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xiii 길

“그렇네.”

아바돈이 비참한 몽상에서 깨어나며 말한다.

“빌어먹을 정도로 잘 통제하고 있지. 전사들을 전진시키게, 바락사. 그분을 찾아야 해. 그분께서-”

하지만 생각을 마무리짓지 못한다. 바락사가 명령을 내리고, 강습 분대원들이 그들을 지나쳐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기가 812번 유지보수로라면 말이네만.”

시카르가 입을 연다.

“곧장 3번 중추부로 이어질 걸세. 그러면 곧장 함교로 갈 수 있고.”

아바돈이 고개를 끄덕인다. 시카르가 무뚝뚝하게 지시를 내리고, 선 오브 호루스 군단병들이 흩어진다. 아바돈은 뒤를 따르기 위해 몸을 돌린다.

그리고 아바돈이 멈춘다.

통제하라, 통제당하지 말고.

맥박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는 비물질계의 은총을 거부했고, 그 믿을 수 없는 이익을 거부할 것을 맹세했다. 이 전쟁은 항상 군인의 전쟁이었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아바돈은 그것이 이미 자신을 더럽혔음을 안다. 그들이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그들이 내린 선택과 걸어온 길이 이미 그들 모두를 더럽혔다. 빌어먹을 이카리나 팔, 도가던처럼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도, 아바돈 역시 제 아비를 따라 그 그림자 속으로 너무 깊이 들어서지 않았던가.

통제하라, 통제당하지 말고.

그도 저주받은 것일까? 그 자신도 모르게 길을 잃은 것일까?

통제하라, 통제당하지 말고.

“에제카일?”

“잠시만 기다리게.”

그가 중얼거린다. 아바돈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그는 지금 스스로가 자유롭다 생각하는 바보일까? 아니면 지금 드는 이 생각도 또 다른 거짓일 뿐일까? 어쩌면 그는 여전히 스스로의 주인일까? 그는 여전히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통제력이 그에게 줄 선물은 무엇일까?

“에제카일?”

아바돈은 가게의 문을 걷어찬다. 낡은 목재가 종이처럼 으깨지며 섬유질이 공기를 흐린다. 그 안은 수년은 쌓인 먼지가 그대로 방치된 채 굳어 있다. 책상 위에 썩은 책력과 하루살이의 시체들이 널려 있다. 스탠드에는 금이 간 수정 구슬이 걸려 있고, 뒤집힌 의자의 팔걸이에는 바실리스크가 새겨져 있다. 벽에는 천상의 영역을 그린 낡은 도표와 펼친 손바닥의 도해가 그려져 있다. 손바닥에 새겨진 선마다 그 의미를 가득 담아 해설이 쓰인 채다. 모든 손의 손가락은 다섯 이상이다. 마치 레이스처럼 모든 것 위에 거미줄이 드리워 있다. 어울리지 않게도, 낡은 천장 너머로 두 개의 제독 장비가 불길한 푸른 빛을 발하고 있다.

아바돈은 그대로 밀고 들어간다. 바락사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시카르의 유스타이린이 뒤에서 쿵쿵대며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점성술사의 가게에는 뒷벽이 없다. 어둠을 뚫고 곰팡내 풍기는 작은 안뜰로 발을 옮긴다. 낡은 판석이 바닥을 빚어낸다. 하지만 그 일부는 비스듬히 기울어 갑판과 겹쳐 있다. 포장된 부분에 세 개의 황금빛 조각상이 보인다. 하지만 마치 서로 다른 교차하는 평면에 놓인 듯이 판석의 기울기에 따라 반쯤 묻힌 채다. 석재가 허벅지 높이까지 감싸고 있어 마치 모래밭에 가라앉은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저런 각도라면 넘어져야 정상인데. 두 조각상에는 머리가 없고, 세 번째 조각상은 인간이 아닌 머리를 달고 있다.

아바돈이 시선을 돌린다. 아무리 기괴하건 간에, 조각상에 돌릴 여유는 없다. 이 작은 공간, 무명의 정원에서는 지금 서로 다른 장소들이 서로를 밀어대며, 마치 미니어처 지각판처럼 단층을 빚고 들썩이는 채다.

“뒤를 따라라.”

아바돈이 으르렁거린다. 그의 위에, 이 작은 마당 위에 비가 내린다. 저 상부의 도관이 터져 쏟아지는 물이 아닌 진짜 비다. 그는 기운 수평의 대지 위로 기어오른다. 이끼 낀 돌담 사이에 열린 해치가 있다. 아바돈은 그 존재를 알아차린다.

공기가 속삭임과 중얼거림으로 가득하다. 모두 무시한다. 경고인지, 훈계인지, 안내인지, 심지어 그에 대한 칭송인지까지, 모두 무시한다. 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해치를 통과한다. 볼터는 언제건 쏠 채비를 갖춘 채다.

그리고 지금 그의 앞에, 복수하는 영혼의 지휘 함교가 펼쳐진다.

정확히 그가 있고자 한 곳이다. 그의 충동에 따라 찾아낸 지름길 덕분에, 812번 유지보수로에서 함교에 도착하는 시간을 30분이나 단축할 수 있었다.

내가 이 길을 찾은 것인가? 아바돈은 의아해한다. 아니면 이 길이 나를 찾은 건가?

아니면, 내 아버지의 의지였던가?

통제하라, 통제당하지 말고. 그는 아직 자신이 전자의 상태임을 믿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매혹적인 확신으로 그를 채운다. 그의 아버지가 에나르게이아(Enargeia, 각주 1)라 부르던, 심오한 명료함의 순간이다. 루퍼칼은 이 통찰이 자신을 정의하고 진정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순간이라고 말했었다. 그의 아버지가 이런 순간을 경험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아바돈은 자기만 알게 씩 웃는다. 그는 아무것도 믿지 않고,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오직 그 자신을 믿는다. 그는 아바돈이다. 그는 강하다. 그는 선 오브 호루스 군단의 빌어먹을 최선임 중대장이다. 그리고 그가 제 아비를 찾는 순간, 그는 아바돈의 보호를 받으리라. 그들은 함께 설 것이며, 함께 저 앞에 펼쳐진 길을 걸으리라.

각주 1 : 아리스토텔레스의 에네르게이아(Energeia)가 전승되는 과정에서 철자가 비틀린 설정이 아닐까 싶음. 국내에서는 주로 현실태로 번역되는 것 같음. 내 철학에 대한 지식은 일천해서 이 개념에 대해서 설명하기가 어려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