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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새터나인] 2-2-1 월드 이터 (2)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10 14: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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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테라 공성전 : 새터나인]
· [테라 공성전 : 새터나인] 번역 링크집



2-1-4 월드 이터 (2)



하리 하르의 손목을 쥔 피어스의 손은 너무 억셌다. 완전히 손 전체를 비틀기라도 하듯.


“움직여! 발 보이지! 빨리 움직여!”


늙은 척탄병은 계속 소리쳤다. 그들을 안전하게 만드는 주문이라도 외듯이.


“못 해요-”

“이제야 알아먹는군! 정확하게! 애송이, 이제 정신 좀 드냐? 감이 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호송대에서 겪었던 공포에서조차 경험하지 못한 혼란 앞에, 하리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호송대 습격 이후 하리의 뇌에는 낙인이 찍혀버렸다. 결코 회복하지 못할 마음의 흉터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건 지금 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막연한 기억, 마음에 스쳐 가는 사소한 이야기 정도라고 해야 할까… 아, 이제 좀 기억난다. 로켓이 날아다니고, 불이 났고, 마견이 득실댔지. 근데 그게 언제더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 앞에서, 모든 것은 그저 저 멀찍이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이었다. 그가 한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으로 여겼던 기억들은 별것도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엄청난 양의 액젓과 타마린드를 쏟아붓는 폭찰(Pokh’chal) 요리를 하신다. 노트 슬레이트와 스타일러스, 처음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친척 아주머니가 주신 선물이다. 툰조(Tunzho)의 학교에서 상을 받던 날, 그리고 산문 성적 증명서. 첫 키스를 했던 연인의 얼굴. 낡고 지저분한 조선소들 사이에서 날아다니던 파란 연들. 처음 신더만을 만나던 순간. 기억들은 조용히 그의 머리에서 눈길을 헤치듯 스쳐갔지만, 그게 그의 기억인가? 하리 하르라는 청년의 기억 아닌가? 하리 하르가 나일 리가 없다. 지금의 나는 그저 신음하며 눈을 부릅뜬 짐승에 불과하니까. 땀에 흠뻑 젖은 더러운 옷을 입은 채, 어떻게든 실금하지 않으려 버둥거리며, 넘어지지 않고 걷는 법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는 그런 동물.


피어는 그런 하리를 세게 갈겼다.


“발 놀리라고!”


척탄병이 하리의 얼굴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하리가 눈을 깜빡였다. 대체 왜 병사들은 거짓말을 하지? 이게 진짜 전쟁이면, 정말 전쟁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면, 대체 왜 구라들을 그렇게 늘어놓는 거지? 올리 피어스같은 거짓말쟁이도 전쟁에 필적할 거창한 말을 늘어놓을 수는 없을 텐데. 전쟁은 그 어떤 거짓말조차 압도했다. 건방질 정도로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 해도, 전쟁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쟁은 대문자로 이루어진 비명이었다. 소음이었다. 말조차 될 수 없었다. 통사도, 형용사도, 숨은 뜻도, 맥락도 없었다. 전쟁은 갑자기 튀어나와 아주 단순하게 얼굴을 후려치며 우리와 소통했다. 이건 이야기가 아니라, 사건이었다.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병사들은 거짓말을 한다. 그게 그들이 견뎌온 것에 대해 빈약하고 불충분하게나마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들이 감히 표현하기조차 꺼리는 것들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전쟁은 너무 거대했고, 병사들은 그 거대한 상대에게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토해내고, 스스로를 정화하기를 원했다. 오직 거짓말만이 그럴 방법이었다. 아니면 누군가를 갈기며 싸움판을 벌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하리는 다시 눈을 깜박였다. 이제 정말 감이 왔다. 거짓말은 구마식 같은 게 아니었다. 최소한, 완전히 그렇지는 않았다. 거짓말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보호막이었다. 전쟁의 야만적인 비명을 들은 후, 거짓말은 단지 말이 되기 거부하는 무언가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었다. 표현의 대체재가 아니었다. 거짓말은 치료제이자 안온함이었다. 영광과 영웅담, 성취와 성공에 대한 거짓말들. 결코, 오만한 자랑과 자리 합리화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들이 참아낼 수 없는 무언가를 다루려는 방법일 뿐이었다. 전장의 광기, 그리고 날아드는 폭력에 맞서 생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기제였다. 전쟁이 어떤 의미를, 어떤 가치를, 지속되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는 방법들이었다. 거짓말은 전쟁에서 살아남을 만큼 운이 나쁜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전쟁을 만들어 준 것이다.


