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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파묻힌 단검 - 3장 (1)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30 21: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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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백산

거짓된 모습

합창


옛날 옛적에 저 산은 만년설로 뒤덮여 있어 백산이라 불렸다 해도, 이제는 고댓적의 전설이 되어버린지 오래인지라. 오늘날에는 드넓게 펼쳐진 산봉우리들은 매서운 극풍을 타고 내려앉은 화산재로 은빛으로 바래고, 생명 없는 광야에 재투성이 언덕만 흩날려간다. 산 주변을 감싼 거대한 정지망(static-webs) 너머로는 쥐 죽은 듯 고요한 잿가루뿐, 가비엘 로켄이 가장 높은 고지대의 동굴 입구로 올라갈 때마다 새까만 먼지 길을 남기며 걸어 나갔다.


그는 동굴 입구에서 바라보는 창백한 지평선까지 펼쳐진 평지의 풍경에 빠져들었다. 이 방사능 황무지는 이름 그대로 기술의 암흑기 때 테라, 혹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말살할 뻔한 재앙적인 전쟁이 끝난 후 남겨진 끔찍한 곳이었다. 그 전쟁을 종식시킨 존재는 인류의 황제가 아닌, 혹은 아직 되지 않은 사람이었겠지만 그분의 유산은 이곳에 여전이 남아있었다. 백산은 그 오래된 전쟁에서 가장 잔혹한 투사들의 거처였다. 죽은 지 수천 년이 지나 먼지투성이가 되어 버린다 해도, 이 요새-궁전은 다른 용도로 개조되어 유용히 쓰이고 있었다.


이 황야도 나름 고요했다. 육지에는 아무도 없고, 레이저로 절단해낸 산의 회랑과 돔형 방에 늘어선 감각을 죽이는 금속으로. 내부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위상 철판과 반사이오닉 각방의 효과는 더욱 강력해졌다. 가장 중심부에 있는 절대적이고 불안한 침묵은 로켄조차 몇 시간 동안만 머물 수 있을 수준이었다. 아주 작은 소리도, 가장 먼 곳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바람의 속삭임까지 사라진 무의 장소였다.


그 아래에는 황제께서 진홍의 마그누스를 가두기 위해 설계한 거대한 위상 감옥이 있었지만, 그 감옥을 쓸 날이 올거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백산 그 자체처럼 그 감옥은 더욱 나은 전략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만든 예비 계획이자 보험이었다.


로켄이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왜 인장관이 자신을 이곳으로 보냈는지 의문을 품었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이상 나이트 애런트 중 누구라도 회수물 조사 임무를 맡을 수 있을텐데. 혹시 또 다른 시험일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어느정도 알고 있기는 했다. 이스트반 III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채 발견된 이후로 말카도르와 돈, 그리고 다른 이들조차 자신을 진정으로 믿은 적이 없었으니까. 로켄의 마음 속에도 어느정도 이해하기는 하니 말이다.


아니면 형벌일까? 복수의 영령에서 자신의 종부이자 프라이마크인 호루스 루퍼칼을 처단하는 임무를 실패하고는, 수많은 영웅들이 죽은데다 살아남은 이들도 간신히 목숨만 건져 탈출했으니. 이 굴욕적인 패배감이 로켄의 마음을 괴롭혀 댔다. 독사의 목을 자를 기회를 놓치고, 그 긴박한 순간에 정신 속으로 스며든 자책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기회가 다시 오기는 할까?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아도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는 성무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졌다. 백산에서의 성무는 진정한 시험도, 형벌도 아닌 선물이니라.


방황하는 생각과 격동하는 감정이 기이한 반-사이커 기제와 텔레파시 방지 장벽에 의해 사그라지는 고요하고도 끝도 없이 어두운 회랑에서, 로켄은 다시금 일종의 평화를 되찾았다. 덧없는 순간이란 걸 알면서도 그의 마음에 자리잡는 이 느낌. 과거의 로켄을 괴롭혔던 광기의 속삭임, 옛 동료 토르가돈의 목소리부터, 이악톤의 유령과 잃어버린 자아인 케르베로스의 포효들이... 모두 사라졌다. 복수의 영령을 향한 공격으로 로켄이 입은 육체적 부상은 메이서 배런, 틸로스 루비오, 가엾은 아레스 보이텍이 입은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그의 정신과 의지는 잊을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백산의 평온 속에서 이런 것들이 치유되기 시작했다.


