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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5:viii 지옥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09 12:34:27
조회 767 추천 39 댓글 6
														




5:viii 지옥



나의 대부분이 이미 소진되었다.


모두 소진했다. 소진하고, 저주받았다.


더 이상은-






내 자아를 구성하는 겹겹의 층이 열기에 벗겨져 잿더미로 화한다… 인장관, 제국 섭정, 선택받은 자들의 주인, 나를 구성하고 있던 이 층위들이 불타 사라진다. 인간으로서의 나의 자아, 심지어 말카도르라는 나의 이름까지 하나씩 불타 사라진다.


나는-


으아아-






모두 소진했다. 나의 대부분이 거의 사라진다.


옥좌는 이 모든 것들, 이 이름들, 이 직함들, 이 인장들, 내 삶에서 나를 대표했던 이 인장들을 체계적으로 지워낸다. 남은 것은 오직 고통을 가리키는 인장 뿐.


옥좌여. 황금의 옥좌여. 불타는 옥좌여. 저주한다, 빌어먹을 것! 날 산채로 잡아먹고-


나는-


미안하네, 오랜 벗이여, 내 말이 들릴지 모르겠네. 들리는가? 자네를 위해 이리하고 있네, 늘 그랬던 것처럼. 후회 따위는 없어. 그저 고통일 뿐. 나를 삼키는 불길-


하지만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자리에 앉은 순간 죽음은 나를 찾아온다. 서서히, 하지만 그 즉시. 시간이 깨어지며 견딜 수 없는 영원의 순간으로 나의 느린 죽음이 향한다. 하지만 끝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크윽. 나에게 남은 의지의 힘은 얼마나 될 것인가. 나의 자아는 얼마나 될 것인가. 둘 모두 유한한 재화에 불과하다. 오랜 벗이여, 나는 줄어들고 있네. 영원히 이어지는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네. 너무 빠를까 두렵군-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전쟁을 끝맺기도 전에 말일세.


끄윽. 으억. 내 벗은 나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 같다. 그를 보는 것조차 어렵다.






나는 늙고 지친 채다. 나는 약하고, 이 일 때문에 남은 모든 힘을 살라내고 있다. 내 뻗친 심안조차도 희미해진다. 나의 눈은 진작 살라졌고, 내 정신조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나의 사랑하는 주인을 선명하게 볼 수 없다. 처음 발견된 이의 기함에서 펼쳐지는 공포스러운 풍광을 뚫고 나가는 주인의 행보를 따를 수도 없다. 내가 간신히 볼 수 있는 것은 호루스가 베푼 은총 때문이다. 나를 유혹하고 조롱하여-


-깨뜨릴 셈으로.


으아아아!


하지만 아직은, 버티고 있다.


그저.


간신히.






간신히 볼 수 있는 너머 비치는 조각과 깜빡임,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나의 가장 위대한 군주이자 가장 오랜 벗은 모든 감각이 사라진 곳, 처음 발견된 괴물의 둥지를 따라 힘겹게 전진을 이어간다. 아아, 만물의 이성이여.


오직 혼돈이 지배한다. 나의 괴로워하는 심안이 보는 것은 오직 절대적인 광기 뿐이다.


오, 내 삶의 왕이시여!


긴 세월을 살아왔고, 비물질계를 수없이 다뤄 왔음에도, 이렇게 완전히 쏟아지는 워프를 본 경험은 없다. 나의 군주조차도, 이러한 풍광은 오직 희미한 섬광처럼 스친 기억이리라. 어쩌면, 몰렉에서… 격노한 초현실이 춤추던 웹웨이에서… 그의 가장 깊은 두려움 속에서.


이 무슨 광경이더냐. 이리도 사악하고, 이리도 잔학한-






안 된다.






만약 내 주인이 견딜 수 있다면, 나도 이 시련을 견뎌내야 한다. 집중하라, 인장관이여! 집중해, 이 쓸모없는 늙은이! 고통은 무시하고, 네 일에 집중해라! 영혼을 집어삼키는 고통이라 할지라도, 심안에 비친 네 오랜 벗을 드리티쉬로 삼아서-






그래, 훨씬 낫다. 훨씬 낫다. 그에게 집중하라. 그의 형상. 저기 있다. 내 삶의 왕이시여, 저런 곳에 계시도다. 저것은-


지옥. 게헨나. 옛 종교적 개념, 인페르누스 임마니스(Infernus Immanis, 각주 1). 함정. 위안이 되는 모든 자연칙이 희망과 함께 뒤엉켜 내던져지고, 그 자리를 고통과 공포가 메운 지하세계. 그래, 바로 그거다. 정말이지 기괴하다.


나는 긴 세월 동안, 오랜 세월 인류를 괴롭히고 미봉책처럼 종교를 만들게 한 ‘지옥’이라는 개념은 워프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물론, 더 뒤의 일이지만, 이 생생한 개념은 신학자들과 철학자들에 의해 우화이자 상징을 담은 이야기로 길들여졌다.


하지만 지옥은 반드시 닥친다. 워프로부터, 긴 세월 동안 천공이 격동하는 섬광을 통해서, 누군가는 꿈에서 그 광경을 보고 악몽이라 칭했다. 처음 빚어진 사이커, 예언자, 몽상가, 선견자,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을 가졌던 이들까지 다양했으리라. 그들은 운문과 산문을 남겼고, 그림을 그렸다.


나 역시 그런 작품들을 많이 보았다. 내가 섬기는 황제 폐하가 그러한 작품들을 수집하였은즉. 황제는 인장단(각주 2)이 투쟁의 시대 동안 보존한 문화재 중 많은 작품을 직접 골라내지 않았던가. 그의 영역에 그런 것이 있었다면 말이지만, 아마도 매혹 또는 감정에 이끌려 내린 결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유물들은 황궁 아래 자리한 인장단의 비밀 서고에 인접한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섭정으로 재임하던 시절 동안, 나는 때때로 창고를 찾아 숨겨진 유물들을 보며 생각에 잠기곤 한 적도 있다. 모두 비슷한 이미지를 담고 있었으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더 이상 렝의 전당이나 클라니움 도서관의 비밀 회랑을 찾을 수 있는 몸은 아니게 되었지만, 내 주인을 지켜보며 그 작품들이 생생한 생명을 얻는 모습을 지켜본다. 영원히 저주받을지어니-






눈에 보인다.






그것은 진정-





문장의 정렬은 원서의 그것을 반영한 것. 물론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었고, 최대한 들어맞게 임의로나마 배열.


각주 1 : 라틴어. 끔찍한/압도적인 + 지옥.

각주 2 : Sigilite를 인장관으로 번역하는 용례를 좇아 말카도르가 본래 속했던 집단인 Sigilites를 인장단으로 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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