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xii 궁지의 콜스웨인

콜스웨인은 사이퍼가 쓰러지는 것을 본다. 아도펠이 기운바위라고 이름 붙인 곳의 높은 절벽 위에 올로 있던 형상이 무릎을 꿇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할퀴는 꼴을 본다.

그가 빠질 수 있는 싸움이 없음에도, 그는 무너진다. 괴물이나 다름없는 데스 가드 군단의 전사들이 도끼수염 바위턱의 보루를 향해 밀려온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 놈들의 갑주가 벼락의 빛을 받으며 눈부시게 번쩍인다. 카오스 태생의 바람이 통로를 넘어 제1군단의 흔들리는 성벽을 후려친다. 푸트레신(Putrescine, 각주 1)의 악취가 풍긴다.

“버텨라!”

콜스웨인이 바니탈(Vanital)을 향해 소리친다. 바니탈은 함께 있던 여덟 다크 엔젤 군단병과 함께 절벽 끄트머리의 진창에서 격전을 벌이며 적을 몰아내는 데 전력을 다한다. 콜스웨인은 교전을 멈추고 달리기 시작한다. 도끼수염 바위턱 끄트머리에서 도약한 순간 빗줄기가 갑주에서 마구 튀긴다. 콜스웨인이 그 아래의 전투 플랫폼에 내려앉는다. 볼트 탄환이 그를 쫓는다. 강풍이 그를 덮친다. 너덜너덜해진 플랫폼 위를 달린 콜스웨인은 그대로 바위 돌출부에 볼트로 고정된 계단을 따라 오른다. 두 발의 질량 반응탄이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세 번째 탄이 그의 옆에 있는 계단을 강타한다. 화염과 파편이 금속 난간을 부순다.

콜스웨인이 정상을 디딘다. 가른바위(Cleft Rock) 플랫폼이다. 불과 몇 분 전까지 적의 공격이 여기 집중되었지만, 그 공세를 격퇴한 이후 방어 병력들이 도끼수염 일대에서의 진격에 맞서기 위해 위치를 변경한 채다. 섬뜩하리만큼 고요하다. 콜스웨인은 비를 맞고 있는 시체들의 무더기를 뛰어넘으며 플랫폼 위를 달린다. 저 끄트머리에 적의 로켓 추진 유탄에 맞아 부서진 철조망이 너덜너덜한 채다. 멈춰선 콜스웨인이 만 끄트머리까지 훑는다. 아직 살아남은 사격 갑판이 기운바위 기지에 힘겹게 매달려 있다. 그에게조차도, 뛰어넘기엔 너무 먼 거리다. 뛰어내리기에도 너무 멀리 있다.

콜스웨인은 다시 위를 올려다본다. 사이퍼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의 육신이 저 드높은 바위의 볏에 가려진 채다. 하지만 데스 가드 군단의 전사들이 벽에 붙은 거미처럼 바위를 기어오르며 정상을 향하는 것은 보인다.

잠시 뒤로 물러선 콜스웨인이 질주할 채비를 갖춘다. 그 순간에도 그는 알고 있다-확실히 안다!-. 그 도약이 자살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는 다른 방법을 찾는다. 검집에 검을 돌린 콜스웨인은 절벽을 오르기 시작한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지경이다. 흠뻑 젖은 바위는 미끄럽기까지 하다. 그의 손이 틈새에 닿을 때마다 균열부가 무너지며 그의 손길을 거부한다. 콜스웨인은 인내하며 아직 가용한 점프 팩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남은 것은 거의 없다. 동력도, 연료도, 탄약도 거의 남지 않은 채다. 궁지에 몰린 채, 타이퍼스를 여기서 막아내기 위해 모든 것을 태워버린 뒤다. 이제 그들은 검으로, 제 뼈로, 완력으로 버틸 따름이다.

하지만 콜스웨인은 저들이 로드 사이퍼에게 도달해 살육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장날 것임을 안다. 사이퍼는 지금 그들이 구축한 방어선에서 비길 바 없는 사자의 심장이나 다름없다. 그의 등장이 제1군단의 희망과 정신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적 역시 그를 안다. 사이퍼를 죽이면, 다크 엔젤 군단의 배를 가르고 이 전장을 차지할 수 있음을 안다.

콜스웨인의 손아귀에서 다시 바위 표면이 산산이 부서진다. 돌덩이가 구르며 떨어진다. 콜스웨인은 손가락과 발 끝에 힘을 주고 바위를 디딘다. 틈새를 할퀴고, 발길질을 거듭하며 매달릴 곳을 찾는다. 간신히 그는 버텨낸다.

힘겹게, 그가 위로 오른다.

각주 1 : 고기 썩으면 나는 냄새의 주 원인이 되는 화합물질 중 하나.

존나 빡세게 초벌중인데 아직도 책 133장 남음. 질린다 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