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0.iii 최후의 카드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06 17:36:54
조회 1213 추천 36 댓글 10
														



iii. 최후의 카드



강요된 침묵 속에서 그들은 게임을 한다. 기분 전환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을 어느 정도 날카롭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니오라 수-카센은 레지사이드를 습관으로 삼았다. 처음 두 달 동안은 함교 승무원들을 상대로, 그 이후에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할브랙트 중대장이나 근위장이 파견한 허스칼 대원들 중 선임들과 함께 게임을 펼쳤다. 처음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병을 상대로 레지사이드를 두는 것은 무용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수-카센은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이 펼치는 지상전 전략의 근간이 레지사이드 게임에서도 펼쳐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순전한 호기심으로 수-카센은 집단전과 선택적 희생이라는 함대전 교리를 게임에 도입해 보았고, 할브랙트를 두 번이나 이기고 세 번이나 스테일메이트 상태까지 게임을 끌 수 있었다. 아마 그때 할브랙트의 표정은 평생이 지나도 잊어지지 않으리라. 상처 입은 자존심, 그리고 승리에 대한 굶주림이 경계선을 이루고 있는 매혹적인 표정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음 대국에서 할브랙트는 자신의 패배를 분석하고 수-카센의 전술적 책략을 파악한 뒤 거기에 맞춰 자신의 전술을 조정했다. 그렇게 할브랙트의 연승이 다시 재개되었다. 패배를 통해 교훈을 얻고, 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수-카센이 할브랙트에게 다시 승리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수-카센이 레지사이드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2개월이 지나고 나자, 왕을 죽여야 한다는 게임의 컨셉 자체가 불쾌해졌던 것이다.


그래서 수-카센은 함선 자체를 습관으로 삼았다.


바로 이곳. 팔랑크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대한 요새 함선. 매 시간마다 수-카센은 통로와 회랑, 전투 갑판과 엔진실까지 돌아다니며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하고, 때로는 직접 조정하고 정비하기까지 한다. 당직 장교에서부터 가장 하급에 있을 탄약 농노, 화부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속삭임을 듣지 못한 이는 없다. 이름을 익히고, 삶의 이야기 조각들을 듣는다. 그들의 습관을 보고, 그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 무슨 게임을 하는지 관찰한다. 장교 식당에서 펼쳐지는 레지사이드, 나인 갬빗(Nine-Gambit), 그리고 세네트(Senet). 제도실에서는 아쉬타파다(Ashtapada). 전쟁실에서는 가우(Gow), 사냥개와 늑대(Hounds and the Wolves). 병사 숙실에서는 주사위 내기와 노름. 자동장전 신관실에서는 타록의 손(Hand of Tarock). 급식소에서는 노래 한바퀴(Rounds of Song)와 카드(Cartomance), 보일러실에서는 빠르게 카드를 뒤섞으며 펼쳐지는 트릭 3연발(Thrice-My-Trick) 게임까지.


지루함은 지금 그들이 당면한 최대의 적이다. 지루함이 이어지게 되면 사기와 준비 태세는 곧 느슨해진다. 팔랑크스는 여전히 전력을 다해 토성 고리의 방사능 그림자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 가스 거성의 자기장이 그들 위로 베일을 드리우고 있다.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백여 척의 충성파 전함들이 함께 은신한 채다. 태양계 전쟁의 생존자들, 생존한 군단의 전함들, 토성 분함대에 속한 함선들, 강대한 목성 함대까지, 모두가 조용히 숨은 채다. 암흑 속에서 최소한의 동력만 유지한 채, 완전 정지에 가까운 동면을 겪고 있다.


