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칸은 발 아래의 대지가 뒤흔들림을 느낀다. 스스로가 항상 믿어 왔던 세상의 바위가, 그 무기질적 힘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고개를 든 불칸은 옥좌실에 매달린 거대한 전기 조명이 긴 사슬에 얽힌 채 흔들리는 것을 본다.

"무슨 일인가?"

불칸이 묻는다. 주변에 있던 이들이 서둘러 답을 찾는다. 공포는 내실을 가득 메워 질식시킬 지경이다. 부풀어 오르고 배배 꼬인 살아 숨쉬는 공포다. 그 침묵은 윤허에 바쳐진 이들의 비명보다도 더 크게 들리는 외침을 내지른다. 사이칵 잠재력을 가진 이들이 실린 관이 계속 반입되는 중이지만, 이제 여분은 거의 없다. 비축분은 거의 고갈된 채다.

"측정할 수 없는 힘의 에너지 파동이 일어났습니다, 용들의 군주시여."

아비데미가 콘실리움에 속한 능인들의 기록을 쥔 채 프라이마크에게 다가와 보고한다.

"물질계와 비물질계 모두가 그 파동에 뒤흔들렸고-"
"출처는?"

불칸이 묻는다.

"알 수 없습니다."
"그 성격은 무엇이더냐?"

드락스워드는 슬프게 고개를 젓는다.

불칸은 욕설을 중얼거린다. 알 수 없음 자체에 지친 채다.

"뭐라고 말했나?"

다음 순간 불칸이 묻는다.

"말이라니요, 주군?"

아비데미가 되묻는다.

"'말했나'가 무슨 의미이십니까, 주군…?"
"방금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불칸이 답한다.

"큰 외침이었는데. 나에게 이르는 외침이었다. 그 목적은… 목적이…"

불칸은 침묵을 지킨다. 카스린과 프로콘술 우즈카렐이 다가온다.

"내실에서 1킬로미터 이내까지 적이 진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프로콘술은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반격을 준비하게, 프로콘술."

불칸이 말한다. 다음 순간, 말을 멈춘 불칸이 우즈카렐에게 슬픈 미소를 짓는다.

"사과하네, 파수대원이여."

불칸이 입을 연다.

"중복된 명령이겠군. 자네가 오랜 시간 준비했음을 잘 알고 있으니."

우즈카렐은 작은 존중을 담아 고개를 끄덕인다.

"반격을 준비하겠습니다, 전하."

프로콘술이 답한다.

능인들로부터 추가 보고가 있었습니다, 전하. 카스린이 수어를 보낸다. 그들이 관측하고 있던 천공의 이상 현상이-

"무슨 일이 있나?"

사라졌습니다. 그녀의 손이 답한다. 충격파가 발생하기 몇 나노초 전에, 소멸되었거나 혹은 소산되었습니다.

불칸은 그녀를 응시한다. 그녀의 손이 더 많은 정보를 낼 것을 기대하며.

설명할 수 없다 합니다. 그녀가 수어를 보낸다.

심호흡을 한 불칸이 그들로부터 멀어진다.

"주군?"

아비데미가 불칸을 부른다.

불칸은 옥좌의 열기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제 망치를 한쪽 어깨에 걸친다. 언제건 휘두를 준비를 갖춘 채다. 불칸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옥좌가 발하는 지옥 가까이로 다가간다. 옥좌에 앉아 불타고 있는 작은 형상을 올려다보며, 불칸은 눈부심을 견디고 눈을 가늘게 뜬다.

"버텨 주십시오."

그가 속삭인다.

"부디 버텨주십시오, 간청합니다. 아직 의지가 남아 있다면, 조금만 더 버텨 주십시오. 조금만 더 말입니다, 인장관이여. 그게 아버지께서 필요하신 전부입니다. 그대도 들으셨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셨을 것을 압니다. 아버지의 외침을, 들으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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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