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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단편] 데쉬아 이후 (2)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05 16: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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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취하는 행동이지요. 저희 각자는 군단의 형제들에게 맹세를 준비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저희, 저희의 황제 폐하를 위해서 말입니다.”


앙그론이 황제라는 단어에 다시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저희 군단과 저희 자신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맹세입니다. 저희는 맹세의 증인이 됩니다. 몇몇 군단은 그 맹세를 글로 옮기고, 그렇게 적힌 맹세로 스스로를 장식하기도 하지요.”

“날 만나러 오기 전에 그런 맹세를 바쳤나?”

“그런 바는 없습니다, 프라이마크시여.”


약간 당황한 듯, 칸이 답했다.


“저는 주군과 싸우기 위해 온 바가 없나이다. 다시 말씀드리오나, 군단의 그 누구도 감히 주군께 손을 들지 않을 것입니다. 순간의 맹세는 오직 전투에 임하기 전에 취해지는 것이나이다.”

“말도 안된다!”


흐릿한 형상이 다시 노호했다.


“먼지 위를 걸으면서 상대의 이름도 묻지 않고, 자기 이름도 밝히지 않고, 군례도, 밧줄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고? 이게 소위 내 혈통적 사촌이라는 작자들이 싸우는 방식이더냐?”

“이것은 저희의 싸움 방식이나이다, 군주시여. 저희는 황제 폐하의 적을 멸절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에는 어떤 의미도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와 싸우는 적들은 군례는커녕, 이름을 알 수고를 기울일 필요조차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밧줄은, 용서하소서, 프라이마크시여. 그 의미를 모르겠나이다.”

“그럼 대체 전사로서의 모습을 어떻게 보인단 말이냐?”


프라이마크의 목소리에 담긴 의아함은 진심인 것 같았다. 하지만 칸이 대답을 망설이자, 그대로 앙그론은 앞으로 뛰어들어 칸의 등 너머를 후려쳤다.


“대답해라! 이 무덤이나 갉아먹는 애송이야. 거기 앉아서 또 높이 선 자들처럼 나를 비웃어… 으…”


벌떡 일어선 프라이마크는 그대로 칸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 칸은 바닥에 내던져졌다. 칸이 간신히 몸을 일으켰을 때, 앙그론은 조명 아래로 걸어가고 있었다. 앙그론은 칸이 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서는 몸을 돌리고서 팔을 펼쳐 보였다.


프라이마크의 상체는 초인의 근육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황제 폐하의 설계대로였고, 널찍하고 묵직하게 각진 근육이 두꺼워진 골격과 조직들, 기이한 생체 기관들을 지탱하고 있었다. 아스타르테스들 사이에 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황제 폐하는 자신의 살과 피에서 길러낸 기이한 장기와 조직들을 스무 가지 다른 방식으로 수정해 제 아이들을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칸은 앙그론이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알고 자라났는지 의문을 품었지만, 다음 순간, 프라이마크가 자신에게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흉터로 이루어진 능선이 앙그론의 척추 아랫부분으로부터 형성되었다. 흉터로 이루어진 조직은 등뼈를 타고 올라가 왼쪽으로 휘어져 상체를 감싸고, 엉덩이를 타고 내려간 곡선은 그대로 하체를 감쌌다. 앙그론은 빛 아래에서 몸을 돌렸고, 칸은 흉터로 이루어진 자욱을 보았다. 커졌다가, 다시 얇아졌다가, 너덜거리는 피부 위를 삼키면서도 어느 지점에서는 프라이마크의 치유력 속에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흉터는 앙그론의 육신을 감싼 채 돌다가 복부와 갈비뼈를 따라 가슴으로 향했다. 그리고 흉골 오른쪽을 지난 순간, 그 흉터의 길은 사라졌다.


“승리의 밧줄이다.”


앙그론이 입을 열었다. 그의 손이 위쪽으로 길게 뻗은 흉터 자국을 가리키며 움직였다. 위쪽으로 갈수록 흉터는 더 매끄럽게 이어졌고, 덜 흉측했다. 그리고 그 위로는 치유된 자국이 없었다. 앙그론이 제 가슴을 후려쳐 거의 포성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고, 칸은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붉은 비틀림! 내 밧줄에는 붉은 색 외의 다른 색이 없다, 칸! 우리 전체를 통틀어도 오직 나만 그랬다. 검은 비틀림이 전혀 없지.”


앙그론은 다시 격노 속에서 몸을 떨었다. 칸은 고개를 숙였다. 음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시작한 일이니 끝을 맺어야 하겠지만, 프라이마크시여, 당신의 격노를 제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나이다. 다음 순간, 앙그론의 손이 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부러진 뼈가 잔인하게 갈리듯 맞물리고, 칸의 목과 턱의 근육은 울부짖는 비명을 멈추기 위해 애쓰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돌아갈 수가 없어!”


