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유리와 잉걸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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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페무스의 잔재]

[말씀을 전하는 자]
[오래된 거짓말]

손안의 메달을 움켜진 채 쉬반은 하식 노얀 칸의 방의 문 밖에 서있었다.

그는 워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수송선을 타고 친-자르에 향했다. 함선으로 가는 도중 암석의 호드의 문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거대한 산의 형상을 불길을 둥글게 두른 그 형상은 도킹 구역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커졌다.

암석의 호드는 하식이 지휘하는 사단으로 스무 개 이상의 형제단을 거느리고 있었다. 찬-자르는 그 자체로 훌륭한 배였으며 길고 유연한 몸뚱이의 한 마리의 포식자와 다름이 없었다. 언젠가, 만일 운명이 허락한다면 쉬반도 이와 비슷한 함선을 이끌 것이다. 칸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었다. 노얀 칸으로 승격한다면 그 명예는 한껏 더 빛날 터다.

허나 아직은 요원한 미래이리라. 그러기 위해선 의식용 띠에 더 많은 킬 마크를 새겨야 할 것이고, 그에 따른 흉터도 필요할 테니.

계기반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문들이 열렸다. 방 너머로 하식이 갑주를 벗은 채 햇빛에 그을린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쉬반,” 그가 말했다. “이렇게 다시 보는군. 어찌 지냈나?”

쉬반이 경례했다. “덕분에 무탈했습니다. 노얀 칸께선 어떠셨습니까?”

“촌닥스를 떠나고 나니 한시름 놨네.”

하식은 거칠게 회반죽을 칠한 큰 방으로 안내했다. 방안은 초고리스 사냥 부적이 즐비했고 받침대 위에 코의 의례용 창이 놓여져 있었다. 왼편에 위치한 여섯 개의 창은 에테르를 막기 위해 닫혀 있었다.

하식의 옛 초원의 예법에 따라 카펫을 가로질러 나무로 만든 앉은뱅이 의자들이 놓인 곳으로 느긋하게 걸어갔다. 자리에 앉은 그는 반대편 의자에 손짓을 했다.

“제때 찾아왔네,” 그가 말했다. “하마터면 적진을 뚫고 올 뻔했어.”

쉬반이 자리에 앉았다, 아직 메달은 손안에 쥐고 있었다. “놈들이 왜 온 겁니까?”

하식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나 자네나 모를 노릇이지. 지금 시국이 이전 전쟁과는 완전히 다르지 않나.”

“실로 그렇습니다.”

하식이 그를 추켜세웠다. “쉬반 자네가 칸이 되니 참 보기 좋아. 예수게이가 자네 칭찬을 얼마나 많이 하던지.”

“워낙 관대한 분이시라.”

“언제나 그런 건 아니라네. 페무스 4의 일은 어찌 되었나?”

“고역이었습니다.” 굳이 진실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예전부터 왜 그곳의 정화 작업이 이토록 지지부진했는지 궁금했습니다. 한번 가보고 나니 의문이 풀리더군요.”

하식이 씩 웃었다. “그래도 일은 일이니까 완수는 해야지.”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어쩐 일로 나를 보자고 청했나?”

“페무스 일 때문입니다. 몇 가지 신경 쓰이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흠?”

“작업 늦춰지는 원인이 헤인(옼스의 초고리스식 표현) 때문이라 들었습니다.” 쉬반이 말했다. “아주 매서운 놈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됐습니다. 행성 전체가 말입니다.”

“꽤 힘든 원정이었으니 말이네.”

“다른 곳 보다 특히 힘든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제 형제단에게 어떤 걸 찾으라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찾았나?”

“시신들을,” 쉬반이 말했다. “매장된 시신들을요. 군단의 검에 당한 상처에 그들 주변에 그린스킨의 흔적이라곤 조금도 없었습니다.”

“군단의 검이라고? 자네 확실한가?”

“부하 아포테카리가 면밀히 살폈습니다. 확신하더군요. 이런 비슷한 보고가 이전에 올라왔는지 여쭙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하식은 두 손을 마주 쥐었다. “전혀 없었네.”

쉬반은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뭔가 이유라도 알 수 있길 바랬습니다만.”

“자네 보고 말곤 달리 없었어. 어디 설명해보게.

“저 역시 자세히는 모릅니다. 당시 페무스엔 제 형제단과 그린스킨 외에 다른 병력 배치는 없지 않았습니까.”

하식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자네는 그곳에 다른 누군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로군.”

“아뇨.” 쉬반은 고개를 저으며 반 정도만 들어맞을 이론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형제단 사이의 불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파리전이 촌닥스에 들이닥치자… 대체 어째서 놈들이 온 겁니까?”

“그 군단의 행동거지는 언제나 불분명했지 않나,” 하식이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자기 자신들에게도 그렇겠지. 또 누구와 상의했나?”

“제 형제단 인원 외에는 없습니다.”

하식이 끄덕였다. 페무스 병력 배치를 감독한 건 나였네. 사상자 보고서를 다시 확인해보지. 요즘 수-일리야가 전부 기록해두고 있다네. 헌데 여기 온 이유가 더 있지 않나.”

쉬반이 주먹을 폈다. “사소한 걸지도 모릅니다만. 시신 중 하나에서 찾은 겁니다. 예전엔 못 보던 물건이라.”

그는 하식에게 메달을 넘겼다. 노얀 칸은 불빛에 비쳐보고 찬찬히 돌려보았다.

“이건 초고리안 표식이군,” 하식이 말하며 메달에 새겨진 매의 머리를 주시했다. “은인가? 보아하니 순은은 아니구먼. 분석해보았나?”

“그럴 경황이 없었습니다.”

하식은 조심스레 메달을 만졌다. 마치 메달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듯 보였다. 쉬반이 이것을 이해했다, 자신 역시 그러했으니까.

“내게 맡겨놓게,” 하식이 말했다. 자딘 아르가들이 이걸 보길 바랄 것 같군. 그리고 친-자르에 남아 주겠나.”

“어떤 것 같습니까?”

“전투-토큰? 어쩌면. 여하튼 내게 잘 가져와 줬네.”

쉬반은 안도감을 느꼈다. 이 문제를 보고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나 묻지,” 하식이 생각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자네 형제단에 테라 출신이 있는가?”

“없습니다.”

“함께 싸워본 적은 있지 않나.”

“촌단스에서 토르군 칸 휘하의 달의 형제단과 함께했습니다.”

하식이 끄덕였다. “그렇군.”

“제가 하나 여쭤봐도-“

“그 이상은 나도 모르네. 도움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지. 내 한번 조사해보겠네.”

쉬반은 이제 시간이 지났음을 알고 자리에 일어나 절했다. “고맙습니다, 노얀 칸. 뭔가 알아내신 게 있으면 제게도 언질을 주십시오.”

“그리 하겠네.” 하식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쉬반이 했듯이 메달을 손안에서 놀렸다. “다음 워프 이동이 있기 전에 연락하지.”

쉬반은 순간 혼란스러웠다 그는 자신의 운을 믿고 다시 한번 밀어 붙였다. “다음이라니 어디로-“

“다음 행선지를 어찌 아느냐고? 물론 카간께서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고 있다네. 가까운 시일 내에 자네도 알게 될 거야.”

쉬반은 끄덕였다. 비밀이란건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노얀 칸." 그는 경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