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인물로 현현한 황제를 만난 올라니우스. 황제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황제는 대답하지 않는데…)

+올라니우스.+

올은 얼어붙는다. 그는 솔직히 반응이 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의 이름이 먼지바람에 실려 들려온다. 그의 정신 가장자리를 갉아먹는 사이킥 발음이다.

+올라니우스. 멈춰.+

올은 멈춰 선다. 이건 그(황제)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가 한때 알고 지냈던 남자의 목소리도, 그가 이후에 변해버린 모습의 목소리도 아니다. 아주 희미한, 또 다른 목소리이다.

"악테?"

+올라니우스. 가. 떨어져. 당장 떠나. 이 대화를 강요해선 안 돼.+

"너 살아 있는 거야?"

그녀의 정신-말은 여전히 약하다. 고통으로 사라지기 직전이다. 그는 그녀가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는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갑작스럽고 깊게 필사적으로 그와 대화할 힘을 짜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일단은. 그래서 당신은. 떠나야 해. 멀리. 어둠의 왕은 당신의 비난을 오래 참지 않을 거야.+

"어둠의 왕?" 올은 작은 소리로 신음한다. "이게 어둠의 왕이라고? 그가 어둠의 왕이라고?"

+거의 맞아. 변화가 자리를 잡고 있어. 난 느낄 수 있어. 조금만 더 있으면 완성될 거야.+

"하지만 루퍼칼이―"

+우리가. 우리가 틀렸어. 깨달았어야 했는데. 둘 다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야 했는데. 더 강한 의지가―+

올은 머뭇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빛나는 인물이 위협적인 분노로 빛을 발하며 가까워진다.

+도망쳐, 올라니우스! 그는. 그는 당신을 죽일 거야!+

"그럴 것 같지 않은데." 올이 말한다. "그는 멈췄어. 흔적만 남기고 멈췄다고. 난 기회를 얻었―"

+기회가 아니야. 그가 멈춘 건. 당신을 알기 때문이야. 당신이 여기 있어서 그는 놀랐어. 생각하느라 공격을 멈췄지만. 그의 인내심은. 그의 인내심은 당신이 그를 자극하면 오래가지 못할 거야.+

"넌 느낄 수 있는 거야?"

+그의 정신에. 그의 정신에 머릿속이 혼미해져. 올라니우스, 우리가 틀렸어. 전부 틀렸다고. 결국 황제가 받아들였어. 자신이 오랫동안 거부했던 걸 받아들였다고.+

"어떻게 그렇게 된 거야? 악테, 어떻게?"

+루퍼칼은 강해. 그가 기대한 것보다 강해. 힘. 카오스의 힘은 그가 예상한 것을 훨씬 뛰어넘었어. 카오스의 영역에서 솟아난 힘이야. 그는 그것과 싸우려고 시도했어. 호루스를 패배시키기 위해 그것으로 싸우려고 했어. 하지만 그는. 충분히 강하지 않았어. 그래서. 기회를. 만들었어. 자기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었어.+

"워프 말이야?" 올이 묻는다.

+워프 말이야. 그는 워프를 들이마셨어. 카오스와 싸우기 위해 그 힘을 빨아들였어. 하지만 너무 많이 너무 깊이 들이마셨어. 그것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어. 그것이 그를 그가 막으려고 한 바로 그 존재로 만들었어.+

"어둠의 왕? 그 이름이 뜻하는 게 그거였어?"

+신. 지금 그는 신이 되고 있어.+

"아니. 난 받아들이지 않겠어. 이건… 이건 새로운 모습, 분노와 복수의 힘을 나타내는 그의 또 다른 버전일 뿐이야. 교활한 변장용 가면일 뿐이라―"

+그 이상이야.+

올은 빛나는 검은 구체를 응시한다. 그는 침을 삼킨다.

"아니." 그는 중얼거린다. "아니, 악테. 이건 그의 오만함의 최신식 표현일 뿐이야."

+그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강해, 올라니우스.+

"옳기 위해 강해질 필요는 없지." 올은 쏘아붙인다. 그는 다시 비틀거리며 구체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이건, 이건 잘못됐어. 이것이 고의이거나, 순조롭게 진행되기까지 해도, 그래도 이건 실수야. 서둘러 강행한 삶이 저지른 실수라고. 이건 비이성적이야. 그리고 내가 아는 이 남자는 이성을 빼면 아무것도 아니지."

+안 돼! 그는 당신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래야지. 그는 내 말을 들을 거야. 대화할 거라고."

+올라니우스!+

그리고 올라니우스가 검은 구체로 나아가자, 빛은 사라지고 치명상을 입은 커스토디안 가드만 남음. 그게 바로 케칼투스 더스크.

악테의 이런 발언을 근거로 보건대, 호루스가 아니라 황제가 다크 킹이 될 운명이었지만 올라니우스 페르손의 활약으로 운명이 바뀐 게 맞는 것 같음. 에필로그에 나오는 아흐리만의 타로점(황제 카드의 쌍둥이인 마지막 카드는 다크 킹이었으나, 황제가 힘을 포기하자 디스포일러 카드로 바뀜)도 그걸 뒷받침함.

하여튼 운명이 바뀌어서, 2부 끝난 시점의 황제는 다크 킹이 될 운명에서 벗어났음. 아니, 다크 킹 자체가 운명에서 사라졌음. 운명이 호루스가 다크 킹이 되는 쪽으로 바뀐 게 아니라 누구도 다크 킹이 되지 않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말임. 아흐리만의 타로점이 그 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