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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숲의 아들 라이온] 1부 : 각성 (2)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4.25 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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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숲의 아들 라이온
· [숲의 아들 라이온] 1부 : 각성 (1)



땅 위로 흐르듯 움직이는 그의 걸음마다 확신과 확정이 완벽을 향해 담긴다. 걷는 것은 그에게 제2의 본성이며,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달리기는 그의 내면의 무언가를 일깨운다. 긴박한 감각의 흐름, 그가 향하는 목표에 대한 감각은 집중력과 명료함을 그에게 베푼다. 인식을 더 일깨우는 데 이어, 그 자신의 인식을 더욱 날카롭게 한다. 그는 자신이 숲을 균질한 풍경을 넘어 하나의 지형으로서 새로이 인식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발자국이 남는 땅, 시체가 지나간 흔적을 보여주는 식물들, 포식자가 매복해 기습을 노릴 덤불, 은신처로 삼았다가는 식물 자체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식물들까지. 페이지 위의 단어들처럼 선명하다.


이곳이 그의 집이고, 여기의 그 무엇도 그에게서 숨을 수 없다.


악취는 교향곡의 악보에 잘못 찍힌 음처럼 그를 이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 감시자는 보트 안의 왕처럼, 물속의 그림자처럼 잊힌다. 그는 오래전, 그 옛날에 그러했듯 나무 사이로 야수들을 사냥하고 있다…


무엇의 오래전이란 말인가?


사냥꾼의 속도가 느려진다. 기억조차 아닌 무언가, 어쩌면 그림자에 가까운 무엇인가가 섬광처럼 스치며 그의 집중력을 이끈다. 사냥꾼은 무엇이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기억해야 할 무언가가 있음은 기억한다. 반갑기도 하고, 격분이 일기도 한다. 오직 그가 기억하는 것은, 그가 과거에 이렇게 사냥했다는 것뿐이다.


사냥꾼은 다시 기운을 북돋는다. 기억은 언젠가 돌아오겠지. 만약 돌아온다면 말이다. 아직 지금은 쫓아야 할 사냥감이 남아 있다. 그는 계속 타락의 악취를 쫓아 나아간다.


사냥꾼은 숲이 언제 뒤바뀔지 알지 못한다. 오직 자신의 숨소리, 그리고 심장의 박동을 헤아려 시간의 변화를 잴 뿐이기에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안개가 옅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제 주위의 빛이 왼쪽 높은 곳의 광원에서 이름을 안다. 두피에 태양이 비추는 열기가 느껴진다. 짙고 축축한 열기, 기도를 틀어막을 것 같은 열기다. 나무도 이제 달라진 채다. 여전히 크고 우뚝 솟았지만, 낮게 매달린 거대한 가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나무가 드리운 왕관은 그보다 훨씬 위로 솟았고, 이웃한 나무를 타고 올라 일광을 밭으려는 식물들이 그 줄기를 덮는다. 공기에 곤중들의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가득하고, 더 이상 사냥꾼의 귀에는 강물의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 사냥꾼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다시금 땅에 손을 뻗어 나뭇잎을 한 줌 가득 쥐어 올린다. 두툼한 갈색의 나뭇잎들이 바닥을 카펫처럼 감싼 채다. 추적자들의 벗이나 다름없는 부드러운 흙과는 달리, 그 위를 지나간 이들의 흔적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사냥꾼은 이제 그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물론 그가 있었던 곳이 어딘지를 진정 아는 것 역시 아니지만, 최소한 이곳이 다른 곳임은 안다. 그는 더 이상 집에 있지 않다.


하지만 타락의 냄새는 여전히 진하다. 아니, 더 강해진 채다. 사냥꾼은 자줏빛의 양치류를, 위에서 아래로 늘어진 창백한 뿌리를, 매달린 덩굴을, 그가 이름을 모르는 가시가 돋친 넓고 윤기 나는 잎사귀의 식물을 헤친다. 모두 새로운 종류들이다. 일전의 숲과 같은 유대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의 사냥감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정도로 가까운 상태라면, 그를 둘러싼 게 무엇이건 사냥감을 놓칠 리 없다.