말 그대로 강대한 함대다.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세상을 무릎 꿇릴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반역자 함대에 비하자면, 시궁창에 숨어 있는 부랑자 몇 명에 불과한 정도다. 워마스터가 이끄는 전함들로 구성된 전단들은 태양계 전역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이동하는 것은 발견된다는 뜻이나 다름없고, 그것은 곧 절멸이다. 아마 ‘수적 우세’라는 말은 지금의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단어에 불과할 테니까. 반역자 함대의 주력과 전열전을 펼치게 되거나, 내외부 구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탐욕스러운 포식자들의 손에 뿌리가 뽑히듯 박살나는 일이 그들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수-카센은 종종 절멸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차라리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도 있으니까. 목성 함대의 제독이자 테라 대제독(대행)으로서, 팔랑크스가 그러하듯 그녀는 전쟁을 위해 빚어진 직업적 전사 아니던가. 차라리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 침묵하는 겁쟁이처럼 느껴지는 지금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맹공을 꿈꾼다. 전략을 계산하고 도박을 한다. 하지만 모든 계획은 결국 반역자들의 손에 패해 절멸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할브랙트의 레지사이드 솜씨에 당한 상대들이 그렇게 되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승리는 목표가 아니다. 그저 역도들을 살육하고 싶은 것이다. 수-카센은 비점화 항행에 이은 질량 가속, 그리고 너덜너덜한 함대를 테라 구역에 돌팔매로 뿌리듯 투입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곤 한다. 표적은 넘친다. 귀환은 불가능할 것이다. 옥좌시여, 아주 훌륭한 죽음이 될 것이다. 제대로 값을 받아낼 것이다. 팔랑크스 홀로라도 대순양함 십수 척은 도륙을 내고 격침될 것이다. 반역자 함대를 응징하고, 피를 흘리게 만들고, 측면을 갈기갈기 찢고, 시간이 다하기 전까지 태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것이다.


말 그대로 영광스러운 일이리라. 이 끝없는 침묵보다야 말이다. 최소한 무언가를 한 거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그녀 혼자만 품고 있을 뿐이다. 아마 할브랙트와 선임 장교들은 그 제안이 들어옴과 동시에 거부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녀의 지휘권을 빼앗을 테고. 팔랑크스를 주축으로 한 함대가 남아 있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소환령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소환령이 이르는 순간 즉시 벼락처럼 황제를 테라에서 빼낼 탈출 작전을 시작하는 것.


그들은 최후의 카드이고, 마지막 손에 남을 비장의 패다. 최종적으로 그들이 패했음을 인정하는 존재들이다. 마지막 속임수요, 포기의 작동 기제다. 그들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최후의 수고, 충성파의 항복 선언이나 다름없다.


그들 없이 최후의 패전이 다가온다면, 황제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근위장의 허스칼과 커스토디안은 그런 사태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황제의 삶을 위해 헌신하고 있으니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테라가 함락당할지라도, 그분만큼은 어떻게든 살아야만 한다.


그렇기에 수-카센은 그 마지막 의무를 기다리며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시간이 너무 느리다. 시계가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수-카센은 황제가 할브랙트가 구상한 최후의 수순을 허락할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역사는 이미 그분의 의지를 분명히 보이지 않았던가. 그분께서는 결코 옥좌를 떠나지도 않을 것이고, 자신을 안전한 곳으로 빼내는 것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그녀는 자신과 황제의 생각이 동일하리라고 전적으로 확신한다. 마지막까지 싸워라. 물러서지 마라. 타협은 없다. 죽음의 날까지.


하지만 돈의 명령은 한 점 피해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수-카센과 그녀의 함대, 그리고 수천에 달하는 장병들은 결코 완수되지 못할 명령이 내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을뿐이다.


수-카센은 쥐고 있던 렌치를 내려놓는다. 좌절감 속에 너무 꽉 붙들었는지, 가느다란 손가락이 하얗게 질릴 지경이다. 소리라도 한번 지르고 싶지만, 속삭임 이상의 소리를 내는 것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 반역파의 센서는 아주 작은 진동이나 선체의 울림까지도 포착해 위치를 파악하려 들 테니까. 수-카센은 어떻게 하면 할브랙트를 설득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아니, 애초에 그럴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 그리고 콜스웨인이 도망친 이후에는 그 확률이 더 낮아진 것 같다. 그를 마주한 순간 희망의 불빛이 솟은 것 같았지만, 그들이 고작 1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순간 그 희망은 퇴색했고, 게다가 그들은 아스트로노미칸을 확보하고 재점화하겠다며 테라를 향한 자살적인 질주를 감행했다. 수-카센은 할브랙트가 이 공격을 허락하도록 하는 데 온 외교적 역량을 다했고, 황제의 기함 임페라토르 솜니움, 그 거함을 동참시키기 위해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다. 임페라토르 솜니움은 함대의 최속이자 최신예 전함이었기에 그런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유일한 함선이었고, 그 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 희생이 불가피했다. 콜스웨인은 아스트로노미칸의 빛 없이 어떤 구원군도 테라에 이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것이 수일 전의 일이다. 아니, 체감은 몇 년에 가까웠다. 그들 모두가 함교에서 그 영광스러운 돌격을 바라보았다. 테라의 궤도 구역들을 수놓는 포염과 섬광들이 쉴 틈 없이 깜빡였다. 그리고 솜니움은 그렇게 격침되었다. 전열을 돌파하는 일격 속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았고, 콜스웨인의 전함들도 그 뒤를 따라 같은 운명을 맞았다.