거짓말은 병사들에게 생각할 거리, 말할 거리, 그리고 무언가 소중히 여길 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전쟁의 진실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도록.


“시팔, 이런 때에야 이걸 알아차리다니…”


하리가 자신을 향해 중얼거렸다.


“뭐? 뭐라고 했냐?”


피어스가 소리쳤다.


하리는 피어스를 쳐다보았다. 올리 피어스, 샤코를 비뚤게 쓰고, 코트 앞자락엔 먹던 걸 흘리고, 시큼한 입 냄새가 나는 아저씨. 그리고 진흙과 윤활유를 반쯤 뒤집어쓴 몰골. 이런 짓을 거듭하기엔 너무 늙은 영감님. 피어스 아저씨, 대체 무슨 끔찍한 삶을 살았기에 이런 웅장한 거짓말쟁이가 되신 겁니까? 대체 얼마나 끔찍한 걸 봤기에 그렇게 많은 거짓말을 하는지. 그걸 말해주려는 거였는데, 내가 너무 멍청해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군요. 전혀 이해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으니.


이젠 알고 있다. 하리는 생각했다. 차라리 그걸 온전히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지금 이 경험을 잊고, 여기 있지 않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장에는 진실도, 이야기도, 어떤 말도 없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위험도 헤쳐 나가겠다는 고결한 용기와 야망은 모두 헛소리였다.


여기에 소중히 여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배울 것도 없다. 전쟁은 단지 소음 속에서, 과부하된 감각을 통해 고통, 공포, 두려움을 배우는 곳이다. 바로 그거다. 꾸밈따위 없는 외설 덩어리. 소통은 불가능하고, 소통이 가능해서도 안 된다.


하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늘은 화염에 물들었다. 바리케이드도 마찬가지였다. 무적일 거라 믿었던 전차들의 대열도 이미 먼지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까마귀처럼 생긴 놈들이 머리 위를 맴돌았다. 몸이 성치 않은 부상병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일행을 지나쳐 갔다. 끊임없이 폭발과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거듭 울부짖음이 그 폭풍을 뚫고 들려왔다. 인간의 울부짖음이 아니었다. 하리는 지금 전쟁 그 자체를 듣고 있음을 확신했다. 단어 하나 없는 말이 거듭 외쳐졌다.


“애송이, 널 여기서 꺼내주마. 더 여기 있을 수 없군.”

“또 거짓말을 하시네요.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서 비전투원인 제 핑계를 대는 거잖아요? 좋은 핑계네요.”


피어스가 하리를 또 거세게 때렸다.


“이 망할 애새끼가.”


그리고 피어스는 하리의 머리를 큼직한 손으로 꽉 쥐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었다. 눈에는 회한이 서려 있었다.


“여기 있으면 다 죽는다. 월드 이터 군단이라고, 애송이. 그놈들은-”

“나도 알아요.”


하리가 말을 끊었다.


“그냥 가요. 도망치자고요. 이제 거짓말은 집어치우고, 그냥 가자고요.”


피어스는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그들 앞의 참호 사이로 거듭 포화가 교차했다. 군기는 떨어졌다. 군기를 지키던 병사 셋이 죽었다. 남은 둘이 어떻게든 군기를 일으켜 보려 했지만, 버거운 일이었다.


“아니면 다른 걸 하죠.”

“무슨?”

“거짓말이요.”


하리는 군기 기둥 하나를 움켜잡고, 군기를 일으키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피로 흠뻑 젖은 기둥이었다. 피어스도 그 노력에 합류했다.


“애송이, 이건 거짓말이 아니잖아.”


사실 하리도 이게 뭔지 정확히 확신하지 못했다. 다만 무언가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밖에 몰랐다. 무의식 속, 무감각하게 일어나는 사건 속에서 감각을 되찾는 방법 같았다. 도망칠 수도, 죽을 수도, 아니면 이렇게 군기를 일으킬 수도 있다. 노병들이 늘어놓는 최고의 거짓말처럼, 뭔가 의미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이었다. 멍청할 정도로 하찮은 일이었지만, 하리는 그 하찮은 짓을 했다.


네 사람은 군기를 곧게 세울 수 있었다. 연기 너머로 군기가 휘날렸다. 라스건의 포화가 구멍을 뚫어둔 채였다. 어처구니없을 만큼 무겁고 거추장스러웠다. 두 명의 병사가 더 달려와 군기를 세우는 일을 도왔다. 그중 한 명은 조셉 바코 먼데이였다. 무사해 보였지만, 너무 크게 울고 있었기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들 힘내! 올려붙여!”


