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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단편) Imperfect - 1

서보스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27 0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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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들]

0: https://gall.dcinside.com/blacklibrary/278401


-

펄그림은 다음 수를 두었다
. 그는 한 명의 시민을 취약한 위치에 두었다. 페러스 역시 예상할만한 뻔히 보이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덮인 게임판에 있는 두 번째 위협을 숨기고 있었다.

 

그들의 전장은 원형이었고 -흔치 않은 구조는 아니었다-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각 구역은 게임판의 모양을 형성하는 굴곡진 선들로 연결된 연결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핵심 넥서스에서는 여섯 개의 막대가 뻗어 나와 있었다.

 

두 프라이마크의 말들은 현재 그 주위에 배치되어 있었지만,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덮인판에는 게임 시작 전 미리 정해진 몇몇 말들이 예비로 보관되어 있었다.

 

배치될 때 이 말들은 시민으로 표현되어 숨겨지게 되며, 배반하거나 다른 말을 죽일 때까지 그 말들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정체를 밝히는 다른 방법은 디비니타크를 사용하는 것뿐이었다.

 

페러스는 자신의 말을 일찍 희생시켰다. 제후를 유리한 위치로 조정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더 가치있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갑옷을 입은 전사 모습의 말은 검을 경례하듯 높게 들어올리고 있었고, 검은 얼굴 보호대를 착용했다. 말은 사용자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펄그림이 시민을 놓았을 때 페러스는 코웃음치며 충고했다.

 

난 그리 쉽게 유인되지 않을걸세.’

 

펄그림의 얇고, 뱀같은 입술이 다물어졌다. 그는 형제의 말을 생각했지만 분명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갔다.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네. 황제인가, 제후인가?’

 

페러스는 게임판과 게임에 몰두하며 미소지었다.

 

이렇게 그가 편안하게 있는 걸 보니 좋군.

 

펄그림은 그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그의 뾰족한 광대뼈를. 쓸려진 진한 눈썹을. 그 위로 날카롭게 갈라진 바위 균열처럼 나 있는 주름들을. 근육질의 턱선을. 후추처럼 흩뿌려진 까끌까끌한 어두운 수염을. 튼튼한 목을.

 

싸움꾼의 귀 못생겼고, 작고, 일그러져 있는. 대장간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짝 변색된 피부를. 항상 판단하는 듯한 꿰뚫는 눈빛을.

 

모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모든 튼튼한 치아들을, 모든 주름과 흉터들을...

 

맹인의 운명은 초심자 상대로나 사용되는 전략이라네, 형제여.’

 

페러스는 특유의 깊고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다시 자신의 제후를 움직였다.

 

초심자거나, 아니면 오만한 상대거나...’ 펄그림이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난 둘 중 어느 쪽인가?’

 

둘 다. 어느 쪽도 아니야.

 

한번 알아내 보자고.’

 

펄그림은 그의 디비니타크를 시민과 접촉시키며 말했다. 그러자 페러스의 말은 그 정체를 드러내야만 했다.

 

요새인가, 형제여? 흥미롭군.’

 

그런가?’

 

단지, 우리가 이 게임을 할 때마다 항상 자네는 공격적인 전략을 선호하는군.’

 

페러스는 귀 기울이지 않고 게임에 몰두했다. 그는 요새를 게임판 위 핵심 넥서스 쪽으로 움직였다.

 

공격적이군...’

 

펄그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듯 말하고는, 자신의 수를 두었다.

 

점점 더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며 페러스는 다음 수를 두었다. 그는 펄그림이 방금 놓은 에클레시아키를 쓸어버렸고, 그 결과 고르곤의 얼굴에는 승리의 예상이 번쩍이며 지나갔다.

 

펄그림은 가느다랗고 뱀 같은 손가락으로 탁자 끝을 두드렸다. 그의 무너진 에클레시아키는 분명 그가 선호하는 전략을 꺾었다. 몇 초 동안 그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 게임이 레지사이드 (국왕 살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아는가?’

 

그는 자신의 백색 여왕의 상아 밑동을 부드럽게 만지며 물었다. 여왕은 많은 능력을 가졌으나 실제로는 어떠한 힘도 없었다.