그리고 강하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도, 무엇이건, 혹은 누구건 살아서 지표에 닿았다는 확인도 없었다.


아스트로노미칸은 점화되지 못했다.


할브랙트는 이 상황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수-카센은 이 모든 일이 할브랙트가 품은 결심을 더욱 굳건히 했음을 안다.


수-카센은 후미 환기실과 후미 987번 비품실 사이의 조용한 공간을 따라 걷는다. 격납고에서 대기중인 쉬폰 요격기로 빚어진 끝없는 대열을 따라 걷는다. 그녀는 아스타르테스의 연습용 우리가 침묵 명령의 임계치를 넘어가는지 궁금해진다. 그녀는 검으로 무언가를 후려치고 싶은 상태다.


승무원 하나가 군례를 바친다. 수-카센은 잠시 기억을 더듬는다. 탄스테이어. 모딧 탄스테이어(Modit Tanstayer). 엔진 부속실 2급병. 수-카센은 탄스테이어에게 속삭임으로 화답하며 위장 상태를 묻는다. 지난번에 이야기했을 때 널빤지 레이션을 하도 먹어 속이 불편하다며 불평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괜찮다고, 제독님의 관심에 감사드린다고 답한다. 수-카센은 타록 연승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지 묻는다. 소화 기능보다는 카드에 확실히 운이 따랐던 모양이니 말이다. 탄스테이어는 자신이 승자의 저주를 받았노라고 대꾸한다. 너무 자주 이겼기 때문에 그와 한판 붙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말입니다.”


탄스테이어가 속삭인다.


“몬탁을 지켜보는 게 더 재밌다고들 합니다.”


수-카센은 자신도 보고 싶다고 한다.


몬탁-기욤 몬탁(Guillaume Montak), 엔진 부속실장-은 조정대 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공구 상자 위에 구부정하게 몸을 구부린 채, 해진 타로 카드를 그 뚜껑에 늘어놓는 중이다. 오래된 덱이다. 제국 표준의 메이저 아르카나와 마이너 아르카나로 구성된 카드 한 벌이다. 지켜보던 승조원들은 제독이 이걸 볼 수 있도록 정중하게 이곳 저곳에서 움직여 자리를 만든다.


몬탁은 나이만치 수염이 덥수룩한 고참병이다. 화학 물질에 계속 노출된 덕분에 주름진 손은 거의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점술에 대해서는 규제가 내려지지만, 수-카센은 해군에는 아주 오랜 시절부터 내려오는 뿌리 깊은 미신과 전통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항해사와 선원들은 언제나 운과 징조를 중히 여기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그녀 역시 어떤 판단도 내릴 생각이 없다. 그녀 역시도 카드 덱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몬탁도 눈치를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 걱정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제독의 도착을 맞이한다. 그 와중에도 그의 손은 계속 카드를 펴고 있다.


레오노멀 스프레드(Leonormal Spread). 아주 오래된 방식이기에 색다르다. 반응형 웨이퍼가 비품실의 희미한 조명을 받아 반짝인다. 몬탁은 정확한 순서대로 카드를 위로 향하게 뒤집고,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손목을 살짝 비틀어 카드가 튕기도록 한다.


수-카센은 펼쳐지는 카드를 따라 읽는다. 불화를 가리키는 어릿광대, 눈, 대적, 부서진 세상, 미로의 길, 역방향으로 놓인 옥좌, 잔해, 달, 순교자, 괴물, 벼락의 탑, 황제. 그리고 그가 마지막 패를 넘긴다. 어둠의 왕.


움울한 점괘다. 지켜보던 이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그녀가 그러하듯, 불길한 별이 펼쳐진 점괘임을 알아보았으리라. 하지만 몬탁은 싱긋 웃어 보인다. 내기의 대상이 바뀐 모양이다.


