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 아뎁트는 제자리에 꼿꼿이 서 있으려 했지만,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너무 심했다. 두 다리가 무너져 내린 탓에, 제스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레미아르의 흉탄이 갑옷과 몸을 꿰뚫으면서 가슴과 등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제스는 자신의 흉갑을 내려다봤다. 방어막 투사기는 여전히 가슴에 멀쩡히 달려 있었다. 그 모습에 제스는 놀라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레미아르는 미소를 지으며 권총을 빙글 돌려 제스에게로 겨누고는, 제스의 당황한 표정을 즐겼다.

 "왜 개인용 방어막이 작동하지 않았나 궁금한 모양이지?" 암살자가 바닥 위를 둥둥 떠서, 제스를 둘러싼 강철 기둥들 주위를 선회하며 말했다. "이 총알은 널-실드를 두른 프렌츨라우어 아뎁트-Adept Prenzlaur의 공장에서 수제 제작된 것이다. 타이탄들이 사용하는 워프 미사일과 유사한 기술을 활용한 것이지."

 "사실은 말이지." 제스가 기침과 함께 가면 안쪽에 핏덩이를 뱉으며 말했다. "난 그저 네게 방출한 누스피어 트립-코드가 언제쯤에나 작용할지 궁금해했던 것뿐이야."

 레미아르의 생체 수치들에서 놀라움을 읽어 낸 제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자기가 아주 영리하다고 생각했겠지, 암살자. 하지만 난 기계교의 고위 아뎁트다! 나보다 더 영리한 사람은 없어."

 레미아르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자신과 제스 사이에 이어진 누스피어 연결을 분석했다.

 "안 돼!" 그리고, 자신의 의체로 전해지고 있는 데이터 패킷들 속에 숨겨진, 정교하고 우아한 코드들을 발견하고는 비명을 질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코드는 소리없이, 그리고 비밀스레 레미아르의 의체들을 정지시키고 있었다.

 "이미 늦었다." 제스가 씨근거리는 순간 레미아르의 자기-중력 추진기가 정지되며, 암살자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방 바닥 위에 떨어졌다.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레미아르의 무릎이 휘어졌다. 다리 끝에 쓸모없이 정지된 무거운 금속덩이를 매달고 바닥 위에 서 있기란, 레미아르에게 있어 익숙치 않은 감각이었다.

 "지금도 네 강화된 대사 기능이 시스템을 재부팅하려 애를 쓰고 있겠지만, 아무 소용 없을 거다." 제스가 여전히 강철 기둥들에 걸려 있는 기계 촉수들을 사용해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이제 너무 늦어 버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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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숨을 가다듬으려 애를 썼다. 강화된 신경계가 육신에 입은 피해를 평가하고 있었다. 레미아르의 흉탄 중 한 발이 척수를 끊어 버린 탓에 허리 아래로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금속 팔들은 제스의 몸을 충분히 오랫동안 지탱시켜 줄 수 있었다. 제스가 스스로 시작한 일을 끝마칠 수 있을 때까지는 충분히. 진통제-연고와 자극제가 몸으로 흘러 들어 의식을 유지시켰다. 가슴의 부상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사라지자, 제스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것이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라는 것은 제스도 잘 알고 있었다. 고통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몸은 여전히 죽어 가고 있다는 것도.

 "죽여 버리겠어!" 레미아르가 씩씩대며 권총을 들어 올리려 애를 썼지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아니, 못 죽일걸." 제스는 그리 말하더니, 고개를 돌려 원시적인 모습의 서비터를 불렀다. "폴크."

 서비터가 걸어와 암살자의 앞에 섰다. 서비터가 쓰고 있던 두건을 벗자, 레미아르는 그 얼굴을 알아보고는 헛숨을 들이켰다.

 "폴크는 기억하고 있겠지. 안 그런가?" 제스가 물었다. "내 도제의 정신을 수리가 불가능할 지경으로 망가트리려 했겠지만, 망가진 정신이라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법이지. 아, 물론 조금 조악하고 추하게 완성됐다는 건 나도 인정하겠다만, 그 조악함 덕분에 네게 작용하고 있는 트립-코드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거거든."

 한때 칸토르 폴크-Kantor Polk였던 서비터는 몸을 기울여, 바닥에 축 늘어진 암살자를 들어 올렸다. 자신을 약화시키는 제스의 코드 스트림에 맞서 애를 쓰고 있는 탓에, 레미아르의 저항은 보잘것없기 그지없었다. 피스톤 장치로 강화된 폴크의 조악한 근육이 레미아르를 꼼짝도 못하게 붙들었다. 제스의 눈에, 레미아르를 둘러싼 생체 자기장에서 두려움과,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혼란이 치솟는 것이 보였다.

 "내다 버려라." 제스가 빈 손으로 방 한가운데에 있는 수직 통로를 가리키며 지시했다. 그 통로는 공장을 관통해, 저 아래의 마그마까지 이어져 있었다. "버리러 가는 동안 꼼짝 못하게 잘 붙들고."

 그리고 제스는 고개를 돌려, 다시 강철 제어봉들로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 제어봉들을 통해, 제스는 마그마 시티의 광대하고도 복잡한 핵심 시스템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자신의 공장의 빛나는 약도를 올려다보며, 제스는 무거운 마음으로 최후의 매크로 명령어를 입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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