저 앞에 움직임이 느껴진다. 사냥꾼은 자기 사냥감이 수풀 사이로 지나며 들리는 희미한 가지의 삐걱거림을 듣는다. 그가 쫓고 있는 대상의 그림이 그려진다. 확실히 큰 놈이기에, 움직일 때 소음을 내는 것을 피하지 못한다. 포식자처럼 느껴진다. 제 할 일을 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기보단, 먹잇감에 제 다가옴을 알리지 않기 위한 움직임 같다. 사냥꾼은 내장과 썩은 고기의 내음을 들이킨다. 시체를 파먹을 때, 턱 사이나 혹은 그 주둥이에 묻은 내음이리라.


크고 위험한 포식자다. 사냥꾼은 허리띠에 결속했던 투구를 풀어 내린다. 이전에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동작을 취하면서도 위화감은 없다. 오히려 묘한 익숙함 속에, 그는 투구를 쓴다.


투구는 딸깍 소리와 함께 고정되고 곧장 밀폐된다. 전원이 켜짐과 함께, 사냥꾼의 시야에 세부 사항이 펼쳐진다. 갑주의 예비 동력, 외부 온도, 습도, 대기 성분, 심지어 지역 성계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이 행성의 낮 길이까지-18.54시간-, 자세한 정보들이 떠오른다. 사냥꾼은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채다. 눈을 깜빡여 가능한 시야 옵션을 살핀다. 표준, 편광, 적외선, 열화상, 그 외에도 많은 선택지가 있다.


사냥꾼의 선택은 표준 시야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이 이상의 선택지가 필요치는 않을 것이다. 사냥꾼은 공기 흡입구를 열어 다시 세상의 냄새를 맡으며 사냥에 나선다. 두꺼운 갑주임에도, 은밀하게 움직이는 데 어떤 지장도 없다. 갑주는 흡사 제2의 피부처럼 그의 직관에 맞춰 반응한다. 잠시의 고민도 없다. 그저 숨을 쉬듯 자연스러울 따름이다.


숨을 들이쉬며 사냥꾼이 제 먹잇감의 냄새를 살핀다. 이 빽빽한 숲에 바람은 거의 불지 않기에, 그의 냄새가 뻗어나갈 걱정은 거의 필요치 않다.


다시 숨을 들이쉬며 확인한다. 열기를 뿜으며 갑주는 그의 주변을 분석한 끝에 분자 농도와 페로몬 흔적을 분석해 유령 같은 형광의 흔적을 시야에 겹쳐낸다. 그의 느낌은 착각이 아니다.


포식자는 하나 이상이고, 그의 시야 좌와 우로 흩어진 채다.


사냥꾼은 대지를 살핀다. 하지만 잎사귀들은 여전히 완고하게 비밀을 밝히기를 거부한다. 두 마리의 포식자일 뿐일까? 아니면 그 이상일까? 그의 예리함에도 한계는 있다. 하지만 주저함은 그의 방식이 아니다. 그는 왼쪽으로 이어지는 흔적을 쫓는다. 속도와 은밀함이 균형을 맞춘다. 놈이 무엇이건 간에 이 타락한 야수를 도살할 것이라면, 즉시 제 흔적을 되짚어 다시 놈의 무리가 풍기는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빠르게 도살해야 한다. 그가 눈을 깜빡여 명령을 발하자 투구의 오디오 수신기의 감도가 올라간다. 사냥감의 흔적을 쫓는 동안, 무언가가 그를 사냥하려 들 경우의 대비다.


덤불을 뚫고 다가오는 발톱 달린 발이나 근육 덩어리의 움직임은 들리지 않는다. 다만 저 앞에서 들려오는 다른 무언가가 감지된다. 목소리다. 사람의 목소리다. 어둠 속의 감시자가 그러하듯 갑작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섬뜩한 느낌이 아니라, 조용하지도 은밀하지도 않은, 하지만 귀가 있는 모든 이에게 제 위치를 알리는 진정한 목소리다. 사냥꾼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그의 사냥감은 저 목소리를 들을 귀를 가졌고, 그 목소리를 해치려 든다는 것뿐이다.


사냥꾼은 뒤엉킨 덤불을 헤치며 몸을 감추는 것도 잊은 채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비명에 맞춰 쓰러진 나무의 거대한 줄기를 뛰어넘는다. 산란하는 녹색의 비늘을 두른 괴물이 인간의 무리를 향해 다가드는 것이 보인다.


