투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진다.
파워빌드는 하나만 있어도 일반 난이도가 초보난이도가 되며
파워빌드 2개 이상을 쓰면 전술가 난이도도 초보난이도로 바뀐다.
주인공으로 뛰어난 활약을 하는 것 자체가 RPG의 근본재미니까
파워빌드를 주인공이 하는 건 권장하는 바이긴 하지만
모든 동료를 파워빌드로 둘둘 말아 놓고서는
전투가 왜 이렇게 허접하냐 대충 만들었네~ 불평하는 건 비추천.
7. 로드를 너무 자주 하지 않는 게 좋다.
"방금 지나간 선택지에서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나?"
<- 같은 후회는 적어도 백번쯤은 하게 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차피 모든 길을 가 볼 수는 없고,
모든 선택지를 체험하려 세이브/로드를 남발하다가는
플레이어(너님)가 흥미를 잃어서 게임을 탈락하기 십상임
특히, 비전투 스킬 체크 선택 시에 판정 성공할 때까지 세/로질을 하는 경우가 잦은데
영감(Inspiration)이 허락하는 한도 내의 재굴림 정도에서 스스로 자제하는 쪽이
더 재미있을 거야.
굴림이 실패한다고 해서 게임이 끝나진 않아.
예상 못한 방향으로 스토리가 흘러갈 뿐이지.
앞서도 얘기했지만, 어차피 한 번에 다 못 먹는 분량이기 때문에
한 번에 한 루트 씩 차근차근 즐겨보자.
8. 가급적, 공략을 보지 않는 게 좋다.
수많은 경우의 수에 해당하는 선택지/분기를 일일이 핸드메이드로 만들어 넣은 또라이들인 건 맞지만,
라리안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TRPG에서 DM이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는 대응을 게임에 구현할 수는 없어.
플레이를 하는 사람(너님)은 한 명이기 때문에, 아무리 지나간 기억을 잊는다고 하더라도
한 번 알아버린 수수께끼를 다시 만났을 때 처음만큼 감동을 줄 수는 없거든.
빌드 공략글을 쓰면서도 특히 유의한 부분이긴 하지만,
아이템/능력 획득 방법을 설명할 때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아무리 신경을 쓴다고 해도,
너가 작정하고 모든 답을 다 찾아놓은 다음에 플레이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이 게임의 신비가 대부분 사라지게 될 수 밖에 없음.
모르면 모르는 대로, 직접 일일이 부딪쳐가면서,
게임 안에서 스스로 모험하는 걸 추천해. 특히 초회차는.
9. 그럼에도, '몰입'이 가장 재미있는 플레이다.
흔히 고수들이 곧잘 하는 '컨셉 플레이'라고 부르는 물건인데
이번 회차의 나(주인공)는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행동한다 를 사전에 정해놓고
그 역할에 빙의하듯 상황에 대응하는 플레이를 뜻함.
플레이어(너님)와 조종하는 캐릭터(타브)를 서로 분리할 수 있는 고급 스킬이 있어야 가능한데,
너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처음 겪는 캐릭터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입각해
정말로 그 캐릭터처럼 행동하면서 온갖 상황에 부딫히고 해결해나가는 거임.
수많은 고수/틀딱들이 모든 가이드에서
'컨셉 플레이를 하라' 욍알대는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극한 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자라난 게이머들은
RPG 게임의 요체가 '성장 우위'라고 곧잘 오해하는 경우가 잦은데
RPG의 R은 역할(Role)이며,
다른 인격체의 역할(Role)을 대신해 연기(Play)하는 놀이(Game)가 RPG의 본질이야.
N회차를 해먹고도 할 게 없어서 커뮤니티를 뒤지고 있는 망령들이 농담처럼 하는
"발더스 3 안 해본 뇌 구함" - 이 말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조우하게 되는 상황, 선택지와 고민.
고심 끝에 내린 결정과 주사위, 그로 인해 달라지게 되는 결과.
