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니의 아들, 고트렉이라고 한다'

고트렉이 말했다.

두 드워프는 고개를 숙이며 응답했다.

'발키의 아들, 로디라고 하오'

작고 볏이 두 개인 슬레이어가 말했다.

'그리고 난 알그린 왕관제조자라 하오'

덩치 큰 슬레이가 말했다. 

그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고트렉은 스노리를 바라봤다.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상태였지?'

고트렉이 말했다.

'그의 기억 문제 말이다'

'우리가 알았을 때부터 그랬소'

알그린이 말했다.

'허나 우리가 그와 만난 것도 오래 전은 아니오'

로디가 말했다.

'우린 몇 달 전 미덴하임 공성전에서 그와 만났소'

펠릭스는 고트렉의 어깨가 곤두선 것을 봤다.

'공성전에서 활약했었다고?'

'그랬지'

로디가 말했다. 그의 가슴은 자부심으로 잔뜩 부풀어 올라 있었다.

'악마를 죽였지'

펠릭스는 불가 너머에 고트렉의 주먹이 소리를 내며 꽉 쥐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가?'

'악마가 아니었어'

알그린이 마치 이전에도 한 적이 있던 논쟁이라는 듯 말했다.

'제대로 된 악마도 아니었지'

'놈은 불을 내뿜고 내가 공격을 명중시키니 분홍색 연기로 변하더라니까'

로디가 말했다.

'그리고 크기는 기껏해야 고양이 정도였고'

알그린이 말했다.

'거짓말 좀 하지마, 젠장'

로디가 말했다.

'고양이보단 컸다고! 최소-'

'개 정도는 됐지'

알그린이 끼어들었다.

'늑대 정도였거든!'

로디가 말했다.

'늑대만큼 컸다고! 커다란 늑대!'

고트렉은 들리게끔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자네들은 스노리 노즈바이터가 언제부터 기억을 잃게 됐는지 모른다는 건가?'

두 슬레이어는 말다툼을 멈추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항상 저런 상태였소'

로디가 말했다.

'우리가 알기론 그랬지. 그는 매일 우릴 보는데도 가끔씩 우리가 누구인지 상기시켜줘야만 했소'

'머리를 너무 많이 부딪힌 게지' 

알그린이 말했다.

'머리에 못도 많고(스노리는 볏을 만드는 대신 머리에 못을 박았음)'

로디가 말했다.

알그린은 울적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오래 전 일은 어제처럼 기억하고, 어제는 전혀 기억 못한다오'

고트렉은 욕을 내뱉었다.

'알그린은 고트렉에게 기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확실히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해줬소, 구르니의 아들 고트렉'

'맞아'

로디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만약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당신은 역사상 최악의 슬레이어일거요'

'방금 뭐라고 했지?'

고트렉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캣은 숨을 멈췄다. 펠릭스는 자리에 일어났고, 불안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상황이 좋지 않다. 슬레이어게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민감한 소재였다.

'진정하쇼' 

로디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냥 농담이니까. 내 말은 당신이 너무 뛰어나다는 뜻이었소. 당신은 스노리와 함께하는 지난 수 년 동안 여러 번은 죽었어야 했소. 그런데도 당신은 만나는 모든 것을 쓰러뜨렸잖소. 악마들, 드래곤들. 뱀파이어들. 그리고 이제 벌써 20년이 흘렀는데 당신은 살아있잖소'

'죽음을 쫓는 나의 헌신에 의문을 표하는 거냐?'

고트렉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의 외눈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로디도 자리에 일어났다.

'지금 내 말을 지어내는 건가?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펠릭스는 검에 손을 얹었다. 캣은 슬레이어와 반대편을 번갈아 바라봤다. 주둔지의 창병들은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럼 뭐라 말했지?'

고트렉이 말했다.

'진정하라고, 친구들'

알그린이 그들 사이를 끼어들려 하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우지 맙시다'

'내 명예는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야, 비어들링 놈아'

고트렉이 그를 향해 거칠게 말했다.

펠릭스는 불안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고트렉이 20년 동안 활발히 죽음을 찾지 않았던 날은 없었다고 제가 증언할 수 있습니다'

알트도르프에서 몇 달 간 술로 자기 목숨을 마감하려 할 때를 제외하고. 하지만 펠릭스는 말을 아꼈다.

'끼어들지마, 인간'

고트렉이 말했다.

알그린이 로디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서 사과해, 로디'

'하지만 난...'

로디가 말했다.

'상관없어'

알그린이 말했다.

'슬레이어의 죽음은 슬레이어와 그림니르의 문제지, 누구의 상관도 아니야. 자네는 그런 말을 꺼내선 안됐어. 이제 사과하라고'

로디는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고트렉에게 고개를 숙였다.

'용서하시오, 고트렉. 나와 상관없는 일을 꺼내선 안됐소. 내 사과를 받아주시오'

고트렉은 망설였다. 그는 여전히 어린 슬레이어의 코에 주먹을 꽂아넣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퉁명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를 받아들이지'

고트렉이 말했다. 

-샤먼슬레이어

'난 이야기를 듣긴 했대만, 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건 안믿는 편이였네'

'날 알고있나?' 

고트렉이 말했다.

'당신을 모르는 이가 없지. 고트렉 거니슨, 죽음-도둑이자 징크스 슬레이어'

다른 슬레이어가 낄낄대며 말했다.

'슬레이어들은 서로 겁주려고 할때마다 당신 이야기를 한다오'

'어째서 우리와 함께해야 하는건데?' 

또다른 슬레이어가 가슴에 난 상처를 유감스럽게 문지르며 말했다.

'그토록 많았던 죽음들이 이젠 줄어들었을 거야. 고트렉이 여기에 있다면 말이야'

'조용히 해, 아그니' 

바이터가 말했다.

'난 단지 우리 모두가 머릿속에서 떠올리던걸 입에 꺼낸 것 뿐이라고' 

슬레이어가 항의했다. 그는 고트렉을 가리켰다.

'거니슨 저자는 징크스 덩어리야! 다들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말했지...조용히 하라고' 

바이터가 말했다. 그의 어조에는 단호함도, 냉혹함도 담기지 않았다. 그는 아그니의 둥글납작한 코를 철퇴로 툭툭 쳤다.

'너무 무례하잖아'

고트렉은 다른 슬레이어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졌고, 슬레이어들은 고트렉이 멀리 떨어진 것에 만족한 것처럼 보였다.

-로드 오브 스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