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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cars 1부 9장 (3) [자오 시작 5초 전]

너글종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09 12: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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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는 눈앞의 광경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녀와 할자이는 스워드스톰의 함휘 함교에 남도록 하락 받았으나, 칸의 근위병들이 옥좌 주변에 자리 잡자 곧 변두리로 물러나야 했다.


그녀는 빛나는 홀로리스 기둥에 둘러싸여 근엄한 얼굴로 집중하는 프라이마크를 바라봤다. 거구의 케쉬그 전사, 함선 지휘관, 전술전략가, 자딘 아르가. 그 누구도 자신들의 함대가 당하는 것에 조금의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할자이에게 소근거렸다.

그녀의 부관은 민무늬 상아색 마스크 뒤에 감춰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말씀이오?”


“제가 여기서 해온 모든 일이 허사였나요?” 그녀는 눈 앞의 상황에 좌절감을 느끼며 물었다. “이번 보급 과정은 완벽했어요. 무기한으로 연장할 수도 있던 것을 예정보다 일찍 준비를 마쳤는데, 지금 이건… 할자이 당신께선 당신들이 우주 항해술에 능통하다고 자신했잖아요.”

“물론 그렇소.”

“그러면 정말 이상한 방법으로 보여주시군요.”

“수, 주의깊게 보고 계시오? 저분께서 행하는 걸 보고 있냐는 말이오.”

“전술 대형을 내던지고 아군 함선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이 상황을요?”

“아직 한 척도 잃지 않지 않았소만.”

“젠장 할자이 두고 보라고요.” 일리야는 마음만 같으면 그의 두꺼운 투구를 두들겨 정신을 차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프라이마크께선 신경도 안 쓰시는 건가요? 당신들한테 이것도 그저 게임에 지나지 않는 거예요?”


할자이는 차분하게 부동 자세를 유지했다. “모든 것은 게임이요. 허나 틀렸소. 주군께선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계신다오. 계속 지켜보시게.”

일리야는 투영된 전술 이미지로 고개를 돌렸다. V군단 함정의 첫번째 대열이 다시 밀려들더니 반쪽 짜리 교전이 일관성 없이 벌어지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진격하기 위한 대형은 혼란스러운 퇴각의 혼선 속에서 길을 잃고 와해되었다. 홀로리스 전면에 무심하게 빛나는 푸른 빛으로 표시된 알파 리전 경계선이 무자비하게 밀어 닥쳤다.


노여움으로 맥박이 빨라졌다. 일리야는 그들에게 일정한 규율을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보유한 모든 군함을 제대로 갖추어 제 기능을 하게 만들고 병참 책무를 진지하게 여기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참으로 아수라장이었다. 만약 저 밖의 적이 정말로 무서운 존재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하자 온 몸이 떨렸다. 가령 늑대들이었다면.


“저는 아무것도-“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칸이 마침내 명령을 내렸다.

“지금이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전사들로 붐비고 갖가지 다양한 활동으로 분주한 함교 위에서도 그의 낮은 목소리는 어쩐지 구석구석까지 전달됐다. “5초 후 개시.”


일리야는 이 명령 하달이 함대 내 모든 군함으로 전송되어 모든 함장들의 투구-디스플레이로 명령을 전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녀 위에 청동 쇠사슬에 매달린 화상 스크린은 카운트다운 타이머로 전환됐다.


5…4…

“방금 명령은 대체 뭐였죠?” 일리야가 물었다.

3…2…

“호흡을 맞추는 게 관건이오,” 할자이가 말했다. “뭐든 잡고 계시게나.”

1.


그럴 틈이 없었다. 갑판은 갑자기 거대한 무언가가 폭발한 것처럼 격렬하게 앞으로 쏠렸다. 스워드스톰의 거대한 선체 어딘가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포효가 함교를 가득 메웠다. 일리야는 비틀거리며 움직이지 않는 할자이의 갑옷에 부딪히며 세라마이트 갑주에 고통스럽게 이마를 찧었다.