사냥꾼은 스스로를 화살 삼아 도약한다. 초인적 근육과 힘줄의 시위로 당겨진, 검은 갑주를 두른 화살이다. 무릎이 야수의 옆구리를 찍어내고, 그 충격으로 그의 팔목만한 굵기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것을 느낀다. 야수는 비명을 포효하며 옆으로 쓰러지고 놈의 습격은 끊긴다. 하지만 사냥꾼에게 더 이상의 시간은 없다. 덤불이 바스락대며 인간들의 반대편에서 두 마리의 괴물이 더 나타난다.


인간들은 어른 두 명과 어린이 한 명, 총 세 명이다. 셋 다 낡은 옷차림에 지저분하다. 두 어른의 얼굴에는 수염이 덥수룩하다. 문화 때문도, 개인의 선택도 아닌, 그저 다듬을 기회가 부족했던 것 같다. 아이는 아직 성별이 가늠되지 않는 사춘기 전의 청소년이다. 길고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지저분한 얼굴, 하얗고 큰 눈이다. 사냥꾼은 잠시 스치는 순간 그 셋의 형상을 눈에 새긴다. 세 명은 모두 약하고, 피곤하며, 겁에 질린 채다. 그렇기에 아군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다. 지시에 반응은커녕, 얼어붙을 가능성이 훨씬 높기에. 사냥꾼은 셋을 무시하고 그대로 그 위로 도약한다.


포식자들은 전혀 다른 문제다. 모두 사람의 어깨 정도 키의 야수들이지만, 그 이상의 공통점은 찾기 어렵다. 처음 쓰러뜨린 놈은 비늘로 덮인 가죽을 둘렀지만, 다른 한 놈은 자줏빛이 도는 녹색 터럭 사이에 비늘이 듬성듬성 돋은 채다. 다른 한 놈은 가죽 이곳저곳이 키틴칠처럼 굳어져 있다. 두 놈 다 긴 턱에 날카로운 이빨이 돋았지만, 한 놈은 턱 아래 엄니가 더 돋아나 있고, 다른 한 놈은 눈 위에서 뒤로 말려 있는 거대한 뿔들이 돋아 있다.


도약의 정점에서 사냥꾼은 두 손을 깍지로 겹쳐 하나의 거대한 주먹을 빚고, 뿔 사이에 직접 강타를 내리꽂는다.


포식자의 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박혀버린다. 너무 빠른 속도로 박혔기에, 몸뚱이가 따라갈 시간조차 없다. 사냥꾼이 세 번째 놈을 향해 다가가는 순간까지도 엉덩이는 뻣뻣하게 버틴다. 세 번째 놈은 사냥꾼을 향해 입을 연다. 하지만 분노도, 공격적인 포효도 없다. 단지 근육질의 두꺼운 혀가 솟구친다. 그대로 30피트 가까운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버린 혀가 그대로 사냥꾼의 오른손을 휘감으며 집어삼킨다.


지렛대 없이 힘은 쓸모가 없다. 사냥꾼은 발을 디딜 틈도 없이 혀의 올무에 걸린 채 공중에 휘날리듯 빨려 들어간다. 그 순간을 공격의 기회로 삼으려는 듯 자유로운 주먹을 뒤로 겨누지만, 일격을 가하기도 전에 놈의 거대한 발톱이 그걸 쳐내고 사냥꾼을 짓누른다.


얼굴을 바닥에 두고 쓰러지자 그의 투구가 자동으로 폐쇄되며 먼지와 찌꺼기의 흡입을 차단한다. 이제 문제는 더 직접적인 것만 남는다. 놈은 혓바닥으로 그의 손을 입을 향해 빨아들인다. 놈의 덫이나 다름없는 혓바닥이 그의 팔꿈치 부분을 억세게 조여든다.


엄청난 힘이다.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아마 허리가 쉬이 두 동강이 났을 것이다. 사냥꾼의 갑주는 그 조임을 견뎌내지만, 시야에는 붉은 경고의 아이콘이 떠오른다. 파괴의 위협이 있다는 의미를 담는다. 야수는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며 직접적인 힘으로 찢어내기 어려운 것을 부수기 위해 애를 쓴다. 그 과정에서 사냥꾼의 어깨는 거의 찢길뻔한다. 사냥꾼은 이를 악문 채 타이밍을 맞춘다. 반 초간의 기다림, 그리고 짐승이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흔드는 순간 팔을 휙 잡아당긴다. 놈의 혓바닥이 뿜어내는 힘이 순간 느슨해진다.