앙그론의 노호성이 고통 속에서도 메아리쳤다. 이제 그의 목소리는 분노를 넘어, 괴로움이었다. 칸의 고통보다도 훨씬 거대한 괴로움이었다.


“나는 데쉬아로 돌아갈 수도, 그 흙을 집어 검은 비틀림을 만들 수도 없는 신세가 되었다.”


칸을 밀쳐낸 앙그론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럴 수가… 으… 실패의 흔적을 씌워야 하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고. 네 황제놈! 네 황제놈 때문에! 내 전우들과 함께 싸우지도 못했는데, 그들을 기릴 수조차 없다!”

“군주시여, 저는, 우리는…”


칸은 육신이 스스로를 치유하며 뿜어내는 열기를 느꼈다. 복부에서 따끔거리는 감각이 몰려왔다.


“주군의 군단이 주군의 길을 배우고자 원하나이다. 주군께서는 저희 프라이마크시나, 아직 저희는 주군의 방식을 배운 바 없습니다. 저희는 모르는 그 길을…”

“그래, 무덤 갉아먹는 벌레 칸은 모르겠지. 칸에게는 승리의 밧줄이 없다.”


칸은 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앙그론의 목소리에서 밀려오는 비웃음은 선명했다.


“우리는 전투를 치를 때마다 밧줄을 이어간다. 승리하면 깨끗한 흉터를 남기지. 그것이 붉은 비틀림이다. 패했음에도 살아남는다면, 싸웠던 곳의 먼지를 상처에 발라 검은 상처를 낸다. 그것이 검은 비틀림이다. 그리고 나에겐 오직 붉은 비틀림이 새겨졌을 뿐이다, 칸.”


앙그론이 다시 팔을 벌리며 말했다.


“하지만 난 그럴 자격이 없어.”

“군주시여, 당신의 뜻을 아나이다.”


칸이 답했다. 그리고, 칸은 자신이 이해했노라 생각했다.


“주군의 형제들, 형제자매들. 그들이 패했지요.”


칸이 말을 고쳐 말했다.


“그들 모두 죽었다, 칸.”


앙그론이 대꾸했다.


“그들 모두가 죽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높이 선 자들의 군대에 맞서 함께 싸우겠노라고 맹세했다. 데쉬아의 절벽에서 그 종말을 보리라며 말이다. 더 이상 밧줄에 비틀림을 남기지 말자는 소리였지. 우리 중 누구도 말이다.”


앙그론의 목소리는 속삭임으로 변했다. 그 안에 실린 슬픔이 묵직했다.


“난 여기 있으면 안 된다. 숨을 쉴 자격조차 없어. 그런데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 심지어 데쉬아에서 먼지를 집어 그들을 기릴 검은 비틀림을 만들 수조차 없다. 왜 네놈의 황제가 나에게 이런 짓을 한 거냐, 칸?”


질문이 끝났지만, 오직 침묵이 내릴 뿐이었다. 앙그론은 여전히 선 채, 자기 고개를 숙이고서 주먹으로 이마와 얼굴을 감쌌다. 내려드는 빛이 그의 두개골을 따라 기이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금속과 흉터들 때문에 울퉁불퉁한 그림자였다.


칸은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렸지만, 균형을 아직 잡은 채였다.


“저는 황제 폐하께서 주군께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알 도리가 없나이다. 하지만 저희는-”


앙그론이 몸을 돌린 순간 칸은 움찔했다. 프라이마크의 눈은 불타고 있었다. 날것의 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으르렁거리는 것이 아닌, 널찍하고도 사나운 미소였다.


“뭘 별로 많이 하진 않았지. 내가 그러도록 놔둘 성싶더냐? 이 내가?”


앙그론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빛 아래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거기 선 채로, 높이 선 자들이 보낸 살육자들을 보았으니까. 데쉬아의 내 형제자매들을 죽이러 오는 것을 보았으니까. 난 알았다. 알고 있었다고. 으아아아!”


그의 손이 앞으로 튕기듯 허공을 할퀴었다.


“제가 내 형제라도 된 마냥. 제 친족으로 된 근위대. 죄다 금도금된 갑주를 두르고서, 나처럼 흙바닥에 발을 딛고 있음에도 제가 높이 선 자들이라 착각하는 머저리들. 그 조그마한 칼날을 나에게 겨누고서 말이야!”


앙그론은 그대로 몸을 돌려 도약하여 칸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바닥이 칸을 그대로 후려쳤다.