피어스가 거칠게 소리치고 있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고지 테르시오, 후아!”


다른 이들이 합류했다. 유일하게 불이 붙지 않은 채 알아볼 수 있는 상징이었기에.


“우린 다 죽었어!”


누군가가 울부짖었다.


“시끄러워! 아직 아니야!”


피어스가 고함을 쳤다.


“그분이 보호하신다! 그분께서 보호하실 거라고! 시팔, 조금이라도 믿음을 보여 봐라 이 애송이들아! 그리고 그분께 모여! 테라여! 테라의 옥좌여!”


몇몇이 그 구호를 따라 했다. 하리도 그중 하나였다. 병사들이 모일 때마다 군기는 점점 가벼워졌다. 하리는 한 손을 기둥에서 떼서, 조셉의 어깨 위에 올렸다. 계속 전율 속에 울부짖던 조셉이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제 병사들은 대략 40명 정도가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서로 다른 부대 소속이었다. 다른 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몇몇은 군기를 지탱하는 것을 도왔고, 몇몇은 방어선을 갖추고 병기를 쥔 채, 군기 아래 모여들었다. 최소한, 그 군기만은 지켜 내리라는 각오로. 다리는 상실했고, 강안의 포좌는 짓밟혔다. 하지만, 최소한 군기만큼은 지켜 내리라는 결의였다. 솔라 다리에 펼쳐진 지옥도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은 그 군기뿐이었다. 그들이 죽음을 맞는다면, 아무리 사소한 이유라 해도 그 이유를 위해 죽음을 맞게 되리라. 살아남는다면? 역사상 최고의 거짓말을 늘어 놓을 기회를 얻게 될 테고.


피어스는 목이 멘 채 계속 구호를 이끌었다.


“테라의 옥좌여! 테라의 옥좌여!”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채 5분도 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 5분도 안 되는 시간이 온 우주의 순환과도 같았다. 무겁고 금이 간 두 개의 기둥과, 낡아빠진 수가 놓인 천 한 조각이 울부짖고 있는 전쟁의 무의미함을 물리치고, 그들의 삶에 견고한 목적을 주었다.


구호가 흔들렸다.


첫 괴물이 연기로부터 나아왔다. 파괴된 바리케이드, 그리고 한때 무적처럼 보였던, 지금은 불타고 있는 전차의 곁을 지나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전쟁이 병사들의 연약하고 절망적인 거짓말을 부수기 위해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보내기라도 한 것처럼, 월드 이터 군단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뿔 투구와 강철 군화를 한 채.


놈은 병사들을 보았다. 겁에 질린 채, 낡은 군기 아래 옹기종기 모인 60여 명의 병사들을. 놈은 자신이 쥔 체인액스의 울부짖음보다 더욱 거대한 포효를 토해냈다.


상어의 미소가 씩 열렸다. 놈의 상어와도 같은 이가 불꽃 속에서 번쩍였다. 머리를 숙인 채, 놈은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분이 보호하신다!”


피어스가 포효했다.


“애송이들아, 우리가 그분을 지키면 그분이 보호하신다!”


월드 이터 군단병을 향해, 병사들이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어떤 희망도 없다. 나는 이제 명백한 재앙을 향해 추락하고 있다. 다리는 상실된다. 동안도 상실된다. 대적이 갖춘 힘은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시원의 파괴자가 뿜는 독 섞인 불은 그들의 힘을 더 키우고, 이제 동부 순환선과 서부 화물구역을 향해 밀려온다. 저들을 여기 방벽이나, 혹은 몬살반트에서 막을 수 있다면, 아주 운이 좋은 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운이 좋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영원의 벽 우주항에 대해 로갈이 품은 전략적 의도를 뼈가 저리도록 안다. 그의 전술적 계산은 거의 틀리지 않고, 그는 운 또한 믿지 않는다. 나는 그 운을 행운이라고 부른다. 행운은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지만, 나는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행운이 이른다면, 꽉 막힌 기어에 부어진 윤활유와도 같을 것이다. 때로 필연을 바꿔내어 비껴 나가게 하는 것이 바로 행운이다.


