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케일은 챠바그가 언덕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맘모스에게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그들이 테이요그테이의 무덤에서 무엇을 가져갔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는 통 전사들이 무덤을 나옴과 동시에 그들을 덮은 무기의 타락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그들이 블러드이터의 조각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지에 대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생각에 노스카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멍청이들은 늙은 뼈에 매달리는 자칼과도 같은 희망에 매달리고 있었다.

전쟁-사제는 무릎을 꿇고 바닥의 흙더미를 손에 쥐었고, 그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오게끔 했다. 한때 붉고, 생기가 가득하던 대지가 변하고 있었다. 대지는 지금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도 점점 회색빛으로 문드러지고 있었다. 알프케일은 고개를 들어 올린 다음, 무덤 위에 세워진 거대한 모놀리스를 올려다 봤다. 한때 위풍당당하던 모놀리스에는 몸부림치는 인간의 얼굴에 생겨나는 주름처럼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수 세기 동안 언덕을 채우던 전투와 살육의 냄새는 바람 속에 사라지고 있었다. 한때 무덤에 가득하던 코른의 힘은 흩어지고 있었다. 챠바그가 무덤에서 블러드이터를 들고 나온 순간부터,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신성모독을 저지르고 말았다. 피의 신의 힘을 증명하는 무덤은, 더 이상 신성하지 못했다.

알프케일은 시선을 서쪽으로 돌렸다. 이제 그가 이곳에 남을 이유는 없었다. 그는 그의 고향으로, 그의 동포들에게 돌아가리라. 아이슬링 부족은 피의 사제이자 코른의 예언자가 되어 돌아온 그를 환영할 것이다. 그러한 환영이야말로 그의 신의 뜻에 복종한 것에 대한 보상이 되리라.

노스카인은 다시 한번 남쪽을 바라봤다. 전쟁 맘모스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좁은 계곡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챠바그와 술은 피의 신의 뜻을 거역하기로 마음 먹었다. 코른이 그들이 죽어야 한다는 뜻을 내보였음에도 그들은 살아남기로 마음 먹었다. 신들을 속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 필멸자의 어리석음이란 그러했다. 테이요그테이도 코른의 뜻을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끓는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저주받은 이들의 고문을 받아야만 했다. 후트가와 에넥 짜르는 자신들이 그들의 머리를 수확하기 위해 보내진 코른의 투사를 파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검은 제단으로 가 블러드이터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왕의 전설적인 왕의 검을 이용하여 스컬테이커를 파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알프케일은 미소를 지은 채 회색빛을 머금어 가는 언덕의 서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악의가 담긴 미소였다.

마법사들은 괜찮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눈여겨 보지 못했다. 무덤에서 잠자던 알프케일의 꿈은 코른의 핏빛 왕국에 닿았고, 그의 신의 힘과 닿았다. 때론 그의 깨어난 정신에 여러 광경들이 멤돌았다. 핏빛색의 미래와 진홍색의 과거가 알프케일의 정신을 가득 채웠다. 알프케일 본인의 기억보다 훨씬 뚜렷했다. 노스카인은 신이 하사한 계시 앞에서 술 부족의 점술이란 얼마나 하찮은 지를 생각하곤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은 본인들의 기만으로, 본인들의 무모한 계획으로, 어쩌면 술 부족이 따르는 계획은 그들 자신의 것이 아닌, 피의 신의 계획일 것이다.

고대의 전사 스컬테이커가 족장들을 하나둘씩 죽이기 시작하자, 남은 족장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남으려 하는데

누군가는 스컬테이커와 직접 싸워 이겨내기로

누군가는 스컬테이커를 쓰러뜨린 고대의 검의 조각들을 다시 수리하기로

누군가는 다른 부족들을 이용하여 본인 부족만을 살리기로

그리고 이런 모든 시도들이 결국은 코른의 계획으로 이어지니

직접 싸우려 했던 자들은 스컬테이커를 이기지 못해 죽었고

수리된 검은 스컬테이커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되려 수리의 여정 자체가 부족의 파멸로 이어졌으며

다른 부족을 이용하려 했던 부족도 결국 그러한 기만이 자신들의 멸망이 되어줬음

마지막엔 수많은 부족들이 핏물에 잠겨 죽고, 오직 한 명만 살아남게 됨

코른이 그들이 죽길 바랬지만, 그들은 감히 죽기를 거부했기에, 그들의 저항은 더욱 처절하고 무의미했고, 그렇게 피하고자 했던 파멸은 기어코 오고야 말았음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를 전부 알고 있던 이방인 출신 코른의 사제는 그들을 비웃으며 고향으로 돌아감

섬기는 신으로부터 끝없이 발버둥치는 필멸자, 그러한 발버둥으로 더더욱 자신들의 운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장면

진짜 햄타지 카오스의 정수 그 자체인 장면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