그는 그녀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고, 일리야는 부끄러운 마음에 그 손을 밀어냈다. “이건…질주잖아,” 그녀는 충격에 휩싸여 갑자기 함대 배치가 응축하는 것을 보았다. “테라의 옥좌시여.”


스워드스톰은 빠른 속도로 뛰쳐나갔다. 그 가속력은 놀라운 것으로 거의 찰나의 순간에 4분의 1 속도에서 번개처럼 요란하게 울리는 돌격으로 바뀌었다. 이는 불가능할 터였다. 보통 메인 드라이브를 올리기 위해선 족히 수분은 잡아먹어야 하기에.


“내 말했잖소, 수,” 할자이가 말했다. “지켜보라고.”

일리야는 발 밑이 낯설었고 난간을 부여잡으며 전술 홀로리스를 올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변했다. 함대 진영은 순식간에 바뀌었고, 목적 없던 표류가 갑작스레 놀라운 정확동의 화살촉 충격 공격으로 변했다.

모든 함선들이 움직였다. 한 척도 빼놓지 않고 모든 함선들이 동시에. 그들은 이제 새로운 궤도에 올라 완벽한 합주를 선보였으니, 하나의 공격 대형이 되어 도약했다.


일리야는 자신의 입이 벌어지는 것을 알아채고 꾹 다물었다. 이런 식으로 항해술을 익히 본 적이 없었다. 최고의 해군 장교들이어도 단 5분도 안 되어 이런 작전을 수행할 순 없었다. 수백 번의 항로 수정 경고와 수 시간의 준비 기간을 들여야 가능할 법한 일인 것이다.

화이트 스카들은 해냈다, 한번에 -사전 준비도 없이- 5초만에.


그때, 할자이가 웃었다. “우린 이것을 자오라고 부르오,” 그가 그녀에 말했다. “끌 말이오. 우리에게…활력소지.”


일리야는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창을 내다봤다.


화이트 스카의 배치는 이제 하나의 창끝을 이루었다. 호위함들이 뛰쳐나와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어 저지선을 뚫고 구멍을 만들었다. 갑자기 속도가 치솟아 한 점에 집중된 돌진 공격에 알파 리전 함선은 경로에 있던 청동 뱃머리의 구축함 3척이 거의 즉시 압도 당했으며, 플라즈마의 회오리와 어뢰 폭발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다른 적함들은 틈을 막으려고 반응했으나 하나같이 너무나 느렸다. 자신들의 랜스를 흩날리고 엔진에 동력을 공급하는데 귀중한 몇 초를 허비했으니, 그때 쯤에는 친-자르, 천상의 창 그리고 코-피안과 같은 V군단의 거함들이 전투에 돌입해 전선을 무너뜨리고 파괴적인 라스-파워를 쏟아 부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거죠?” 일리아는 숨을 몰아쉬며 알파 리전 전함이 쏜 불타는 포탄이 스쳐 지나가는 걸 바라봤다.


더 많은 화이트 스카 구축함들이 잔해 사이로 소음을 자아내니, 마치 돌진하는 고래 무리처럼 역동적으로 헤엄쳤다. 모든 것은 한 지점을 겨냥했다. 적에게 측면을 내어 주면서 까지 전장 내 모든 V군단 병력이 근접 대형을 이루어 최고 속도로 돌격했다.


“약점은 여기요,” 할자이가 알파 리전 2열의 3분의 2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주 경미하나, 이 정도면 충분하오.” 그는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한 깊은 감명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 질주했고, 이는 시로 기려질 만한 영광된 순간이 될거요.”


스워드스톰의 함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윙윙거리며 덜컹였다. 진단 디스플레이에 경고등이 성난 듯이 빛났으나 함교 승무원들은 유쾌하게 무시했다. 알파 리전의 후속 함대가 라스-포격을 흩뿌리며 어뢰 포탄을 급하게 풀어놓고 무서울만치 빠르게 헤엄쳐왔다.


알파 리전이 에워싸던 저지선은 이제 균열이 생기고 허물어졌다. 적들은 과열된 함선 열에 대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들의 주력함들은 개조된 엔진도, 선천적으로 숙련된 승무원들도 없었기에 더욱 느려진 것이다.