하지만 이곳의 상실은 필연 이상이다. 이미 일어난 일이므로. 우리는 후퇴해야 한다. 병력을 방벽에 재배치하고, 반격을 위해 최대한 많은 자산을 아껴둬야 한다. 이미 수백여 명이 전사했지만, 살아남은 병력은 반드시 다시 건제를 갖춰야 한다. 지금 싸우는 건 그들이 살육당하는 것으로 끝날 헛된 싸움이다. 방벽에서, 몬살반트에서 싸워야 그런 낭비를 피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누구도 그 명령을 내릴 자가 없다. 연기와 대학살 속을 누비는 가운데, 그 어떤 지휘자도 보이지 않는다. 장교도 보이지 않는다. 대성주도, 여기 배치된 군단병들의 흔적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고장군 니보란-은총이 그를 지키시길-역시 도착하지 않는다. 모든 통신망은 끊기고 죽은 채다.


나는 그럴 권한이 있다. 하지만 나는 보이지도, 알려지지도 않는다. 츠토무도 아직 여기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도 내 의지와 통할 수 없다.


최소한, 내 존재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낸다. 내가 질주하면, 내 저주받은 기운도 나를 따른다. 나는 공허요, 내 도착 앞에 불생자는 움츠린다. 까마귀 형상의 무리가 암사자에 쫓겨나는 독수리처럼, 사냥꾼의 총성에 쫓겨나는 비둘기처럼 방향을 틀고 물러난다. 주력군의 공격에 앞서 달려들던 마견이 낑낑대며 다가오다 나를 감지한다. 적어도 나의 공백을 감지한다. 놈들은 꼬리를 감춘 채, 비겁한 채로 낑낑대며 솔라 다리를 향해 도망친다. 놈들이 더 좋아할 공기가 펼쳐진 곳이리라.


야수 같은 놈들, 염소의 얼굴에 굽이 달린 놈들은 더 저항한다. 놈들은 겁에 질려 움츠러들지만, 도망치지 않는다.


나는 놈들을 살육한다. 진실이 놈들의 털과 뿔, 그리고 뚱뚱한 목구멍을 잘라낸다. 내 칼날은 놈들의 독혈이 묻은 채 질주한다. 가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황제 폐하의 이름 아래 이루어진 모든 살육은 중요하다. 우리가 놈들의 수와 힘을 줄이는 만큼, 승리에 다가가게 되리라.


내가 지나간 뒤로 놈들의 시체가 흔적처럼 남는다.


다리로부터 그리 머지 않은 곳, 불타는 전차들의 뒤로 군기가 보인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그분의 얼굴을 본다. 멍청하게도, 잠시나마 그분이 여기 온 것인가 생각한다. 전쟁터에 납시어 모든 것을 바꾸시리라는 짧은 생각. 달콤한 승리로 이어졌던 대성전의 시대가 다시 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마치 별처럼 빛나시는 그분이 우리를 직접 이끄시던 그때.


하지만 저것은 군기일 뿐이다. 그분의 얼굴에 피탄 자욱이 새겨진다.


군기 주변에 서른 명 정도 되는 병사들이 모여 있다. 내가 본 생존자 중에는 가장 큰 규모의 무리다. 살아남기만 하면, 다른 곳에서 진짜 변화를 만들 수도 있을 숫자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남지 못 하리라.


가까이 다가간다. 월드 이터 군단병이 보인다. 놈들은 바리케이드를 지나쳐 달려든다. 한 놈이 접근로 쪽으로 다가가 모여 있는 생존자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한다.


제7 광란자 분대의 카다그 이데. 거대한 공포, 해골을 취하는 자, 전리품으로 취한 인골과 인피를 마치 가죽 앞치마라도 된 양 갑옷에 둘러놓는다. 마치 그에 집착하듯이. 놈은 광전사고, 그의 감정은 오직 말로 표현되지 못할 살해욕 뿐이다. 놈은 시속 60킬로미터에 달하는 속도로 움직인다. 마치 통제 불능의 속도광처럼, 놈은 병사들 사이로 달려들 것이다. 놈은 병사들을 죽이고 그 육을 취하리라. 물론 꼭 그 순서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가속한다. 카다그 이데는 나보다 50배는 강할 것이다. 내 덩치의 여섯 배에 열 배는 빠르다. 놈은 장갑차를 넉넉히 쪼개놓을 정도로 거대한, 사슬이 얽힌 체인액스들을 휘두르며 달려든다.


흥미롭다. 내가 이 불쌍한 대적, 돌아선 벗들을 연구하면서 그들이 어떤 괴물이 되었는지 경탄했지만 모두 이론이었기에. 이제 괴물이 되어버린 제12군단의 전사들과 첫 실전이 될 것이다.


내가 이 전장에서 누리는 한 가지 이점이 존재한다. 나는 카다그 이데를 볼 수 있다. 하얀 갑옷에 뿔이 달린 거인.


