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xxvi 철수

아바돈은 그가 지휘하는 중대들이 스톰버드에 탑승을 마치는 즉시 출격하라는 명령을 쏘아댄다. 그의 심중에는 불길이 치민다. 끔찍한 긴박감으로 그는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그의 수하들은 전선에서 철수한다는 불길한 결정에 더해 지휘관이 품은 그 불안감 때문에 더 불안해진다. 좌석에 단단히 고정된 아바돈은 기체의 흔들림을 느낀다. 엔진이 시동을 거는 굉음이-

그리고 침묵이 내린다. 진동은 멈추고, 엔진의 울음소리도 멈춘다. 이륙 실패. 아바돈은 순간 기계적 결함에 따른 기술적 발사 취소를 의심한다. 스톰버드들은 지난 몇 주 동안 임시 비행장에서 빈약한 야전 지원만을 받으며 고통받지 않았던가. 거기 더해 지금의 대기는 석유화학 물질이 섞인 흙먼지와 매캐한 연기가 뒤엉킨 끈적한 수프나 다름없다. 무슨 일이지? 흡입구가 막혔나? 아니면 터빈의 마모? 연료 도관이 막혔나?

아바돈은 제 성깔과 긴장감이 다시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젠장, 땅에 묶인 스톰버드에 탄 채 감정이 치솟다니, 무슨 조롱처럼 느껴진다. 아바돈은 조종석으로 이어지는 내부 복스망을 개방한다. 하지만 오직 잡음뿐이다.

구속구를 풀어낸 아바돈은 좌석의 걸쇠까지 해제한다. 그의 시종무관 울녹도 거기 맞춰 구속을 풀기 시작한다.

”남아라.“

아바돈이 으르렁거린다.

”전원 즉시 비행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아바돈은 붉게 물든 어둠 속에 잠긴 좁은 통로를 따라 천장의 장비들을 피해 고개를 숙인 채 이동한다. 제1중대의 전사들은 구속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울찔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아바돈은 그들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전선에서 철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일인데, 이제는 이륙도 실패한다고? 제1중대원들은 지금 아바돈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 아바돈 역시 알고 있다.

만약 기계적 결함 때문이 아니라면? 그가 철수 지점으로 선택한 성구 비행장은 이상적인 위치와는 거리가 멀다. 폐허가 된 하스가르드 관문 일대와 아주 근접해 있고, 스톰버드가 착륙하는 동안에도 그곳을 향해 포격이 쏟아지고 있지 않았던가. 만약 비행대원들이 이륙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면? 수송기가 이륙 시점에 가장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지대공 병기에 그대로 노출될 테니 말이다. 조종사들이 점점 더 적대적이 되어가는 공역으로 이륙하는 것을 거부한 것은 아닐까? 적이 이미 비행장 끄트머리까지 밀려왔고, 그가 이끄는 6개 중대가 수송기에 갇혀 있을 뿐이라면-

아바돈은 조종석의 해치를 연다.

”설명해라.“

그가 뱉은 유일한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 독기가 가득하다. 한 번의 항변으로도, 한 번의 이륙에 대한 작전상의 이의 제기로도 즉시 처형을 집행하고서 아바돈이 직접 수송기를 몰 기세다.

”최선임 중대장 각하,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조종사가 대답한다. 그의 손은 조종 장치에서 떨어져 있다. 아바돈은 스톰버드의 동력이 꺼져 있음을 알아차린다.

”무슨 수작이지?“

아바돈이 묻는다.

”이륙을 지시했으면 이륙을 하는 것이 네 몫이다. 기함으로의 복귀는 최우선적으로-“

”당연한 말씀입니다, 각하.“

조종사가 말을 끊는다.

”그리고 저는 복종했습니다.“

조종사가 부조종사를 힐끗 바라본다. 아바돈은 빛나는 비행용 바이저 너머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두려움이 풍기는 악취를 느낀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불신을.

아바돈은 몸을 숙여 그들의 어깨 너머로 물들여진 조종석 너머를 바라본다.

”설명해라.“

똑같은 말이지만, 아까와 같은 독기는 사라진 채다.

”설명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각하.“

”움직인 적이 없는데.“

”최대 이륙 동력에 간신히 미쳤습니다, 각하.“

”경사로를 내리고, 해치를 개방해라.“

아바돈이 지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