“놈들이 나에게 무기를 겨눴어! 나에게! 놈들이… 놈들이…”


앙그론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서 손바닥으로 머리 양옆을 짓눌렀다. 끓어오르는 생각을 멈추기라도 하려는 듯. 무시무시한 힘으로 짓눌렀다. 잠시 그렇게 얼어붙어 있던 앙그론은 그대로 몸을 내던지며 칸의 머리 옆 석재에 주먹을 휘둘렀다. 그 충격에 날카로운 돌 파편들이 비산했다.


“그래도 한 놈은 죽였지.”


앙그론은 침을 뱉고서 다시 몸을 일으킨 뒤 서성이기 시작했다.


“네 황제놈에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으, 그 목소리는 도살자의 대못보다도 더 지독하더군. 그 목소리가 내 귓가에 아직도 맴돌아…”


앙그론이 손가락은 그의 두개골에 박힌 금속을 쓸어내리고 문질렀다. 그의 시선이 다시 칸을 직시했다.


“그래도 한 놈은 잡았어. 황금을 두른 그 개자식들 중 하나를 잡았단 말이다. 너처럼 종이인형이나 다름없는 황제놈은 그걸 감당조차 못 하겠지. 날 저기로 밀어냈어… 거기로… 데쉬아에서 날 끌어내서는…”


앙그론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기억을 떠올리며 깊어졌다. 그의 몸이 숙여지고 굽혀졌다.


“텔레포트입니다.”


칸은 앙그론의 말을 이해했다.


“폐하께서 주군을 텔레포트로 옮기셨지요. 처음에는 폐하의 기함으로, 그리고 나서는 이곳으로.”

“네놈은 이해하나 보군.”


앙그론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적외선 너머로도, 그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의 연기같은 형상이었다. 고개를 뒤로 젖힌 채, 팔을 뻗은 모습은 흡사 높은 회랑에 선 청중을 향해 연설하는 모습 같았다.


“내 형제자매들과 나는 높이 선 자들의 소유물이었다. 놈들은 우리 위로 까마귀 망토를 두른 채 날아다녔지. 우리가 놈들의 피가 아니라 서로의 피를 흘리게 하는 동안, 놈들의 구더기 같은 눈알이 우리 주변을 윙윙대고 날아다녔다.”


으르렁거리며, 앙그론은 머리 위의 허공을 후려치고 할퀴었다.


“그리고 칸, 네놈은 황제의 소유물이지. 네 피를 뽑아내고, 제가 뛰어들지 않을 전쟁에 금빛으로 빛나는 꼭두각시를 내던지는…”


칸은 고개를 저었고, 앙그론은 그런 칸을 보았다.


“자, 봐라.”


앙그론의 목소리가 그림자 속에서 울려 퍼졌다. 다시, 위협적인 으르렁거림이 돌아왔다. 그 으르렁거림 속에, 칸은 자신이 거기 비하면 얼마나 약한지, 얼마나 다쳤는지, 얼마나 비무장인 채인지를 상기했다.


“칸은 나를 거짓말쟁이라 했다. 칸은 제 황제를 위해 제 프라이마크에게 의심을 품으리라 생각한다.”


앙그론이 도약 한 번으로 어둠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칸의 바로 앞에 앙그론이 내려섰다. 주먹을 한껏 뒤로 당긴 채였다.


“인정해라, 칸.”


앙그론이 으르렁거렸다.


“왜 말하지 않지?”


움켜쥔 주먹이 부들거렸지만, 휘둘러지지는 않았다. 앙그론은 칸의 살점을 물어뜯기라도 하려는 듯, 그대로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말해! 말하라고!”

“그분을 뵌 적이 있나이다.”


칸이 입을 열었다.


“노브 쉔닥에서였습니다. 8-2-17 행성이었지요. 벌레들이 지배하는 곳이었습니다. 거대하고 지능적인데다 증오로 가득했지요. 놈들의 무기는 필라멘트였습니다. 금속 깃털을 박아 제 육체로부터 직접 힘을 끌어내 방출하는 도구였지요. 놈들이 거의 발밑에 올라온 순간 그 필라멘트가 지면을 휘젓는 꼴을 본 기억이 납니다. 평범한 인간만큼 두껍고, 주군만큼이나 거대합니다. 얼굴에는 주둥이가 셋 달렸는데, 주둥이마다 십수 개의 이빨이 돋았지요. 진흙탕을 뚫고 초음속의 괴성과 사악한 속삭임을 내뱉습니다. 놈들에게 노예로 전락한 세 개의 행성계를 발견했습니다. 놈들의 식민 둥지를 모조리 불태우고 고향으로 내쫓았습니다. 하지만 놈들의 요람 행성에서, 저희는 인간을 찾았습니다. 그곳의 인간들은 어느 순간 땅을 기는 노예로서 자신이 인간임을 잃었습니다. 그 벌레들은 습지 바다 위를 오가며 인간을 사냥하고, 인간을 재배하며, 인간을 죽였나이다.”


