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형제는 전사이자 전쟁 군주였다. 둘의 무기가 처음 격돌한 순간에 알 수 있었다. 코락스는 진심으로 죽이려고 싸웠고, 로가는 그런 그의 형제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싸웠다.

프라이마크 간의 대결은 점차 격렬해져 일반인의 눈으로는 쫓을 수조차 없을 정도가 되었다. 코락스는 로가의 크로지우스를 쳐내는 대신 민첩하게 몸을 날려 피하거나 순간적으로 부스터를 점화하여 로가를 뛰어 넘어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그에 반해 로가는 그저 우직하게 크로지우스를 휘두를 뿐이었다. 까마귀 군주의 발톱이 금빛 거인의 셉터와 충돌할 때마다 종소리 같은 맑은 소리가 울렸다.

둘의 무기가 다시 얽혔을 때, 코락스가 로가의 눈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대체 뭐하는 거냐?! 무엇 때문에 이따위 미친 짓을 저지른 거야!"

로가는 대답 대신 힘을 주어 코락스를 뒤로 밀어냈다. 순간적인 힘에 까마귀 군주가 휘청거리며 몇 걸음 물러났다. 코락스는 바로 자세를 잡고 부스터를 점화해 다시 그의 형제 앞에 내려앉았다. 부스터 옆에 장착된 칼날이 번뜩이며 그를 노렸으나 로가는 그들이 자신의 갑옷을 찢고 피부를 베어도 무시했다. 그의 모든 신경은 자신을 노리고 날아드는 발톱을 쳐내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코락스의 가슴이 텅 빈 것을 발견한 그는 거침없이 마울을 휘둘렀다. 프라이마크의 전력이 담긴 공격은 까마귀 군주를 쓰러뜨리기에 충분했다. 충격파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주변으로 퍼져나가 모여있던 아스타르테스 군단원들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로가가 그렇듯 그의 형제 또한 프라이마크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코락스는 다시 일어섰고, 부스터를 점화한 그는 한 줄기 검은 빛이 되어 로가에게 쏘아졌다. 그의 짙은 눈동자가 불결하게 빛나는 로가의 헤일로를 노려보았다.

"대답하라 이 배신자! 넌 우리 아버지의 실패작이야! 겉으로만 황금색 싸이킥으로 타오를 뿐인 실패작!"

로가는 자신의 몸이 점차 밀려나며 부츠가 진흙속으로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형제는 생각보다 힘이 강했다. 이번에는 힘으로 떼어낼 수 없었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클로의 양 검날이 검신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로가가 천천히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난 인류에게 진실을 깨우쳐 줬을 뿐이야."

"아니! 넌 제국을 파괴하고 있어! 너의 형제들을! 너의 동족을! 배신하고 있단 말이다!"

기어코 얻어낸 대답은 까마귀 군주의 검은 눈동자를 맹렬히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로가는 그런 코락스의 눈동자를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코락스는 언제나 차가운 자였다. 그가 기억하는 코락스는 열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기계 같은 자였다. 그러나 자신은 틀렸다. 지금 저 불같이 야만적인 모습이 본래의 코락스였던 것이다.

"로가. 반드시 널 죽이겠다."

클로에서 튀기는 스파크가 점차 가까워졌다. 이제 검날과 로가의 얼굴까지는 손가락 한 개가 겨우 들어갈 길이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나도 알아. 하지만 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미 봤어. 우리의 아버지가 핏기 하나 없는 반송장이 되어 황금빛 옥좌에 앉아 있었지. 그는 공허를 향해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 영원히 울려 퍼지고 있었단 말이다."

로가가 그를 밀어내고자 힘을 주며 말했다. 마치 뼈에 균열이 일며 피가 새어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코락스의 눈이 좁혀지며 하얀 근육이 더욱 부풀어 올랐다.

"더 이상 그따위 거짓말은 하지 마라. 너는 인류의 제국을 혼돈에 빠뜨렸어. 완벽했던 질서를 망가뜨렸단 말이다."

"틀렸어. 코락스, 내 형제여. 혼돈의 반대는 질서가 아니야. 정체라네. 살아 움직이지 않고, 바뀌지도 않는...!"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로가는 힘이 다했다. 그는 더 이상 형제를 힘으로 대적할 수 없었다. 코락스의 입에서 쇳소리가 들리며 침이 마구 튀었다.

"좋다. 내 여기서 너를 끝장내주마. 네가 지은 죄에 비하면 지금 내 손에 죽는 것은 과분해."

간만에 복귀했닷.

느리지만 번역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