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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모타리온과 티폰 영혼의 맞다이 2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17 18: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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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93103

 

이거랑 이어짐






용서해다오, 오랜 친우여.



모타리온의 마음속에 가득 찬 생각을 입 밖으로 말하려던 순간, 티폰이 고개를 치켜들고 악의로 타오르는 누런 눈으로 프라이마크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쉬울 줄 알았나?" 티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누리끼리한 거품이 갑판에 떨어지자, 녹아내려 구멍이 생겼다. "내가 말했지 않나. 우린 여기서 죽을 수 없어. 날 죽일 수 없다고, 오랜 친우여."


티폰은 팔이 흐릿하게 보일정도로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프라이마크는 목을 노린 단검을 피하려 몸을 비틀었지만, 급소만 간신히 빗겨 나갔다. 금속 칼날이 갑주 사이의 틈새를 파고들어 그 아래의 두꺼운 내복을 가볍게 꿰뚫으며, 칼날 끝이 극심한 고통과 함께 사신의 살에 파고들었다.


그 힘에 충격을 받은 모타리온은 휘청이며 침묵을 놓쳐버리고, 손을 들어 단검을 빼내려고 했다. 밀려오는 고통에 휩싸이며 칼날을 뽑아 드니, 보이는 건 너무나 익숙한 단검이었다. 오래전에 바르바루스의 피에 절은 진흙탕 속에서 잃어버리고 잊혀진 급조 놋쇠 단검이었다. 이 금속 조각을 손에 쥐자 내부에서 역병 물질이 흘러나와 건틀릿의 금속 손바닥을 부식시켰다. 이 단검을 내던지고 뒤를 돌아보니, 티폰이 배에 꽂힌 침묵을 빼내고 있었다.


"여기 네 물건이군." 1중대장이 뽑아낸 전투낫을 프라이마크에게 던지며 말했다. 모타리온은 낫을 잡고, 전사의 몸에 난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썩어서 부풀은 내장을 보고 혐오감에 차 얼굴을 찌뿌렸다. "필멸자는 불멸자를 죽일 수 없다고. 네가 환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열등민으로 살아갈 뿐." 그가 세 개의 검푸른 물집이 난 모타리온의 손을 가리키자, 신경이 불타는 듯한 격통이 사신의 팔을 스쳐 지나갔다. "날 죽이려면 너보다 더욱 월등한 존재가 필요할 거다." 티폰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모타리온은 자세를 추슬렀다. "그래, 그럴 줄 알았지." 이제 마지막 패를 꺼낼 수밖에 없다. "변해가는 널 멸하려면 특별한 무기가 필요한 건 당연하지 않느냐." 그는 가슴에 찬 탄띠에 꽂힌 가느다란 금속 막대를 꺼내 한쪽 끝의 버튼을 누른 다음 티폰에게 던졌다.


금속 막대가 기성을 내지르며 1중대장의 발 앞에 떨어졌지만, 폭발물은 아니었다.


"신호탄인가?" 티폰이 이 말을 하자 에메랄드 빛과 뒤틀린 에너지가 두 전사 사이에서 피어올라 충격을 일으키더니, 물질 이동의 포탈을 통해 비대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명을 먹는 자가 부숴진 사슬과 함께 귀청을 찢을듯한 굉음을 내며 성소에 현현했다. 짐승은 주변의 상황을 둘러보더니 머리를 뒤로 젖히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룰고르..." 티폰이 비웃었다. "반갑구만, 형제여."


"그렇지는 않군." 그 생물은 티폰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끌끌댔다.


"악마여!" 모타리온이 외쳤다. "나를 위해 누구든 죽이겠다고 빌었으니 기회를 주마. 네 명령에 맹세했으니 티폰을 죽여라!"


