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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Arcady Pride - 2

Cpt_Tit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24 0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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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dy Pride 번역 모음집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90351

 


카디아를 잃었던 그날의 트라우마를 애써 떨쳐내며, 그 몇달의 기억을 되새기며 눈을 감았다.

긴 침묵이 흐른 끝에 그녀가 마침내 말을 꺼냈다.


"그때의 난 화이트실드에서 갓 승진했었지만, 연대 없는 병사였지. 카디안 연대가 해체되었던 것도 몰랐고, 우리중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해볼 여유가 없었어.. 홀리 테라로 향한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왁신 관문(Waxin Gate)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는 않았지. 그리고 말이야, 그녀가 내게 왔어. 아무도 그녀를 막지 못할 기세로 성큼성큼 걸어서 말이지. 그리고 내게 말했어.


'네가 그 마지막 화이트실드 신병이군?' 이라고 말이야.

난 말했지. '병사들이 절 그렇게 부르는겁니까?' 라고.

그녀가 웃으며 말했어. '그래. 내 이름은 디도. 지금부터 넌 내 소속이야'

자기 휘하에 신병을 받을 때, 어떤 하사들이나 장교들도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아. 알지?"


블랑쉐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해가 점점 지고 지하실에는 어둠이 앉기 시작했다.


"그 분은 이제 신-황제 폐하의 우편에 계실겁니다."

야로미르의 말에 민카가 잔을 따라주었다.

"너도 사랑했던 이들을 잃었겠지..이제 기억하지 못하는 그 과거에 말이야"

야로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습니다. 많은 이들을 잃었죠"


그의 모랫빛 머리카락 아래에는 카디안 게이트에 웅크린 검은 용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 문신을 쓰다듬으며 야로미르는 말했다.

"연대 전체를 잃었지만.. 이젠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친구들의 얼굴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그들과 함께 전투에 나섰을 때는 기억납니다. 그들은 모두 내 형제자매였고, 전 그들을 사랑했습니다."


블랑쉐즈가 민카의 침묵을 깨뜨렸다.

"그곳은 어떤 곳이었습니까? 카디아 말입니다. 그러니까.. 전 온갖 이야기를 다 들어왔지만, 무엇을 믿어야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블랑쉐즈의 시선이 민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중위님께선 그곳에 계셨죠. 카디아의 마지막 순간까지 말입니다."

민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그리고 누군가 갑자기 나타났다.

"중위님이 거기 계셨다면 어떻게 살아남았습니까?"

어둠 속에서 한 형체가 나타났다.


앞뒷 부분만 조금 남기고 깔끔하게 민 머리카락을 지닌 그 남자의 실루엣, 분명히 10중대의 자르프 상사(Colour Sergeant Zarv)였다.

만취한 그의 목소리가 민카에게 으르렁거리는 톤으로 말했다.

"카디아가 죽었을때, 어떻게 살아남았냔 말임다. 도망이라도 치셨습니까?"


분노가 민카의 몸을 뜨겁게 불태웠다.

눈에는 오직 자르프 상사만이 보였고, 뭔가를 느낀 야로미르가 민카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야로미르의 손을 피한 민카가 자르프에게 무서운 속도로 다가갔다.

자르프의 큰 덩치로 파고들며 그를 들이받았다.


"까고 있네!"

두 사람이 바닥을 뒹굴었고 자르프 상사가 민카를 잡으려고 했지만 민카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 친 후 등을 누르고 머리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만취상태의 그가 민카에게 소리쳤다.

"거기서 죽으셨어야죠!"


"너도 거기 있었어야지!!"

민카가 다시 자르프 상사의 머리를 바닥에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하며 소리쳤다.

야로미르가 민카의 팔을 잡고 만류했다.

민카는 다시 서서 일어나 자르프에게 주먹을 휘두를 태세를 취했다.

자르프 상사가 금방이라도 달려들것 같은 기세로 으르렁거리자 민카가 소리쳤다


"빌어먹을 옥좌에 맹세코 말해봐. 어느 구석에 처기어들어가 있었냐고!"

민카가 내뱉자 그가 어둠속을 향해 돌아섰다.

