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x 거부를 위한 전략

마지막으로 윤허가 시행된 순간 소진된 영혼은 일천에 달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소진되는 영혼의 수에 비기면 일부에 불과하다. 관의 대열은 끝없이 뻗은 듯 보이지만, 그는 고통스럽게도 그 대열이 유한함을 알고 있다. 이미 수백이 죽었고, 그가 지켜보는 동안 수백이 더 기진하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밖에서 입관을 기다리고 있을까? 불을 지피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들일 수 있을까? 조만간, 더 이상 불길을 이어갈 수 있는 이는 더 이상 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면…

마지막 선택이 그를 기다릴 것이다. 어둡고 쓰라린, 최후에 내려야 할 결단들. 그 누구도 내리고 싶지 않은 결정들.

부적. 마지막 수단. 상상할 수조차 없는 행위.

“안전거리를 확보하소서, 주군이시여.”

아비데미가 다시 권한다. 불칸은 그와 함께 물러선다. 안전이 아니라, 상의가 필요해서다. 만약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순간이 오면, 정말 도래한다면, 그는 곧바로 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부적에 닿아야 한다. 모든 것을 파괴할 이로서, 그는-

그가 거느린 최후의 선임 부관들이 굳건한 방패의 그늘 아래, 약간 거리를 둔 채 그를 기다린다. 카스린, 할페르페스, 모하우젠, 그리고 선임 쿠스토데스들과 다른 몇몇 자매단원들이다.

“보고하도록.”

일행에 합류하며 불칸이 지시한다. 모두가 고개를 숙인다. 긴장감이 읽힌다. 몇은 그의 그을린 망토와 과열된 갑주가 풍기는 냄새를 맡고 기침을 한다.

보고 하나하나가 전부 끔찍하다. 그들 위로, 멈춰버린 세상 위로 드리운 종말은 불칸이 상상한 그 어느 것보다도 끔찍하다. 파수대의 고위 장교 우즈카렐은 생텀이 전면 침공에 노출되었다고 보고한다.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강습, 그리고 흡사 고기를 파먹는 벌레처럼 황궁 내부를 뒤덮은 워프의 교묘한 소용돌이가 한꺼번에 닥친 판이다. 선택받은 자 모하우젠은 불칸의 아버지, 그리고 아나바시스 강습에 나선 병력들로부터 어떤 신호도 잡히고 있지 않으며, 더 나아가 옥좌실과 헤게몬 사령부 사이의 연결도 곧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한다. 할페르페스는 아스트로노미칸과의 연락도 되지 않고, 활동도 감지되지 않음을 보고한다. 또한 태양계를 뒤덮은 워프 폭풍 속에서 길을 잃었거나 표류중일 것으로 추정되는 길리먼의 해방 함대와도 더 이상의 교신이 없음을 보고한다. 카스린은 무언의 윤허를 통해 인장관을 지원하고 있지만, 사이킥 잠재력을 가진 지원자의 공급이 길어야 한 시간 정도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한다.

천공의 이상 현상은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고, 이것이 말카도르가 약해진 결과가 아니라는 것 외에는 그 원인도, 위치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보고가 이어진다. 차례로, 테라의 파멸을 측면별로 나누어 음울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불칸은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기진맥진한 그의 정신은 시종일관 흔들린다. 생텀 내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전쟁은 기껏해야 버티기에 불과함이 점점 분명해진다. 아스타르테스, 영광스러운 쿠스토데스, 필멸자로 구성된 최후의 용맹한 사단들까지… 그들은 승리할 수 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자비한 적의 침입을 늦추기 위해 격노를 쏟아내는 것 뿐이다. 공성전은 이제 끝이다. 물리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패배로 귀결된다.

최소한 테라에서는 그러하다. 불칸은 비통한 생각을 떨쳐내며, 아직 희망의 파편이나마 남아 있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아나바시스. 연락이 끊겼다고 해서, 아나바시스 자체가 종말로 귀결된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힘은 말 그대로 거대하고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그리고 천사, 로갈, 콘스탄틴과 최정예 중대들이 아버지와 함께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여기서 그들은 무력하게 안전한 방패의 그늘 아래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동안, 아버지의 전쟁이 저 멀리 위의 루퍼칼의 둥지를 뚫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대반역자의 패배에 대한 소식이, 복수하는 영혼의 나포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그것이 언제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건, 도래할 수 있다. 이 암울한 최후의 순간조차도, 저주의 불길로부터 구원이 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승리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구원이 아니라도, 승리가 아니라도, 적어도 호루스를 거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불칸은 그런 최후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부적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나바시스가 실패하고 그들의 완벽한 패배가 다가온다면, 적어도 호루스 루퍼칼에게 승리를 내어 주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가 다룰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다른 변수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부적만큼이나 암울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