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iii 무적

가압문이 폭발한 순간 짙은 화염의 구름이 뻗친다. 천사와 그의 선봉대가 돌파구를 뚫고 날아든다.

이카사티는 잠시 멈칫한다. 하지만 생귀니우스는 거대한 불덩이나 플라스틸 덩어리가 쏟아져 내리기 전 이미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른 뒤였기에 이카사티와 호위대원들 역시 자신의 프라이마크를 쫓아 날개를 펴고 날아드는 중이다. 일제사격으로 퍼부어진 로켓처럼 소용돌이치는 화염 속을 비집고 날아든 그들은 거대한 압력을 견디며 날아든다. 그들의 영광스러운 갑주 위로 검게 그을린 파편 조각들이 엿보인다. 승리는 가까이에 있다. 극히 가까이에 있다. 테르웰트 이카사티는 그의 군주가 이렇게까지 분노하거나 열망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의 군주에게서 무모한 방종과 끔찍한 굶주림이 느껴진다. 그의 군주는 오늘을 불멸의 순간으로 여기고 있으리라.

이카사티 역시 마찬가지고, 생귀니우스가 이끄는 모든 전사들 역시 그러하다. 죽건 살건, 중요하지 않다. 바알의 핏빛으로 빛나는 천사들, 장엄한 제9군단은 지금 스스로를 뛰어넘었다. 테라의 가장 암울한 시간, 계획했던 수효에서 4분지 3이 사라진 역경 속에서도 그들은 탁월할 따름이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그들의 이름은 기억되리라. 반역자의 목줄기에 가장 먼저 손을 댄 이들로서. 반역자의 둥지를 처음으로 파고든 이들로서. 모든 언약과 신뢰, 피와 충성으로 맺은 유대를 깨버린 자에게, 인류의 위업을 찢어내며 제국의 생존을 위협한 자들에게 정의와 복수를 처음 들이민 이들로서.

돌파된 가압문의 잔해 너머, 반역자들의 군세가 기다린다. 그들이 지은 대열의 수는 200여 줄에 이른다. 놈들의 전열은 이미 폭발 속에서 엉망진창이다. 흉측한 갑주를 두른 채 살인마의 표정을 짓고 있던 나머지는 불길 사이로 도래하는 그들의 맞수를 보며 공포 속에서 움츠러든다.

날개를 활짝 펼친 생귀니우스는 형제의 이름을 무자비하게 울부짖는다.

그 어느 창조물이 이 이상 압도적일 수 있겠던가?

반역자들의 군세가 사격을 토해내고, 연기로 얼룩진 중앙 홀의 공기가 빛으로 물든다. 수천에 달할 볼터와 라스 병기, 볼카이트 병기와 아드라틱 병기가 포화를 쏟아낸다. 화염의 우박이 노호한다.

생귀니우스는 포화에 단 한 점의 주의도 기울이지 않은 채 그 사이로 날아올라 전열을 향해 날아든다. 그의 일격은 곧 망치로 전열을 부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생귀니우스의 손속이 닿는 뒤로 선 오브 호루스 군단의 고참병이자 강력한 전사들이 구축한 전열은 순식간에 공중에 내던져진 시체가 되어 갑판에 내던져진다. 태반이 육신의 일부를 잃은 채다. 생귀니우스는 무너진 적의 대열을 짓이기며 돌진한다. 검은 적의 목숨을 거두는 낫이요, 창은 쉴 틈 없이 사냥감에 내리꽂히는 작살이다. 격랑에 뛰어드는 이처럼 돌진한다. 그가 나아가는 너머로 조각난 시신들이 항적을 이룬다. 튀기는 피가 물보라를 이루고, 육신의 조각들이 물마루를 이룬다. 응혈의 연무가 그대로 포말을 빚는다. 그의 움직임에 멈춤은 없다. 최소 3개 완편 중대에 달하는 병력임에도, 적들은 생귀니우스가 나아가는 순간마다 질겁하기 바쁘다. 흡사 검에 찔리는 사람이 그러하듯이.

다음 순간, 바로 뒤이어 다른 검들이 각자의 상처를 새겨낸다. 랄도론, 사크레, 메숄, 이카사티, 그리고 증강익을 펼친 채 폭풍을 몰고 드는 생귀너리 가드까지. 모두가 적의 전열을 후려친다. 쟁기가 흙을 뒤엎듯 적의 대열에 자신만의 깊은 고랑을 남기며 적을 쓰러뜨리기 바쁘다. 그 뒤로 다가오는 전사들은 비록 선두에 비해 느리지만 그 두려움에서는 가히 비길 수 있을 전사들이다. 퓨리오가 지휘하는 카타프락티 중장보병들과 마헬다론이 이끄는 전술 분대원들, 그리고 크리스타페로스의 강습 분서까지, 아나바시스 중대의 분노한 중량이 그대로 적진을 향해 달려든다.

그들은 반역자의 심장을 파고들어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창이요, 생귀니우스가 그 첨단에 선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1부를 번역할 때 Ikasati를 이카스티로 번역했더라. 나도 이해 못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