얻어맞은 고통으로 신음하는건가 했는데, 이내 그의 목소리는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그걸 멍하니 듣던 예드린도 처음 들어보는 톤으로.


야로미르가 민카의 팔을 놓아주었지만, 자르프 상사는 그저 주저앉아 오열할 뿐이었다.

모두가 멍하니 그만 쳐다보는 중에 블랑쉐즈만이 민카의 곁으로 다가와 금방이라도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상사의 오열에 민카의 분노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자르프 상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카디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나? 일어나 봐. 말해 줄테니까"


-


민카는 자르프 상사의 손을 잡아 일으켜세우고 남은 의자에 그를 앉혔다.

이제 싸울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야로미르를 시작으로 블랑쉐즈까지 의자에 모여앉았다.


그 자리의 모두는 카디아에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알 수도, 들어본 적도, 심지어 조사할 엄두도 내본 적이 없다.

야로미르는 물론이고 대담한 블랑쉐즈조차도 엄두도 내볼 수 없었던 그 이야기를 이제 민카가 말하려는 참이었다.


"카디아...."


민카가 마침내 입을 열며 한모금 마셨다.

오랜 침묵 후 민카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검은 성전 함대가 하늘을 가득 채웠지, 셀 수도 없이 많은 함선이 태양이나 아이 오브 테러마저도 가려버릴 만큼 하늘을 덮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거야. 우리는 증오로만 빚어진 강철 껍데기에 둘러싸여 있었고, 행성 전체는 어둠 속에 빠져들었아.


랜스 캐논의 창날이 폭풍처럼 카디아를 내리찍었고, 마치 스트로브(Strobe) 조명처럼 우리의 얼굴을 비추었어. 난 불타오르는 상선이 카스르 미락에 뛰어드는 것을 보았고, 우리의 방어가 그런 증오를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았어. 떨어지는 그 불덩어리는 카스르 미락을 보호하는 보이드 실드에 부딪혀 부서졌지.


눈부신 전기 빛이 튀면서 우리 눈이 멀 뻔한 섬광을 뿜어내었지만 보이드 실드는 굳건했어.

함선이 부서지고, 금속이 찢어지며, 파편이 땅에서 쏟아지자 그 잔해 속에서 불타는 형상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햇어. 이상할 정도로 지금도 그 얼굴이 생각나. 몇몇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몇몇은 그저 울부짖었고, 몇몇은... 어쩌면 웃고 있었던 것 같아. 확실하진 않지만.


난 신-황제를 향해 기도를 올렸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어. 더 많은 함선이 마치 급류처럼 카디아로 떨어져내려왔지."


민카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후 말을 이었다.


"몇주, 혹은 몇달일지도 모를 시간 동안, 내가 있었던 곳은 카디아 세쿤두스 대륙의 작은 한 카스르에 불과했어. 그리고 테라의 신-황제폐하 만이 카스르 티록의 상황을 알거야. 카스르 주변의 대지는 폭격 속에 찢겨나갔고, 행성 전체가 벌에 쏘인 듯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었지.


이쯤되면 아마 다들 말하고 싶을거야. '그럴거라 생각했습니다. 카디아의 선조들께서 겪은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고, 그분들은 굳건히 버티셨죠' 라는 거겠지."


민카는 잠시 말을 멈추고 모두를 돌아보았다.

"그래 맞아. 맹공이 쏟아졌지만, 우리는 버텼어."


기억을 되살리는 민카의 몸에는 다시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드롭 포드들이 카스르의 거리에 비처럼 쏟아졌고, 베테랑들이 그것들을 모두 제거하기 위해 달리는 동안 사이렌이 계속해서 울려퍼졌고, 방어선의 공백은 화이트실드들이 대체했지. 나는 타격대가 방어선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을 봤어. 소대는 분대가 되었고, 분대는 단 한명의 온몸을 떠는 병사로 줄어들었어.


그 생존자가 보여준 눈빛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었어.

생각해봐. 자르프 상사 너처럼 제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단련된 베테랑이 보여주는 눈빛 말이야. 그건 두려움으로 물들어있었어. 그 눈빛을 보자 공포스러운 속삭임이 퍼지기 시작했지.


'배반자 아스타르테스'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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