“계략.” 일리야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그들이 방심하길 바란 거군요.”

할자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시 받는 것엔 나름의 장점이 있다오. 그리고 재빠른 점도 그렇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원정 참가 명령이 들어온 이후 처음이었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이 바보 같은 군단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걸까.


스워드스톰은 괴물만치 맹렬한 엔진이 뿜어지며 달려나가는 호위함 무리에 둘러싸여 끌 대형의 선두로 나섰다. 알파 리전 2열의 거함들이 진로를 막으려 시도했으나 일리야의 눈에 보기에도 매우 어설픈 모습으로 방어 대형으로 밀려나갔다.


“큰 함선들이군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배틀-바지들로 보이오만,” 할자이가 동의했다. “허나 카간께선 그리 여기지 않으시군. 1개 군단 규모로는 어지간해서 이 정도 대군을 부릴 수 없소이다. 놈들은 배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과 진배없소. 한번 봅시다.”


일리야는 스워드스톰이 사정거리 안으로 진입하자 이를 악물었다. 거대한 랜스 포에 잠시 불꽃이 일자, 허공을 가르는 초신성의 빛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주변의 다른 화이트 스카 전함들이 정면을 향해 포격을 퍼부으니, 라스-빔과 플라스마 섬광 그리고 어뢰 포격이 한데 터져 나가며 광활하고 강렬한 파괴의 기둥을 만들어냈다.


폭발은 순식간에 일었다. 용솟음 치는 희생양이 불타는 프로메시움 덩어리에 충돌하며 차가운 우주 공간을 가득 매웠다. 일리야는 거대한 알파 리전 함선이 완전히 침몰하여 엔진이 폭발하고 붕괴하는 것을 목격했다. 또 다른 세 개의 표적은 전방 보이드 쉴드에 끔찍한 피해를 입었으니, 주황색과 형광빛 노란색의 물결이 일렁이며 심하게 손상을 입었다.


대응 사격은 부주의하며 또한 충분치 못했다. 이는 질주하는 화이트 스카 선봉 함대의 장갑에 할퀴는데 그쳤고, 피해를 거의 입히지 못하였다.


“배틀-바지가 아니었어요,” 일리야가 말했다. “그럼 대체 뭐였을까요? 대규모 병력 수송선?”

“이제 더는 중요치 않소,” 할자이가 말했다. “우린 빠져나왔으니.”


그 말이 옳았다. 끌은 경계선을 뚫고 가장 연한 곳을 열어젖히며 나아갔다. 전체 대형은 꽉 조여져 던져지는 투창과 같이 길고 가느다란 형태를 이루며 열린 공간을 해쳐 나갔다. 알파 리전은 마치 문어가 많은 수의 팔다리로 움켜 쥐 듯이 멀리 떨어진 저지선 대형에서 화이트 스카를 끌어당기려 갖은 애를 썼다. 많은 수의 함선들을 잃지 않았으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대형이 활짝 열렸고 힘들여 조성한 응집력이 일거에 파괴된 것이다.


화이트 스카는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라스-포격을 가할 필요가 없어져 더욱 속도를 올렸다. 촌닥스의 행성은 타버린 십여 척의 빛나는 함선 잔해와 함께 빠르게 멀어져 갔다.


“그럼 이제 뭘 하죠?” 일리야가 물었다. “저들을 소탕할 건가요? 러스에게 갈 건가요? 아니면 테라에?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할자이는 일리야의 어깨 너머 칸이 옥좌에 앉은 곳을 올려다보았다. 프라이마크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만족감도, 기쁨도, 그저 평소의 매부리코 같은 격렬함과 집중력이 있을 따름이었다. 그의 기함은 느슨한 화살처럼 앞으로 나아가며 무시무시한 에너지 방출로 웅웅거렸다.


“나도 모르겠소,” 할자이가 말했다. “전쟁매의 기분을 감히 추측한다? 어찌 그게 가능하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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