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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raitor Rock - 1부 - 16

Cpt_Tit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21 23: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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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tor Rock 번역 모음집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76201

 


화이트실드 부대는 병영 건너편의 강을 따라 행군하여 노동 부대가 개설한 공격용 파이프에 들어섰다.

20명이 나란히 서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너비에 전선과 차가운 파란색의 전구가 켜져 있는 파이프 안으로 들어서자 부대의 걸음걸이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적의 요새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진동이 심해지는 파이프의 교차로와 교차로를 지나며 예드린의 방향감각이 점점 더 흐려졌다.

그저 교차로에 도달할때마다 화살표가 방향을 가리킬 뿐이었고, 걸음을 옮길때마다 전투의 포효성과 폭음과 비명소리가 커져갔다.


출격 전날 밤, 파이프 안에 임시로 개설된 곁방에 도달하여 화이트실드들은 잠을 청했다.

그저 무거운 침묵을 지키며 파이프 안을 그저 비추는 조명과 저 멀리서 풍겨오는 재와 죽음의 악취를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 날,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이 죽어가겠지.


예드린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어머니, 제가 해냈어요. 이제 카디안 화이트실드로서 황제 폐하를 섬길거예요!


-


다음 날 아침, 예드린은 노동 부대로 파이프 안이 가득 차는 광경을 보며 일어났다.

노동 부대들이 식량을 먹고 난 자리를 치우고 센티널 리프터들이 화물 상자를 바쁘게 실어나르는 분주함 속에서, 화이트실드들은 루카 소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둥글게 모였다.

어깨를 곧게 편 예드린은 루카 소령의 말을 경청했다.


"제군들의 교관인 우리는, 이제 곧 시작될 마지막 훈련에 동행할 것이다. 이 마지막 훈련은 모든 카디안 쇼크 트루퍼들이 완수해낸 궁극의 도전이다. 제군 중 많은 이들이, 이 훈련에서 황제 폐하에 대한 봉사를 끝마치게 될 것이다. 물론 전사자들에게는 제국에서 수여할 수 있는 가장 큰 명예, 다시 말해 유골이 시간의 종말까지 성소에 안장되는 명예가 수여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전투에서 살아남는 이들에게는 아스트라 밀리타룸의 최정예 병사로 승격될 것이다. 바로 헬멧에 도색된 흰 줄무늬가 제거된 후, 정식으로 카디안 쇼크 트루퍼에 배치되는 것이지."


-


연설 후, 화이트실드들이 행군을 시작한지 한 시간 정도 될 무렵...


대열의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낮고 굵은 목소리로, 루카 소령이 '카디아의 꽃'을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예드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바로 예드린이 자라던 내내 어머니께서 불러주신 노래인 것이다.

예드린을 시작으로, 화이트실드 모두가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암울했던 과거의 향수와 맹렬한 결의가 뒤섞인 목소리. 그 목소리들이 말하는 곳은 그들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세계이자 결코 가볼 수 없는 세계일 것이리라.

노래의 가사는 워프에서 사라진 행성, 요새화되었던 카스르의 거주지 블록, 카디안의 명예를 기념하는 광장, 병영, 훈련장, 거주지-벙커에 살았던 카디안의 가족과 그들이 나누었던 감정으로 이어졌다.


이윽고 그들의 걸음은 개방형 엘리베이터로 이어졌다.

루카 소령은 72nd 화이트실드 중대가 50명 단위로 엘리베이터에 탈 때마다 한명 한명을 모두 부르며 외쳤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억지로 웃어보였고, 누군가는 경례했다.


예드린의 감정이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그의 이가 맞부딪히기 시작했고, 라스건을 쥐기도 어려울 정도로 손이 떨려왔다.


그리고 옆에 서있던 즈베덴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그는 최근 훈련에서 1등을 한 포상으로 소대의 플레이머 사수 보직을 차지한 것이다.

플레이머와 연료 탱크를 멘 그가 말했다.

"두근두근하지 않아?"


예드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은 겁이 살짝 남을 느끼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점점 올라갈수록 프로메슘의 연기와 악취, 그리고 포성이 점점 짙어져갔고, 지표면에 도달할 무렵에는 서로 소리를 질러야 겨우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전방에 섬광!"

하지만 그것은 한낮의 태양이 아니라 지옥과도 같은 불길의 불빛이었다.

"자세를 낮추어라!"

루카 소령이 외쳤다.

"오래 살고싶으면 자세를 낮춰!"


-


벤딕트는 지휘부 참모들과 함께 토르 타르타로스가 보이는 절벽에서 오스펙스를 들고 있었다.

요새에서 떨어진 이곳에서도 죽음이 풍겨오는 악취가 느껴졌다.

"화이트실드들은 좀 어떤가?"

벤딕트가 미르에게 물었다.


"카디아의 몰락 전에 우리가 겪어왔던 것과 유사한 훈련체계를 이수했다고 합니다."

벤딕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꺼내고 싶은 말이 입술에서 차마 떨어지지가 않았다.

카디안은 언제 어디서나 모성의 사회에서 고된 훈련을 이겨낸 최고의 병사들이었고 이제 카디아가 없는 지금, 이들은 그저 카디아가 없을 뿐인 카디안이어야 했다.


"로-스틱 남는 거 있나?"

벤딕트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있습니다."

미르가 대답하고는 새 로-스틱 갑을 열어 라이터 불과 함께 한 개피를 건네주었다.

벤딕트가 연기를 내뿜자 로-스틱의 연기가 밤하늘에 퍼져나갔다.

