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실버의 돌진으로 그들은 묘지를 관통했다.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무덤들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먼지구름과 악을 쓰는 영혼들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프-차져의 무시무시한 분노에 거울이 깨지고 바윗길이 파헤쳐졌다. 무너진 기둥으로 밀려나자 파루스 타움은 울부짖었다. 그가 기둥과 부딪히자 바위가 조각났고, 그리프-차져의 에테르 에너지가 담긴 발톱이 그의 갑옷을 불태웠다.

파루스 타움은 포효하며 검의 손잡이로 퀵실버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짐승이 주춤거리자 악령들이 발타스와 그의 탈것을 덮치며 녹슨 무기와 갈라진 손톱으로 공격을 해댔다.

퀵실버가 울음을 터트리며 뒷걸음쳤다. 나이트하운트드들이 그를 깨물고 할퀴며 붙들어댔다. 발타스는 그리프-차져가 쓰러지기 직전에 안장에서 뛰어올랐다. 그는 무겁게 착륙했으나, 파루스 타움이 검을 낮게 든 채로 다가오자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웠다.

'광기다,'

죽은 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쉬어버린 천둥과 같았다.

'필연과 맞서려 하다니 광기나 다름없다'

'지그마께서 명령하셨다'

발타스가 말했다. 그는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거짓말쟁이 지그마'

타움이 내뱉었다.

'배신자 지그마. 난 수 십 년을 어둠 속에서 그의 도시, 그의 백성들을 지켜왔는데 그는 나를 저버렸어. 자네 또한 쓸모를 다하면 버려지게 될거야'

'자네는 버려진 게 아니야'

발타스가 흑검을 피하며 말했다. 검이 그의 망토를 찢었다. 그가 주문을 읊자 갑작스레 나타난 천상의 바람에 파루스는 뒤로 물러났따.

'물건의 가치는 당장의 필요에 의해 결정되지 않네, 형제여. 물건의 잠재성으로 결정되지. 진정한 장인은 물건의 상태와 상관없이 자신의 도구를 내버리거나 하지 않아. 장인은 물건을 고치거나, 새로운 목적을 부여해주지'

'만약 내가 다른 목적을 바라지 않는다면?'

타움이 바람을 뚫고 다가오며 매섭게 말했다.

'만약 내가 원래의 나로 만족한다면? 그럼 어쩌라는 거지?'

'그렇다면 도움을 구한 자가 아닌 원래 목적을 자네에게서 빼앗은 자를 원망하도록 해'

발타스가 지팡이를 뻗었다.

'이건 자네가 아니야 형제여. 자네는 다른 이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어. 마치 자네가 이끄는 망가진 영혼들처럼, 어두운 의지가 자네를 조종하고 있다고. 자네의 죽어버린 입가에서 나오는 모든 말에서 느낄 수 있다네'

'내 의지는 나의 것이야'

타움이 말했다.

'난 정의를 약속받았어. 그리고 그 정의를 쟁취하고야 말겠다'

그의 검이 내질러졌고, 발타스는 지팡이로 검을 막아야만 했다. 흑검이 지팡이를 베었고, 발타스는 한 발자국 물러나야만 했다.

'거짓말이야'

발타스가 몸에 힘을 주며 말했다.

'어쩌면 한때라면 몰라도, 지금의 자네는 텅 빈 존재군.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감추는 가면이야. 자네는 자기 자신보다 더 큰 힘의 꼭두각시에 불과해'

'그럼 우리 모두 꼭두각시에 불과하겠군. 변하는 건 없어. 나는 이 도시의 토대를 박살내고 그 안에 수감된 모든 영혼들 해방시킬 것이다. 리리아는 다시 한번 나가쉬의 것이 될 것이며, 도시의 모든 영혼들은 진정한 평화를 알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필연이란 것이다. 그게 바로 정의란 것이다.'

공허했던 타움의 목소리가 깊어졌다. 그의 목소리는 발타스의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건 정의가 아니야. 망각이지'

오랜만에 하는 짧은 번역

간만에 하니 재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