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원 위치에 섰네, 사서 형제여.

나리엘의 목소리가 복스에서 낮게 웅웅거린다.

- 지시를 내리게.

“확인.”

모르다치가 대꾸한다. 고개를 든 모르다치는 자신의 다음 반역이 펼쳐질 곳을 바라본다. 동력 및 통신 연결 사원 베타-원-알파. 이곳은 낡고 오래된 황궁의 핵심부로 이어지는 갱도 내부에 연결된 곳이다. 갱도의 벽에 매달린 이곳은 금속과 락크리트가 뒤엉킨 종양처럼 보이는 설비다. 흡사 덩굴처럼 전력 케이블이 뒤엉켜 있다. 수천 년 전, 기계승들은 황궁의 동력 도관과 이 건물을 잇기 위한 임시 다리로서 사원을 건설했다. 오래 가지 못하도록 지어진 대부분의 것들처럼, 이것은 수천 년 동안 이곳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체계 내부의 부속들이 늘 그러하듯, 그 중요성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상태다.

“검이 뽑혔다.”

모르다치는 복스에 의식적인 문장을 내뱉는다. 그를 감싼 바람은 흡사 칼날처럼 갑주를 스친다. 그의 챕터, 그리고 챕터의 비밀을 위해 수많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여기까지 이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모르다치의 혀가 단어를 내뱉는다.

“실행하라.”

다음 순간, 발사기들이 미사일을 토해낸다. 기계-사원의 벽이 폭발의 파문과 함께 그대로 무너진다. 파편은 통로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사방에서 불길이 새로 돋아난 틈새를 파고들어온다.

- 저항이 시작됐네, 형제여.

나리엘이 복스로 교신을 보낸다.

- 지금일세.

모르다치는 폐허가 된 사원 위쪽의 통로를 따라 다섯 명의 형제가 달리고 있는 것을 본다. 폭발에서 살아남은 기계교단의 경비 서비터들이 작동을 시작한다. 헤비 볼터와 컨버전 광선이 반쯤 드러난 목표물을 향해 노호하기 시작한다. 갱도의 벽에서 파편들이 떨어져 나가고, 금속 조각과 돌 조각들이 삽시간에 먼지로 변한다.

모르다치는 끙 소리와 함께 정신을 바깥으로 밀어낸다. 사고와 의지가 도약해 저 너머의 신전을 묶는다. 총기-서비터들의 단순한 사고 구조가 읽힌다. 목표 탐색, 사격, 이동, 폭표 탐색. 심안을 통해 그는 다섯 명으로 구성된 다크 엔젤 분대가 사원 위의 통로 끝에 도착해 그대로 심연을 향해 도약하는 것을 본다. 서비터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해 고정된다. 총기가 들어 올려지고, 조준 체계가 삼각 조준을 펼친다. 모르다치의 정신이 서비터의 정신에 닿는다. 무기를 발사하려는 신경 파동이 발사되기 직전이다.

- 형제!

나리엘의 외침에는 경고가 담겨 있다.

다음 순간, 모르다치는 흡사 주먹을 움켜쥐듯 제 의지를 조인다.

서비터들의 머리가 폭발한다. 죽음의 경련 속에서 총기가 발사된다. 모르다치의 의지력은 서비터의 신경계를 이루는 고기 조각까지 파고들었고, 죽어버린 서비터의 근육이 당겨진다. 서비터들의 잔해가 총을 쏘아대며 이리저리 휘청거린다. 총격과 에너지 광선이 방 안에 있던 기술승과 다른 서비터들을 꿰뚫고 폭발한다.

다섯 다크 엔젤은 사원의 상부 지붕 위에 안착한다. 무너진 벽을 뚫고 내려온 그들의 사격이 더해진다. 볼트 폭발염이 사원에 새겨진 상처 위로 파문을 더한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칼에 베인 비명처럼 갑작스럽게 멈춘다.

- 저항은 끝났군. 폭발물을 설치하라.

나리엘이 지시한다. 강습을 감행한 분대원들은 이미 기계-사원을 갱도 벽에 고정하고 있는 지지대에 폭발물과 멜타 폭약을 자력으로 이어 붙인다. 장탄 기제가 실시간으로 깜빡인다. 볼터로 엉망이 된 체계를 나리엘이 확인한다. 콘솔 하나가 깜빡이고 있다. 나리엘은 잘려 나간 기술-능인의 손이 여전히 통제 버튼에 붙어 있음을 발견한다.

- 죽기 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모양이군.

“너무 늦었을 걸세, 나리엘. 그리고 테라는 불타고 있어. 그들의 경고를 누가 듣겠나.”

- 자네 말이 그렇다면, 형제여.

모르다치는 그의 형제들이 이 사원을 갱도 벽에서 분리해 버릴 수 있는 폭발물을 설치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폭발의 순간, 목구멍에서 혈관을 뽑아내듯 이 도관 역시 그대로 찢겨나갈 것이다. 황궁 전체에 동력이 끊기고, 주요 시스템의 작동이 멈추면서 길이 열릴 것이다.

형제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르다치의 머릿속에서 유령 같은 에테르의 바람이 울려 퍼진다. 갑주 안의 모르다치가 몸을 떤다. 사이킥 힘을 발할 때 찾아오는 정신적 고통이 흡사 열병처럼 그를 삼킨다. 워프의 바람은 지금 태풍처럼 황궁을 휩쓸고 있고, 황금 옥좌가 집어삼키며 그 존재를 잃어가는 영혼들의 비명을 지워낼 정도의 노호를 뱉고 있다. 모르다치는 마른 목으로 침을 꿀꺽 삼킨다. 다음 말이 그의 뇌리에 새겨진다. 지금까지의 행동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수준의 단어지만, 이것은 지금까지의 길을 따라오는 행태가 아니라, 경계를 넘는 한 걸음을 뜻한다. 이제, 정말 돌아갈 길은 없다.

“기폭하게.”

모르다치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