앙그론의 눈은 여전히 날카롭게 조여져 있었고, 주먹은 들어 올려진 채였다. 하지만 그 주먹이 휘둘러질 기미는 없었다. 칸은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워 하운드 군단의 푸르고 하얀 갑주가 벌레들이 지배하는 세상의 황혼을 빛내던 모습을 기억했고, 달의 조수가 날카로운 돌로 빚어진 대륙을 가로질러 끝없이 신경을 갉아내던 빨아들이는 소리를 뿜었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언 워리어 역시 저희와 함께였습니다. 랜스 포격으로 착륙 지점을 황폐화시킨 뒤, 페투라보 전하와 그분의 강습 공병대가 착륙했지요. 그분은 그 질척한 곳에서조차 땅을 준설하고 지형을 다듬는 법을 알아냈습니다. 그곳에는 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거의 없었나이다. 독소의 흔적으로 가득한 진창뿐이었지요. 기반암을 그 진창이 너무 두텁게 두르고 있어 사람이 발을 디디면 빠져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싸웠던 것이냐?”


앙그론이 물었다.


“발을 땅에 디딜 수도 없는데?”

“고출력 라스건을 장비한 경비 기계들을 배치했나이다, 군주시여. 진흙의 움직임을 읽고, 놈들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기계들이었지요. 저희는 공사지역 주변에 폭발물을 심어 놈들이 굴을 파고 있는 곳을 공략했나이다. 페투라보 전하의 공사는 기적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진흙으로 된 바다에 참호와 제방을 쌓고, 진흙을 긁어내어 벌레들을 몰아내고 비참한 신세에 놓인 인간들이 다시 디딜 수 있는 대지를 확보했지요. 그리고 벌레들이 저희와 싸우러 나온 순간, 놈들이 마주한 것은 황제 폐하와 그분의 워 하운드 군단이었나이다.”

“지금 너희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로군.”


앙그론이 입을 열었다.


“그러하나이다.”


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타르테스 제12군단 워 하운드입니다. 주군의 형상을 담아, 주군의 전사로서 빚어졌나이다, 프라이마크시여. 폐하께서는 저희가 세픽 하이브의 난잡한 길목에서 싸우는 것을 보셨고, 북방의 예쉭 전사들이 부리는 하얀 사냥개로부터 이름을 따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저희를 그 이름으로 영광스럽게 하셨나이다, 프라이마크시여. 저희는 그 이름을 자랑스러이 여기며, 주군께서도 저희를 영예롭게 하시기를 바랄 뿐이나이다.”


앙그론은 으르렁거렸지만, 그 으르렁거림이 말로 빚어지지는 않았다. 꽉 쥐었던 주먹이 풀렸다.


“페투라보 전하가 빚어낸 대공사의 남쪽에서 지탱점이 되는 것은 아마 그 지역에서는 산이라 불러도 될 법한 바위였습니다. 유일하게 진흙의 파도가 쓸어내지 못한 존재였지요. 벌레들은 기계교단이 그 행성의 대지를 바꿔내기 시작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산 아래에서 저희를 부수려 몰려들었나이다. 놈들은 저희가 감지할 수 있는 영역 밖에서 진흙에 몸을 숨기고 그 아래로 다가와 저희에게 달려들었지요.”


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빨라졌다. 그의 기억 속에서 독소로 오염된 대지의 날카로운 악취, 그리고 제국군 포병대원들이 뒤흔들리는 진흙 바다를 보고 발하던 경고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앙그론은 뒤로 물러나 앉았다. 고개는 내밀었고, 눈은 집중으로 가득 찬 채였다.


“놈들의 제1파는 파도나 다름없었나이다.”


칸이 계속 말을 이었다.


“놈들은 공사 현장의 경계 일대로 숨어들어 펌프와 준설기를 작동시키던 인력 몇을 납치했습니다. 몇 달 가까이 저희는 놈들과 결정적인 결전을 벌이지는 못했지요. 하지만 그 시점에 기어와 페투라보 전하께서는 놈들의 공격 패턴을 파악했고, 반격이 가능하도록 저희를 배치했습니다. 저희는 페투라보 전하가 구축한 수로의 벽 사이에 진형을 짜고 버텨 섰나이다. 아직 완공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하늘은 반쯤 막혀 있었지요. 저희는 순간의 맹세를 바치고 볼터를 정비하고 있었나이다.”

“볼터?”

“화기입니다. 강력한 화기지요. 아스타르테스의 제식 병기이나이다.”

“으. 그래, 계속해라. 벌레들이 공사 현장에 이르렀다 이거지.”