"전하께서 원하신다면," 악마의 비대하게 부풀은 팔이 기이한 속도로 튀어나와 피할 틈도 없이 1중대장을 움켜쥐고 격렬히 흔들다, 갈고리 발톱처럼 변질된 손가락들이 티폰의 목을 부여잡고 쥐어 짜기 시작했다.


모타리온은 악마가 티폰의 저항을 무시하며 전우의 목을 조여 죽이는 참상을 침울히 지켜보았다. 마침내 숨을 쉬지 못하는 티폰이 기침을 하더니, 벌어진 입과 상처에서 기름진 물질을 분출했다.


"맹세를 지켰습니다." 악마가 으르렁거리며 희생자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티폰의 죽어가던 숨결의 음색과 박자가, 그 죽음을 앞둔 천명은 증오로 가득 찬 소리가 되었다. 1중대장이 웃자 그룰고르를 흉내내는 짐승도 따라 웃음을 터트렸다.


발톱이 풀리자 티폰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 부러진 이빨과 검은 점액 덩어리를 뱉어냈다.


모타리온은 앞으로 나아갔다. '또 다른 배신이라고?' 이 예상이 프라이마크의 머리 속을 뒤흔들었다. '말도 안 돼!'


생명을 먹는 자가 프라이마크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타리온 전하, 이런 말을 하게 되어 유감이긴 하오나... 역병의 신, 부패의 대왕, 가장 역겨우신 섭정과의 맹약이 인간과 맺은 계약보다 우선하죠. 모든 게 너글의 부패한 힘 아래에 있다는 걸 모른 건가?"


모타리온은 악마가 말한 이름을 번복하려 했으나, 그 이름은 입안에서 담즙으로 고여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너글. 그 단어는 그가 찾아낸 금서에서 항상 나왔었고, 언제나 극심한 타락, 추악한 부패를 상징했었다.


생명을 먹는 자는 둔중한 몸을 티폰에게로 돌렸다. "자네는 어떻고?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그분의 포옹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었느냐?"


"그래." 1중대장은 모타리온에게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물을 바치겠다."


"칼라스 티폰은 오늘 죽는다." 악마는 두 팔을 벌리고 목을 젖혀 감염되어 부풀은 갑상선을 드러냈다. 창백한 살갗은 그 속에 갇힌 무언가가 빠져나오려는 듯 고동치고 있었다.


모타리온은 침묵을 높이 휘두르며 달려나가 다음에 닥칠 일을 막으려 했지만, 티폰이 그를 향해 보이지 않는 힘의 장벽을 날리자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백 명의 힘이 필요할 정도로 공기가 짙어졌다.


티폰은 악마를 향해 뛰어들어 동물의 가죽을 벗겨내듯 손으로 목을 찢었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 비명을 지르는 검은 먼지가 터져 나왔다. 이 반짝이는 파리떼가 뿜어져 나오면서 1중대장을 뒤삼켰다.


모타리온은 본능에 따라 침묵을 갑판에 내리 박아 울부짖으며 주위를 휩쓰는 벌레 폭풍을 버텨냈다. 수천 개의 작고 날카로운 이빨이 노출된 피부 온 구석을 파고들면서 산성 맹독에 끓어오르는 피가 느껴진다. 프라이마크는 고개를 돌리자, 뭉쳐 있던 벌레 떼가 퍼져 나가 피아 구분 없이 살아남은 데스슈라우드와 그레이브 워든 모두를 공격하는 광경을 보았다. 파리들은 몸의 연조직과 눈을 파먹으면서 풍요로운 만찬을 즐기고, 완전히 밀폐된 갑주를 갖춘 자라도 워프에 오염된 벌레들은 씹을 살점을 찾아 아주 작은 틈새를 비집을 수 있었는지 아무도 이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는 비명을 지르는 파리 떼들은 앙상한 시체를 버려두고 거세게 들이닥치는 밀물처럼 방 중앙으로 몰려들었다. 이 끔찍한 폭풍의 눈에는 모타리온과 그의 옛 전우가 서 있었다.


