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xxx 도시의 묘지

공간이 보인다. 탁 트인 공간이다. 별빛조차 없는 하늘 아래 황량한 풍경이 펼쳐진다. 부서진 바위로 빚어진 절벽과 거대한 파편들이 하늘로 솟구친다. 그가 지휘 함교에 가기 위해 올랐던 어둡고 곰팡내나는 마당과 동일한 직교성 압착을 거쳐 대륙 전체가 치솟은 느낌이다. 천 미터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암반층이 광대한 조산 작용 속에 융기하여 망토의 주름처럼 수평이 수직으로 변한 자욱이다. 아바돈은 땅에서 찢겨 나간 따개피처럼 산등성이에 매달린 옛 도시의 폐허를 볼 수 있다.

저 멀리, 하늘 낮게 광원이 보인다. 태양, 혹은 어떤 별일지도 모른다. 바람이 몰아오는 구름에 가려져 있지만, 눈부신 하얀 빛이 구름을 뚫고 강렬한 빛을 드리운다. 아바돈은 수많은 항해를 거치며 무수히 많은 죽은 별과 블랙홀의 무자비한 깊은 속을 들여다본 전례가 있다. 아마 저것은 음의 질량을 가진 녀석으로 보인다. 동공 없는 눈처럼 백열하는 불길한 구멍처럼 보인다. 그 중력이 회색 구름과 응고된 워프의 흐름을 음울한 나선으로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직시하기 불편해진 아바돈은 시선을 돌린다.

열린 해치 바로 앞, 폐허가 된 거리의 흔적이 보인다. 고풍스러운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 그 폐허에 보태진 채다. 아바돈은 빗물로 반쯤 찬 포탄의 분화구를 본다. 외게의 잡초가 돌풍 속에서 흔들린다. 흩어진 잔해 속에서 자그마한 불꽃들이 이글대며 타오른다. 폐허가 된 이 거리는 폐하가 된 도시의 일부다. 언제부터 존재했는지조차 알 수 없을 고대의 도시요, 시가전이 빚어낸 황무지가 가시범위 전체를 메우다시피 한 영역이다. 저 멀리 보이는 절벽에 매달린 건물의 폐허들도 이 도시의 일부이리라. 갑자기 솟구친 산에 휩쓸려 찢겨나간 덩어리일 것이다.

아바돈에게 이 지역은 도시라기보다는 도시들이 죽었을 때 찾아오는 도시의 묘지 같은 느낌이다. 재로 뒤덮인 채 썩어나는 곳이지만, 이곳이 여기에 아주 긴 시일 있었음은 분명하다. 눈에 띄는 구조물과 석조물 일부는 바람의 힘 때문에 기이한 각을 그리며 일그러진 채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손상과 폭력이 가한 흔적은 최근의 것이다.

그의 아비가 여기 있는 것인가? 그가 이렇게 한 것인가?

아바돈은 제 아비의 이름을 크게 부른다. 하지만 석회석의 매끄럽게 다듬어진 표면과 닳아버린 석재 표면 위로, 기이하게 비틀린 그의 목소리가 간신히 메아리를 빚을 따름이다. 파이토 젤렛티스가 선두 분대를 이끌고, 아바돈의 바로 뒤를 따른다.

해치에서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부터 사격이 시작된다. 소화기로 시작한 사격은 라스 사격과 볼터 사격으로 이어진다.

그들을 공격한 이들은 은폐나 엄폐를 시도하지 않은 채 시야 속으로 들어온다. 놈들은 미친 듯이, 혹은 겁에 질린 듯이, 혹은 두 경우에 다 해당되는 것처럼 울부짖으며 잔해와 파편 위로 비틀대며 달려든다. 수천에 달하는 이들이,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호르트 루퍼칼리 소속의 정규군 병력들, 그리고 워드 베어러 군단병들이다. 복수하는 영혼의 지원 부대와 승조원에 속한 이들이다.

지금 7장 초벌 다 끝냈고, 8장 들어가는 중임.

그래서 오늘이나 내일 중에 그냥 7장 다 끝내버리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