 

관심 없네.’ 페러스가 쏘아붙였다. ‘한심한 시간 끌기는 그만두고 다음 수를 두게.’

 

인내심을 가지게나, 형제여.’ 펄그림이 꾸짖듯 말했다. ‘자네가 인내심 가지는 법을 잊어버렸을 만큼 나로드냐가 그리 오래 전 일이었나?’

 

페러스는 다시 화를 낼 것 같이 보였으나 진정했다. 그는 두 개의 건틀릿 씌워진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다시 한번 펄그림은 건틀릿들을 주목했고 그는 오른쪽 눈 밑에서 일어나는 분노의 떨림을 참아내야만 했다. 서늘하고 낮은 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나왔다.

 

방금 뭐였지?’ 페러스가 그 소리에 반응하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대기 재순환 프로토콜일 뿐이네.’

 

게임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펄그림은 탁자에서 눈을 떼고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렇게 어둑한 환경을 선호했다. 이는 게임을 할 때 정신을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연한 스포트라이트가 탁자와 플레이어들을 병든 노란색으로 밝혔다. 이 희미한 빛의 외곽 바로 너머에 그림자 속 형태들이 경기가 펼쳐지는 것을 주시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시험이 가장 중요한 단계에 도달함에 따라 주의를 기울였다.

 

군주의 죽음.’ 페러스가 대답했다. 목소리는 다시 펄그림의 주의를 그에게로 끌었다. ‘그게 레지사이드의 뜻이지.’

 

황제의 죽음을 뜻하기도 하지.’ 페니키안은 자신감 있게 황후를 움직여 반격했다.

 

그뿐만이 아니네, 형제여. 황제나 군주가 재판을 거쳐 공정하고 합법적으로 처형되는 것 역시 뜻하네.’ 그는 입술을 핥았다. 대기 재순환기에서 나는 잔잔한 소리가 잠시 커졌다. ‘흥미로운 생각 아닌가.’

 

그렇군.’ 페러스가 말했다. 그의 주의는 다시 게임판에 집중됐다. 함정이 파지고 있었고, 페러스의 긴장된 표정에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표정은 또한 그가 함정의 존재는 알아도 그 본질은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 역시 나타냈다.

 

여전히 너무 무지하군...

 

펄그림은 황후를 움직여 그의 황제를 공격에 노출시켰다.

 

그래.’ 그는 계속 말했다. ‘황제조차도 보통의 사람들을 구속하는 동일한 법과 규정에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흥미롭지 않나. 황제에게 가해지는 모든 위해가 합법적이고 공정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거야.’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지도자, 심지어 아버지조차도 결점이 있을 수 있다 믿는다네.’

 

모든 인간에게는 결점이 있네. 그러니까 인간인 거지. 자신의 결점을 보고 줄여나갈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한 인간의 위대함을 측정하는 기준치네. 오직 훌륭한 지도자만이 그런 자각을 갖출 수 있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펄그림은 그리 말하고 싶었다. 대신 그는 말했다. ‘이제 누가 시간을 끌고 있는 건가, 형제여?’ 페러스의 앞선 말을 고의적으로 뒤집으며 심리적 우위를 점하려 했다.

 

시간 끄는게 아니네.’ 페러스의 분노가 일부 되돌아왔다. 고르곤의 주먹이 쥐어졌다 펼쳐졌다를 반복했다.

 

그럼 행동하게나.’

 

날 서두르게 해 실수를 저지르게 하려는 셈이군.’

 

날 도발할 필요는 없다네, 친애하는 형제여.

 

페러스의 건틀릿 씌워진 손이 제후 위에서 망설였다. 한 번의 동작으로 그는 펄그림의 군대에 있는 똑같은 말을 죽일 수 있었다. 소드브레이커라 불리는 움직임이었다. 이 레지사이드의 버전에서 이 움직임은 페러스의 제후를 더 큰 기동성과 힘을 가진 프라이마크로 바꾸어 준다.

 

자넨 무언가 숨기고 있군.’ 그가 여전히 망설이며 말했다.

 

그리고 자네는 매우 자네답지 않게 행동하고 있군, 형제여.’ 펄그림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페러스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대신 그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게임판을 응시했다.

 

죽여야 할까?’

 

내가 얼마나 많이 자신에게 그 질문을 던졌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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