사냥꾼의 팔은 이제 다시 자유를 찾는다. 포식자는 매끈한 완갑 위로 이빨 자국을 남긴다. 팔이 빠져나감과 함께 놈의 턱이 콱 닫히고, 그 바람에 사냥꾼의 손을 움켜쥔 채던 혓바닥이 잘려 나간다.


야수는 스스로 빚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며 사냥꾼의 등에서 손을 들어 이빨 사이로 시커먼 피가 새어 나오는 세 입을 감싸듯 할퀸다. 사냥꾼은 혓바닥 조각을 털어내며 몸을 일으킨다. 혀를 고정하는 근육의 수축이 없다면, 그저 숲의 바닥에 떨어지는 축축한 살덩어리일 뿐이다.


야수가 사냥꾼을 집어삼킬 듯 송곳니가 잔뜩 돋은 입을 쩍 벌린 채 달려든다. 2톤에 가까운 덩어리의 돌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냥꾼이 채비를 갖춘 채다. 팔을 펼친 사냥꾼은 손가락으로 놈의 입을 붙든다. 순간 멈춰섰던 사냥꾼은 체중을 실어 상체를 그대로 비튼다. 근육이 긴장하고, 갑주의 서보가 그대로 움직임을 지원한다.


사냥꾼이 선회함과 동시에, 야수의 돌격을 그대로 추진력 삼아 놈의 뿔 달린 동료를 향해 던져버린다. 사냥꾼의 일격에 기절했다 이제야 일어나는 뿔 달린 야수를 향해 놈이 내리꽂힌다. 두 포식자는 서로 부딪히고 쓰러진다. 사지와 꼬리가 돋은 덩어리가 된다.


겁에 질린 인간들 위로 사냥꾼이 도약한 지 채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사냥꾼은 그가 포식자들과 싸우는 동안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헐떡임을 들은 채다. 하지만 이제야 사냥꾼은 그들을 향해 돌아선다. 여전히 그들은 그 자리에 서 있다. 팔에 든 것은 무기가 아니라 장작일 따름이다. 작고 약해서, 이런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사냥꾼은 어쩌면 그가 저들을 가련히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일전에 그가 어떤 존재였든, 그와 저들의 차이점만 바라보는 시각을 오래 유지했더라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지금 그의 앞에 보이는 것은 오직 그가 보호해야 할 생명들 뿐이다. 그는 강하고, 저들은 약하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힘이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그의 힘을 빌려줘야 한다.


늑골이 부러진 야수는 야생의 회복력을 담아 일어서려 몸부림치고 있다. 사냥꾼은 그 눈에서 굶주림을 읽는다. 전갈의 침을 연상시키는 꼬리의 변이, 나무를 지나치게 조여 죽게 만드는 덩굴, 희생자의 뇌에서 자라 두개골을 뚫고 나오며 죽게 만드는 곰팡이보다도 더욱 악랄하다. 살을 먹고자 하는 악랄한 욕망이 읽힌다. 그리고 야생의 운명이 저장해둔 것을 예견해 속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사냥꾼이 곧 그 속임수다.


“내 길에서 비켜라!”


그가 인간들을 향해 외친 첫 마디다. 적대적 의도가 아니다. 오직 인간들이 싸움에서 거리를 두도록 경고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들은 두려움을 품는다. 더 새롭고 날카로운 두려움을 품은 채 그들이 물러선다. 사냥꾼은 인간들의 반응을 무시한다. 포식자들을 처리하고 나면 상황을 처리할 시간이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의 목적은 저들이 물러나는 것이다. 지금 저들이 그의 지시에 복종하는 이유 따위는 중요치 않다.


그는 상처 입은 야수를 향해 도약한다. 맹수는 으르렁거리며 독침을 뻗어 사냥꾼을 공격한다. 사냥꾼은 한 손으로 독침 뒤의 꼬리를 붙들고, 다른 손으로 그대로 그 독침을 뜯어낸다. 포식자는 다시 울부짖으며 뒤로 몸을 비튼다. 잘려 나간 부위에서 피가 솟구쳐 사냥꾼의 얼굴을 뒤덮고, 순간 시야가 가려진다. 피를 닦아내지만, 딱딱하고 번쩍이는 갑주는 피를 효과적으로 닦을 도구가 못 된다. 여전히 야수의 으르렁거림은 들리지만, 소리만으로는 이 싸움에서 이기기에 충분치 않다.