앙그론은 칸의 머리 위를 응시하는 것 같은 시선을 던졌다. 그의 손은 앞뒤로 흔들렸고, 발은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제야 칸은 프라이마크가 그의 심중에서 방어전의 형상을 그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전열을 짜고, 지형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놈들이 가시로 굳힌 전선에 뛰어드는 사냥개처럼 뛰어들었다 이거냐? 방패벽에 돌격하다니, 멍청한 짓이군. 네놈들이 무엇을 했는지 말해라.”


칸은 눈을 감았다. 상처 입은 육신을 잊은 채, 제 기억을 떠올리도록 훈련된 루틴을 작동시키기 위한 집중이었다.


“놈들의 첫 대열이 턱과 필라멘트로 진흙을 깨고 밀려왔습니다. 동력의 호로 벽을 빚어낸 채, 놈들이 밀려왔지요. 놈들 앞의 진흙은 김을 뿜어냈고, 그 호가 모인 곳에서 바위가 깨져나갔습니다. 놈들은 제 앞으로 포격을 퍼부었습니다. 저희는 놈들의 포격이 쏟아지는 전열 너머로 써드 포를 쏘아댔고, 수류탄으로 놈들 앞의 바위를 깨부쉈습니다. 그렇게 대포병사격으로 놈들의 전선이 뒤흔들리게 만들었다 여겼지만, 놈들은 그때 저희의 주의를 거기에 모으면서 전선의 어디가 흔들리는지 측정하고 있었나이다. 포격이 잦아든 순간, 놈들은 그렇게 확인한 약점을 향해 달려들었지요. 저희 전선에 쐐기처럼 놈들이 몰려들었나이다. 놈들의 측면을 치고 포위하려면 저희조차도 간신히 걸을 수 있을 진흙 바다를 헤치고 나가야 할 판이었지요. 진흙이 좀 얕아서 그 시도를 할 수 있을 법한 곳에서는 놈들의 제2파와 제3파가 대열을 짠 채였나이다. 기갑 전력을 투입해서 측면을 치는 병력들을 요리할 준비를 갖춘 것이었습니다. 놈들의 돌격을 저지하기 위해, 저희는 놈들을 바위 위로 끌어냈습니다. 저희가 놈들보다 나은 기동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끌어낸 것이지요. 페투라보 전하께서는 공사로 지어진 토루에 함정을 설치하셨습니다. 가짜 외벽을 깔고, 이중으로 참호가 둘러쳐졌나이다. 배수로를 따라, 살육 구획이 구축된 것입니다.”


앙그론은 괜찮은 계획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이 어두운 방 위와 아래를 연이어 살폈다. 흡사 볼터가 토해내는 오렌지색 화염과 청백색의 동력 호가 발하는 빛에 비춰지는 거친 거벽을 볼 수 있다는 듯이.


“저희는 놈들을 저희 전선 안에 끌어들여야 했습니다. 그렇게 부술 생각이었지요. 벌레들을 저지한 뒤, 2차 배치 지점으로 물러나 한 번에 대형을 짤 생각이었습니다. 제국군이 구축한 전선 너머로 움직여, 놈들을 부술 도끼가 될 예정이었지요. 정말 벌레가 엄창나게 많았나이다, 프라이마크시여.”


칸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생생한 기억 때문에, 체내에 있는 전투 자극 체계가 활성화되며 다시 상처가 욱신거렸다.


“한 달 동안 저희 도끼가 마를 생각도 못 했습니다.”


앙그론은 그 답을 듣고서 다시 으르렁거리며 빠르게 팔을 두 번 움직였다. 저보다 작은 상대에게 앞뒤로 휘둘러진 칼날의 형상이었다. 칸의 전사로서의 두뇌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프라이마크의 발놀림과 균형, 그리고 팔과 어깨의 움직임을 정리한 뒤 반격이 어디로 날아가야 할 것인지를 정리했다. 다음 순간, 여전히 전투 자세를 취한 채 앙그론의 시선이 칸에게 고정되었다.


“황제. 진흙탕에서 싸우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황제 이야기는 안 하는군. 높은 곳에 서셨지, 안 그런가? 네놈 위에서 굽어살필 뿐 아니었나?”


앙그론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거칠고 억센 목소리였다.


“네놈을 비웃었겠지? 네놈의 피를 한껏 쏟아냈을 것이고? 인정해라, 칸!”


순간 흐릿해지나 싶더니, 앙그론은 순식간에 거리를 가로질러 팔을 휘둘렀다. 칸은 그대로 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황제 폐하께서는.”


칸은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노브 쉔닥의 오물 위로 몰아치는 황금의 폭풍이나 다름없으셨습니다. 벌레들과 엉킨 대열 위로, 폐하께서 정상에 몰아치셨지요. 더러운 안개에 가려 볼 수 없는 태양의 조각이 폐하와 함께 드리운 것 같았습니다. 전선 너머로, 빛나는 등대나 다름없으셨나이다. 그분의 호위대원들은 흡사 살아 움직이는 군기나 다름없었지요. 전사들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만, 폐하께서는…”


칸은 눈을 감고, 어떤 말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골랐다.