수-카센은 미간을 찌푸린다. 카드를 다뤄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닌 데다, 지금 이 카드의 배열은 확실히 좋지 않다. 해석은 고통스러우리만큼 암울하다. 불화와 최악의 운으로 떨어지는 변화. 전투 속에 궁지에 몰린 세상. 뒤집힌 옥좌… 점괘를 읽을 때, 문자 그대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제노 아엘다리의 파멸을 상징하는 오큘라리스 말리피카(Ocularis Malifica)의 카드 이라니. 함교에 표시된 비물질 붕괴 지표를 그려내는 천상의 휘광이 옥좌성을 뒤덮은 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해가 안 가는군.”


수-카센이 탄스테이어에게 속삭인다.


“왜 즐거워하는 거지?”

“카드가 돌아가는 방식 때문입니다.”


탄스테이어가 속삭여 온다.


“하지만 저 배열은 끔찍하지 않나.”

“그렇습니다.”


탄스테이어가 동의한다.


“다시 보시지요.”


몬탁이 제독을 올려다보며 윙크를 보낸다.


“내기하시겠습니까, 제독 각하?”


몬탁은 조심스레 다시 카드를 섞는다.


“뭘 두고 말인가?”

“처음엔 어떤 카드가 나오냐를 두고 내기를 했습니다.”


탄스테이어가 속삭인다.


“맞춘 카드 한 장당 동전 한 푼이었죠. 하지만, 어제부터는…”

“어제부터는?”


수-카센이 묻는다.


“어제부터는 이제 ‘예’ 아니면 ‘아니오’에 베팅하는 걸로 바꿨습니다. 똑같을까요, 아닐까요?”

“순열이 상당히 많지 않나.”


수-카센이 대꾸한다.


“이건 동전 던지기가 아닐 텐데.”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습니다.”


몬탁이 낄낄거린다.


“매번 똑같은 카드가 나왔습니다.”


탄스테이어가 말한다.


“매번, 똑같이 카드가 펼쳐지죠.”

“몇 번이나 그랬지?”

“오십 번 정도?”


몬탁이 헤아린다.


“대략 그렇습니다. 연속으로요.”


수-카센이 눈을 깜빡인다.


“실장, 자네가 좋은 사람인 건 알고 있네만, 자넨 동시에 늙다리 사기꾼이기도 하지.”


수-카센이 말한다.


“지금 여긴 그 늙다리 사기꾼이 판치는 것 같은데. 교묘하게 이 친구들을 속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습니다, 각하.”


몬탁이 카드를 내민다.


“원하신다면 직접 섞으셔도 좋습니다. 제 손님이 되어 주십시오. 만약 점괘를 받을 영혼이 셔플을 한다면-”

“에너지를 카드 덱에 직접 전달하게 되지. 나도 어떻게 하는지는 아네.”


카드를 쥔 수-카센은 카드의 가장자리가 파랗게 얼룩진 것을 본다. 능숙하게 네 번 섞은 그녀는 카드를 떼어내고서 두 번 더 섞는다.


“와우.”


몬탁이 입을 연다.


“제군들, 여기 정말 카드에 정통하신 도박꾼이 계신 것 같네만.”


승조원들이 낄낄거린다. 수-카센이 카드 뭉치를 돌려준다.


몬탁은 엄지를 한번 핥고서는 다시 카드를 펼친다.


어릿광대, 눈, 대적, 부서진 세상, 미로의 길, 옥좌, 잔해, 달, 순교자, 괴물, 벼락의 탑, 황제. 마지막으로 어둠의 왕.


수-카센은 카드의 배열을 응시한다.


“실장, 이 카드들을 다 불태웠으면 좋겠군.”


몬탁이 의아한 표정으로 수-카센을 바라본다. 다음 순간, 수-카센의 손목에서 데이터 팔찌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통신과 신호음은 음소거 상태지만, 이 빛은 함교에서 그녀를 찾고 있음을 의미한다.


“호출이군.”


수-카센의 말이 이어진다.


“즉시 이 카드들을 소각하도록. 이건 명령일세…”






할브랙트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층층이 쌓인 광대한 함교는 무덤처럼 고요하다.


“할브랙트 경?”


수-카센이 발을 디디며 속삭인다.


허스칼이 그녀를 옆으로 급히 끌어당긴다. 그의 날카로운 얼굴은 굳어 있다.


“제독.”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시계가 멈췄소.”