로켄은 바위를 깎아 만든 계단을 올라가는 발소리를 들었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텔레디온 브렐의 인공 관절이 생체 사지와 약간씩 어긋나게 움직이면서 가끔씩 오른쪽 다리를 반쯤 끄는 독특한 발걸음 소리를 이미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소리를 들어보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무언가가 과학자인 그녀를 동요시켰는지 규정을 어겨가며 일상적인 계획에서 벗어나 로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브렐.” 그는 서두대신 바로 인사말을 건냈다. “새로운 소식은 있습니까?”


“계속 작업중이긴 합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로켄의 옆에 섰다. 인간 여성이면서 스페이스 마린만큼 키가 크지만 가느다란 그녀는 토성의 저중력 위성인 히페리온 혈통인지라, 테라의 표준 중력 환경에서는 자신의 몸무게조차 지탱할 수 없었다. 몸 주위에 상쇄장을 투사하는 투쟁의 시대적 기술 장치 덕분에 다른 행성에서도 활동할 수 있었지만, 로켄에게는 날개가 잘려 미처 날아오르지 못하는 새처럼 보였다. 그녀는 대화라고 부르기에는 데이터 다운로드에 더 가까운 끊임없는 수다와 같은 말을 내뱉으며, 입김이 차가운 공기에 흩날렸다. “코지테이터 엔진이 매일 단어와 소리의 조합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이 조합들에 일종의 일관성을 갖도록 강제할 수만 있다면 위대한 발견에 한 걸음 다다를 수 있을 거라 추측됩니다.”


“강제라,” 그가 되뇌였다. “전에도 이 문제에 대해 내 생각을 이미 말했잖소. 의도적으로 고통이나 강압을 가하는 건 용납하지 않으리라고.” 


“어쩌면 이 방법이 필요할-” 브렐이 반박했지만 로켄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미 여러 번 말했지 않나.” 이 과학자와 수도 없이 비슷한 논쟁을 나눈 나이트 애런트 단원은 이 이야기에 질려버린지 오래였다.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잊지 말고, 존중하도록.”


“예, 물론, 기억하고 있죠.” 브렐이 재빨리 대답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건 로켄 씨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의 연민은 존경하긴 하겠지만, 그릇된 점이라는 걸 지적하겠습니다. 이들의 정신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는걸요.”


“다른 사람들도 나에 대해 그리 말했었지.” 그가 단호히 대답하며, 말카도르께서 자신을 이 임무에 투입한 이유가 자아를 상실했다가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겪었던 과거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브렐은 논점을 넘겨주고 싶지 않을 때 늘 했듯이 침묵을 유지하다, 어깨를 으쓱이며 긴 손가락으로 데이터 슬레이트를 보여주었다. “새로운 정보 매체라면 이 합창의 목적에 대한 저희 인식도 바꿀 겁니다.”


로켄은 왕복선의 착륙 허가 요청을 비추고 있는 슬레이트를 받아 들고는 다시 황야로 눈을 돌려 삭막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저기 있군.' 그는 남서쪽에서 날아오는 화살촉이 백산 기슭의 착륙장을 향해 각도를 낮추며 하강하는 걸 보았다.


“또 다른 구출자입니다.” 브렐이 설명했다. “상태도 양호하고 분별력도 명확해 보입니다.” 로켄은 새로운 연구 대상을 사로잡으려는 듯한 브렐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궁금해하시는 건 알겠습니다만, 격리와 사전 검토 작업은 제가 하겠습니다. 만약 당신께...” 그녀는 말을 흐리다 황야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일이 없다면 말이죠.”


“같이 갑시다.” 그가 말했다.






두 사람이 착륙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왕복선이 정박하고 승객들이 하선한 뒤였다. 새로 구조된 여성은 다른 구출자들처럼 누더기를 걸치고, 삭발한 머리와 자매단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지만, 브렐의 수용소에서 보았던 다른 이들보다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의료 서비터들과 과학자의 보조원 몇 명이 여성의 주위를 돌면서 비접촉 수색을 하며 외상의 흔적을 살펴보고 있었다. 로켄은 이 여인의 근처를 지나면서 말소리를 들었다. 고통에 시달리던 침묵의 자매들이 의미 없는 헛소리로 맹세를 무너트리는 일을 여러 번 봐왔을지라도,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건 여전히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 이름. 시간.”


“아,” 브렐이 기대에 찬 표정과 함께 말했다. “아주 좋아. 흥미롭네. 다른 사례들보다 더욱 뚜렷하고. 아주 좋아.”


