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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raitor Rock - 1부 - 10 - 2

Cpt_Tit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02 23: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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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tor Rock 번역 모음집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76201

 


브레베는 키메라의 운전석에 앉아 차량을 점검하고 있었다.

한바탕 신나게 흐르는 욕설과 금속성을 들으며 민카가 차량 위로 기어올라가며 외쳤다.

"좀 어때요?"

"일단은...테크프리스트들이 축성을 좀 해줬습니다"


운전석 해치에서 머리만 빼꼼 내민 브레베가 계속 말했다.

"그런데 이놈의 배터리 과열은 여전히 문젭니다. 최선을 다해 조정하긴 했지만.. 크론 B9에서 발생했던 그 부품 교체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받은 교체부품이 라이자 산이긴 한데..."

이제 몸을 완전히 밖으로 밀어낸 브레베가 말을 맺었다.

"죄다 저질 부품 뿐입니다."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뮤니토룸은 전력을 다해 보급을 챙기고 있었고, 라이자(Ryza) 등의 포지 월드들은 전력으로 전쟁 물자를 생산해냈지만 그 품질 수준이 열악하기 일쑤였다. 카디아의 몰락에 이은 시카트릭스 말레딕툼으로 인해, 광업 행성들이 워프 폭풍에 휩쓸렸고 농업 행성과의 교신이 두절되었고 산악 도시들은 폭동과 전쟁으로 무너져갔다.

지금같은 시국에서는.. 하는 수 없는 일이었다.


브레베가 계속 말했다.

"울프 저자식에게 분해를 맡기는게 아니었는데.."

"아니 그래도 일단은 어찌저찌 되었잖아요"

울프가 말하며 키메라 하부에서 나왔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헤비 볼터의 총성때문에 가는귀를 먹었는지, 그의 목소리는 항상 다른 이들보다 커다랬다.

"냉각관을 일단 급조해놓긴 했는데, 이 늙다리(old lady)가 한번만 더 전투에 참가하고 나면 그다음은 새 키메라를 요청해야할겁니다"


민카도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없었다.

계속 대체품 요청을 보내고는 있지만 군수과도 달리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저기 있잖아. 지금 막 명령을 받고 오는 길이야. 오늘 자정에 출발해야해"

브레베가 말했다.

"어디로 간답니까?"

"우주공항은 아니야. 장성용 공관으로 갈거야"

"거리가 얼마나 된답니까?"

"5시간 거리"

"이거 기도하는 수밖엔 없겠군요"


-


자정이 되기 30분 전 출발한 소대는 이제 밤낮을 가리지 않는 포격 소리를 들으며 나아갔다.

요란한 포성속에도 힘차게 포효하는 '성자'의 엔진음을 듣자 민카는 브레베를 치하해주기 위해 운전석 방향으로 기어올라갔다. 귀마개를 착용했지만, 민카의 의도를 파악한 브레베가 기도하는 손짓을 보였다.


복귀하기까지의 일주일간 치뤘던 참호 훈련으로 피로가 뼛속까지 파고든 소대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키메라 안에서 서로에게 기대 잠들고 있었고, 민카도 이젠 눈 붙이기 위해 머리 기댈 곳이 필요했다.


정말이지 피곤하고 불편하고 힘겨운 밤이었다.


-


그리고 몇 시간 후..

새벽이 올 무렵, 소대는 지정된 착륙장에 도달했다.

한숨도 못붙인 브레베가 콘솔 위로 발을 걸치고 팔짱을 끼며 민카에게 말했다.

"끝나면 깨워주십쇼"

민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뭐가' 끝나면 깨워달라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


착륙장 74-B9에서 기다린지 한시간 쯤..

어스셰이커 포탄을 공급하는 풍경을 보며 니클로아즈(Nikloaz)가 디도의 키메라 안에서 소대 기치를 가져와 키메라에 꽂았다.


그때, 경전투기 한대가 착륙장에 도착했다.

