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 인근 착륙 지점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던 레이븐 가드와 살라맨더 군단의 썬더호크들이 차례차례 불타기 시작했다. 아이언 워리어 군단은 자신들의 중화기를 충성파 군단원들이 아닌 그들이 도망칠 수단인 건쉽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대의 건쉽이 날아오르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렇다고 탈출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공할 만한 집중 포화 덕분에 피해가 없는 건쉽은 단 한대도 없었다. 상당수는 이륙하자마자 라스캐논에 저격당하거나 무리한 이륙으로 인해 발생한 프로메슘 폭발로 다시 땅에 추락했다. 아이언 워리어 군단의 사격은 집요하고 정확했다.

불타오르는 썬더호크의 잔해가 비처럼 쏟아졌다. 더러는 아직 불타는 채 그대로 아스타르테스 머리 위로 쳐박혔다. 충성파 군단원들이 패주하고 있던 상황이라 역설적이게도 레이븐 가드나 살라맨더 군단원들보다는 같은 편인 워드 베어러와 나이트 로드 군단의 피해가 더 컸다.

허무하게 불타는 잔해들이 부하들을 휩쓰는 것을 본 군단 지휘부가 항의하자 아이언 워리어의 지휘관들은 그저 웃기만 했다. 마치 배신 속에 또 다른 배신을 준비한 것처럼.

+뭐가 문제요? 어차피 다 죽을 목숨인데. 당신네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믿음을 가지시오+

한 아이언 워리어 캡틴이 코르 파에론에게 답신했다. 그의 무전은 짧은 웃음소리와 함께 끊겼다.

한편 아르겔 탈에게 시간이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매 순간 움직였고, 목표물을 포착했고, 죽였다. 그는 칼날에 닿는 모든 이들을 살려두지 않았다. 코락스 때문에 갈 보르박은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지만 이대로 전장을 이탈하기엔 너무 일렀다. 그들은 여전히 군단의 가장 위험한 전력이었다.

전투를 겪으며 그는 변했다. 아르겔 탈은 라움에게 자기 자신을 양보했고, 둘의 합일은 숨을 쉬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악마가 빙의한 육체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가장 약하게 내지른 공격도 상대방의 목숨을 끊기에 충분했고, 단순히 손에 쥐는 것 만으로 세라마이트 덩어리와 살점을 동시에 뜯어냈다.

아르겔 탈이 움직일 수록, 살육과 파괴, 피에 대한 갈증이 더욱 더 커져갔다. 레이븐 가드의 목을 조르려고 움켜잡았지만 손톱이 목과 척추를 파고들었다. 모든 행동이 더 많은 폭력을 요구했고, 그를 막아서는 자들에게 더 극심한 고통을 야기했다.

레이븐 가드는 이제 완전히 패주하고 있었다. 아르겔 탈은 그들을 굳이 뒤쫓지 않고 내버려웠다. 어차피 주위에 대기중인 회색 형제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사냥에는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후퇴하는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살육에 대한 갈망이 끓어올라 참을 수 없었지만 그는 사냥꾼이 아니라 전사였다.

그때 차갑고 공허한 느낌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다고탈이 죽은 것이다.

+너희는 모두 결속되었느니, 축복받았고 하나로 묶였느니라+

두번째로 고통과 상실감이 느껴졌다. 마치 오래전에 입은 상처가 욱신거리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마치 몸을 따듯하게 해주던 태양이 회색 하늘 너머로 사라질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잠깐의 서늘함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의 형제가 죽었다는 사실은 머리 속에 돌이 들어찬 것처럼 그를 차갑게 짓눌렀다.

+너의 형제는 화염에 휩싸여 죽었도다+

라움의 목소리는 마치 황홀해하는 것 마냥 떨리고 있었다. 단편화된 이미지가 아르겔 탈의 마음속을 헤집었다.

다고탈은 레이븐 가드 군단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의 플레이머가 작동되고, 다고탈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 사그라들었다. 여러 겹의 프로팔렌 가스층이 변이된 그의 갑옷을 뒤덮었고, 발화되어 그를 집어삼킨 화염은 빙의된 갑옷과 살점이 타는 악취마저 집어삼켰다.

이미지가 사라졌다. 아르겔 탈은 방금 전까지 자신이 목을 조르고 있던 시체를 떨어뜨렸다. 다시금 갈망이 그의 전신을 채워 불꽃처럼 끓어올랐다. 적을 죽이고자 하는 욕망이 물질화 되어 몸이 욱신거릴 정도였다.

아르겔 탈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감정이야 말로 불생자들의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정신과 마음은 이렇게 밖에 행동할 줄 몰랐다. 본능에 가까운, 날것의 폭력.

그래서 악마는 서둘러 움직였다.

워베&나로: 슈발넘들아!!

아워: 아 땅깨들 주제에 뭔 불만이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