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iv 판데모니엄

전투 돌입 37초. 콘스탄틴 발도르의 완벽한 생물학적 기관은 크로노 시스템이 모조리 고장나고 황금빛 갑주에 장비된 센서 어레이의 과부하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고 있다. 9백 하고도 세 개의 새로운 이름을 익혔고, 거기에 따르는 비밀을 익힌 뒤다. 온 사방에서 혼란이 들끓고, 얼어붙은 어둠이 묵직하게 밀려든다. 이 함정에서 빠져나갈 길이 없다. 연골과 뼈로 빚어진 깊은 협곡을 따라 이어가며 사흘 동안 싸웠다. 하지만 그 끝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막힌 채다. 사흘의 노력은 모두 헛수고였을 따름이다. 3일. 하지만 그들이 실제 전투에 돌입한 후 고작 37초가 흘렀을 뿐이다.

상황을 따질 여유조차 없다. 콘스탄틴의 정신적 역량은 최상품이다. 그는 다중의 의무를 처리하도록 빚어졌고, 상황을 평가하고 처리하는 데 있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한다. 그가 거느린 모든 커스토디안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아스타르테스는 그들에 비길 바 없고, 어쩌면 프라이마크들조차 이 영역에서는 그들에게 한 수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가장 격렬한 전투 속에서도 최대한의 정밀도로 살상을 이어가고, 전투 대응 태세를 유지할 수 있으며, 전략적인 판단을 위한 여력도 갖춘 것이 바로 커스토디안의 힘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그 여력은 발휘되지 못한다. 콘스탄틴이 공세의 개요를 파악하려 하는 순간, 공세는 더욱 격렬해진다. 이 함정, 복수하는 영혼은 지금 그의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는 공세를 퍼붓고 있다. 단순히 공격에 맞춘 반격 이상을 구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끝없는 공격 속에 그의 육신을, 정신을 압도하려 드는 함정이다. 정신이 흔들리면 육신이 흔들릴 것이고, 육신이 흔들리면 정신이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러하다는 것을 인지할 시간조차 없다.

전투 돌입 38초.

콘스탄틴은 이 대결을 원했다. 그는 이 대결을 갈망했다. 이 싸움이 격전이 될 것임은 알고 있었다. 그의 복무 이래 최대의 격전이 될 것이며, 그렇기에 최대의 고난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싸움이 격전이기를 원했다. 가장 힘들고, 가장 지독하고, 가장 많은 값을 치르고, 가장 잔인하고, 가장 최악인 최대의 도전이 되어야만 했다. 콘스탄틴은 스스로가 준비되었다 생각했다. 그는 전쟁을 위해 길러졌고, 그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 하나하나가 전쟁을 위해 만들어졌다. 전쟁을 위한 열망으로 세뇌되었고, 그가 평생 바친 봉사와 승리를 통해 최악의 전장이 어떤 것인지를 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함정은…

지금 그는 이 함정에 뛰어든 채고, 전투 돌입 38초 만에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몰랐음을 인정한다. 가장 끔찍한 상상조차도 뛰어넘는 일이다. 그가 일전에 싸웠던 가장 야만적인 전투에서 겪은 분노를 몇 배, 몇십 배, 몇백 배로 증폭한 수준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범주의 규모이며, 싸움이라고 부를 수 없을 지경이다. 그의 경험의 한계 자체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싸움, 전투, 강습, 이런 단어들은 적절하지 않다. 움직임을 멈출 수도, 반응을 늦출 수도, 신경에 여유를 둘 수도, 생각을 기울일 수도 없는 끝없는 광란의 순간이다.

전투 돌입 39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