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엔젤은 황궁 진입 15분 후 북부 구역의 제3층 주요 지원 조정단지를 공격한다. 이 단지의 방어 병력은 부실한 편이다. 황궁에 주둔하고 있는 연대 하나에서 선발된 20명이 경비를 서고 있을 뿐이다. 일부는 옛 전쟁들에 참전했던 고참병이고, 일부는 명문 출신의 징집병이다. 모두 느리다는 뜻이다. 고참병들조차도 낡은 튜닉과 광택이 도는 황동색 제복 아래 살진 몸을 감출 수 없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지역은 황궁 북쪽에서 일하는 시종들과 제조 장인들의 대군을 감독하는 곳이다. 촛불을 켜고, 메시지를 전하고, 식수를 나르는 이들이 바로 이들이다. 중요하면서도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할까. 황궁은 그 자체로 비틀대는 발걸음과 중얼거려진 명령, 아주 오래되고 석회화되다시피 한 명령들로 빚어진 공간이다. 문서 더미가 각각의 출납기마다 가득 쌓여 있다. 메시지 튜브를 통해 명령과 정보가 쉿쉿대며 오간다. 수백에 달하는 서기관들이 웅크리고 앉은 위로 궤도를 따라 수많은 픽트 렌즈 화상들이 미끄러진다. 수십억 톤에 달하는 피지들이 뿜어낸 먼지가 온 사방에 널린 뒤다. 여기서 일하는 모두는 이것이 그들의 신성한 임무이고, 그들이 존재하는 목적임을 안다.

그리고 다크 엔젤은 벼락처럼 그들 한 가운데 내리꽂힌다. 문이 경첩에서 폭발하듯 뜯기고, 여기 대응하려던 경비 병력은 노호하는 총성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통제관들과 고위 감독관들은 겁을 집어먹는다. 몇몇은 도망치려 한다.

그리고 모르다치가 부서진 문 사이로 발을 디딘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더욱 잔혹하게 직접 나설 뿐이다. 유령처럼 창백한 빛의 소용돌이가 그의 머리를 휘감고 번뜩인다. 도망치려던 시종들은 순식간에 신경과 근육이 마비된 채 얼어붙는다. 들리는 것은 정적뿐이요, 그 사이를 심장 박동과 숨죽인 호흡이 메운다. 모르다치는 얼어붙은 사람들 사이를 걷는다. 지금의 고요와 침묵을 빚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력이 필요하다. 그의 투구 안에서, 그의 눈 위로 서리가 엉긴다.

“구원 신호를 보냈군.”

나리엘이 숙고기 콘솔의 깨진 화면에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연다.

“답이 온다면, 별로 시간이 많지 않네.”

모르다치는 대꾸하지 않는다. 그의 의식은 지금 수많은 시종들 사이를 넘나들며 그들의 정보값을 살핀다. 친절하지 않지만, 재빠른 손길이다. 몇몇 시종의 눈에서는 피가 흘러내린다.

“이자군.”

모르다치가 입을 연다. 그는 회색과 푸른색, 그리고 금빛으로 짜인 최고위 감독관(Prefect Primus) 복장의 사람 옆에서 멈춰 선다.

소소하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존재다. 머리카락 대신 그의 업무에 대한 문신을 새긴 채다. 태양의 광선, 낫 모양의 달, 먹으로 뜬 별의 형상이 그려져 있다. 만날 수 없는 가족, 그리고 나이가 차면 그의 자리를 물려받을 딸을 가진 이다. 10시간 전 제 숙소를 떠날 때, 침대 옆의 그릇에서 기도용 동전을 꺼내는 것을 잊기도 했다. 지금 갑주를 두른 거인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 는 지금, 그는 움직이지도 눈을 감지도 못한 채 정면을 응시한다. 코발트빛 푸른 갑주의 면갑 뒤로, 붉은 눈이 빛난다.

“용서하게.”

모르다치는 손가락을 남자의 이마에 얹는다. 부드러운 움직임이지만, 세라마이트를 두른 손가락은 차갑다. 모르다치의 정신이 남자의 의식을 깊이 찌른다. 결코 깔끔한 일은 되지 못한다. 고기 굽는 냄새, 그리고 정전기가 대기를 가득 채운다. 모르다치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 외의 모든 정보를 제거하고, 남자의 자아와 과거가 불타며 사라진다.

“인근에서 오스펙스가 무언가를 탐지했네!”

방 건너편에서 나리엘이 외친다.

“형제여, 떠나야 해.”

모르다치는 움직이지 않는다. 최고위 감독관은 아직 살아 있다. 그냥 살아 있을 뿐이다.

“고맙군.”

모르다치는 입을 열며 일어선다. 남자의 시신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남자가 비밀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몇 가지 사항들은 이제 모르다치의 정신으로 기밀이 되어 움직인다. 

“충분히 알고 있더군.”

모르다치가 입을 연다.

“암흑 감옥의 주출입구는 북쪽으로 2.5마일 떨어져 있네. 보안이 철저하지만 뚫을 수 있어. 가장 취약한 진입 지점은 상층부 쪽을 지나는 대기 순환로일세. 전력이 끊기면, 멜타 폭발물로 뚫어낼 수 있어.”

“다른 사항은?”

나리엘이 손짓할 필요조차 없다. 아직 시종들과 제조 장인들은 모르다치와 사이킥 연결로 엮여 있다. 모르다치는 형제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알고, 할 수 있는 대응은 하나뿐임을 안다. 또한, 나리엘은 모르다치의 입에서 직접 나오는 말을 들어야 함 역시 알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그들의 비밀이 강요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며, 그들이 짊어진 짐의 일부라 할 것이다.

“우릴 봤으니, 살려둘 수 없네.”

볼터 총성들이 메아리치기 시작한다. 먼지가 공기를 휩쓸고, 바닥에 미끄러지는 피 위로 떨어진다. 다크 엔젤 한 명이 인페르노 수류탄을 피지 출납기 위로 던진다. 잠시 후, 불길이 허공을 휩쓸며 솟구친다.

모르다치는 단지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침대 옆 그릇에 잊힌 채 놓여 있던 기도용 동전의 상이 서서히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아주 개새끼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