“군주시여, 상상해 보소서. 고향에서 수류탄을 사용하셨나이까? 손에 쥘 수 있는 폭발하는 무기를 이르는 것입니다.”

“높이 선 놈들의 무기였다.”


앙그론이 으르렁거렸다.


“뜨거운 먼지 위를 누비는 전사에게 어울리는 무기가 아니지.”

“프라이마크시여, 그럼에도 상상해 보소서.”


칸은 앙그론이 사용한 단어를 머릿속으로 헤아렸다.


“수류탄을 들고, 폭발할 때까지 쥐고 있는 종이인형을 떠올려 보십시오. 폭발의 순간 어찌 되겠습니까? 손이 파괴되고, 팔이 찢기며, 몸이 박살나는 것을 생각해 보소서! 황제 폐하께서 놈들의 대열과 마주하는 순간마다, 수류탄을 쥔 종이인형의 꼴이 되었나이다. 그분께서는 놈들을 물리치지도, 패퇴시키지도 않았나이다, 군주시여. 단지 놈들에게 파멸을 안겨 주셨을 따름이지요. 강습과 강습이 이어졌고, 페투라보 전하조차 마지막 전투를 위해 전열에 내려와-”

“계속 떠벌린 이름이군!”


앙그론이 칸을 뒤로 한 채 외쳤다.


“그놈이 누구냐?”

“용서하소서, 군주시여. 또 다른 프라이마크입니다. 저희가 처음 발견한 이들 중 하나였지요. 그 소식이 워 하운드의 함대에 전해졌을 때 저는 신병에 지나지 않았나이다. 그래서 무슨 뜻인지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요. 아이언 워리어들이 그 소식에 반응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흡사 그들을 두른 공기 자체가 바뀌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그때 아이언 워리어, 그리고 울트라마린과 함께 여정을 떠난 채였나이다. 저희는 그들을 질투했지요. 그들은 제 혈통의 군주이자 장군이 되실 이를 찾았고, 이제 저희가 그러하였나이다.”

“또 다른 놈이라.”


칸은 위험을 무릅쓰고 시선을 들었다. 앙그론은 가만히 선 채, 얼굴을 손으로 짓누르고 이를 갈며 집중하고 있었다.


“또 다른 내가 있단 말이냐?”

“주군과는 다르옵니다, 프라이마크시여. 주군의 형제라 해야 할 것입니다. 주군이 그러하시듯, 정복과 지배를 위해 빚어진 존재이나이다. 아이언 워리어는 그분의 군단입니다.”

“용맹한 전사들인가?”

“충분히 용맹합니다. 기댈 벽이나 몸을 숨길 참호가 있다면 말입니다.”


“벽이라.”


앙그론이 으르렁거리며 내뱉었다.


“벽은 부서질 수 있는데.”

“그렇게 전하겠나이다, 군주시여. 어쩌면 주군께서-”

“벽이라.”


앙그론이 칸의 말을 끊었다.


“우리가 처음 동굴에서 나와 먼지가 아닌 돌 위를 걸었을 때, 우린 벽 안에 갇힐 뻔했다. 우리는 우리의 피를 탐하던 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놈들은 새로운 변화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지. 높이 선 놈들은 항상 먼지 위를 걷는 우리를 내려다보며 비웃어댔었다. 우리가 싸우 ㄹ때, 우리를 조롱하던 방식대로 우리를 도발했다.”


앙그론은 벌레를 후려치듯 공기 너머로 주먹을 휘둘렀다.


“구더기 눈깔을 내려보내 우릴 지켜보며 제 목소리를 전했지. 목소리, 그 잘난 목소리들. ‘의무를 다할지어다, 경이로운 앙그론이여!’”


앙그론의 목소리는 섬뜩하게도, 갑작스럽게 더 높고 부드러운 억양의 노래하는듯한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십수 명과 한꺼번에 겨루는 동안 상처를 입는 것에 내기를 걸었도다. 단 하나라도 좋으니, 제 의무를 다해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리지 않겠더냐?’”


앙그론의 어조는 다른 이를 흉내내는 듯한 말투였다.


“‘내 아들이 나와 같이 보고 있노라, 앙그론, 뭐가 문제이더냐? 더 열심히 싸워라. 응원할 거리를 줘야 하지 않겠더냐?’ 그 눈빛, 그 목소리, 내 머리에 박힌 도살자의 대못까지… 뜨거워… 연기… 내 생각 속에…‘


늑대와도 같은 표정이 앙그론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 눈깔들과 목소리 없이 싸우는 게 좋았다. 놈들은 우릴 함정에 빠뜨리려 했지만, 우린 멈추지 않았어. 우리는 항상 놈들이 대형을 짜기 전에 달려들었다. 놈들은 온 사방에 있었지만, 우린 빨랐지.“


앙그론의 말과 행동이 하나로 들어맞았다. 앞뒤로 빠르게 움직인 앙그론은 그대로 가상의 적을 후려치고 돌진해 찢어버렸다.


