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암의 아칸은 크렐과 그의 저주받은 군단(Doomed legion-크렐 휘하 와이트들)이 나가쉬의 적들에게 죽음의 선물을 선사하는 것을 만족스럽게 지켜봤다. 아델 로렌에서 테클리스가 엮던 마법에 잠깐의 마력을 지원한 건 찰나의 순간이였다. 다른 힘들도 이에 힘을 보탰고, 그들만이 아닌 다른 이들도 마법에 휩싸였다.

나가쉬의 군단 대부분은 최후의 전투에서 그들의 주인을 따르기 위해 풀숲에서 미덴하임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이는 정말로 최후의 전투였다. 아칸은 그의 뼈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이 느낌은 마치 통증으로 정말로 고통과도 같았고, 아칸은 이를 기꺼이 환영했다. 그는 에버차일드가 자신의 가슴에 새긴 표식에 손을 댔다. 그녀의 저주가 곧 나타날까? 그는 생각했다. 그럴 기회초자 있을까? 세상의 토대들은 그의 발 아래에서부터 흔들리고 있었고, 그는 곧 모든 것이 삼켜질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가쉬마저도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으리라. 아칸은 그러한 생각을 밀어냈다.

망각이다 그가 생각했다. 

마침내 잠에 들 수 있겠어, 더이상 부활도, 더이상 전장으로 끌려나올 일도 없을 테지 

그는 술에 취한채 방금 잠에서 깬 북부인들이 크렐의 도끼에 신속히 죽어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너도 나처럼 끝을 반기는가? 

아칸은 크렐이 환희에 찬 채 적들에게 향하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산 자들에게 있어서 크렐은 수수께끼였을테지만, 아칸에게 크렐은 나가쉬의 마법에 간신히 족쇄를 채운 야만인으로 불완전한 존재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한때라면 이끌었을 이들과 아무런 망설임없이 싸우고 있었다. 아니, 그는 알 수 있었다. 아니, 크렐은 자신의 살육의 나날이 끝나는 것을 반기지 않으리라

아칸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블라드는 도시 어딘가에 있었다. 그는 유령빛처럼 요동치는 뱀파이어의 검은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블라드는 망각으로 사라질 생각이 없을 것이다. 블라드는 만프레드만큼이나 신뢰할 수 없었고,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그가 그의 제자보다 훨씬 현명하다는 점이었다. 끝이 도래해 대업이 완성했을 때면,블라드는 나가쉬에게 반기를 들 것이다. 아니라면 어째서 그가 인간과 엘프들의 호의를 갈구했겠는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네페라타 또한 그녀의 추종자들을 모아 그녀의 깃발을 불사의 왕 반대편에 꽂을 것이 분명했다. 아칸은 그 생각에 아주 작은 만족감을 느꼈다...아칸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네페라타에게 실바니아의 지배 자격을 선사하라고 나가쉬에게 조언하였다. 네페라타가 그녀의 군대 내에서 더한 배신자들을 솎아내게 만드는 것. 때를 대비하여 적을 알아두는게 현명했다.

'따라오너라' 나가쉬가 말했다. 

아칸은 주인을 올려다 봤다. 나가쉬는 식탁 위 음식 찌꺼기를 두고 다투는 개들을 지켜보는 것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학살의 현장을 분석했다. 대강령술사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죽은 이들의 영혼이 그의 주변에 모이면서 그는 거의 떠올라 있었다. 아칸은 그를 따랐고, 주인의 마법에 힘을 보태어 크렐과 와이트들이 죽인 시체들을 일으켜 세워 이미 충분히 거대한 그들의 무리에 합류시켰다. 보아하니 나가쉬는 도시 전체를 시체의 바다로 잠기게 만들 생각인 것 같았다.

정교하진 않지만, 효율적인 전략이었다. 아칸은 그의 주인을 흘깃 바라봤다. 죽지 않는 왕은 정교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한때는 그도 복잡했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교함을 완전히 버린 상태였다. 나가쉬는 그만의 방식대로, 크렐만큼이나 야만적이었다.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더 이상은. 그는 아칸을 살려내 나가쉬자르에서 자신을 섬기게 만든 리치와는 다른 존재였다. 그는 다른 무언가로 변했다. 거의 네헤카라의 신들에 가까웠다. 멀리에 있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장대한 불가항력의 힘이였다.

울음소리가 공기를 채웠다. 아칸은 위를 올려다봤다. 미덴하임의 몇몇 구역엔 건물들이 아직 남아있었고, 지금은 노예 축사로 사용되고 있었다. 아칸은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많은 포로들이 다양한 지방색의 해지고 찢어진 옷들을 입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북부인들이 축사의 망가진 관문으로 몰려나오자 노예들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곧 그들의 죽은 포획자들이 몸을 비틀며 일어나자 환호는 비명으로 변했다.

'저들을 해방시켜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저들은 앞으로의 전투에서 유용한 자원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아칸이 나가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다른 화신들이었다면,그들은 기꺼이 선의로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한 작은 자비심이 그들의 마지못한 동맹을 훨씬 굳건하게 묶어줬다.

'그래,우린 저들을 해방시킬 것이다' 나가쉬가 말했다.

그는 손을 뻗었고, 아칸은 죽음이 바람이 요동치는 것을 감지했다. 자주색 빛들이 나가쉬의 길게 뻗은 손톱에서 뿜어져 나왔고, 어두운 색의 불꽃이 누이마르크를 덮은 축사 전체를 휩쓸었다. 비명들이 고통스럽게 울려 퍼지더니, 곧 침묵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들은 오랫동안 침묵하지 않았다. 곧 누이마르크의 모든 시체들이 제발로 일어섰고, 몸을 비틀어대는 무리 안으로 합류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축사를 부수었고, 거리에 나와 무리에 합류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한때 도시에서 대공원이라 불리던 곳을 통과했다. 아칸은 죽은 이들의 군단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 가쉬는 그의 주인이었고, 그의 의지는 단 한번도 그의 것이였던적이 없었다. 죽지않는 왕과 언쟁을 하느니 차라리 폭풍을 상대하는 게 나으리라.

적들은 불타버린 나무와 황폐해진 땅 위에서 결전을 펼칠 생각이었다. 무리들은 나가쉬의 가벼운 손짓에 멈췄다. 아칸은 공원 동쪽에 자리잡은 두터운 강철 방패의 진형과 뒤에서 웅크리고 있는 전사들을 발견했다. 방어벽 바로 뒤에서 마법사들이 마법을 큰소리로 외웠고 기묘한 인장들이 하늘 위에 나타났다. 악마의 마법이 이뤄지자 공기가 뜨거워지고 부정하게 변했다.

나가쉬는 웃음을 터트렸다.멀리에서 울려퍼지던 영창들이 멈추더니 조용해졌다. 마치 얼어붙은 뼈가 딱딱거리는듯한 소리는 매우 끔찍했다.

나가쉬는 아칸을 내려다봤고, 그의 눈은 사악함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그는 그의 지팡이로 카오스의 추종자들을 가리켰다.

'보아라,나의 하수인이여.해방시켜야할 노예들이 더 있구나' 나가쉬는 지팡이를 내려놓았고 죽은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저들의 족쇄를 깨뜨려 주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