독침을 던져버린 사냥꾼은 그대로 목의 결속부를 풀어내고 투구를 벗는다. 능숙한 손길이다. 그는 인간들을 향해 투구를 던지며 외친다.


“닦아라!”


이제 독침이 없는 야수는 다시 그를 향해 다가들기 시작한다. 저들이 명령을 따르기 위해 허둥거리는지, 아니면 무슨 수류탄이라도 된 듯 투구를 보고 움찔하는지조차 볼 시간이 없다.


약간 옆으로 발을 내디딘 사냥꾼은 그대로 위로 주먹을 내지른다. 야수를 넘어뜨려 뒤집을 만치 강력한 어퍼컷이 그대로 아래턱에 꽂힌다. 돌진하던 덩어리는 사냥꾼을 놓친 채 나뭇잎 더미 위에 쓰러진다. 사냥꾼은 야수에게 달려들고, 그대로 머리를 쥔다. 야수의 목 근육과 척추가 저항한다. 사냥꾼은 거기에 맞서 전력을 기울여 비튼다. 짧은 몸싸움 끝에, 포식자의 목은 그대로 꺾인다. 사냥꾼이 머리에서 힘을 뺀 순간, 놈의 머리는 그대로 땅에 힘없이 떨어진다.


이제 두 놈 남았다.


사냥꾼은 잘린 독침을 다시 집고서 움직인다. 공격을 위한 움직임이다. 두 마리의 야수는 서로에게 딱딱거린 끝에 서로 떨어진다. 두 야수가 측면을 노리기 위해 흩어진 채 양옆에서 다가든다. 혀가 잘린 맹수는 사냥꾼을 향해 포효한다. 그게 놈의 마지막 실수다. 사냥꾼은 그대로 독침을 놈의 쩍 벌어진 입으로 내던진다. 날카로운 독침이 놈의 입천장을 꿰뚫는다. 독을 담은 뿌리가 놈의 혈류 속에 독소를 자동적으로 퍼뜨린다. 놈이 뻣뻣하게 굳어진 채,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을 친다. 먹잇감들이 그러하듯, 놈은 제 동류의 독에 면역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한 놈이다.


마지막 포식자는 사냥꾼을 향해 달려든다. 사냥꾼이 준비한 것보다도 더 빠른 속도다. 뿔 달린 고개를 낮게 숙인 채, 마지막 순간에 그대로 사냥꾼의 가슴을 향해 뿔을 위로 휘두른다. 사냥꾼은 순간 발이 붕 뜬 채 우아하지 못한 자세로 나가떨어진다. 땅과 하늘이 빠르게 뒤바뀌는 경험 끝에 사냥꾼이 넘어진다. 평형감각을 회복하며 땅에 안착할 수도 있었겠지만, 갑작스럽게 끼어든 나무줄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지는 아무도 모르게 된다. 나무가 부러질 정도로 세게 부딪힌 끝에, 그가 바닥에 쓰러진다.


갑주는 그 일격도 버텨낸다. 하지만 더 이상의 충격을 견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숨이 약간 가빠오는 것을 느낀다. 떨림도 느껴진다. 심장의 박동을 느끼며 사냥꾼이 다시 일어선다. 이 역시 익숙한 감각이다. 하지만 필멸의 위험에 익숙하다 해서 생존을 보장할 수는 없다. 비록 거기서 교훈을 얻고 조정할 수 있겠지만, 각각의 투쟁은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겨루는 현장이다.


포식자는 인간들에 대해 잊은 채다. 이제 포식자는 자신의 영역에서 도전하고 있는 사냥꾼만을 바라볼 뿐이다. 사냥꾼을 먹이를 차지하려 드는 포식자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자신을 공격하고 해치려 드는 우월한 포식자로 생각하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결과는 같을 테니까.


오직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다.






헤일리만큼은 아닌데 문장이 꽤 더럽네. 이렇게 하루 한 편씩 올리면 분량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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