”항상 웃어대며 사슬을 휘두르던 조추라. 열창을 들고 싸우던 크로마크, 하! 그의 밧줄에 처음 새겨진 검은 비틀림이 바로 나 때문이었지. 나와 함께 크로마크는 호젠의 감시탑을 불태웠다. 클레스터가 그녀의 비명창을 탄 채 허공을 나는 걸 네놈도 봤어야 한다, 칸. 너무도 빠르고, 으으으…“


앙그론은 제 갈기를 뚫고 나온 금속 흔적을 꽉 붙들었다.


”우린 빠르게 움직였다. 아주 빠르게. 벽 뒤에 매달리지 않았다. 갇히는 것은 죽음이니까. 빠르게, 서로를 믿으며, 규율을 지켰지… 휴식은 없다, 항상 전진뿐이다. 적을 갈망하라, 그것이 그들이 우리에게 가르친 바였다… 으으, 내 형제자매들이여, 오,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면! 우린 전혀 몰랐다!“


앙그론은 무릎을 꿇은 채 울부짖었다.


”얼마나 용맹했던가! 그들은 우릴 도시를 먹는 자들이라고 불렀다! 온 산이 등대처럼 불타올랐고, 온 대해안들이 피로 물들었다! 우리는 불길 속에서 호젠을 삼켰다! 메아호르를! 울-카임을!“


울부짖으며 노호하던 앙그론은 칸의 시선조차 느끼지 못한 채 다시 일어섰다.


”울-카임 바로 앞의 강에서 놈들을 부쉈다! 덩굴다리에서 높이 선 놈들과 그 친족 호위대 거의 5백 가까이의 목을 매달았어! 잘나신 군주들의 머리는 강에 둥둥 떠서 저지대로 보내는 윌 전령이 되었다! 놈들의 해골에서 뜯어낸 은빛 레이스로, 으으윽, 내 주먹을 휘감았단 말이다!“


용광로와도 같은 분노가 다시 돌아왔다. 칸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잠시 후 그 생각을 내던졌다. 더 이상 앙그론을 피해 숨지 않고 싸울 생각이었으니까. 어차피 앙그론은 이 공간의 어디에서건 칸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생각을 마친 순간, 프라이마크는 그대로 칸의 양 팔을 붙들고서 그대로 제 머리 위로 휘둘러 바닥에 내리꽂았다. 돌이 깨지고 파편이 날렸다.


”놈들은 값을 치렀다! 값을 치렀다고! 값을 치르게 만들었단 말이다!“


앙그론은 그대로 칸을 걷어찼고, 칸은 바닥을 가로질러 나가떨어졌다.


”내 형제자매들의 피값을 받아냈다! 다음 값을 치를 것은 누구냐?“


어지럽고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칸은 누군가가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서 쓰러뜨리고, 발로 걷어차고, 목줄기를 움켜쥐는 것을 느꼈다.


”값을 치러라, 워 하운드! 값을 치르라고! 나와 싸워라!“


무엇인지 모를 것이-주먹? 아니면 발길질?-그의 가슴을 그대로 후려쳤고, 칸은 숨이 막힌 채 바닥에 쓰러졌다.


”일어나서 싸우란 말이다!“


이제 끝장이군. 칸의 머릿속에 생각이 스쳐갔다. 하지만 어쨌건, 워 하운드 군단이 보낸 사절로서의 역할에는 충실하지 않았던가. 칸은 일어나려고 했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엎드린 채, 칸은 허공에 대고 약하게 말을 이었다.


”앙그론이시여, 주군께서는 저의 프라이마크시오, 저의 장군이십니다. 저는 주군을 찾아 따르겠노라 맹세했고, 결코 주군과 맞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죽어야만 한다면, 주군의 손으로 그 죽음을 내리소서. 저는 칸이고, 주군의 뜻에 충성하나이다.“


기다리는 동안, 그의 의식이 흐려졌다. 하지만 그의 강화된 육신은 그를 일깨웠고, 부상의 통증이 날카롭게 그를 덮쳤다. 앙그론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아래 돌바닥과 허파를 채우는 차가운 공기를 느낄 수는 있었다. 다음 순간, 앙그론의 목소리가 두려우리만큼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칸의 귀 바로 옆이었다.


”너희는 전사로구나, 칸.“


프라이마크가 말했다.


”난 전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칸은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입을 떼려는 순간, 목과 가슴에 거센 통증의 파문이 일었다.


