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xxx 거짓 황제의 손

아바돈은 직접 사면 경사로를 따라 내려간다. 조종석을 통해 본 것과 그의 지금 주변은 정확히 일치한다. 너무도 정확하게. 이곳은 성구 비행장이 아니다.

그의 스톰버드는 승선 갑판의 착륙 플랫폼에 착륙한 채다. 2번 승선 갑판이다. 의심의 여지조차 없다. 그는 이곳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던가. 공간은 조용하다. 여덟 대의 스톰버드가 마치 갓 착륙해서 엔진을 식히고 선회 준비라도 하는 듯이 흡기 스탠드에 놓여 있다. 발사 레일의 긴 간선로, 깜빡이는 유도등, 탄약통을 싣고 대기 중인 트롤리까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뒤쪽으로는 무결성장과 외부의 개방 공간을 향해 뻗은 거대한 터널이 보인다.

시카르와 바락사 역시 내린다. 각자 측면에 화력 팀을 세운 채다.

“에제카일-”

바락사가 입을 연다.

“설명해 달라고 하지 말게.”

아바돈이 조용히 대꾸한다.

“나도 못 하겠으니까.”

“하지만 우린 이륙조차-”

“나도 아네.”

“에제카일, 여기는 복수하는 영혼 아닌가-”

아바돈이 바락사를 응시한다.

“침착하게, 통제력을 유지하도록 하지.”

아바돈은 침착하게 입을 연다.

“설명할 수 없군. 다만 누군가 장난질을 치고 있어.”

“장난질이라고?”

바락사는 그 절제된 표현이 우습기라도 한 듯 묻는다.

“누가 장난질을 하고 있다는 건가?

”적?“

아바돈이 입을 연다.

”워프?“

어깨를 으쓱인 아바돈이 마지막 세 번째를 입 밖에 꺼낸다.

”우리 아버지?“

”무슨 뜻이지?“

”그러니까 말일세… 우리가 여기 어떻게, 왜 여기 왔는지까진 설명할 수 없겠지만, 우리는 이곳에 닿기를 분명히 긴급하게 원했었지, 아젤라스. 우리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어쩌면 그 자신으로부터 우리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말일세. 여튼간에, 중대원들을 전원 하선시키게. 이동 준비를 갖추고. 저항이 심할 것을 상정하도록.“

아바돈이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거짓 황제의 손이 여기까지 닿은 것은 아닌지 두려워지는군.“

아바돈이 다시 입을 연다.

”복귀해야 한다는 내 본능은 옳았어. 다만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했을 뿐이지.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우려되네.“

아바돈은 바락사와 시카르를 바라본다.

”하여간, 털어내세.“

아바돈이 두 사람에게 말한다.

”중대 전투 준비를 갖추게. 2분 주지. 지체하는 놈은 징계해도 좋아. 이것은… 형제들이여, 내 직감이네만,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찾아오고 있네. 그러니 기억하게… 통제하게. 통제당하지 말고.“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둘은 그에게 진실한 존재이자 군단에서 부러지지 않은 유일한 뼈대다. 그가 놀랐듯이, 그들 역시 놀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멈출 바는 없다. 그들은 세 번 저주받아 마땅할 선 오브 호루스 군단병이고, 사소한 워프의 술수로는 그들을 도망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스톰버드들이 모두 군단의 색채일세, 에제카일.“

시카르가 말한다.

아바돈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역시 알고 있다. 군단의 군용 수송기들은 최후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 모두 새로운 문양으로 칠해졌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내리는 스톰버드들은 모두 백색이다. 그들이 루나 울프 군단이었던 시절처럼.

아바돈은 그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거기 연연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따름이다.

페이스 조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