카다그 이데는 나를 볼 수 없다.


나는 군기 앞 방어선의 5미터 떨어진 곳에서 놈을 정면으로 가로막는다.


놈은 마지막 순간 나를 느낀다. 놈의 혈류에 자리 잡은 불생자의 아니마(Anima)가 내 공백을 깨닫고 움찔한다.


내 신념은 황제 폐하께, 내 힘은 진실에.


진실이 그의 얼굴을 뚫고 들어간다.


위로 꽂아 넣은 충격에 팔꿈치와 어깨가 거의 부러질 것 같다. 내 발은 미끄러지고, 거친 착륙을 감행한 스톰버드처럼 깊은 자국을 지상에 남긴다.


카다그 이데는 일어선다. 놈은 잠시 후 생명을 잃고 쓰러진다. 마치 부서진 고래처럼, 놈의 얼굴로부터 가슴까지의 하얀 갑옷이 찢어지며, 갑옷에 걸린 인피와 인골들이 산산이 흩어진다. 도관과 피드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피는 분수처럼 솟구친다. 놈의 피, 그리고 놈의 찢어진 위장에서 터져 나온 놈이 취한 피. 놈은 사타구니에서 두개골까지 찢어진 채, 경련을 일으키며 비틀린다. 등으로 땅에 떨어진 놈은 쇠붙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무너진다. 진창이 거칠게 튀긴다.


내 첫 실전은 성공이라는 판단을 내린다.


군기 주변에 모인 병사들은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 기적처럼 느껴졌으리라, 불가능한 일에 이른 신의 손길처럼. 그들도 나를 보지 못한다. 오직 내가 남긴 결과를 볼 뿐.


하지만 그럼에도 병사들은 환호를 내지르며 구호를 외친다.


나는 그들을 향한다. 얼굴에 맹목적인 희망이, 눈에 승리감이 머문다. 그들은 여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움직여야 한다. 철수해. 더 많은 놈들이 온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다만-


그를 나는 본다. 늙은 척탄병. 무뢰배같이 굴던 베테랑. 호송대에 있던, 아주 특이하게 행동하던 그 사람.


그는 나를 본다. 나를 직시한다. 한 손은 군기 기둥에 올린 채,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린 채다. 그의 얼굴과 수염에 튄 카다그 이데의 피가 반짝인다.


그는 나를 본다.


나는 그를 직시한다. 날 더 잘 알아보길 바란다.


나는 손가락을 뻗는다. 방벽을 가리킨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단호하게.


제발 가요. 내 뜻을 이해해 줘요, 부탁이니. 지금 가요. 가능한 동안, 사람들을 이끌고 벽으로 가요.


제발, 날 보고 내가 뭘 말하려는 건지 이해해 줘요.






피어스의 포효는 하리의 귀까지 들려왔다.


“그분이 보호하신다! 그분이 지키신다! 내가 말했잖아! 몇 번씩 말했잖아, 이 애송이들아! 그분이 함께하신다! 황제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뭔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냥 무슨 일이 벌어졌다. 구름에서 태양이 벗어나듯이, 조용하게. 하지만 일광이 아니었다. 그저 고요함이었다. 전장의 울부짖음마저 잠재울 것 같은 짙은 냉기였다. 너무도 괴이쩍게 생겼던 악마 같은 놈들이, 갑자기 산산이 부서지고 흩어졌다. 낑낑거리며 짖어대던 놈들이 뒤를 돌아 도망쳤다. 그리고 저 괴물, 불과 몇 미터 앞에 있던 저 야생 아스타르테스 괴물이 두 조각으로 토막 난 채 쓰러졌다. 보이지 않는 무슨 힘에 의해서.


하리의 시선이 그 쩍 갈라진 거대한 시체를 향했다. 시체의 균열에서 김이 무럭무럭 뿜어졌다. 너무 크고, 너무 빠른 괴물이었고, 격노 속에서 돌격하는, 전사라기보다는 자연의 재앙과도 같았던 괴물이 저런 꼴이 난 것이다.


이 지상에서, 오직 신성을 제외하고 저런 자연의 재앙을 틀어막을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미트러스의 영이 우리 안을 거니신다, 애송이들아!”


피어스가 다시 소리쳤다.


“변덕쟁이 전쟁의 여신님! 여신께서 우리를 선택하셨다! 축복받은 것들아, 따라와라! 군기 들고 따라와! 방어선으로 간다! 방어선으로 물러난다! 들었냐? 빨리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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