그 결과의 연쇄로 쌓여가는, 나만이 겪어온 나만의 여정, 동료, 스토리.
이 게 바로 RPG 그 자체이기 때문에.
Z. 맺음말
아쉽게도, 발더스 게이트3는 TRPG 플랫폼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끝이 이미 정해진 스토리라인의 RPG 세션 1개에 지나지 않는다.
(DLC로 아르베누스 외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지만,
이 말인즉 라리안에서 만들어주지 않으면 할 게 늘지 않는다는 뜻임.)
따라서, 게임의 컨텐츠는 유한해.
이 게임에서 제공하는 컨텐츠 볼륨은 출시하는 순간 더이상 증가하지 않거든.
온라인 MMORPG가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컨텐츠를 생산/제공할 수도 없음.
그저 플레이어(너님)에게 다양한 선택지와, 그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와 분기를 제공하기 위해
미친듯이 많은 분량을 수제로 채워넣은, 어찌보면 미련한 벨기에 외곬수만이 해낼 수 있는 업적임.
다만, 그 채워넣은 질/양이 어처구니 없는 고봉밥 + 양갈비라서
플레이해 본 사람들이 극찬을 하는 거긴 하지만
이 무한해보이는 고봉밥도 몇회차고 먹다보면 결국은 거덜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이 고봉밥은 언제까지 맛있을까?
어느 덧 플레이타임이 500시간에 다다른 시점에,
95%의 아는 맛 사이에서 모르는 맛 5%를 죄다 찾아보겠다고
4회차 플레이를 하던 와중, 문득 깨달은 게 저 문장임.
그래서 하던 4회차 플레이를 우선순위에서 내려놓고
초보 가이드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야.
고인물의 남은 맛 5%를 찾는 것보다
95%조차 못 즐기고 떨어져 나가는 초보가 안타까워서.
(.....나도 초회차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ㅅㅂ)
발더스 게이트3 스팀 업적 통게
https://steamcommunity.com/stats/1086940/achievements
게임의 결말에 도달한 사람의 비율이 16.2%
전술가(Tactician) 난이도로 게임을 클리어한 비율이 2.1%에 불과하다.
적어도 천만장이 넘게 팔렸다고 하지만,
진정한(?) 결말에 도달한 사람은 백에 둘 뿐인 셈.
이미 다 지나온 사람으로서, 게임을 처음 접하게 될 초심자들이
무엇에, 어디에, 소위 꽂히(?)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적어도, 생소하고 어려운 규칙의 전투에 의해 패배할 때
패배를 극복해 낼 조언과 도움은 필요하지 않을까?
난 기존의 꼰대들이랑 다르게 써볼테다! 하고 맘 먹고 시작한 글인데
결국은 다른 꼰대들이랑 똑같은 얘기를 반복한 거 같긴 함.
너님이 산 50$짜리 발더스 게이트3는
전설템 12개 둘둘 달고서 용캐 놀이하는 재미의 가격이 아니라
너 만이 즐길 수 있는 고민, 선택, 주사위, 결과, 그렇게 만들어진 너만의 스토리의 값임.
바라건대 이 게임이 너에게
'효율/성장우위'에 찌든 한국형 게이머에게 실패만 안겨주는 괴로움의 연속이 아니라
"환상의 세상에서 자신의 노력과 선택으로 이룩해 낸 나만의 스토리"란 유니크한 경험이길 바란다.
다들 즐겜하시길.
ps. 빌드 가이드를 보고서,
"쌍수쇠뇌보다 장궁 어쌔씬이 더 재밌을 거 같은데? 이게 더 낫지 않음?" <-
이렇게 궁금해하는/말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제 더 이상 초보가 아니라는 증거임. 축하하고 환영함. ^_^
pps. 사실 싱글 게임인 이상
너 즐기고 싶은 대로 맘대로 즐기면 됨. 사기급 모드를 써도 상관 없음.
다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단 한 번이기 때문에
초보로서 만나게 되는 처음을 잘 보내길 바라는 거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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