이그나티우스 그룰고르의 생명의 근원이 무엇이었던 간에, 악마의 육신이 끓어오르며 죽어갔다. 파리들은 썩어 무너지는 생명을 먹는 자였던 살점 덩어리들을 무시하고, 티폰 주위를 검게 치감다가 그를 향해 덮쳐 들었다. 파리 떼는 모타리온의 낫이 남긴 상처로 파고들고, 1중대장의 입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티폰은 벌레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은총을 만끽했다.


티폰이 몸 안팎을 갉아 먹히는 변화를 감당하려 몸부림치고, 뒤틀려 부풀어오르는 동안 경악에 찬 모타리온은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뼈와 세라마이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등이 부풀고,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처럼 파리 떼를 흩뿌리는 빽빽한 관다발이 터져 나왔다. 몸을 털며 시퍼렇게 죽은 살점을 떨쳐내니 썩어가는 근육이 새로이 피어나고 있었다. 전투 갑주와 부패한 육체 사이의 경계는 구별할 수 없이 하나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연골이 으스러지는 혐오스러운 소리가 나면서 1중대장의 부은 얼굴에서 뒤틀린 뿔이 튀어나왔다. 그가 헐떡이며 떨리는 몸으로 위를 올려다보자, 모타리온은 저 숨소리에서 몸 속에서 웅성이는 파리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군집이요, 파괴자 역병을 담은 살아있는 둥지가 되었다.


"칼라스..." 모타리온은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숨죽여 말했다. "도대체 뭔 짓을 한게냐?"


"내 이름을 알라." 가래가 끓는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우리에게 닥칠 운명을 알리는 전령이로다. 모타리온."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새롭게 변이된 몸을 선보이듯 팔을 펼쳤다. "나는, 타이퍼스다."


이 말이 울려 퍼지며 모타리온의 정신 깊숙이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뒤흔드는 것만 같았다. 인간의 사신이 바르바루스의 산기슭에 펼쳐진 대학살 가운데서 처음으로 눈을 뜬 날부터 그의 영혼에는 어둡고도 끝없는 슬픔의 수렁이 파여 있었다. 모타리온은 이 심연을 무시하고, 묻어가며, 그 존재를 부인했으나, 데스 가드를 창설하고 대성전으로 자신의 목적을 찾자 그 수렁에는 딱지가 앉았었다.


그러나 그 수렁이 사라진 적은 절대로 없었던 데다, 티폰의 변화를 자신의 눈으로 지켜보면서 그것을 감추려는 가식이 찢겨 나갔다. 진실을 마주한 순간 절망의 나락이 모타리온을 집어삼켰다. 자신의 군단은 이 타락과 부패에 빠지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역시 이렇게 끝나는군." 타이퍼스의 말은 무덤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들려왔다. "네가 받아들이지 않던 운명은 널 계속 따라다녔단 말이지. 우리가 그저 어리석은 젊은이이자, 용감한 저항자였을 적 마음 속에 묻었던 의문들은 의심을 꽃피웠구나." 그는 우정을 조롱하듯 뼈만 남은 손을 펼쳤다. "악마학에 빠져서는 생명을 먹는 자를 묶어 두기나 하고..." 타이퍼스는 그 악마의 유일한 흔적인 거품이 일은 오물 웅덩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할아버지가 정해주신 운명이로다. 우리를 이 순간으로 인도해주시고, 날 환생시켜 주시며, 우리 모두의 환생을 위하여."


"네놈이 끌고온거군..." 프라이마크가 스스로 인정한 비탄과 절망은 그 어떤 맹독보다도 불타오르며, 그 어떤 칼날보다도 깊숙이 베어들어갔다.


"그래. 하지만 마지막 단계는 네가 직접 해야 해. 항복해라, 모타리온. 굴복하라. 그리 하지 않는다면 데스 가드는 영원한 쇠약과 고통에 빠지리라."






불쌍한 모타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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