”이… 황제라는 존재는.“


앙그론은 평이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를 쓰며 말했다.


”네가 맹세를 바친 존재더냐?“

”저희는 저희 서로에 대고 맹세를 바쳤나이다.“


칸은 간신히 답을 꺼냈다.


”그분의 이름과, 그분의 군기에 걸고 맹세했나이다.“


칸은 한참 동안 호흡을 골라야 했다.


”결코… 주군에 대해 손을 들지 않겠다고.“


앙그론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칸의 의식이 다시 흐릿해지려는 무렵, 앙그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런 전사들의… 이런 헌신이라면…“


앙그론의 목소리가 희미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의 손은 다시 머리를 감싸 쥔 채였다.


”맹세를… 바칠 만한… 그런 존재… 너희의 맹세… 그를 위해 바친다면…“


몇 분이 지났고, 앙그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 방, 나가도 되는 것이더냐?“


칸은 잠시 어떻게 대답해야 할 것인지 고민했다.


”이 함선은 워 하운드의 기함이나이다. 저희의 가장 큰 함선이지요. 그리고 주군의 의지에 따르는 도구일 따름입니다. 저희와 마찬가지로, 주군의 명을 받드나이다.“


한참 동안 아무 대답도 없었다. 침묵과 어둠이 내릴 뿐이었다. 칸은 의식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무언가가 그를 부드러이, 그리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어둠을 뚫고,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문을 두드리는 거대한 노크 소리가 들렸을 때, 워 하운드 군단의 간부들은 서로를 응시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에 그러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드레거가 다음 순간 문을 열었고, 자물쇠가 딸깍이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통로가 열렸다. 그가 거기 있었다. 계단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왔다. 워 하운드 군단병들은 헐떡이며 뒤로 물러섰고, 그림자가 빛으로 들어왔다. 프라이마크의 오른손은 칸을 부축한 채였다. 온통 얻어맞은 흔적투성이인 칸은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서 오른손에 매달리다시피 한 상태였다.


앙그론은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 속에 버텨섰다. 자유로운 왼손은 연신 쥐었다 풀렸다를 반복했다. 목구멍에서 숨소리가 울려퍼졌다. 한참 동안, 워 하운드 군단병들은 제 프라이마크의 시선 아래 핼쑥한 얼굴이 된 채였다. 그리고 칸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말을 꺼냈다.


”너희 프라이마크께 예를 갖춰라, 워 하운드 군단이여. 뜨거운 먼지 위에서 피를 흘리며, 높이 선 자들에게서 오만의 삯을 받아내신 분께 경의를 표하라. 너희 혈통의 근원이 되신 군주이시자 제12군단의 장군께 군례를 바쳐라. 도시를 먹는 자들을 수하로 이끄신 분을 경애하라. 예를 갖춰라, 아스타르테스여!“


그리고 워 하운드 군단이 그 부름에 답했다. 손과 목소리가 군례를 바쳤고, 도끼 머리가 연신 바닥을 후려쳤다. 중앙에 조용히 우뚝 솟은 앙그론 주위로 몰려든 군단병들이 끝없이 군례를 외쳤다. 칸은 비틀거리며 그 원에 합류했고, 간신히 거기에 보탤 목소리와 힘을 짜낼 수 있었다.


”프라이마크라.“


앙그론이 입을 뗐다. 중얼거림일 뿐이었지만, 워 하운드 군단 전체가 침묵에 잠겼다.


”나는 다시 장군이 되었군.“

”프라이마크시여!“


드레거가 답하듯 외쳤다.


”주군의 수하들은 도시를 먹는 자들이었지만, 주군께서 저희를 지휘하시면 워 하운드는 이제 세계를 먹는 자들이 될 것이나이다!“


순간, 앙그론이 흔들렸다. 그의 눈이 감기고, 주먹이 꽉 쥐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앙그론의 시선은 드레거를 향했다가 다시 칸을 향했다. 그리고, 앙그론이 미소를 지었다.


”월드 이터라.“


앙그론이 천천히 말했다. 흡사 그 단어의 질감을 맛보듯이.


”월드 이터. 그러면, 너희는 그들의 동생이 되겠구나. 너희는 밧줄을 새기는 법을 배울 것이다. 함께 피를 흘리고, 함께 형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두가 그와 눈을 마주쳤다. 천천히, 앙그론의 거대한 주먹 중 하나가 올라갔다. 그들의 군례에, 앙그론이 답했다.


”그렇다면, 나와 함께 가자, 월드 이터여. 내 방으로 내려와라. 그리고 이야기를 하자.“


앙그론이 발뒤꿈치를 돌려 자신의 방으로 걸어 내려갔다.


월드 이터 군단은 칸을 중심에 세운 채, 침묵 속에서 프라이마크를 따라 혈향이 진동하는 엉둠 속으로 걸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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