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세상의 모든 시간을 쥐었음에도, 시간이 걸린다.

호루스 루퍼칼의 한 손에는 얼어붙은 모든 시간이, 그리고 다른 손에는 생귀니우스가 쥐어진 채다.

생귀니우스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우리만큼 깊은 상처를 입은 채, 루퍼칼의 궁정에 높이 솟은 아치를 올려다볼 뿐이다. 무너졌음에도, 그는 결코 조용히 가지 않을 것이다. 무너졌음에도, 그렇게 쉬이 쓰러질 상대가 아니다.

루퍼칼이 으르렁거린다. 그는 이것을 즐기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더 좋은 일을 해야 할 시간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인가? 그는 더 이상 인간의 범주로 헤아릴 수 없기에, 그의 속을 알아낼 방법이 없다.

하지만 생귀니우스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옛 넷의 시선을 느낀다. 그의 형제의 흉갑을 장식한 눈처럼 암울하고 사악한 눈빛이 어둠 속에서 그를 바라본다. 그들은 이 일을,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보기 위해 왔다. 흥분한 목소리로 그들이 서로에게 중얼거린다. 무수히 많은 수효의 군세들이 기쁨에 겨워 단어가 되지 못한 말을 내뱉고 속삭인다. 생귀니우스는 어둠의 신의 광대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호흡 속에서, 인류의 저항을 보일 것이다.

탈론에 꽂힌 생귀니우스를 호루스가 그대로 들어 올린다. 부러진 뼈, 찢겨나간 상처가 비명을 지른다. 찢긴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내린다. 괴물의 다른 손이 월드브레이커를 치켜든다.

다음 순간, 생귀니우스의 왼손이 호루스의 뺨과 눈을 사정없이 찌른다. 분노 속에서 호루스가 울부짖으며 제 희생양을 떨어뜨린다. 무릎을 꿇은 생귀니우스는 그의 상처 속에 그대로 옆으로 쓰러진다. 몸을 떨며, 그가 일어나려 한다. 최후의 순간, 그는 일어나려 한다. 그는 일어선 채로-

그리고 월드브레이커가 그를 다시 후려친다. 묵직한 일격이 생귀니우스의 왼쪽 어깨를 부순다. 그 일격에 갈비뼈가, 왼쪽 대퇴골이 부러진다. 그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며 쓰러지지만, 결국 고통의 비명이 새어나온다. 호루스는 흡사 말을 듣지 않는 개를 구타하듯 생귀니우스를 후려쳐 댄다. 더 이상 기교도, 무용도, 인내도 없다. 월드브레이커가 내리꽂힐 때마다 생귀니우스의 갑주와 육신이 갈기갈기 찢긴다. 그의 쇄골이 부서진다. 폐가 파열한다. 잔인한 폭행을 가하는 거인과 그 희생양, 오직 두 형상이 있을 뿐이며, 피는 안개가 되어 흩뿌려진다. 여섯 번째 망치질에 생귀니우스의 머리가 뒤틀린다.K 턱이 부러지고, 이마부터 턱까지 얼굴 왼쪽 절반의 가죽이 벗져겨 나간다. 펄럭이던 가죽이 흡사 느슨한 가면처럼 그대로 늘어진다.

그가 앞으로 쓰러진 순간, 탈론이 그를 덮친다. 망가지고 너덜너덜해진 천사는 그대로 카오스의 도구가 되어버린 처음 발견된 아들과 마주한다.

호루스는 천천히 숨을 고른다. 그는 마지막 말을 기다린다. 장엄하고 고귀한 삶의 끝을 알리는 말을, 불멸이 될 영웅적인 선언을 기다린다. 그래야만 한다. 훌륭한 유언이어야 한다.

하지만 생귀니우스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자신의 피 속에 빠진 채, 그는 죽어가고 있다.

탈론이 철컹인다. 척추와 목, 모두가 부러진다.

호루스는 기다린다. 피가 뚝뚝 떨어진다. 끝났다.

기계음과 함께 탈론이 다시 열린다. 골격을 모두 발라내기라도 한 듯 늘어진 그의 형제의 시신이 그대로 갑판 아래로 떨어진다. 추악한 충격음 속에, 모두가 그 추악한 결말을 알았으리라.

호루스는 한숨을 내쉬고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시신을 못박고자 하는 존재들이 잰걸음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