“내가 말한 걸 기억하게.” 로켄이 엄숙히 말했다. “다시는 말하지 않겠소.”


“알겠습니다.” 브렐이 목례를 했지만, 체중을 실으며 걸어가는 모습에서 연구실로 가서 이 불우한 구출자에게 실험을 가하려 조급해진 마음이 드러났다.


“이 여인은 썬더 베인 카드레의 말리다 지다시안이오.” 어디선가 로켄과 비슷한 어조로 경고하는듯한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는 나타니엘 가로가 쉭쉭거리는 왕복선 아래 그림자에서 걸어 나와 동료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인장관께서 이 자를 이곳으로 데려오라 명령했소.”


“중대장-형제여.” 로켄이 가로에게 손을 내밀자, 가로도 옛 방식대로 손목 보호대를 서로 부딪히며 인사했다. “오랜만이군.”


“드디어 만나는구나.” 가로는 지다시안을 이끌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과학자를 지켜보며 대답했다. “여기서 이렇게 만난다니 반갑군, 가비엘. 하지만 물어볼 게 있소.”


“하게나.” 로켄은 유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있으니 말이지.”


“먼저 여기가 무얼 하는 곳인지 말해주게.” 가로는 동굴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무나 고요하군.”


“간단히 말하자면, 백산은 일종의 감옥이네...” 로켄이 걷기 시작하자, 가로도 나란히 따라 걸었다. “고대 요새의 잔해를 개조한 감옥...”


“무엇을 위한 감옥이지?”


“사이커들이지.” 로켄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두드렸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이 침묵? 사이킥적인 힘을 억누르도록 설계된 수백 가지 억제 장치의 효과네. 우리들조차 느낄 수 있을 정도면 사이커들에겐 어떨지 상상해보게.”


“아.” 가로의 얼굴에 깨우침의 일섬이 스쳐 지나갔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팔랑크스 호에서도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었지. 돈 전하께서 라이브러리우스 형제들을 가두는 비슷한 방이 있었어.”


“그분께서는 물론 그러시겠지.” 로켄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게 임페리얼 피스트가 하는 방식이니 말이니.”


“지다시안도 죄수인가?” 가로는 로켄을 바라보았다. “말카도르께서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 여인과 같은 상태로 발견됐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말했었네. 그 사람들도 이곳에 있는 거겠지?” 로켄이 고개를 끄덕이자 말을 이어 나갔다. “같은 상태로? 같은 침묵의 자매들 말인가?”


“모두 이곳에 있소.”


가로가 멈칫했다. “몇 명이나?”


로켄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사를 계속하되 말카도르의 허락 없이는 나이트 에런트 단원 그 누구에게도 이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지만, 인장관께서 보낸 나타니엘 가로가 이곳에 있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될까? 전투 중대장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돌려보낼 수 없지는 않은가. “그건 기밀 사항이네.” 그가 입을 열었다. “지금 중대한 시기에 처해 있는데, 그런 일로 주의가 흐트러지는 건 실수지 않겠나.”


가로는 팔짱을 끼고 로켄의 눈을 마주쳤다. “말카도르처럼 말하는군. 말장난은 그만 두게, 루나 울프여. 논점도 흐리지 말게나. 그런 사이는 예전에 지났으니 말이지.”


전 데스 가드 중대장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침묵 속에 무언의 진실이 파묻혀 있었다. 가비엘 로켄은 나타니엘 가로에게 자신의 목숨을 빚지고 있었다. 이스트반 학살의 참화 속에 자진해서 갇힌 자신을 구해줬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신을 무너뜨릴 뻔한 어두운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진심으로 믿어준 자였으니 말이다.


“자넨 내게 '황제께서 보우하신다.'고 말했었지.” 로켄은 잠시 뜸을 들였다 말했다. “그분께서 이 불우한 사람들을 보우해 주시는지는 모르겠군.” 그는 건물 단지 깊숙이 드리운 그림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들은 몇달 전부터 나타나고 있네만... 아니,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네. 우리가 구출한 사람들 모두 침묵의 자매들인데다, 전사자 명단에 사망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로 기록되어 있어.”


“구출이라,” 가로가 되뇌였다. “그 사람들을 그리 부르는 건가?”


로켄은 말을 이었다. “모두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고, 카드레에서는 이들을 명예로운 전사자로 기록하고 작전을 계속 수행할 뿐이었소.” 그는 이 임무를 맡은 첫날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진실들을 떠올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왜 납치되었는지 우리가 밝혀낼 수도 없고. 태양계 어디에서 실종되었는지 상관없이 모두 테라에서 발견되고 있네. 기아상태에, 외부 자극에 반응도 없이, 몇 가지 단어만 말할 수 있는 채로.”