“고장인가요? 어떤 시계가?”

“아니오, 제독.”


할브랙트의 말이 이어진다.


“모든 것 말이오. 크로노가 전부 멈췄소. 랄랑크스에 있는 모든 시각 계측 장비가 멈췄단 말이오. 상대론적 추적기까지 모두 멈췄소. 그것도 모두 동시에.”

“우리가… 뭐라고요?”


입을 떼려던 수-카센이 가쁘게 숨을 들이쉰다.


“설명은 있었습니까, 할브랙트 경?”


수-카센은 최대한 침착하게 묻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태양계의 비물질적 활동 양상이…”


지금 그가 주저하고 있다.


“현실계의 자연적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 같소. 시간이 멈췄소.”

“멈췄다고요?”

“후진도 전진도 불가능한 고정점에 묶여버린 거요. 균열이고, 중단이지.”

“어느 지역에서요?”

“아직 판단하는 중이오, 제독. 어쩌면 태양계 전체인 것 같소. 아니면 그 너머까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수-카센이 고개를 끄덕인다. 함교의 승조원들에게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두려움을 보이고 싶지 않다. 할브랙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확실하게 알아봐 주세요. 최대한 빨리 말입니다. 피탐 회피가 가능한 선에서 패시브 센서 활용을 허가하겠습니다.”


할브랙트가 고개를 끄덕인다.


수-카센은 함교에 인접한 자신의 방으로 걸어간다. 음울하지만 친숙한 공간이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기에, 안심이 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충분치 않다. 황동 진열대의 잠금을 푼 수-카센은 딱 규정된 만큼의 아마섹을 붓는다. 다음 순간, 수-카센은 단번에 아마섹을 삼킨다.


두 번째의 잔을 따른다.


수-카센은 몬탁을 떠올린다. 그녀 소유의 사이킥 반응 웨이퍼 덱은 지금 책상 서랍에 있다. 덱을 꺼낸 그녀는 카드를 거듭 섞으며 몬탁의 사기를 풀어내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카센은 자신이 카드를 늘어놓는 순간 어떻게 보일 것인지 알고 있다는 끔찍한 느낌을 받는다.





이걸로 프롤로그 끝. 35페이지네.

