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라크의 왼쪽 눈이 깜빡이며 피를 떨쳐냈고 그의 시야가 잠시나마 맑아졌다. 악마의 얼굴이 그의 위를 떠돌았다.

악마의 피부는 뼈에 외과용 철사 몇 줄로 매달려 있었다. 피가 그것의 가죽을 따라 자유롭게 흘러내려 벗겨진 살과 부서진 갑옷 조각들의 주름 사이에 거품을 이루며 고였다. 보석들이 꼬인 사슬에 부딪히며 댕그랑거렸고, 각각의 보석은 그 안의 뒤틀리는 불꽃에 의해 밝혀졌다. 그중 일부는 둥글고 매끄러워 외계의 공예품에 걸맞은 광택이 표면에 머물렀다.

악마의 얼굴은 더 낮아졌다. 드러난 살점으로부터 흘러나온 액체가 텔라크의 헬멧 위로 떨어졌다. 그것의 숨결은 향과 사향의 악취로 가득했다.

‘너흰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렸구나.’ 그것이 말했다.

텔라크는 그것의 축축한 눈을 바라보았다. 끝이 다가왔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심장들은 동시에 쿵쿵거리며 울렸고 그를 살려두기 위해 과격하게 일했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구나.’ 악마가 말했다. 그것의 목소리는 갑작스레 짜증이 섞였다.

‘내가 죽였던 형제들의 이름조차 모르는구나. 왜 이렇게 많은 것들을 잊어버린 거니? 왜 기억하지 못해?’

텔라크는 신선한 피가 자신의 상체를 뜨겁게 씻는 것을 느꼈다. 시야는 다시 어두워졌다. 텔라크는 마지막까지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집중했다. 그는 눈을 뜬 채 죽음을 마주할 것이다.

‘네 이름 같은 건 필요 없다.’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넌 그저 또 다른 반역자일 뿐이야.’

악마는 분노에 차 포효했다. 그것은 발톱을 주먹으로 말아쥐고 텔라크의 몸에 꽂았다. 갑옷이 찌그러졌고 라이브러리안은 부서지고 비틀린 땅속으로 더욱 내리쳐졌다.

‘산타르는 알았어!’ 악마가 소리쳤다. ‘산타르는 내가 누군지 알았어! 내가, 율리우스 카이소론, 엠퍼러즈 칠드런의 첫 번째가 그를 쓰러트렸다는 사실을! 너희들은 그의 그림자에 불과해! 역겨운 것들! 이렇게 줄어든 존재들과의 싸움에 무슨 재미가 있지?’

그것은 발톱을 더 높이 끌어올려 공격을 준비했다. 발톱을 따라 불길이 타올랐다.

‘너희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봤다면,’ 그것이 말했다. ‘페러스는 눈물 흘렸을 거다.’

텔라크는 흐릿한 시야로 뾰족한 끝이 내려꽂히는 것을 지켜보았다. 매끄러운 가장자리가 그의 목을 향해 다가오면서 그는 금속에 비친 자신의 왜곡된 반사체를 보았다.

그를 구해준 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푸른색 방해장이 일렁이며 번쩍였다. 칼날은 텔라크의 헬멧 바로 위에서 악마의 발톱과 맞부딪쳤고, 그의 갑옷에 반짝이는 빛을 뿌리며 굳건히 버텼다.

‘그는 눈물 흘린 적 따위 없다.’ 라우스의 으르렁거리는 기계음이 들렸다.

클랜 커맨더는 텔라크의 목에서 악마의 발톱을 밀어 올리고는, 그의 상처투성이 몸을 성큼 넘어서며 전투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