“모두 서약을 어기고 지다시안처럼 말하고 있나?”


로켄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유일한 차이점이오. 두 명은 정확히 똑같은 소리를 내고 있지 않고, 말카도르께서 보낸 과학자 브렐은 아직 찾지 못한 패턴이 숨겨져 있을 거라 믿고 있지.”


가로는 아무런 말없이 들었던 내용들에 대해 생각한 후,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았다. “워마스터의 잔혹한 소행일까?”


“말한대로인것 같군. 모든 구출자들은 반란군, 잡입조나 비이성적인 현상에 노출되어 있던 데다, 납치된 자매들은 모두 잔혹한 힘에 정신이 망가져버렸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거지?” 가로가 물었다. “침묵의 자매들은 퍼라이어니까 워프에 도사리는 존재들조차 이들의 정신에 파고들지 못하건만.”


“그렇긴 하지만 워프가 건들 수 없는 무존재의 정신을 뒤트는 방법이 있네.” 로켄이 인정했다. “사람의 이성을 부술 땐 초자연적인 수단만이 필요한 게 아니오.” 그는 더욱 깊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직접 겪어봤으니.”


“그래서 말카도르께서 자네에게 이 감옥을 지키는 임무를 주신거군.” 가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비엘 로켄, 자네는 그런 고통을 겪고도 돌아왔으니 말이야.”


“아마 그럴지도. 도통 생각할 수록 머리만 아파지니 인장관의 의도를 생각하는 건 이미 포기했네.”


가로는 손을 펴고 공중에 휘둘렀다. “그러니 한번 말해보게. 이 모든 건 어떻게 끝날까? 전장에서 분투했던 자매분들이 다가오는 침략의 연기와 분노 속에서 잊혀진 채 갇혀 있는 게 맞는 처지일까?” 그는 음울히 고개를 저었다. “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봐왔어. 돈의 사이커들에, 말카도르의 명령으로 달에 갇힌 내 부하들도... 거기서 썩도록 내버려두면서!” 그의 분노가 커져가면서 턱이 다물어져 갔다. “이런 건 용납 못해. 이... 구출자들이...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가축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고. 침묵의 자매단에 알려야 한단 말이다. 자매들이 매일같이 불명예스럽게도 갇혀 있다니.”


로켄은 가로와 백산으로 더욱 깊숙이 이어지는 길 사이로 몸을 옮겼다. 이 미묘한 행동 하나에도 명백한 무력, 즉 암묵적인 경고가 숨겨져 있었다. “인장관께서 마녀추적단 카드레와 연락하는 걸 금지했네. 이 문제를 숨겨야 해.” 가로가 이의를 제기하기도 전에 로켄은 말을 이었다. “이건 큰 계획의 일부거나, 심지어 일종의 무기일 수도 있으니. 내 말을 믿어주게. 내 프라이마크가 벌이는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있으니 말이지. 이 현상이 호루스가 관여한 문제라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더욱 큰 목표의 한걸음이란 뜻이다.”


“다시 한번 번복하마.” 가로가 강경히 말했다. “이 모든 건 어떻게 끝나나? 만약 과학자들이 답을 밝혀내기 전에 호루스가 먼저 당도한다면?”


“우발사태를 위한 계획이 있긴 하다만. 그... 숙청 프로토콜이.”


가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렇게 한단 말인가?” 그의 말에는 억눌린 분노가 서려 있었다. “자매단은 제국과 테라를 위하여 수없이 목숨을 걸고 싸워왔다고! 그런데 이들을 이 음산한 감옥에서 기억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죽도록 내버려둔다니 양심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그건 나도 원하지 않는 바다.” 로켄이 반박했다. “인장관께서 명령을 해석할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으셨네.” 로켄은 이 명령에 반감이 들지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에 체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책임을 자신으로 돌리는 듯한 가로의 태도에 슬슬 짜증이 커져갔다. “우리 모두가 자네처럼 말카도르에게 대항할 자유가 없지 않나.”


로켄의 말에 담긴 비난에 가로는 눈을 크게 떴다. “황제 폐하를 섬기면서 정당하고 명예로운 성무를 거역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가 결연히 말했다.


“이건 정당성의 문제가 아니오.” 로켄은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선을 긋듯이 말했다. “자네도 내 입장에서 이 전쟁을 보고 있었다면 이해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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