추천 비추천

36

고정닉 13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4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255200 번역 나이트 가문) 크라스트 가문 [4] 납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2 1106 20
255164 번역 [9th]징조의 방주들: 라이온 - 앙그론vs라이온 최종 [16] [10] 스틸리젼(잡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1889 42
255147 번역 파묻힌 단검 - 1장 (4) [1]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330 14
255145 번역 파묻힌 단검 - 1장 (3) [1]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212 14
255143 번역 파묻힌 단검 - 1장 (2) [2]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227 12
255142 번역 파묻힌 단검 - 1장 (1) [4]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424 15
255124 번역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드레거 [5]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1834 33
255087 번역 The First Heretic, 그 선택에 후회가 없음이라 -1- [2] 리만러스(222.110) 23.06.21 245 11
255071 번역 블템 규모 노터치인건 권위나 편법 어쩌고 때문이 아님. [23] 히페리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1619 33
255068 번역 [울프스베인] 13장 : 에를킹의 궁정 (2) [5]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335 12
255064 번역 우르데시: 뱀과 성자 - 1부 - 뱀 사냥(8) [2] slay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121 10
255063 번역 우르데시: 뱀과 성자 - 1부 - 뱀 사냥(7) [2] slay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96 9
255062 번역 우르데시: 뱀과 성자 - 1부 - 뱀 사냥(6) [2] slay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113 9
255052 번역 우르데시: 뱀과 성자 - 1부 - 뱀 사냥(5) [1] slay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121 9
255051 번역 우르데시: 뱀과 성자 - 1부 - 뱀 사냥(4) [1] slay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104 9
255050 번역 우르데시: 뱀과 성자 - 1부 - 뱀 사냥(3) [1] slay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156 9
255044 번역 메카니쿰: 1.05 (4) - [개인 공방] [6]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247 13
255043 번역 메카니쿰: 1.05 (3) - [보급 패턴] [3]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252 13
255042 번역 메카니쿰: 1.05 (2) - [목소리] [3]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245 13
255041 번역 메카니쿰: 1.05 (1) - [패브리케이터 로쿰] [5]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305 15
255040 번역 캐흐서킨(Kasrkin) 1부 2장-1 [16] 무능(Usele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657 20
255037 번역 우르데시: 뱀과 성자 - 1부 - 뱀 사냥(2) [1] slay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293 11
255036 번역 우르데시: 뱀과 성자 - 1부 - 뱀 사냥(1) [2] slay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256 13
255033 번역 우르데시: 뱀과 성자 - 프롤로그 - 아이언 스네이크 장편 소설 [2] slay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480 15
255024 번역 타이탄 군단) 레기오 메탈리카 [7] 납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1 1778 22
255005 번역 4만 무료 컴뱃 패트롤 전용 룰 공개 [7] Dezit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354 4
255003 번역 팀킬의 현장을 발견한 두 중대장 [6]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2319 37
254981 번역 카야파스케인) 케황태: 엠왕추 이 x발련아 [30] midore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2485 34
254969 번역 카야파스케인) 워해머는한국이원조이며이는수박도에도적혀있는사실이다 [14] midore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1777 25
254956 번역 필멸자를 치하하는 월드 이터 [8]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2449 55
254930 번역 The Emperor's Gift, 늑대를 닮은 여인 -1- [6] 리만러스(222.110) 23.06.20 695 15
254903 번역 [스트라켄]콜옵하는 카타찬 [3] 히페리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1011 16
254902 번역 헬스리치)스마 캡틴을 찍어누르는 야릭 [6]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1965 42
254900 번역 [울프스베인] 13장 : 에를킹의 궁정 (1) [4]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391 18
254895 번역 현생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코른의 워밴드 참전확인 [4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4362 48
254893 번역 헬스리치)블템 숫자가 졸라 많긴 하더라 [21]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1591 25
254885 번역 [스트라켄] 소설 제목을 마르보로 해도 어울리겠는데. [6] 히페리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865 27
254882 번역 헬스리치)그리말두스가 반하고 세스가 존중하는 호걸 [10]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2653 40
254849 번역 [울프스베인] 12장 : 시르티르의 숨결 (2) [1]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290 13
254848 번역 [울프스베인] 12장 : 시르티르의 숨결 (1) [2]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320 14
254842 번역 명작복습-소원성취한 할아부지 [9] midore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933 14
254840 번역 시티즈 오브 지그마 공개 총정리 [3]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1390 16
254823 번역 나이트 가문) 콜칵 가문 [11] 납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2430 31
254800 번역 시티 오브 지그마: 오거 워헐크에 탑승한 전열-소령 [11]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9 1671 22
254791 번역 40K에서 고양잇과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 [10] 히페리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9 2776 42
254743 번역 팁) 핀바이스 없이 볼터 총구 뚫는법 [16] SongYat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9 1327 18
254668 번역 그 아흐리만도 워프항해는 힘들어함 [19] 아라고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9 2745 65