"이놈의 버릇은 하사 때부터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구만"

미르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뿐이었다.

"이제 오늘 그 친구들 실력을 보게 되겠군"


참모부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복스 장교가 크로노미터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며 초조하게 벤딕트는 그저 발끝만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기다리기 지루해하는 모습임을 미르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제 준비되었겠지?"

벤딕트가 뜬금없이 던지는 질문이었지만, 미르는 누굴 지칭하는지 알 수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곧 보루를 넘을 시간입니다."


-


화이트실드들은 이제 참호선에 다다랐다.

먼지와 흙투성이의 병사들을 지나치며, 예드린은 무수한 죽음을 목격했다.

철조망을 수리하기 위해 기어가던 장교 한명이 포탄의 폭발 속으로 사라지고, 메디카에들이 부상병을 돌보다가 저격수에게 당한다.

그리고 화이트실드 둘이 저격수에게 깔끔하게 당한다.


아무도 그들을 돌볼 시간도, 돌볼 생각도 없이 그저 자세를 낮추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어느 구덩이에는 시체가 두세겹으로 쌓여 있었다.


예드린의 몸에 추위가 엄습해왔다. 그저 라스건을 꼭 틀어쥐고 앞으로 나아갔다.


참호벽에 도착한 화이트실드들은 루카 소령의 신호를 기다렸다.

루카 소령은 참호선을 따라 화이트실드들을 점검했고, 체인소드와 라스피스톨을 뽑아들고 화이트실드들에게 말했다.

"벤딕트 장군께서 지켜보고 계신다!"


예드린의 눈에, 루카 소령의 체인소드가 어깨 위에서 떨어지는 광경이 그렇게도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그의 체인소드가 앞을 겨누고, 휘슬 소리에 화이트실드들은 진격을 개시했다.


-


벤딕트는 연막탄이 머리 위를 지나쳐 날아가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

작은 연기 뭉치가 곧 땅 위로 짙게 깔린 연막이 되었고, 첫번째 공격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공격의 목표는 적의 최전방 참호선을 소탕한 후 보루의 양쪽 측면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좌측에는 긴 트렌치코트 차림의 라칼리온 연대, 우측은 소규모 선봉대를 앞세운 드루키안 습지연대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벤딕트의 주된 관심사는 처음 전투에 투입되는 화이트실드들이었다.


멀리 떨어진 거리에 서있었음에도 벤딕트는 날카로운 휘슬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스펙스로 진격하는 모습을 관측하기 시작했고, 적들의 중화기가 제국군을 향해 불을 뿜기 시작했다.


-


참호를 오르는 사다리의 세번째 줄에 서있던 예드린은 선두에 섰던 병사가 총을 맞고 즉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예드린의 등위를 지나쳐 참호선에 떨어졌다.

예드린의 마음속에 두려움이 사라졌다. 혹은 두려움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두번째 대열의 화이트실드도 총을 맞았고. 이제 예드린의 차례가 왔다.


사다리 끝으로 올라서서 그가 소리쳤다.

"카디아는 굳건하다!"

참호선의 꽉 막힌 벽이 사라지고 이제 그는 경사면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전선과 분화구가 온통 깔린 잔해, 라스건의 광선이 빗발치고 불이 타오르는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총을 쏘고, 누군가는 참호선으로 추락하고, 누군가는 죽어가는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도처에 깔린 시체 사이로, 오른쪽 대열 끝에 서있던 루카 소령이 의족을 단 다리로 전진하며 화이트실드들을 격려하는 외침이 들렸다.

예드린은 죽은 오그린의 시체로 몸을 던졌다.

부패해가는 오그린의 얼굴을 눈앞에서 마주친 그가 루카 소령을 다시 보자, 그는 여전히 자세를 낮춘 채 전진하고 있었다.

"전진하라!!"

그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카디아는 굳건하다!!!"

예드린은 아직 자신이 살아있음에 안도하며, 다른 화이트실드들이 전진하는 모습을 보았다.


- 기세를 잃어선 안돼.

그는 심호흡하며 몸을 일으키고.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우렁차게 외쳤다.


"카디아!!!!!!!"


-


루카 소령은 빗발치는 탄환 사이로 전진했다.

적의 참호선에 들어선 루카 소령의 손에 들린 라스피스톨은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급조된 거친 지형속의 참호를 지그재그로 달리자 배반자들의 수비대가 보였고, 이제 거친 싸움이 벌어졌다.


몇 분 간의 싸움 속에서 루카 소령의 체인소드는 피로 가득 물들었고, 그를 따라 돌진한 화이트실드는 격렬한 백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격려의 함성을 지르던 루카 소령의 목은 쉬어가기 시작했고, 다행히 용기를 얻은 화이트실드들은 적을 몰아내고 있었다.

참호선의 교차로에 잠시 멈춰서자 한 적병이 보였다.

죽어가던 그가 쉰 목소리를 내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루카 소령은 그의 머리를 쏘며 중얼거렸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다시 주변에 파편이 튀자 본능적으로 몸을 숙이며 수류탄을 던진 후 재빨리 다음 참호선을 살폈다.

50피트가량 더 높은 고도에 위치한 다음 참호선으로 향하는 길은 비탈진 경사로였다.

화이트실드들이 쓰러져간 동료를 지나치며 달려가는 모습을 본 루카 소령은 죽은 자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모두 몸의 전면(前面)을 맞고 전사했군.

루카 소령은 그들을 자랑스러워했다.


바로 이 모습이야말로, 카디안이 죽은 모습이어야 했으니까.


-


인정사정없는 카디안 화이트실드들의 '훈련 최종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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