밀리타룸의 투박한 디자인이 아니라 매끄러운 라인과 금과 청동으로 장식된 전투기가 착륙하고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합의 시편(Psalms of Unification)을 읊으며 등장하는 쇳덩어리인가 싶었지만, 은색 파워 아머 차림의 여성이 볼터를 장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성배 문신을 뺨에 새긴 그녀는 아뎁타 소로리타스, 교단의 군세의 일원이었다.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내가 말하니 들을 지어다! 나는 아젠트 슈라우드 오더의 샹급 수녀, 멜리샤(Superior Melissya of the Order of the Argent Shroud)다. 이 말로우리 행성에서, 나는 이 행성을 수호하며 숨져간 이들의 희생을 기릴 지니라!"


카디안에 대한 연설이 아니라 이 행성에서 숨져간 영혼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듯한 그녀의 선언이었다.


민카에게는 그들의 모습이 낯익었다.

"그때의 그 수녀들이 아닌데요..."

디도가 말했다.

"아냐. 다른 수도회 소속이야"

포텐스에서 보았던 아뎁타 소로리타스 수녀들의 검은 파워아머에 대비된 듯한, 은색 갑옷이 보였다.

수놓은 모피 망토를 두른 그녀가 뭐라고 소리치자, 한 무리의 전사들이 그녀의 뒤를 따라 수송기에서 내렸다.


그들은 마치 성소 밖에서 구걸하는 이들처럼 누더기만 걸치고 갑옷을 입지 않았는데, 신비주의자나 가난한 탁발 사제 같아보이진 않았다.

누군가는 사슬 허리띠, 누군가는 가죽 허리띠, 그들의 절반은 또한 입가리개 같은 것(gags)을 착용하고 있다. 한 눈이나 손이 없는 이들도 있었고, 맨발에는 기도문이 결속된 그 전사들은 모두 에비서레이터 체인소드로 무장해있었는데, 자비가 아니라 구원을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뒤를 청동 흉갑과 벨벳 샤코를 착용한 4명의 병사가 따르고 있었다.

증강장치가 붙은 바이저와 파워 랜스를 착용한 그들은 누군가를 경호하는 태세였고, 민카는 이윽고 누군가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나!"

오만한 억양을 가진 노부인의 얼굴은 여러번의 회춘 시술을 겪었는지, 나이를 알아보기 어려운 생김새였다. 아마 세 자릿수의 인생을 살았으리라.


그녀는 이단자들에게 빼앗긴 행성인 토카이의 섭정(Gerent of Tokai), 비앙카 리치스타였다.

사촌 파트리초가 포텐스에서 사망한 후 그녀는 가로우 클러스터의 리치스타 가문 중에서도 최고 항렬을 가진 이였지만, 이단 사태의 용의자 가문으로 지목받는 리치스타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은 벤딕트 장군의 휘하에 의탁하는 것 뿐이었다.


그녀는 스스로가 가진 영향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를 과시하고자 말로우리에서는 화려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약간 오만한 시선으로 착륙장에 모여있는 7중대 2소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며, 디도는 시립한 두 경비병을 통과해 그녀에게 경의를 표했다.


디도의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비앙카의 목소리는 잘 들렸다.

"벤딕트 장군은 어디에 있소?"

거리가 멀어 디도의 말은 들리지 않았고, 몸짓도 표하지 않았지만 디도의 말은 비앙카를 만족시킨것처럼 보였다.

비앙카가 중력 가마로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 디도의 목소리가 마침내 들렸다.

"벤딕트 장군님께 전달하도록 하죠"

"알겠다고 하지 않았소! 그래 당연히 나보다 더 위대한 윗선이 계시겠지"


가마를 맴도는 찬양새와 향을 뿌리는 향로에 감싸인 중력 가마 안에서 비앙카가 계속 말했다.

"디도 중위, 본인은 본인과 가문의 명예로운 조상이신 성 이그나치오 리치스타 님을 귀관의 호위에 맡기도록 하겠소. 그러니, 지금 당장 본인을 벤딕트 장군께 호위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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