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리온 오리진 결국 비승천했다.

ㅇㅇ · 2024.04.28 00: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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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하지만 아스타리온 오리진은 승천이 더 로어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은 변함없음. 다만 그렇기에 비승천까지 과정에서 최대한 개연성을 챙기는 게 목표였고 몇 가지 단순한 규칙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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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스타리온만의 고유 선택지는 최우선권을 갖는다.

2. 아스타리온이 개추하는 선택지는 우선권을 갖는다.

3. 디폴트 직업인 [로그] 전용 지문은 우선권을 갖는다.

4. 아스타리온이 비추하는 선택지는 고르지 않는다

(예외: 아스타리온만의 전용성이 있는 경우나 [로그]로 상쇄되는 경우는 선택 가능)

임.

그 결과 1막에서의 대략적인 진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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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알바 아닌 일은 무시하고 철저히 흥미 위주의 선택을 했기에 전형적인 악성향 플레이로 개판남ㅋㅋㅋㅋㅋㅋ 다만 민타라 부대의 공성전에서 만큼은 숲을 지키는 것으로 결론을 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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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비추를 박는 선택이지만 앞서 언급한 예외 사항, 타브어지에겐 없는 아스타리온 고유 선택지가 있었기 때문이었음. 언데드건 어쨌건 그래도 명색이 하이엘프인데 드로우의 명령 따위를 들을 순 없지 않겠나?

근데 솔직히 1막에서는 이거 하나 말고는 아스타리온이 선성향으로 갈 만한 개연성을 진짜 찾기 힘들더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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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막에서부터 좀 이 기조가 변화의 조짐을 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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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벨이 납치되지 못하게 막아서는 선택은 무려 호감도가 -5 나 까이는 선택지라 차마 누를 수가 없어 그저 침묵을 택했을 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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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빛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 제아무리 아스타리온이라도 이런 결과를 바란 건 아니었을텐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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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단지 아무 말도 안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절대자와 한패 취급한 이소벨 잘못 아니냐고? 라며 표면적으로는 억울해했지만, 내면에는 알 수 없는 죄책감이 자리잡았고 이 순간부터 중립악이었던 성향이 흔들리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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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알 바 아니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서 그게 정말 내 죄가 아니게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때부터 조금씩 곱씹었던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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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진 않단 마음에 섀하 설득을 시도했지만... 이건 심히 모자라는 매력과 영감 부족 덕에 실패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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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노래마저 죽고 동료가 더더욱 광신도의 길에 빠지게 만들었다.

역시 억울했지, 이번엔 잘 해보려고 했는데 상황이 따라주질 않았으니. 이것도 설마 내 잘못인가? 이렇게 된 게 또 다 내 탓인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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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찌어찌 그림자 저주를 풀고 캐서릭을 쓰러뜨렸음에도 어쩐지 씁쓸한 마음으로 3막으로 넘어가게 됨. 그리고 거기서 마주한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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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난하는 증오스런 옛 원수의 후손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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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논리로 멸시를 쏟아내는 현 원수들 뿐. 다시 분노 게이지가 상승함ㅋㅋㅋㅋ 역시 승천...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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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나를 이 저주의 삶으로 밀어넣은 근원인 거르족, 내 부재에 고통받을 것을 잠시나마 안쓰럽게 여겼다는 게 후회되는 형제들, 그리고 그 모든 중에서 가장 빌어처먹을 새끼인 카사도어.

하나같이 존재할 가치도 없는 것들이야, 갈아마시자. 단 하나도 남김없이 다 갈아마셔서 누가 최강의 자리에 서는지 본때를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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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씹같은 인생은 지난 200년이면 충분하잖아? 나도 이제 잘먹고 잘 살 권리가 있지 않나? 나는 힘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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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옛 주인을 쓰러뜨리고 다가온 꿈에 그리던 선택의 순간

이 순간 떠오르는 게 딱 둘 밖엔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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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게일(연인), 물론 처음에 꼬신 건 이 놈의 마법적 능력을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 이용하기 위함이었지만 20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다정하게 대해준 사람인 점에 이끌려 인정하긴 싫었지만 점점 진심이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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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게일이 신이 되고자 고백을 털어놓았을 때 힘미새적 면모에 답지 않게 반대했었음.

나에게 잘 해준 건 필멸자인 게일이니까.

그리고 200년간 수많은 신들에게 수없이 한 기도가 무산되고 깨달았듯이, 게일이 신이 되어버리면 다른 신들처럼 나를 버릴까봐 두렵다는 역시 한없이 이기적인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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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내 곁에 서서 아무런 대가없이 눈을 빌려주겠다 나서고 있으니 이 무한한 신뢰는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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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바스티안. 이름은 간신히 기억했지만 이후 설득 주사위을 실패해 철저히 저주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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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리온이 피해를 끼친 사람들은 수천명에 달할 테지만, 거르족 꼬맹이들 제외 실재하게 구현된 건 세바스티안 뿐이라는 게 그 많은 피해자들 중 죄의식을 느끼는 유일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더라.

명령에 의한 거였고 원치 않는 행동이었지만 어쨌든 나로 인해 모든 걸 빼앗기고 끔찍한 고통을 당한 건 사실이니,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누군가에겐 분명 가해자이기도 했다는 걸 비로소 깨달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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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둘 덕분에 이번 단 한번만이라도, 도망치지 않고 남탓하지 않고 내가 진 죄를 온전히 인정하며 그 굴레를 끊는 선택을 처음으로 할 용기가 생겼던 건지도 모르겠다.

평생 후회할지도 모르는 선택이긴 하나, 어쨌든 이 순간에는 그렇게 해도 될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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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고뇌와 회한을 이끌고 여기까지 온 오리진 아스타리온이 우는 건, 확실히 동료 아스타리온을 볼 때랑은 달랐다고 해야하나.

감정이 동조되서 그런가 성우의 더빙 대부분이 날아갔는데도 훨씬 절절하고 애잔하게 느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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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리온 오리진으로서 최대한 로어하게 비승천하기.

솔직히 이게 정말로 로어하다 볼 수 있는진 아직까지 확신이 없지만 나로선 이게 최선이었던 것 같다.

어찌됐건 나는 내 목표를 달성했으니, 더 이상 큰 미련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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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과 스폰들 모두 언더다크로 향했으니 이제 내가 새로이 목표로 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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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된 지난 승천 아스타리온과는 반대로 뇌를 지배해서 패치 7의 악엔딩을 보는 걸로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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