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엘 제스 아뎁트는 하늘을 물들인 불꽃을 바라보며 두 눈을 감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신체의 인간적 부분들이 슬픔으로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제스는 베스타의 방 북쪽에 위치한 화면으로 시선을 집중하며, 화면을 최대로 확대시켰다. 어떤 광경을 보게 될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광경을 보기가 두려웠다.

 율리시스 수로를 따라 세워진 이플루비엔 맥시멀의 원자로들을 따라, 여러 개의 버섯구름들이 불꽃과 함께 하늘로 치솟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담은 충격파가 수백 킬로미터 반경의 대지를 평탄화시키며 생명을 앗아가고, 뒤이은 화염폭풍은 이후 만 년 동안 화성의 사막을 방사능에 오염된 유리로 뒤덮을 터였다.

 "안녕히, 이플루비엔." 제스는 그리 말한 뒤, 자신의 공장을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는 싸움들로 집중을 돌렸다. 윤기 나는 유리판들에 비치는 전투의 장면들은 너무도 격렬해, 화성 위에서 이런 참극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믿기조차 두려울 지경이었다.

 타라니스 기사들의 돌격은 둑길 위에 공격자들의 피로 젖은 길을 열어 냈지만, 기사들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2기의 나이트가 더 쓰러졌고, 이제 남은 것은 오직 베르티코다와 카투릭스, 그리고 단 세 명의 전사들뿐이었다.

 매 초가 지날 때마다 기사들은 점점 더 멜가토르의 천막에 가까워져 갔지만, 저들이 과연 목표까지 살아서 도달할 수 있을지는 제스라 해도 알 수 없었다. 만에 하나 살아서 도달한다 하더라도, 적의 심장부까지 파고든 상태에서 도망칠 곳은 없으리라. 레기오 템페스투스는 레기오 역사의 계보에 가장 고결한 전투 중 하나로 기록될 싸움을 치르고 있었다. 그 계보를 기록할 생존자가 남기나 한다면 말이지만. 제스 자신의 전사들도 그녀가 바랐던 것보다 훨씬 더 잘 싸워 주고 있었다.

 켈보르-할의 종들이 마그마 시티를 차지하려면 큰 피해를 감수해야만 하리라. 그리고 제스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는다면, 저들은 분명 도시를 차지하고 말 터였다. 그것은 기정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단지 마그마 시티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화성의 나머지 지역들도 곧 있으면 제조장관에게 충성하는 종들의 손에 들어가게 될 터였다.

 이제 이플루비엔 맥시멀의 고결한 행동을 뒤따를 때가 왔다.

 제스는 화면들로부터 등을 돌려, 자신의 공장 깊숙한 곳으로 이어지는 넓은 수직 통로로 향했다. 저 아래서 흐르는 마그마에서 뿜어져 올라오는 열기와 에너지파가 제스의 몸을 감쌌다.

 원시적인 형태의 서비터 하나가 두건 달린 로브를 입고 제스의 뒤를 따랐다. 세련된 방 안의 모습에 비하면 그 조악한 생김새는 퍽 어색해 보였다. 이 이름없는 사이보그 생명체가 제스의 옆에 자리를 잡는 가운데, 십여 개의 늘씬한 은 기둥들이 통로 주위의 바닥에서부터 솟아 올랐다.

 각 기둥들의 꼭대기에는 복잡하게 배열된 플러그들이 달려 있었다. 제스는 기둥들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두 기둥 위의 생체 정보 인식기 위에 올린 뒤, 척추를 따라 기계 촉수 여러 다발을 뽑아 냈다.

 기계 촉수들이 허공을 휘저으며 남은 기둥들에 접촉하고, 제스는 일련의 매크로 명령어들을 마그마 시티의 누스피어 네트워크에 전송했다. 제스의 공장을 그린 빛의 약도가 눈앞에서 반짝이며 나타났다. 누스피어 개조를 받지 않은 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이미지였다.

 "케인 예하가 몬두스 오큘럼에서 최소한 누스피어 네트워크의 일부라도 건질 수 있었어야 할 텐데." 제스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 추악한 내전 때문에 내 기술이 잊혀진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니."

 "파멸을 눈앞에 두고도 거만하기 짝이 없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제스는, 등 뒤에서 공중을 나긋나긋하게 미끄러지며 다가오는 멜가토르의 테크-프리스트 어새신의 모습에도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보게 될 거란 직감이 들기는 했었지." 제스는 말했다.

 "시도니아 자매단은 모욕을 가한 자를 결코 잊지 않거든." 레미아르가 말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건지 묻고 싶지만, 어차피 중요치 않은 일이겠지."

 "물론." 레미아르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중요치 않고 말고."

 암살자는 방 바닥 위를 느릿하게 부유하며 제스에게로 다가왔다. 양손은 허벅지에 매인 총집에서 우아한 황금 권총 한 쌍을 뽑아 들고 있었다.

 "내 고용주께서 이 도시를 온전한 채로 손에 넣기를 바라신다." 레미아르는 제스 앞에 떠오른 누스피어 지도를 입력해 들이며 말했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짓거리는 멈춰 줘야겠어."

 "그럴 수는 없지." 제스는 단호히 말했다.

 "부탁한 게 아니야." 레미아르는 그리 말하고는, 제스의 가슴을 두 번 쏘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