254648 번역 어지간한 라이브러리안들은 죄다 네비게이터 훈련 받음 [8] ㅇㅇ(59.5) 23.06.19 2296 44
254615 번역 앙그론이 군단에 합류한 시절 찢어죽인 명단 [22]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9 2408 36
254609 번역 [울프스베인] 11장 : 아랫골로 가는 길 (6) [2]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9 340 20
254550 번역 스마는 네비게이터 역할을 할 수 있는가? [23]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8 2272 45
254518 번역 The First Heretic, 8차 통합본 (챕터 22 ~ 24) [4] 리만러스(39.123) 23.06.18 245 9
254484 번역 The First Heretic, 이스트반 V -6- 리만러스(222.110) 23.06.18 287 12
254477 번역 암흑기의 워프장치, 암흑경 [11] 임페라토르(59.5) 23.06.18 2336 53
254458 번역 여명인도자 연대기) 여명 속의 종소리 [15]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8 633 17
254457 번역 [9th]징조의 방주들: 라이온 - 생존 [15] [5] 스틸리젼(잡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8 1837 43
254456 번역 스마 예비탄창은 벨트 파우치에 보관합니다.JPG [6] SongYat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8 1099 10
254429 번역 엘다가 말하는 외우주. [13] 메카보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8 2639 37
254370 번역 천적 [5] 얼음곰56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8 292 2
254286 번역 코믹스) 마크라그의 명예 링크 모음집 [11] ㅇㅇ(121.166) 23.06.17 1815 25
254270 번역 징조의 방주: 파사이트 - 드레그록 전투 [2]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7 598 15
254239 번역 [9th]징조의 방주들: 라이온 - 앙그론vs라이온 [14] [6] 스틸리젼(잡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7 1648 40
254213 번역 HH2) "피와 어둠의 시대"의 연대기 [1] C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7 191 4
254206 번역 기계교에도 무술만 갈고닦는 소림승이 있다 [23] ㅇㅇㅇ(45.112) 23.06.17 2665 36
254036 번역 워해머40k 다크타이드 신규스킨 설정들 [6] DWARF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6 1285 14
254035 번역 그래서 소울머시기 그레이브머시깽이가 뭔데? [5]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6 290 10
254033 번역 군단 인덕티 공식 일러스트 [12] C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6 2055 15
254007 번역 스파이를 두고 대치하는 돈과 커스토디안 [25]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6 2758 68
253987 번역 시즈 오브 크토니아의 충성파 사썬 [19] C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6 1935 25
253983 번역 스압) 시즈 오브 크토니아 일러스트 [15] C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6 1386 18
253931 번역 타이탄 군단) 레기오 오세닥스 [6] ㅇㅇ(210.107) 23.06.16 1331 25
253882 번역 으악 플라잉 난쟁이들이다 [3]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6 750 14
253822 번역 아 던 오브 워 4 안 나오나..? [5] 스틸리젼(잡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337 0
253810 번역 돈이랑 커스토디안이랑 싸울 뻔 했던 일 [38]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3085 85
253775 번역 헬스리치)정말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거 [22]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1802 17
253763 번역 전사자를 운구하는 어스펙트 워리어. [10] 메카보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1946 23
253755 번역 시즈 오브 크토니아 당시 양측 병력 [11] C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1197 16
253744 번역 헬스리치)블템 최연소 소드브라더였던 양반 [10]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1366 21
253735 번역 The First Heretic, 이스트반 V -5- [3] 리만러스(222.110) 23.06.15 367 14
253717 번역 (공식)가드맨 연대의 규모에 대해 알려줌. [32] 히페리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2109 33
253707 번역 The Emperor's Gift, 백마 탄 회색 기사 -6- [4] 리만러스(222.110) 23.06.15 403 11
253691 번역 징조의 방주: 파사이트 - 드레그록을 향하여 [3]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785 16
253683 번역 메카니쿰: 1.04 (2) - [장식용 지식] [2]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320 12
253682 번역 메카니쿰: 1.04 (1) - [워마스터의 선물] [1]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584 18
253539 번역 아카온? 그거 완전 물로켓 아니냐 [6]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4 1870 20
253520 번역 황제잡썰 [5] ㅇㅇ(223.62) 23.06.14 555 4
253491 번역 The First Heretic, 이스트반 V -4- [7] 리만러스(222.110) 23.06.14 520 22
253424 번역 엘다 잡썰 [5] ㅇㅇ(223.62) 23.06.14 341 4
253372 번역 어둠의 심장(Heart of Darkness) 1 [6] 무능(Usele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4 538 12
253371 번역 Commissar Raivel 사소한 일상 [13] 무능(Usele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4 771 18
253365 번역 에오지에 지도 없지 않음? [4]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4 752 14
253353 번역 [폭풍의 형제단] 6. 일리야 라발리온 (2) [5] 제Ⅴ군단(1.226) 23.06.14 245 13
253352 번역 [폭풍의 형제단] 6. 일리야 라발리온 (1) [4] 제Ⅴ군단(1.226) 23.06.14 269 15
253259 번역 아이언 핸드의 코덱스에 대한 태도 [7] ㅇㅇㅇ(45.112) 23.06.13 2376 48
253256 번역 아핸은 무려 마크4를 새뺑이로 찍어낼수 있는 챕터이다 [12] ㅁ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3 1594 16
253251 번역 개똥설정-리베르 카오티카 아티팩트-3(마지막) [1] purg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3 393 12
253239 번역 스마 챕터가 단독으로 전면전 제대로 한 사례 [17]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3 3077 47
253215 번역 스마는 가간트를 루티드함. [32] 히페리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3 3367 69
253158 번역 모탈 렐름 생활상 [22]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3 1368 24
253138 번역 최전선에서 하이바는 중요해요. [31] 무능(Usele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3 2076 4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